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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전태윤은 굳은 얼굴로 아무 말 없었다.

이를 본 소정남도 더는 설득하기 귀찮아 그에게 제안했다.

“아니면 너 그냥 회사에 남아있어. 내가 가서 염탐해볼게. 넌 지금 뭐라도 해서 주의력을 분산시켜야 해. 너랑 예정 씨의 모순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니 급해도 소용없어. 급할수록 실수만 더 늘어나.”

전태윤은 지금 확실히 무언가를 해서 주의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는 약간 무기력해진 말투로 말했다.

“땡땡이치고 싶으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 날 위해 염탐하러 간다는 식으로 말 돌리지 말고.”

소정남은 배시시 웃었다.

“내가 널 위해 수년간 소처럼 일만 해왔는데 인제 두 날 정도는 쉬게 해줘야지.”

그와 심효진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어쩌면 전태윤과 하예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정남은 심효진이 늘 그를 지켜보고 호감도 있지만 이 감정을 꾹 짓누르고 감히 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휴! 다 내 팔자지 뭐. 효진 씨를 향한 내 마음을 계속 보여줘야지 어쩌겠어.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시간이 오래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그 언젠가 효진 씨도 내 마음을 받아들일 날이 오겠지.’

소정남은 흐뭇하게 웃으며 걸어갔다.

그는 수중의 업무를 모조리 전태윤에게 넘기고 우선 꽃가게에 들러 꽃 한 다발 산 뒤 케이크 가게에서 심효진이 잘 먹는 디저트도 몇 개 사서 서점으로 출발했다.

성소현과 하예정은 상처를 꿰매러 병원에 갔고 심효진은 홀로 남아 가게를 지켰다. 그녀는 책상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고 카운터에 앉아 소설을 봤다.

“꽤 한가하네요?”

이때 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효진은 고개를 들고 소정남을 보더니 책을 내려놓으며 활짝 웃었다.

“정남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오늘은 스케줄 없어요?”

“설 연휴가 막 지났고 설전에 밀린 업무가 너무 많아서 아직 처리하지 못했어요. 오늘 야근해야 내일 쉴 수 있어요.”

심효진은 알겠다며 머리를 끄덕였다.

“난 또 주말 이틀은 다 쉬는 줄 알았어요.”

“평상시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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