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굳은 얼굴로 아무 말 없었다.이를 본 소정남도 더는 설득하기 귀찮아 그에게 제안했다.“아니면 너 그냥 회사에 남아있어. 내가 가서 염탐해볼게. 넌 지금 뭐라도 해서 주의력을 분산시켜야 해. 너랑 예정 씨의 모순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니 급해도 소용없어. 급할수록 실수만 더 늘어나.”전태윤은 지금 확실히 무언가를 해서 주의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는 약간 무기력해진 말투로 말했다.“땡땡이치고 싶으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 날 위해 염탐하러 간다는 식으로 말 돌리지 말고.”소정남은 배시시 웃었다.“내가 널 위해 수년간 소처럼 일만 해왔는데 인제 두 날 정도는 쉬게 해줘야지.”그와 심효진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어쩌면 전태윤과 하예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정남은 심효진이 늘 그를 지켜보고 호감도 있지만 이 감정을 꾹 짓누르고 감히 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어휴! 다 내 팔자지 뭐. 효진 씨를 향한 내 마음을 계속 보여줘야지 어쩌겠어.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시간이 오래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그 언젠가 효진 씨도 내 마음을 받아들일 날이 오겠지.’소정남은 흐뭇하게 웃으며 걸어갔다.그는 수중의 업무를 모조리 전태윤에게 넘기고 우선 꽃가게에 들러 꽃 한 다발 산 뒤 케이크 가게에서 심효진이 잘 먹는 디저트도 몇 개 사서 서점으로 출발했다.성소현과 하예정은 상처를 꿰매러 병원에 갔고 심효진은 홀로 남아 가게를 지켰다. 그녀는 책상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고 카운터에 앉아 소설을 봤다.“꽤 한가하네요?”이때 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효진은 고개를 들고 소정남을 보더니 책을 내려놓으며 활짝 웃었다.“정남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오늘은 스케줄 없어요?”“설 연휴가 막 지났고 설전에 밀린 업무가 너무 많아서 아직 처리하지 못했어요. 오늘 야근해야 내일 쉴 수 있어요.”심효진은 알겠다며 머리를 끄덕였다.“난 또 주말 이틀은 다 쉬는 줄 알았어요.”“평상시엔 다
소정남이 이 시점에 온 걸 보니 전태윤은 아마도 서점을 떠나 회사로 돌아간 모양이다.“소현 씨는 태윤이가 예정 씨 남편인 걸 알더니 뭐라고 하던가요?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네요.”소정남은 사진을 찍고 곧장 전태윤에게 전송하지 않았다.어차피 성소현이 하예정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다시 처치하고 있으니 지금 이 사진을 보내면 전태윤은 그를 당장 회사로 불러들이고 본인만 병원에 달려가 아내를 챙겨줄 게 뻔하다.소정남은 이기적으로 생각했다.‘반나절만 내 시간을 가질 거야.’그는 일단 심효진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다가 회사에 돌아가 전태윤의 일꾼이 되기로 했다.‘내가 전생에 태윤이한테 신세 진 게 많아서 그래. 이번 생에 태윤이를 위해 수많은 일을 하면서도 달갑게 받아들이잖아.’“그저 태윤 씨가 예정이를 속여서는 안 된다고 질책만 했어요. 다른 건 딱히 없어요. 태윤 씨도 더 해명하지 않았고 해명할 것도 없었겠죠. 거짓말한 건 사실이니까요.”심효진은 소정남을 빤히 쳐다봤다.“당신들처럼 돈 많고 세력 있는 남자들은 작정하고 거짓말할 때 연기가 남우주연상 급이라니까요.”이들은 주로 딴사람들의 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충분히 갖고 있어 속은 사람은 계속 속고만 산다.일반인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숨길 능력이 없다.“효진 씨, 난 효진 씨를 속인 적 없어요. 내가 이사라는 신분으로 다가오는 게 싫다고 해서 전부 내려놨어요. 효진 씨 앞에서 난 한 치의 거짓도 없다고요.”심효진은 디저트를 한 조각 먹으며 말했다.“정남 씨는 이미 내 뒷조사를 깔끔하게 마쳤잖아요. 인제 와서 이사 신분을 내려놓았다고 해도 이미 나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있잖아요.”소정남은 배시시 웃었다.그는 어느덧 습관이 돼버렸다.한 사람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 바로 인맥을 동원하여 그 사람의 내막을 싹 다 캐낸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까.“요즘 뭐 새로운 가십거리 없어요?”심효진은 디저트를 한입 먹은 후 한 조각 더 집고는 박스를 소정남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도 함께 먹으라는 뜻이
소정남의 잘생긴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효진과 몇 번이나 데이트 약속을 잡고 함께 밥을 먹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여전히 그가 심효진에게 대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눈치다.아마 심효진의 엄마는 소정남이 심서준에게 밥 사주는 거로 생각할 듯싶다.여기까지 생각한 소정남은 말문이 막혔다.심효진이 전화를 받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어마마마께서 무슨 분부이신가요?”“장난 그만 치고 저녁에 일찍 돌아와. 너희 고모 집에 가서 밥 먹을 거야.”심효진이 경계하며 되물었다.“오늘 무슨 날이에요? 왜 고모네 집에서 밥 먹어요?”심효진의 엄마는 잠시 침묵하다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물었다.“예정이 지금 옆에 있어?”“아니요, 없어요.”“다행이네. 진우 돌아왔거든. 두세 날만 있다가 바로 간대. 걔 H시에 간 이후로 너희 고모 밤낮없이 그리워했어. 엄마는 다 그래, 멀리 떠난 자식 걱정뿐이지. 진우가 오랜만에 돌아왔다고 너희 고모가 우릴 집으로 초대했어.”심효진은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소정남을 힐긋 보다가 결국 질문을 건넸다.“엄마, 진우 돌아온 거 다른 뜻은 없죠?”전태윤과 하예정이 아직 화해도 못 했는데 바보 같은 동생 진우가 끼어들면 비참하게 죽을 게 뻔하다.어쨌거나 사촌지간이니 심효진은 진우가 너무 비참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고모 말로는 진우를 H시 계열사로 보내고 김씨 집안 도련님이란 신분을 숨긴 채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했다고 한다. 김진우는 절대 H시를 마음대로 떠날 수 없고 관성에 돌아오는 것도 사전에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걸쳐야 한다.고모는 진우의 은행카드를 전부 정지하고 용돈도 안 주고 차도 안 줬다. 돈을 쓰고 싶으면 열심히 출근해서 성실하게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했다.계열사에서도 진우에게 숙박을 제공하지 않아 반드시 셋집을 구해야만 했다. 매달 집세와 전기세, 수도세는 전부 그의 월급에서 지출해야 한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김진우에게 이보다 더 힘든 나날은 없었다.다만 그의 부모님은 이렇게 혹독한 방식으
김진우가 계속 하예정에게 집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효진의 엄마도 찬성하지 않았다.아무리 사랑해도 상대가 이미 결혼을 했는데 계속 집착하는 건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다!“아 참, 고모가 너한테도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줬으니 저녁 먹을 때 한번 만나. 이번엔 재벌 2세가 아니래. 네가 재벌가를 싫어하는 걸 알고 고모도 포기했나 봐.”사실 심효진이 도씨 사모님 생일 연회에서 바닥에 드러누워 이름을 날렸을 때부터 심미란은 효진이가 재벌가와 인연이 없다는 걸 깨닫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고모는 또다시 그녀의 결혼을 신경 쓰고 있었다.조카가 26살인데 남자친구도 없으니 고모가 대신 마음이 초조했다.심효진의 엄마도 조급한 건 마찬가지이니 시누와 올케는 만날 때마다 심효진의 선 자리를 의논했다.“네 고모가 말하길 오늘 밤에 네가 만날 사람은 고모네 회사 직원이래. 회사에서 일한 지 몇 년 됐고 네 고모부도 그 사람 성품을 잘 알고 있대. 전에 8년 만난 여자친구가 있는데 3개월 전에 헤어졌대. 네 고모부도 그제야 너희 두 사람 선 자리를 마련해준 거야.”심효진이 물었다.“8년이나 만났는데 왜 헤어졌대요?”“여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대. 딴 남자랑 결혼하려고 그랬나 봐. 아무튼 헤어진 건 확실해.”심효진은 그 여자가 8년이나 기다렸지만 결혼할 희망이 안 보이자 결국 마음 접고 딴 사람에게 시집간 거로 여겼다.“엄마, 나 소개팅하기 싫어요.”심효진은 고모가 소개한 남자를 거절했다.8년을 기다리고도 마음이 재가 되어 딴 남자에게 시집갔다고 하니 이 남자가 얼마나 매정할지 만나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그녀는 벌써 상대에게 호감이 떨어졌다.“그 사람 업무가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와 함께할 시간이 없었대. 그래서 여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야.”심효진의 엄마가 말했다.“고모부가 소개한 사람인데 나쁠 리 있겠어? 남자가 별로면 고모부도 네게 소개하지 않았을 거야. 소개팅도 하기 싫으면 대체 결혼은 어떻게 할 건데? 너 인제 26살이야!
한편 소정남도 제법 훌륭한 녀석이다.그녀는 매번 소정남이 심서준에게 밥을 사줄 때면 속으로 한탄했다. 만약 심효진에게 밥을 사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번졌다.소정남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아주머니, 저 위장한 거 아니고요 제가 바로 효진 씨 남자친구예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효진 씨에게 대시하는 중이라 제 여자친구가 돼주겠다는 확답은 얻지 못했어요.”심효진의 엄마는 문득 휴대폰을 내려놓고 지금 딸과 통화하는 게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녀는 귀까지 파고 나서야 휴대폰을 다시 귓가에 갖다 댔다.“너 진짜 소정남이야?”“네, 저예요, 아주머니.”“지금 효진이한테 대시하는 중이라고? 서준이가 아니라?”“아주머니... 저 취향 확고해요. 여자만 좋아한다고요.”그는 속으로 구시렁댔다.‘미래의 장모님이 될 분도 효진 씨랑 같은 생각이었어?! 어떻게 내가 서준 씨한테 호감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지?’웃기는 것은 심효진의 엄마가 이렇게 그를 의심하면서도 계속 제 아들과 만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이토록 오픈 마인드란 말인가?“난 또 네가 서준이한테 너무 잘해줘서 우리 서준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 안 그래도 항상 서준의 아빠랑 어떡하냐고, 우리 이러다 남자를 며느리로 삼는 건 아니냐고 걱정했었어. 서준 아빠는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낯빛이 확 어두워지셨어.”소정남은 말을 잇지 못했다.“아주머니.”그는 이마를 짚으며 해명에 나섰다.“저는 쭉 효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서준 씨한테 그토록 잘해준 것도 다 서준 씨가 효진 씨 친동생이라 미래의 처남에게 잘 보여 점수 따려고 그런 거예요. 제가 서준 씨한테 밥을 사줄 때마다 효진 씨가 항상 따라 나왔잖아요!”심효진의 엄마는 호탕하게 웃었다.“그랬구나, 그런 거였네. 서준이가 아니라니 다행이야. 나도 더는 남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 여보, 이리 와봐요. 좋은 소식 알려줄게요. 당신 아들 남자랑 결혼할 일 없으니까 인제 걱정 안 해도 돼
심효진은 이런 좋은 날들이 끝나갈 것을 생각하며 못내 아쉬웠다.통화를 끝낸 소정남은 휴대폰을 심효진에게 돌려주며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 같이 당신 고모 댁에 가서 식사하는데 내가 뭘 준비해야 하죠? 지금 내 컨디션은 어떤가요?”심효진은 디저트를 먹으며 그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 고모네 눈에는 가장 훌륭한 사람일 거예요.”전 씨 그룹의 이사이자 재벌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신분은 심효진의 고모가 가장 원하는 조카사위 감이다.절친 하예정이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과 초고속 결혼을 하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심효진의 어머니와 고모는 그녀 앞에서 하예정의 팔자가 좋아 관성에서 가장 우수한 남성을 남편으로 맞았다고 부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녀들은 하예정을 칭찬하고 부러워할 때마다 심효진을 쳐다보았는데, 그게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는 눈빛인지, 심효진은 다 알고 있다.“글쎄 내가 자기 자랑을 하는 게 아니고, 온 관성을 보아도 나보다 훌륭한 남자가 몇 명 없을 거예요.”“소 이사님께서 저를 좋아하시다니, 제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는가 봐요.”“그건 우리 둘이 전생에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이번 생에 만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이번 생에도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해요, 다음 생에도 만날 수 있게요.”‘누가 당신과 다음 생에도 만나고 싶대요? 얼굴엔 항상 웃고 있지만 실로는 무서운 사람이면서...’심효진은 결국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다음 생이고 뭐고 이번 생을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우린 아직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정남 씨는 벌써부터 엄마한테 그런 말을...”“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효진 씨 어머니와 고모가 계속 소개팅을 주선해 주실까 봐 그랬어요. 만약 당신이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난 어떡하죠? 그리고 정말 말하길 잘했죠, 그렇지 않으면 효진 씨 어머니는 내가 줄곧 당신의 동생과 사귀고 싶어한다고 오해하셨을거에요.”“콜록콜록!”과자에 사레들
“당신이 원한다면야 언제든지요! 그 집들과 가게들은 모두 우리 엄마 아빠 것이지 내 것이 아니에요. 엄마는 직접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나한테 심부름비를 백만 원 정도 주시며 집세 받는 거 도와달라고 한 거뿐이에요.”부모님의 돈은 언제나 부모님의 것이고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있어야 한다.“당신 고모가 식사를 같이하자고 요청한 것은 김진우가 돌아와서래요.”“진우는 그저 방학에 고모를 보러온 것뿐이에요. 다시는 예정이를 집착하지 않을 거니 당신과 전 대표님도 더는 김 씨 그룹에 손대지 말아요.”전태윤이 전 씨 그룹의 대표라는 사실을 안 후로부터 심효진은 모든 일이 이해되었다. 소정남도 무조건 김 씨 그룹에 손대는 일에 참여했을 것이다.소정남은 떳떳하게 말했다.“태윤이도 우릴 봐서 김 씨 그룹에 협력 중지 이유를 알려준 거예요. 아니면 어떻게 도산할지도 모를걸요.”‘우릴 봐서? 당신이 김 씨 그룹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잠깐! 그러니까 나때문에...’전태윤도 소문처럼 무정한 사람은 아니었다.“진우가 예정이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예정이가 전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마음을 접었어요.”심효진은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이 지난 후 고모는 김진우를 평범한 사원의 신분으로 H 시의 계열사에 보내기로 했는데, 카드도 용돈도 모두 다 끊었다고 한다.엄마의 강요하에 하예정을 보러 갈 수도 없고, 전화도 허용되지 않고, 서점에 찾아갈 수도 없어 그리움에 미칠 것만 같았던 김진우는 이런 자신을 H 시로 보내려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그 당시 김진우는 분노에 차 엄마한테 물었다.“엄마, 나는 이미 엄마가 말한 대로 다 했는데 뭘 더 바라시는 거예요? 날 꼭 그곳으로 보내야겠어요? 엄마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아요?”그 말에 심미란은 벌떡 일어나 아들의 뺨을 치려고 손을 치켜들었다가 결국은 그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아들의 마른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파 났다.더 사랑하는 쪽이 상처받기 일쑤라고...비록 하예정 때문에
김진우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엄마, 거짓말이죠? 나를 단념시키려고 일부러 나를 속인 거 맞죠? 예정 누나의 남편이 어떻게 전씨 가문의 도련님일 수 있어요? 저는...”그는 문득 하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후 그녀의 남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엄마는 너를 속일 필요 없어, 엄마도 안 지 얼마 안 됐어, 전 대표가 직접 우리에게 말한 거야. 네가 전 대표의 와이프한테 마음을 두고 있어, 전 대표가 우리 김 씨 그룹에 손을 댄 거야. 진우야, 너 계속 예정이한테 집착하면 우리 김씨 가문 전체가 너 때문에 궁지에 몰리게 될 거야.”심미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가문에 이익을 못 가져올지언정 발목을 붙잡지는 마.”“전태윤... 전씨 가문 도련님의 이름이 전태윤이에요?”김진우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전 대표가 하예정 누나의 남편이라니...“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전 대표의 이름을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한 거야. 하지만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중요한 것은 그가 예정이의 남편이라는 거다. 그의 신분과 지위, 권세를 떠나서, 그가 예정이의 남편인 이상, 너는 더 이상 예정이에게 매달려서는 안 되는거야.”“...”“예정인 남편이 있는 여자야, 네 집착은 결국 예정이한테 해만 줄 거야! 그래서 네 아버지랑 얘기해 봤어, 우린 널 H 시 계열사에 보내 경험 좀 쌓게 하기로 결정했어. 네가 경험을 쌓아서 우리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는 너 자신에게 달린 거야.”심미란은 한숨을 내쉬며 아들에게 일깨워 줬다.“진우야, 네 또래에 너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야.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네 것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될지도 몰라. 엄마도 알아, 네가 지금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는걸. 하지만 아들아, 긴 아픔은 짧은 아픔보다 못하다고, 너는 아직 젊고, 나이도 23살밖에 안 되었어. 앞으로 긴긴 세월 동안 너는 분명 예정이보다 더 좋은 여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