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힘껏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밀어냈지만 전태윤은 계속하려 했고 화가 난 하예정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장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이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태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예정은 분노가 차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를 째려보는 두 눈도 서서히 충혈되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전태윤은 자책하기 시작했다.‘내가 또 예정이를 화나게 했어, 예정이가 속상해하고 있잖아. 내가 부드럽게 다가가면 예정이도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장씨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박씨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씨 아저씨야말로 이 집안의 진짜 집사이지만 일이 있어 휴가를 낸 바람에 장씨 아저씨가 임시로 와서 집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젠 더는 버틸 수가 없으니 얼른 박씨 아저씨를 불러와야 한다.사모님이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게 웬 말인가!다들 전씨 일가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목격하는 일이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아내 사랑이 지극하여 결혼만 하면 부부의 감정도 안정적이고 더없이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가끔 작은 오해와 말다툼이 있지만 금세 해결되는데 사모님은 오늘 도련님의 뺨을 후려쳤다.“예정아.”전태윤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손 안 아파?”하예정은 힘껏 손을 빼내고 머리를 홱 돌리고는 눈을 살짝 비비더니 다시 전태윤을 노려봤다.“태윤 씨, 미안해요. 하지만 태윤 씨도 날 좀 존중해주면 안 돼요?”그녀는 자신이 화낼 때 전태윤이 강제 키스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니까.전태윤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하예정이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보고 눈이 발칵 뒤집혀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가 먼저 거짓말한 건 잘못된 일이지만 그녀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이혼합의서를 작성하니 전태윤도 점점 더 충동하게 되었다.“만약 바람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내게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떠난다고 했었죠.”이는 하예정이 애초에 한 말
장 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은 긴장한 분위기 속에 질식하는 것만 같았다.한참 후, 전태윤은 언성을 높여 분부했다.“사모님에게 충전기를 가져다줘!”“네”장 씨 아저씨는 얼른 하예정을 도와 충전기를 가져왔다.‘큰 도련님의 이 거동은 사모님을 보내주시겠다는 뜻은 아닐까?’사실 장 씨 아저씨도 속으로 큰 사모님을 집에 감금하는 것보다, 둘이 서로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사고하는 편이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장 씨 아저씨는 마음속의 말을 감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큰 도련님에게 있어 큰 사모님은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다. 큰 도련님은 혹시라도 큰 사모님을 놓아준 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그래서 이렇게 옆에 강제로 남겨두고 있는데, 부부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장 씨 아저씨는 충전기를 가져와 전태윤에게 건네주었다.전태윤은 충전기를 하예정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건네받는 순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걸했다.“예정아, 다시는 이혼에 관한 얘기 꺼내지 마, 제발.”하예정은 손을 뒤로 빼더니 충전기를 들고 몸을 돌려 핸드폰을 충전하러 갔다.그녀의 침묵은 전태윤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떠나려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는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 후에 이혼하려고 했는데, 만약 보통 사람이 자기 남편이 억만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뻐서 날뛸 것이 분명하다.전태윤은 아직도 하예정이 화를 내는 이유가 그가 그녀를 속여서, 믿지 않아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의 분노에 대한 그의 행동은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그는 입으론 해명하기는 하였지만, 행동으로는 그녀를 기절시키지 않으면, 못 떠나가게 일부러 키를 던졌고, 사다리도 던지며 온몸으로 그녀가 이 별장을 못 떠나가게 막고 있다.이것은 그녀를 감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의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불난 마음에 부채질하였고, 그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전태윤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부엌으로 들어가 하예정의 맞은편에 앉았다.전태윤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하예정의 그릇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녀는 그릇을 들고 피하였고, 그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돌려 집어 든 음식을 자신의 그릇에 놓았다.“예정아, 이것들은 모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야, 많이 먹어.”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하예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혼자 계속하여 먹었다.“당신 새우 제일 좋아하잖아, 내가 껍질을 벗겨줄게.”전태윤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새우 껍질을 벗겨 하예정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다른 새우를 집어 껍질째 먹었다.“....”와이프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딩동! 딩동!초인종이 울렸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기온도 차가운데 누가 이 시간에 방문한 거지?“제가 가서 문을 열겠습니다.”장 씨 아저씨가 직접 문을 열러 나갔다.별장 입구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눈에 익은 차량이 아니니 전씨 가문의 어르신은 아니었다.온 가족이 함께 하예정을 속였으니, 지금은 쑥스러워 찾아오지 못할 거다.가족들은 전태윤이 하예정의 용서를 구하는 데 실패하면, 그때 다시 대책을 상의할 생각이었다.“접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숙희 아주머니였다.그녀는 장 씨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장 씨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키를 꺼내 문을 열면서 물었다.“여긴 어떻게...?”“하예진 씨를 데려왔어요, 바로 큰 사모님의 언니분이세요.”하예정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가고 전원이 꺼져 연락할 수 없자 하예진은 못내 걱정되었다. 둘 다 고집이 센 부부가 어떻게 싸우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이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마침 하예정은 낮에 전 씨 그룹 입구에 차를 차 키째로 남겨두었고, 하예진은 동생을 도와 집으로 몰고 갔다가 그 차로 다시 이곳에 왔다.“큰 사모님께선 어떠세요?”장 씨 아저씨는 숙희 아주머니 뒤에 있는 차를
하예정은 놀란 얼굴로 언니를 쳐다보며 수저를 놓고 일어나 언니에게로 다가갔다.전태윤이 본능적으로 일어서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자, 그녀는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예정아...”전태윤은 와이프의 눈길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둘의 관계는 하룻밤 사이에 처음 만난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아니, 그때보다도 더 서먹하다.그는 결국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예정아!”하예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하예정은 언니를 부르며 언니의 품에 와락 안겼다.“우리 예정이...”하예진은 안쓰러워하며 동생을 꼭 껴안았다.“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 언니가 있으니...”“언니...”하예정은 애써 억눌렀던 감정을 더는 주체하지 못하고, 언니 품에 안겨 한바탕 울었다.전태윤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와이프가 우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녀에게 위로를 해주지 못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모두 그 때문이니...10분 후.두 자매는 나란히 앉았고 전태윤은 그 맞은편에 홀로 앉았다.“제부, 전 예정이를 데리러 온 거에요.”하예진이 단도직입으로 말했다.전태윤은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을 집에 붙잡아 두려 노력했다.“처형, 여기가 바로 예정의 집이에요. 우린 부부이고 내가 어디서 살면, 그곳이 예정의 집인 거예요.”“예정이를 친정에 잠시 머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처형, 우빈이를 데리고 여기로 이사 와요.”“...”“제부!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하예진은 표정이 엄숙해졌다.“지금 예정이를 이 별장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인가요? 지금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예정이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천만에요! 부부 갈등만 더 심해질 거예요.”“예정이는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난 예정이를 절대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어요!”전태윤은 단호하게 말했다.“전태윤 씨!”하예진은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언니, 됐어. 더 말
“처형, 전 예정이를 잃고 싶지 않아요, 절대 이혼할 수 없어요!”전태윤이 먼저 말했다.“처형, 저도 제가 계속 신분을 숨겼다는 걸 인정해요, 예정이에게 사기 친 것과 다름없죠, 예정인 다른 사람과 달라 내가 부자라고 해도 기뻐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예정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예정이가 화가 난다면 절 때리고 욕해도 돼요, 하지만 절대 떠나게는 할 수 없어요, 이혼은 불가능하다고요!”전태윤의 말이 끝나자 하예진이 입을 열었다.“제부는 예정이가 이 별장에서 나가면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정말 두려웠다.그녀가 이 별장을 떠나면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제부, 예정이는 내 친동생이에요. 우린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고, 나보다 예정이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예정이는 일에 부딪히면 움츠러들고 도망갈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피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용감하게 맞서야 해요.”“...”“예정이를 우리 집에서 며칠 동안 머물게 하면서 냉정하게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설사 이곳에 강제로 남겨 둔다 해도, 예정이가 한번 결정을 내리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거에요.”“...”“예전에 난 제부가 이 정도로 막무가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일로 당신의 본성을 알게 된 것 같네요. 예정이가 이런 제부를 좋아할지 않을지 한번 생각해 봐요. 손에 움켜쥔 모래는 꽉 잡을수록 더 빨리 새 나갈 거예요. 마찬가지로, 제부가 막무가내로 나갈수록 예정이는 더 떠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동안 당신들이 키워온 그 감정들은 제부가 이럴수록 더 빨리 소모되어 돌이킬 여지가 없어질 거예요.”“...”“제부는 자기 생각이 있는 예정이를 원해요, 아니면 제부 말만 듣는 예정이를 원해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감금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아무튼 잘 생각해 봐요. 그리고 얼음 좀
주우빈은 노동명의 손을 피하며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엄마를 찾았다. 하지만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더욱 심하게 울었다.“우빈아, 울지 마, 아저씨가 사탕 줄게.”노동명이 그를 달랬다.“싫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그럼, 아저씨가 바람개비 사줄까?”“바람개비도 싫어요, 엄마!!!”아이를 달래는 경험이 없는 노동명은 아무리 애를 써도 주우빈을 달랠 수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주우빈에게 건네며 달래보았다.“제발 울지 마, 자, 아저씨 휴대폰 가지고 놀아, 애니메이션 볼래?”주우빈은 손으로 그의 휴대폰을 밀쳤다.“싫어요!”머리가 아파 난 노동명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요즘 애들은 휴대폰만 쥐어주면 다 되던데...”다만 주우빈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하긴, 너무 어린 주우빈은 휴대폰을 사용하기에 적합하진 않지.그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노동명은 자기가 휴대폰으로 아이를 달래는 모습을 하예진에게 들킬까 봐 얼른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것은 남의 아이를 잘못 가르치는 것이다.멀리서부터 아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하예진은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얼른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엄마!”주우빈은 엄마가 돌아오자 울면서 달려갔다.하예진은 허리를 굽혀 주우빈을 안고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었다.“우빈아, 엄마 왔으니 울지 마.”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울지 마. 엄마는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온 거지 우빈이를 버린 것이 아니야. 옆에 노 아저씨가 계시는데, 뭐가 무서워.”‘아저씨가 무서운 거야!’노동명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예진 씨, 우빈이가 깨어나 날 보더니 엄마를 부르며 우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달랠 수가 없었어요.”그는 정말 아이를 달래는 경험이 없었다.“우빈이는 깨나서 내가 보이지 않으면 울어요, 예정이가 옆에 있으면 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절대 달랠 수가 없어요. 애 아빠조차도 달래지 못해요.”물론 주형인은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태윤이네 부부가 걱정된 것뿐이야.”노동명은 하예진이 오해할까 봐 솔직하게 말했다.“태윤이네 부부를 보러 갔었지? 어떻게 됐어?”노동명이 걱정되듯 묻자 하예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노 대표님은 전태윤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을뿐만 아니라 사이좋은 친구이기도 하죠? 간단히 비즈니스가 오가는 관계가 아니었네요. 노 대표님까지도 전태윤을 도와 거짓말로 우리를 속인 거네요.”“태윤이의 성격이 어떤지는 예진 씨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는 지금 예정 씨를 남겨두기만 하면 일이 해결될 거라고 고집하고 있어. 예정 씨가 그의 별장에서 나오려고 해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태윤인 이미 거의 지쳤고 예정 씨도 약간 포기한 것 같아.”노동명은 뭔가 친구를 위해 좋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말하려 해도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이 안 났다. 생각해낼 수 있는 좋은 말들은 이미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없이 했고 하예진에게서 물도 적지 않게 얻어 마셨다.“지금은 태윤이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야.”노동명은 전태윤의 그 못된 성격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태윤에게 며칠만 시간을 더 줘. 태윤이는 분명히 생각을 바로잡을 거야. 예정 씨를 그의 곁에 붙잡아 두면 둘수록 관계가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알아차릴 거야.”자신처럼 사랑이라곤 티끌만치도 모르는 사람도 아는 도리를 전태윤이 계속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노동명은 시간을 보더니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 씨, 나 먼저 가볼게, 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문 앞까지 바래다 드릴게요.”노동명은 하예진의 배웅을 거절하지 않았다.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노동명을 아래층으로 바래다주었다.“우빈아, 아저씨 간다.”노동명은 귀여운 주우빈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주우빈이 그의 손을 밀어내기 전에 그는 손을 뗐다. 주우빈이 화난 눈으로 쏘아보자, 노동명은 웃으며 차에 올라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노동명의 차가 보이지 않자
하지만 주형인 부부는 신혼 축하도 미처 하지 못하고 사장님의 전화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는 전 대표의 와이프에 관한 인터뷰를 보았다.하예정의 남편 전태윤이 전씨 그룹 대표라는 것을 본 그는 처음엔 아닐 거라 마음속으로 부정했지만 결국 사실이었다.서현주는 이 소식을 알았을 때 질투심에 미칠 지경이었다. 하예진이 한순간에 대표 와이프가 된 사실에 질투가 났다. 지난번에 이경혜가 하예진 자매의 친이모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서현주는 질투했었다. 그녀가 오후 내내 질투로 가득 찬 심정으로 있는 것이 주형인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하예정이 전씨 집안의 큰 도련님과 결혼한 것은 하예정의 일인데, 현주가 이렇게 질투하는 걸 보면 설마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예진아!”주형인은 드디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질책하는 말뿐이었다. “방금 그 남자가 노 대표야? 노 대표가 당신 집에서 나오던데 뭘 했어? 그 사람 당신한테 구애하고 있는 거야?”하예진은 최근에 살이 많이 빠졌다. 날씬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혼 전에 비해 많이 예뻐졌다.“어쩐지 지금 살을 이렇게 빨리 뺀다고 했어. 살을 빼서 예뻐지면 당신 여동생처럼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거야? 전에 부부였던 걸 봐서 내가 진심으로 말해주는데, 주제넘게 굴지 마. 노 대표는 네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재혼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영감한테 시집가도 다행인 거야. 나처럼 이혼하고도 젊고 예쁜 여자랑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예진의 표정은 차가워졌다.“나와 노 대표가 어떤 관계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이 뭔데? 내 일에 참견할 자격이라도 있어? 그래, 당신 참 대단해. 이혼해서도 젊고 예쁜 여자랑 결혼해 집에 데리고 갈 수 있어서. 그렇게 대단하면 집에 가서 당신의 젊고 예쁜 새 와이프를 찾을 것이지 왜 낼 찾아온 거야? 설마 서현주랑 결혼하고 나서야 그 여자가 나보다 못하다는 걸 알고 후회하는 건 아니지?”주형인은
이윤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방윤림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방윤림에게 물었다“방 비서,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으세요?”방윤림은 이은화가 이윤미에게 배정해준 사람이었다.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머문 순간부터 방윤림을 믿을 수 있고 그 또한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윤미가 앞으로 이씨 가문의 가주가 되지 못하더라도 방윤림은 그녀와 평생 함께할 것이며 다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이윤미는 여러 번 방윤림을 시험한 뒤에야 방윤림을 믿기로 했다.역시 방윤림은 특별 비서직을 맡기 위해 특별히 양성된 사람답게 정말 못 하는 것이 없었다.아주 유능한 사람이었다.이윤미는 이씨 그룹이 점점 못해지고 있지만, 선조들이 세운 훈련 기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훈련 기지의 책임자가 어디서 이렇게 대단한 아이를 찾아 기지로 데려와서 조금씩 유능한 비서로 양성했는지 모른다.문무를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아주 훌륭했다.방윤림은 비록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생긴 남자라고 칭찬받을 만큼 멋지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온 지 2년이나 되었지만, 이씨 가문의 비서를 양성하는 훈련 기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그녀는 이은화에게 물었지만, 이은화는 그녀에게 훈련 기지가 어디인지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훈련 기지를 담당하는 사람은 이씨 가문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고 가문의 사람들과 사적으로 교류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 알면 된다고 했다.전심전력으로 역대 가주들을 위해 최고의 특별 비서를 양성했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재무 보고서를 보았지만, 교육 기지에 돈을 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매년 이씨 가문에서는 큰돈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지만, 돈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한 적 없었다.이윤미는 그 돈이 바로 훈련 기지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지급되리라 추측했다.훈련 기지도 자급
한참을 울다가 이윤정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일어섰다. 그녀는 40만 원을 세어보더니 더도 말고 딱 40만 원이었다.과거에는 40만 원은 그녀의 눈에는 돈에 속하지도 않았다.그러나 지금 40만 원이라는 돈은 이윤미의 한 달 숙박비와 식비일 수도 있다.지금의 이윤정은 관성의 여운별도 더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여운별은 비록 용태호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친동생 여천우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 때문에 굶지는 않았다.그러나 이윤정이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성을 떠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이윤정은 돌아가서 그녀의 세 형수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했다.정군호 형제는 정군호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밖에서 내연녀를 두기 좋아했다.이윤정은 그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성질도 잘 알고 있었다. 정일범 형제 또한 이윤정에 대한 정도 깊었기 때문에 그녀가 조금만 꼬드겨도 금세 넘어올 것이다.그들 형제가 전부 이윤정에게 빠져들게 해서 세 형수님이 죽도록 화나게 하고 싶었다.어차피 이윤정의 몸은 이제 깨끗하지 않으니까.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정일범 형제와도 혈연관계가 없었다.그들이 이윤정에게 돈을 주고 그녀를 내연녀로 삼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면 조윤 일행도 기가 막혀 죽을 지경일 것이다.이윤정은 될 대로 되라고 중얼거리면서 병원을 떠났다.고급 병실의 거실 창문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윤미는 이윤정이 이은화를 쫓아다니며 해명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윤정은 큰 소리로 울며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이은화가 경호원에게 이윤정 손에 돈을 좀 쥐여주라고 하고 자리를 떠난 모습을 본 이윤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저 모습을 보니 아마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요.”이윤미 옆에 서 있는 방윤림이 이윤미의 반응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이윤미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 동의했다.“윤정이는 지금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건 바로 세 오빠일 거
“엄마, 누가 저와 아버지를 해쳤는지 알아요. 세 형수님이에요. 그 술은 큰오빠가 방에서 아버지께 가져다드린 술인데 큰오빠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분명 형수님들일 거예요. 엄마!”이은화가 차에 올랐다.이윤정이 앞으로 덤벼들었지만 차 문도 만질 수 없었다.운전기사가 차를 몰기 전에 이은화는 창문을 눌러 경호원들에게 이윤정을 풀어주고 이윤정이 가까이 오도록 지시했다.이윤정은 웃음 지으며 경호원을 물리치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엄마, 저 믿으시는 거죠? 제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에요. 엄마는 계속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느라 아직 조사할 시간이 없으셨겠지만, 집으로 돌아가셔서 조사하기만 하면 금방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이은화는 이윤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너와 군호 씨가 남의 계략에 빠졌다는 사실을 나도 알아.”이윤정이 더욱 기뻐했다.이은화의 아이큐로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하지만 뭐? 너희 두 사람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될 수는 없잖아.”이윤정의 희망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엄마.”이윤정의 눈시울이 바로 붉어졌다.그녀는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다.이윤정의 처음은 한 영감탱이에게 빼앗겨버리고 말았다.“넌 내 딸이 아니야. 네 몸에는 우리 이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도 않고 정씨 집안의 피도 없어. 넌 나와 군호 씨 딸이 아니거든.”“하지만, 저는 엄마와 아빠가 키운 딸인걸요. 한때 저를 소중한 보물로 여기면서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잖아요.”이은화는 피식 웃었다.“그건 우리가 네 친아버지한테 속았기 때문이야. 원망하려면 네 친아버지를 원망해. 날 원망하면 안 되지. 넌 시종 우리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일범이는 내 친아들이고 일범의 아내도 내 며느리야. 너의 형수님들이 널 모함했는데, 그래서 뭐? 나에게는 핏줄이 가장 중요해.”이은화는 이윤정의 창백한 얼굴을 무시하고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얘한테 돈 40만 원 줘서 보내. 얼른 가자!”이은화도 속으로 화가 났지만, 조윤과 이윤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정군호는 이윤미가 자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을 이었다.“영화도 좀 보고 쉬어야겠어.”이윤미는 아버지를 눕히고 싶어 했고 방윤림이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 대신 정군호를 눕혀 주었다.“아버지, 저와 방 비서는 거실에 있을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이따가 큰오빠도 오실 거에요.”정군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네 오빠가 왜 와? 네가 날 이틀 동안 돌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보기 싫어서 그래?”“큰오빠도 아버지 아들인데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는데 오빠가 와서 돌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제가 돌보기 싫은 것과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 아버지는 저 혼자만의 아버지가 아니잖아요.”정군호는 목이 메어 잠시 할 말을 잃었다.“네 오빠는 출근하시잖아.”“저도 출근해야죠. 제가 큰오빠보다 더 바빠요.”정군호가 또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이윤미는 이은화를 내세우며 계속해서 말했다.“엄마가 저 보고 병원으로 와서 아빠와 좀 이야기도 나누라고 했어요. 한 시간 뒤에 오빠가 오신다고 하셨고요.”정군호는 이은화의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군호는 이윤정의 정황을 묻고 싶었지만 감히 이윤미에게 묻지 못했다.이윤정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그녀는 지금 입원 병동 입구 근처에 숨어 대문을 바라보며 이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이은화가 나타났다!이은화가 경호원들과 함께 입원 병동을 나서자 이윤정은 재빨리 나타나 쏜살같이 달려갔다.이은화 곁의 경호원들도 만만한 실력이 아니었기에 이윤정이 다가오기도 전에 먼저 발을 내밀었다.다행히 이윤정은 반응이 빨라 경호원이 날린 발차기를 재빨리 피했다.“엄마, 나야. 윤정이.”이윤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이윤정이라는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윤정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엄마, 엄마!”이은화의 발걸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자 이윤정은 소리를 지르며 따라갔다.“엄마,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엄마,
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삼촌들의 삶은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계세요.”이윤미는 정군호가 정씨 집안의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이은화의 복수 수단을 두려워했던 정군호는 스스로 그 부분을 잘라 혼인 생활을 지키기로 했다. 앞으로 같은 침대에 있더라도 아무 짓도 못 하는 점에 대해 정군호도 받아들였다.조심했어야 했는데.“그럼 됐어. 윤미야, 비록 넌 네 엄마의 이씨 성을 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정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 앞으로 정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돼. 네 삼촌과 고모들도 너에게 잘 대해 주시잖아.”이윤미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분들도 지금 그들만의 일자리가 있잖아요. 그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안전하게 지내시기만 한다면 생활이 나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급한 일이 생기면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려야죠.”만약 이윤미가 도울 수 없는 일이라면 예외가 없을 것이다.정군호도 이윤미의 말뜻을 알아챘다.이윤미는 이은화처럼 매우 냉정하고 정씨 집안 사람들과 감정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정씨 집안에 가장 정이 깊은 사람이 바로 이윤정이였다.이윤정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정군호는 부드럽게 웃었다.“성실하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셔. 그리고 저의 사촌 형제들도 전부 성실한 사람들이지.”성실하거나 말거나 이윤미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씨 가문의 명목으로 함부로 행동하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이윤미는 남들이 그녀를 바둑판의 바둑알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아버지, 저도 알아요.”정군호는 이윤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방윤림을 힐끗 쳐다보았다. 정군호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고 그의 모습을 본 이윤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우리가 친부녀 사이인데 못할 말이 어디 있겠어요?”“윤미야, 사실 네 엄마 마음속에도 한 남자가 들어있어. 다만 그 남자가 자취를 감췄
정군호도 그럴 용기가 없었다.이은화는 자식마저 내쫓을 수 있는 사람인데 데릴사위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은화는 몸을 돌려 떠났다.이윤미는 이은화를 배웅해 주러 나가면서 정군호의 안부를 물었다.“넌 여기서 군호 씨랑 얘기를 나누고 있어. 한 시간 뒤에 너의 큰오빠가 오실 거야. 장남으로서 네 아빠를 돌보는 일은 일범이가 앞장서야지.”이윤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몇 마리 대화를 나누다가 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했다. 이윤미는 멈춰 서서 이은화가 경호들과 함께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돌아서서 병실로 돌아갔다.방윤림은 정군호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정군호도 방윤림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가주나 후계자 주변의 특별 비서들은 가문의 심복이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얕보지 못했다.이은화조차 방윤림에게 예의를 갖추곤 했다.“윤미야.”정군호는 이윤미가 돌아온 것을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딸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아버지, 기분이 어때요? 좀 나아졌어요?“이윤미는 정군호의 병상 앞에 앉아 예의를 갖추어 물었다.가장 친한 부모님이어야 하는데 이윤미는 친아버지를 손님을 대하듯 정중하게 대했다.친근해질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일주일 동안 입원한 정군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고 핏기가 없어 보였다. 적어도 열 살은 더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윤미도 정군호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신체적인 통증과 신체장애가 정군호의 마음을 심하게 괴롭힌 데다 병원에서 관리를 못 한 탓으로 그는 늙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래도 많이 나아졌어. 곧 퇴원하실 수 있을 거야. 네 엄마도 날 세심하게 보살펴 주셨거든. 매일 직접 밥도 먹여 주셨어.”정군호는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이은화는 확실히 매일 삼시 세끼를 직접 먹여 주었지만, 음식이 따뜻하든 차갑든 상관없이 정군호의 입에 쑤셔 넣었다.밥이 뜨거울 때는 정군호의 혀가 빨개질 정도로 뜨거웠고 차가울 때는 그의 마음마저 차가워질 정도로 차가웠다
20분 후, 두 사람의 차가 병원 주차장에 멈춰 섰다. 방윤림은 먼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이윤미의 차 앞으로 걸어갔다.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자 방윤림은 그녀의 물건을 들어주었다.이윤미는 아버지에게 영양제 두 박스와 과일 한 바구니를 사 왔다.“주세요. 무거워요.”방윤림은 이윤미가 과일을 들게 하지 않았다. 이윤미가 일반 여자들보다 힘이 센데도 말이다.그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사람으로서 힘이 더 드셌기에 과일 한 바구니를 들기에는 아주 거뜬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방윤림에게 과일 바구니를 들라고 했고 그녀는 한쪽 손으로 영양제 박스를 들었다.두 사람은 병원으로 걸어갔고 길을 가던 도중에 이윤미는 이윤정을 만났다. 이윤정이 구석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이은화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이윤미는 이윤정을 보았지만, 이윤정은 이윤미를 못 본 눈치였다.방윤림이 이윤정을 힐끗 보더니 이윤미에게 물었다.“쫓아낼까요? 가주님께서는 분명 윤정 아가씨를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이윤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내버려 둬요. 우리가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해도 윤정이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꿈을 꾸게 되는 법이죠. 꿈은 언젠가 깨질 텐데.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방윤림은 말을 잇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이윤정은 아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진료를 받거나 환자를 방문하는 사람일 텐데 누가 낯선 사람에게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이윤정은 강성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다들 삶을 위해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돈을 더 버는 것이 남을 관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이윤미와 방윤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정군호가 입원한 고급 병실에 도착했다.이은화의 경호원들은 병실 복도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고빈도 이윤미가 그녀만의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어쩐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니! 이윤미는 양부모 밑에서 잘 살지 못했지만 작은 풀처럼 굳세게 성장했다. 젊은 시절 이윤미는 그녀의 지력와 담력으로 그녀만의 상업 왕국을 만들어냈다.대단한 장사꾼이다.고현이 늘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아마 고현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하예진이 나타났기에 이씨 가문의 차기 후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이윤미가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유롭게 시집갈 수 있고 데릴사위도 데려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고현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아직도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했다.“누나, 알겠어. 그런데 윤미 씨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고빈은 일부러 귀띔해 주었다.그는 고현을 단념시켜 더는 그와 이윤미를 엮지 말았으면 했다.고빈은 이윤미의 능력을 감상할 수는 있지만, 남녀 간의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게다가 이윤미 곁에는 수호자 방윤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현은 동생을 보며 말을 건넸다.“윤미 씨 옆에 누가 있든 너와 무슨 상관? 내가 윤미 씨 곁에 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또 이 화제를 끌어들여? 혹시 네가 윤미 씨에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왜 윤미 씨를 언급할 때마다 그 일을 떠올려?”고빈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아니... 절대 아니거든!”고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빈을 바라보았다. 고빈은 자신이 누나가 파놓은 큰 구덩이에 뛰어들었다고 느꼈다.“누나, 난 정말 윤미 씨에게 관심 없어.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감상할 뿐이야. 그런데 내가 감상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고빈의 여성 지인들이 많이 언급되면 고현은 얼굴이 바로 어두워지곤 한다.“빨리 진정한 여자 친구를 찾아봐. 호영 씨가 고자질하지 않더라도 넌 계속해서 이렇게 빈둥거리면서 놀 수는 없잖아.”고현은 큰누나티를 팍팍 내며 고빈을 혼내고 있었다.고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여자
고현은 그 빨간 작은 상자를 들고 열어보더니 다시 닫으며 고빈에게 물었다.“이건 너의 여성 지인들을 달래기 위해 산 거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그녀는 그 작은 상자를 고빈에게 던져주었다.“난 이런 액세서리들이 부족하지 않아. 호영 씨가 요 며칠 동안 나에게 보석과 여자 옷, 그리고 하이힐 등을 미친 듯이 사줬거든.”고현은 여성 물건들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돈이 많으니, 마음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살 수 있었다.예비 시어머니도 귀한 보석들을 고현에게 많이 주셨다.단지, 그녀가 이런 여성 액세서리들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전씨 할머니도 그녀에게 몇 가지 귀중한 보석들을 주셨다. 할머니는 민국에서 태어나 집안이 부유했지만, 그 뒤로 몰락한 적이 있었고 또다시 부자가 되었다.어르신이 소장하고 있는 보석 중 일부는 골동품이었기에 매우 귀중했다.할머니는 몇 명의 며느리를 얻은 뒤로 그 며느리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었고 또 일부를 남겨두었다.원래는 손녀가 태어나면 대부분 물건을 주려고 했지만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하셨다.손자며느리가 생겨도 전씨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손자 며느릿감을 골라주시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소중한 보석 액세서리들을 선물했다.어르신은 돈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었지만 그녀의 창고에는 여전히 많은 액세서리가 남아있다.할머니는 앞으로 누가 그녀에게 증손녀를 낳아주면 큰 상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에 시집온 여자들은 희망을 품지 않았다.전씨 가문은 소문난 아들 천국이었다.몇 세대에 걸쳐 딸이 태어난 적 없었다.며느리들은 그녀들이 그렇게 운이 좋아 수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딸을 낳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지 않았다.고빈은 질투하며 말했다.“누나는 호영 형이 생기니까 이제 동생도 잊은 거야? 호영 형이 누나에게 준 선물은 호영 형의 성의이지, 내 마음이 아니잖아. 남매 사이에 내가 처음으로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받지 않으려 하니 너무 속상하다. 이 목걸이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