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녀도 전태윤을 사랑하지 않아서 아무렇지가 않다.하지만 이젠 사랑하게 되었는데 진실을 알게 되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요즘 들어 그가 늘 옆에 있어 주고 자상하게 챙겨준 걸 생각하면 하예정은 더 속상하고 화났다.‘나에 대한 자상함도 거짓이 섞여 있지 않을까? 이것도 다 속임수야? 아, 내 뒷목! 전태윤 이 나쁜 자식, 망할 자식! 목 아파 죽겠네.’정연 아주머니 일행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도련님은 애초에 사모님을 속였고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삼성 충전기 누가 갖고 있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충전기 좀 빌려주세요.”정연이 대답하려 할 때 옆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그녀를 툭 찔렀다. 그녀는 뒤늦게 눈치채고 하예정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삼성 휴대폰을 한 대 갖고 계시는데 사모님 그럼 도련님께 충전기 좀 빌려달라고 말해보세요.”하예정은 그들의 작은 꼼수를 놓칠 리가 없었다.전태윤의 허락 없이 그녀는 휴대폰 충전조차 할 기회가 없다.전태윤은 그녀를 이 별장에 가두고 아예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려는 속셈인가?이렇게 하면 그녀를 남겨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몸만 남아있을 뿐 마음은 절대 남겨둘 수 없다!하예정은 더는 도우미들과 말하지 않고 다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들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계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전태윤이 소파에 앉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았다.그녀의 발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재빨리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활짝 미소 지었다.“여보.”“여보라고 부르지 말아요!”하예정의 낯빛이 또다시 어두워졌다.그녀는 지금 전태윤 이 인간만 보면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지니 어쩔 수가 없다.“예정아.”전태윤이 호칭을 바꿨다.“배고프지, 얼른 가서 밥 먹자.”그는 자상하게 말하며 하예정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그녀가 매정하게 뿌리쳤다.하예정은 그를 스쳐지나 소파 앞으로 걸어가더니 다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차갑게 쏘아붙였다.“태윤 씨, 이건 내가
하예정은 힘껏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밀어냈지만 전태윤은 계속하려 했고 화가 난 하예정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장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이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태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예정은 분노가 차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를 째려보는 두 눈도 서서히 충혈되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전태윤은 자책하기 시작했다.‘내가 또 예정이를 화나게 했어, 예정이가 속상해하고 있잖아. 내가 부드럽게 다가가면 예정이도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장씨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박씨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씨 아저씨야말로 이 집안의 진짜 집사이지만 일이 있어 휴가를 낸 바람에 장씨 아저씨가 임시로 와서 집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젠 더는 버틸 수가 없으니 얼른 박씨 아저씨를 불러와야 한다.사모님이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게 웬 말인가!다들 전씨 일가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목격하는 일이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아내 사랑이 지극하여 결혼만 하면 부부의 감정도 안정적이고 더없이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가끔 작은 오해와 말다툼이 있지만 금세 해결되는데 사모님은 오늘 도련님의 뺨을 후려쳤다.“예정아.”전태윤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손 안 아파?”하예정은 힘껏 손을 빼내고 머리를 홱 돌리고는 눈을 살짝 비비더니 다시 전태윤을 노려봤다.“태윤 씨, 미안해요. 하지만 태윤 씨도 날 좀 존중해주면 안 돼요?”그녀는 자신이 화낼 때 전태윤이 강제 키스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니까.전태윤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하예정이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보고 눈이 발칵 뒤집혀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가 먼저 거짓말한 건 잘못된 일이지만 그녀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이혼합의서를 작성하니 전태윤도 점점 더 충동하게 되었다.“만약 바람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내게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떠난다고 했었죠.”이는 하예정이 애초에 한 말
장 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은 긴장한 분위기 속에 질식하는 것만 같았다.한참 후, 전태윤은 언성을 높여 분부했다.“사모님에게 충전기를 가져다줘!”“네”장 씨 아저씨는 얼른 하예정을 도와 충전기를 가져왔다.‘큰 도련님의 이 거동은 사모님을 보내주시겠다는 뜻은 아닐까?’사실 장 씨 아저씨도 속으로 큰 사모님을 집에 감금하는 것보다, 둘이 서로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사고하는 편이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장 씨 아저씨는 마음속의 말을 감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큰 도련님에게 있어 큰 사모님은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다. 큰 도련님은 혹시라도 큰 사모님을 놓아준 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그래서 이렇게 옆에 강제로 남겨두고 있는데, 부부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장 씨 아저씨는 충전기를 가져와 전태윤에게 건네주었다.전태윤은 충전기를 하예정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건네받는 순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걸했다.“예정아, 다시는 이혼에 관한 얘기 꺼내지 마, 제발.”하예정은 손을 뒤로 빼더니 충전기를 들고 몸을 돌려 핸드폰을 충전하러 갔다.그녀의 침묵은 전태윤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떠나려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는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 후에 이혼하려고 했는데, 만약 보통 사람이 자기 남편이 억만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뻐서 날뛸 것이 분명하다.전태윤은 아직도 하예정이 화를 내는 이유가 그가 그녀를 속여서, 믿지 않아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의 분노에 대한 그의 행동은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그는 입으론 해명하기는 하였지만, 행동으로는 그녀를 기절시키지 않으면, 못 떠나가게 일부러 키를 던졌고, 사다리도 던지며 온몸으로 그녀가 이 별장을 못 떠나가게 막고 있다.이것은 그녀를 감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의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불난 마음에 부채질하였고, 그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전태윤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부엌으로 들어가 하예정의 맞은편에 앉았다.전태윤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하예정의 그릇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녀는 그릇을 들고 피하였고, 그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돌려 집어 든 음식을 자신의 그릇에 놓았다.“예정아, 이것들은 모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야, 많이 먹어.”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하예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혼자 계속하여 먹었다.“당신 새우 제일 좋아하잖아, 내가 껍질을 벗겨줄게.”전태윤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새우 껍질을 벗겨 하예정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다른 새우를 집어 껍질째 먹었다.“....”와이프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딩동! 딩동!초인종이 울렸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기온도 차가운데 누가 이 시간에 방문한 거지?“제가 가서 문을 열겠습니다.”장 씨 아저씨가 직접 문을 열러 나갔다.별장 입구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눈에 익은 차량이 아니니 전씨 가문의 어르신은 아니었다.온 가족이 함께 하예정을 속였으니, 지금은 쑥스러워 찾아오지 못할 거다.가족들은 전태윤이 하예정의 용서를 구하는 데 실패하면, 그때 다시 대책을 상의할 생각이었다.“접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숙희 아주머니였다.그녀는 장 씨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장 씨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키를 꺼내 문을 열면서 물었다.“여긴 어떻게...?”“하예진 씨를 데려왔어요, 바로 큰 사모님의 언니분이세요.”하예정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가고 전원이 꺼져 연락할 수 없자 하예진은 못내 걱정되었다. 둘 다 고집이 센 부부가 어떻게 싸우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이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마침 하예정은 낮에 전 씨 그룹 입구에 차를 차 키째로 남겨두었고, 하예진은 동생을 도와 집으로 몰고 갔다가 그 차로 다시 이곳에 왔다.“큰 사모님께선 어떠세요?”장 씨 아저씨는 숙희 아주머니 뒤에 있는 차를
하예정은 놀란 얼굴로 언니를 쳐다보며 수저를 놓고 일어나 언니에게로 다가갔다.전태윤이 본능적으로 일어서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자, 그녀는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예정아...”전태윤은 와이프의 눈길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둘의 관계는 하룻밤 사이에 처음 만난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아니, 그때보다도 더 서먹하다.그는 결국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예정아!”하예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하예정은 언니를 부르며 언니의 품에 와락 안겼다.“우리 예정이...”하예진은 안쓰러워하며 동생을 꼭 껴안았다.“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 언니가 있으니...”“언니...”하예정은 애써 억눌렀던 감정을 더는 주체하지 못하고, 언니 품에 안겨 한바탕 울었다.전태윤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와이프가 우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녀에게 위로를 해주지 못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모두 그 때문이니...10분 후.두 자매는 나란히 앉았고 전태윤은 그 맞은편에 홀로 앉았다.“제부, 전 예정이를 데리러 온 거에요.”하예진이 단도직입으로 말했다.전태윤은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을 집에 붙잡아 두려 노력했다.“처형, 여기가 바로 예정의 집이에요. 우린 부부이고 내가 어디서 살면, 그곳이 예정의 집인 거예요.”“예정이를 친정에 잠시 머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처형, 우빈이를 데리고 여기로 이사 와요.”“...”“제부!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하예진은 표정이 엄숙해졌다.“지금 예정이를 이 별장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인가요? 지금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예정이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천만에요! 부부 갈등만 더 심해질 거예요.”“예정이는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난 예정이를 절대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어요!”전태윤은 단호하게 말했다.“전태윤 씨!”하예진은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언니, 됐어. 더 말
“처형, 전 예정이를 잃고 싶지 않아요, 절대 이혼할 수 없어요!”전태윤이 먼저 말했다.“처형, 저도 제가 계속 신분을 숨겼다는 걸 인정해요, 예정이에게 사기 친 것과 다름없죠, 예정인 다른 사람과 달라 내가 부자라고 해도 기뻐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예정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예정이가 화가 난다면 절 때리고 욕해도 돼요, 하지만 절대 떠나게는 할 수 없어요, 이혼은 불가능하다고요!”전태윤의 말이 끝나자 하예진이 입을 열었다.“제부는 예정이가 이 별장에서 나가면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정말 두려웠다.그녀가 이 별장을 떠나면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제부, 예정이는 내 친동생이에요. 우린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고, 나보다 예정이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예정이는 일에 부딪히면 움츠러들고 도망갈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피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용감하게 맞서야 해요.”“...”“예정이를 우리 집에서 며칠 동안 머물게 하면서 냉정하게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설사 이곳에 강제로 남겨 둔다 해도, 예정이가 한번 결정을 내리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거에요.”“...”“예전에 난 제부가 이 정도로 막무가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일로 당신의 본성을 알게 된 것 같네요. 예정이가 이런 제부를 좋아할지 않을지 한번 생각해 봐요. 손에 움켜쥔 모래는 꽉 잡을수록 더 빨리 새 나갈 거예요. 마찬가지로, 제부가 막무가내로 나갈수록 예정이는 더 떠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동안 당신들이 키워온 그 감정들은 제부가 이럴수록 더 빨리 소모되어 돌이킬 여지가 없어질 거예요.”“...”“제부는 자기 생각이 있는 예정이를 원해요, 아니면 제부 말만 듣는 예정이를 원해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감금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아무튼 잘 생각해 봐요. 그리고 얼음 좀
주우빈은 노동명의 손을 피하며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엄마를 찾았다. 하지만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더욱 심하게 울었다.“우빈아, 울지 마, 아저씨가 사탕 줄게.”노동명이 그를 달랬다.“싫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그럼, 아저씨가 바람개비 사줄까?”“바람개비도 싫어요, 엄마!!!”아이를 달래는 경험이 없는 노동명은 아무리 애를 써도 주우빈을 달랠 수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주우빈에게 건네며 달래보았다.“제발 울지 마, 자, 아저씨 휴대폰 가지고 놀아, 애니메이션 볼래?”주우빈은 손으로 그의 휴대폰을 밀쳤다.“싫어요!”머리가 아파 난 노동명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요즘 애들은 휴대폰만 쥐어주면 다 되던데...”다만 주우빈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하긴, 너무 어린 주우빈은 휴대폰을 사용하기에 적합하진 않지.그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노동명은 자기가 휴대폰으로 아이를 달래는 모습을 하예진에게 들킬까 봐 얼른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것은 남의 아이를 잘못 가르치는 것이다.멀리서부터 아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하예진은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얼른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엄마!”주우빈은 엄마가 돌아오자 울면서 달려갔다.하예진은 허리를 굽혀 주우빈을 안고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었다.“우빈아, 엄마 왔으니 울지 마.”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울지 마. 엄마는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온 거지 우빈이를 버린 것이 아니야. 옆에 노 아저씨가 계시는데, 뭐가 무서워.”‘아저씨가 무서운 거야!’노동명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예진 씨, 우빈이가 깨어나 날 보더니 엄마를 부르며 우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달랠 수가 없었어요.”그는 정말 아이를 달래는 경험이 없었다.“우빈이는 깨나서 내가 보이지 않으면 울어요, 예정이가 옆에 있으면 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절대 달랠 수가 없어요. 애 아빠조차도 달래지 못해요.”물론 주형인은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태윤이네 부부가 걱정된 것뿐이야.”노동명은 하예진이 오해할까 봐 솔직하게 말했다.“태윤이네 부부를 보러 갔었지? 어떻게 됐어?”노동명이 걱정되듯 묻자 하예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노 대표님은 전태윤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을뿐만 아니라 사이좋은 친구이기도 하죠? 간단히 비즈니스가 오가는 관계가 아니었네요. 노 대표님까지도 전태윤을 도와 거짓말로 우리를 속인 거네요.”“태윤이의 성격이 어떤지는 예진 씨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는 지금 예정 씨를 남겨두기만 하면 일이 해결될 거라고 고집하고 있어. 예정 씨가 그의 별장에서 나오려고 해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태윤인 이미 거의 지쳤고 예정 씨도 약간 포기한 것 같아.”노동명은 뭔가 친구를 위해 좋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말하려 해도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이 안 났다. 생각해낼 수 있는 좋은 말들은 이미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없이 했고 하예진에게서 물도 적지 않게 얻어 마셨다.“지금은 태윤이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거야.”노동명은 전태윤의 그 못된 성격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태윤에게 며칠만 시간을 더 줘. 태윤이는 분명히 생각을 바로잡을 거야. 예정 씨를 그의 곁에 붙잡아 두면 둘수록 관계가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알아차릴 거야.”자신처럼 사랑이라곤 티끌만치도 모르는 사람도 아는 도리를 전태윤이 계속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노동명은 시간을 보더니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 씨, 나 먼저 가볼게, 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문 앞까지 바래다 드릴게요.”노동명은 하예진의 배웅을 거절하지 않았다.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노동명을 아래층으로 바래다주었다.“우빈아, 아저씨 간다.”노동명은 귀여운 주우빈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주우빈이 그의 손을 밀어내기 전에 그는 손을 뗐다. 주우빈이 화난 눈으로 쏘아보자, 노동명은 웃으며 차에 올라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노동명의 차가 보이지 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