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명이 하예진을 전씨 그룹에 데려올 때까지 말이다.스쿠터에 배터리가 없어 길가에 서 있는 심효진을 만난 노동명이 심효진도 함께 태우고 왔다. 스쿠터는 자물쇠를 잠가 길가에 남겨두었고, 우선 하예정부터 달랠 생각이었다.“예정아.”하예진과 심효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예정에게 달려갔다.하예진은 아들마저 내버려 두고 말이다.그 덕에 노동명은 마침내 소원대로 주우빈을 안을 수 있엇다.엄마가 자신의 존재도 잊고 노동명 아저씨 차에 자기를 내버려 둔 채 달려가는 바람에 꼬맹이는 어쩔 수 없이 아저씨한테 안겼다. 그는 아저씨가 자기를 차에서 안아내려줄 줄 알았는데, 정작 차에서 내린 후에도 그 손을 놓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이모에게 다가갔다.하예정은 소정남과 전이진 때문에 전씨 그룹을 떠날 수 없었고 몸도 지쳤다.언니를 본 순간 서러움이 북받친 하예정은 언니 품에 와락 안겼다.“언니.”언니 품에 안긴 하예정은 억울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언니 여기 있어.”가슴 아파 난 하예진이 하예정을 꼭 끌어안았다.몇 분 동안 울던 하예정이 언니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언니, 집에 가고 싶어, 태윤 씨 집 말고 언니 집에.”하예진이 눈물을 닦아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집에 가자.”하예정의 손을 잡던 하예진은 그제야 노동명에게 안겨 있는 주우빈을 발견하고 급히 그의 품에서 주우빈을 받아안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제가 우빈이를 안을게요.”심효진의 말에 하예진은 심효진에게 주우빈을 넘겨주었다.“형수님!”전이진은 다시 한번 하예정 자매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러고는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 누나, 형님이 지금 회사로 오고 있어요, 형수님과 형님의 일은 그들 둘에게 맡겨 해결하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하예진이 차갑게 말했다.“둘째 도련님, 예정이는 지금 당신 형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비켜줘요. 당신들 전씨 가문과, 우린 감히 엮이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여동생을 데리고 전이진을 피해 앞으로 걸어갔다.초조해진 전이진이
하예정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그가 평소에 운전하는 그 현대 SUV는 그가 일부러 그녀를 속이기 위해 산 거겠지?그가 다닐 때면 지금처럼 호송 차량과 경호원 팀이 따라다니는데, 이것이야말로 큰 도련님이 다니는 방식이겠지!전태윤은 차에서 내린 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자매 앞에 다가간 전태윤은 미안한 표정으로 먼저 하예진에게 말했다.“처형,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예정이랑 단둘이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하예진이 동생을 바라보자 하예정이 차갑게 말했다.“우리가 더 할 얘기가 남았나요? 당신께선 높으신 전씨 가문 도련님이신데, 저 같은 소시민이 어찌 감이 넘볼 수가 있겠어요? 당신과 말할 자격도 없지요.”“예정아.”전태윤은 손을 뻗어 언니를 잡고 떠나려는 그녀를 잡아당겼다.하예진이 손을 떼고 동생에게 말했다.“예정아, 태윤 씨랑 얘기 좀 해봐. 어쨌든, 그에게 해명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하예정이 전태윤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전태윤이 그 손을 놓을 리 없었다.갑자기 화가 난 하예정은 미친 사람처럼 그를 때렸다.그녀의 분노를 묵묵히 참던 전태윤은 그녀가 지치자,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이런 결과가 두려워서 고백하지 못하고 있던 전태윤은 예준성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전태윤, 이 망나니 사기꾼! 이거 놔!”전태윤은 그녀를 꼭 껴안은 채, 그녀가 그를 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심지어 그녀에게 물려 통증이 느껴져도 여전히 그 손을 놓지 않았다.손을 놓으면 그녀가 그를 떠날까 봐 두려웠다.“예정아, 미안해, 미안해.”전태윤은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되뇌었다.그녀를 그렇게 오랫동안 속인 그는 정말 그녀에게 미안했다.그가 된감기에 걸렸을 때, 그녀에게 어떤 상황에서 그를 떠나는지 물었는데, 그녀는 만약 그가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바람을 피우고, 그녀를 수없이 속인다면 그를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또한 진짜 떠날 때는 말도 없이 떠들지도 않고 조용히 떠날 거라고 했다
산 정상 별장에 돌아간 후 전태윤은 하예정을 안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나 혼자 내릴게요. 안을 필요 없어요. 더는 날 터치하지도 말아요!”하예정은 포옹하려는 그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전태윤이 더는 건드리지 말기를 바랐다.결국 남편을 매정하게 밀친 후 그녀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이때 장씨 아저씨가 집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하예정을 보자 매우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금세 스스럼없이 인사했다.“사모님.”이에 하예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당신들의 사모님이 아니에요. 제가 어찌 감히 전태윤 도련님을 넘보겠어요!”그녀는 비난하는 어조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예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고개를 홱 돌리고 전태윤에게 말했다.“이래놓고 뭐? 혼자 산다고요? 태윤 씨는 이젠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네요. 어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날 속여요?”그의 연기가 너무 완벽하다 보니 단순한 하예정은 감쪽같이 속았다.‘다 내가 멍청해서 그래. 태윤 씨가 몇천만 원짜리 SUV를 타고 다니고 별장이 아닌 아파트에 사니 진짜 일반 직장인인 줄 알았어. 전에 나한테 자신이 만약 갑부라면 믿겠냐고 물은 적 있지? 그땐 아예 안 믿는다고 했어. 갑부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테고 난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지닌 것도 아니니 재벌 집 도련님이 나랑 결혼할 리가 없잖아!’애초에 초고속 결혼을 할 때 절친 심효진도 그녀에게 장난치듯 물었지만 하예정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재벌 집 도련님이 길거리에 널린 것도 아닌데 초고속 결혼으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효진에게 로맨스 소설 좀 그만 보라고 다그쳤었다.하지만 결국 하예정만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돼버렸다.전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그녀를 묵묵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하예정을 속인 건 사실이니 그도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하예정은 그를 날카롭게 째려보더니 장씨 아저씨를 스쳐지나 홀로 별장에 들어섰다.“도련님, 사모님께서 아시게 된 후 몹시 화나셨나 봅니다!”
하예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게 주방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집안에 들어오며 마침 주방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는 하예정을 묵묵히 지켜봤다.하예정은 요리할 줄 몰라서 라면에 달걀 한 개를 넣고 끓인 후 냄비 채로 들고 나왔다.전태윤을 본 그녀는 힐긋 째려보더니 공기 취급하며 식탁 앞에 앉아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전태윤은 그녀가 홧김에 단식이라도 할까 봐 걱정했는데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도 식탁 앞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예정아...”“입 닥쳐요! 밥맛 떨어지니까!”아내가 으름장을 놓자 전태윤 도련님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그는 지금 잘못을 저지른 입장이니 땅이 꺼지도록 머리를 숙여야 한다.그녀가 먹는 모습에 전태윤도 배가 고팠다.하지만 감히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자리를 비운 사이로 그녀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 배고픔을 꾹 참고 라면 먹는 그녀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하예정은 라면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수저를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예정아, 나 줘. 설거지 내가 할게.”전태윤은 얼른 그녀의 손에서 냄비를 뺏어왔다.하예정도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그가 설거지하겠다고 하니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고 주방을 나섰다.그녀가 밖에 나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전태윤도 시름 놓고 설거지하러 갔다.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설거지를 끝내고 그녀에게 과일까지 씻어서 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담아왔다.“여보.”“여보라고 부르지 말아요!”“예정아.”전태윤은 곧바로 호칭을 바꿨다.아내의 분노가 극에 달했으니 모든 걸 아내에게 맞춰야 한다.“과일 좀 먹어.”전태윤은 조각으로 자른 과일 그릇을 하예정 앞에 내려놓았다.“당신한테 배신당한 것만 생각하면 기가 차서 배가 저절로 부른데 과일이 넘어가겠어요?!”전태윤은 과일 그릇을 내려놓으려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탁자 앞으로 가져갔다.하예정은 라면 한 그릇 뚝딱 비웠으니 당연히 배부를 것이다.“미안해, 예정아
“난 애초에 태윤 씨가 재벌 집 도련님인 줄도 몰랐어요! 내가 뭘 노렸는데요? 우리가 처음 싸웠을 때 나도 바라는 게 있다고 똑똑히 말했었죠. 태윤 씨에게 집이 있으니 집 구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태윤 씨가 성숙하고 듬직한 데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 우리 언니가 만족하고 마음 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잖아요.”전태윤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알아. 넌 처형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랑 결혼한 거지 절대 내 돈을 노리거나 신분을 노린 건 아니야. 내가 오해했어.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예정아. 날 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아. 내가 한 잘못이니 무슨 처벌이든 달갑게 받을게.”전태윤은 끝까지 억울하단 말 한마디 없었다.하예정이 그를 째려봤다.“처음엔 너의 성품을 보려고 신분을 숨겼었어. 할머니가 한사코 너랑 결혼하라고 하니 네가 과연 내 평생을 바칠 가치가 있을지 알고 싶었어. 그래서 내 정체를 숨기고 일반인처럼 위장하며 너랑 함께 지냈었어. 지내다 보니 네가 참 좋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됐고 서서히 널 사랑하게 됐어.”전태윤이 하예정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그녀가 매정하게 뿌리쳤다.“미안해, 예정아.”하예정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처음엔 날 떠보기 위해서였고 나중에는요? 무려 4개월 동안 속였어요. 4개월 내내 나란 사람을 의심한 거예요? 인제야 내 성품을 인정하게 됐냐고요?!”“나중엔 감히 너한테 고백할 엄두가 안 났어. 네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날 떠날까 봐 너무 두려웠어. 난 널 잃고 싶지 않아.”전태윤이 다시 한번 손을 잡으려 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매정하게 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터프하게 그녀의 손을 확 잡아당겨 입가에 가져가더니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전태윤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의 눈가에 자상함과 미안함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예정아, 난 진짜 두려웠어. 여태껏 살아오면서 널 사랑하게 된 이후로 처음 그런 두려움을 느꼈어. 널 잃을까 봐 두렵고 네가
전태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손을 놓으면 그녀는 별장을 떠날 테고 둘은 더이상 만나기 힘들 것이다.그는 누구보다 하예정을 잘 알고 있다.“이거 놔요! 나 지금 태윤 씨랑 말하고 싶지도 않고 쳐다보기도 싫어요!”하예정은 그가 손을 안 놓아주려 하자 고개 숙여 그의 손등을 꽉 깨물었다. 다만 전태윤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화가 난 하예정이 잔뜩 흥분하며 그에게 발길질해댔다.전태윤은 발악하는 그녀를 강제로 품에 안고 머리 숙여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는 부드러운 키스로 그녀를 다독이고 싶었다.하지만 하예정이 그의 입술을 가차 없이 깨물었다. 전태윤은 곧바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하예정의 뒷목을 타격해 기절시킨 후 축 처진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쓱 닦고는 허리 숙여 이미 기절한 하예정을 안더니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예정을 침대에 눕힌 후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묵묵히 바라봤다.그녀가 화낼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예정아, 내가 다 잘못했어. 날 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으니 절대 날 떠나진 마. 난 너랑 이혼 못 해, 안 해!”그는 다시 몸을 숙여 그녀의 얼굴 곳곳에 잔잔한 키스를 남겼다.“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고 할머니한테서 걸려온 전화인 걸 확인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태윤아, 예정이 좀 어때? 많이 화났지?”“할머니는 아시면서 뭘 물으세요?”전태윤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너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속았으니 화낼 만도 하지. 네가 많이 양보해줘. 더 싸우지 말고.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예정이는? 내 전화 받아줄까? 이 할미가 널 위해 좋은 말 몇 마디 해주고 싶은데.”“할머니가 먼저 예정이를 속였다는 걸 잊지 마세요.”할머니는 살짝 마음이 찔린 듯 말을 이었다.“내가 속인 건 맞지만 너까지 속이라고 하진 않
“태윤아, 당황해하지 마. 할머니가 지금 바로 갈게. 너희 어디 있어?”할머니는 전태윤의 마음을 달랬다.손주 부부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건 할머니도 불가피한 책임이 있다.전태윤은 고함을 지른 후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말했다.“할머니가 오셔도 아무 소용 없어요. 우리 모두 예정이를 속였어요. 예정이는 우릴 볼 때마다 몇 개월 동안 감쪽같이 속아온 것만 떠올릴 거예요.”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 내가 진작 털어놓으랬잖아... 그럼 네가 알아서 방법을 찾아봐. 예정이 잘 달래줘. 전혀 소용없으면 며칠만이라도 진정할 수 있게 놔둬. 너무 다그치지 말고...”“예정이는 우리 집에서 반 발짝도 못 나가요!”전태윤은 지금 이 순간 여느 때보다 일방적이었다.할머니는 말문이 막혀 결국 묵묵히 전화를 끊고는 속으로 손주 녀석을 위해 기도했다. 전태윤이 일방적인 버릇을 못 고치는 한 하예정과 처음처럼 돌아가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할머니와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강일구 일행에게 전화해 분부를 내렸다.“내가 예정이한테 준비한 발렌타인 선물들 전부 우리 집으로 가져와. 그리고 장미꽃도 좀 더 사 와서 정원을 예쁘게 꾸며놔.”그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인터넷에서 기사가 신속하게 퍼져 흘렀고 경호팀도 사모님이 대노하실까 봐 줄곧 가슴을 졸였다.그리고 분노를 터트리는 사모님을 직접 목격하니 입이 쩍 벌어졌다. 사모님은 생각보다 도련님을 모질게 대했다.뭇사람들은 알콩달콩했던 이 부부가 어떤 파국에 치닫을지 몹시 걱정됐다.이때 문득 전태윤의 분부를 받으니 강일구는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는 도련님이 사모님을 잘 달랜 줄로 알고 홀가분하게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가서 도련님이 준비한 선물들을 가져올게요.”전태윤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빨리 진행시켜.”하예정이 곧바로 깨날 테니까.경호팀은 가장 빠른 속도로 전태윤이 아내를 위해 준비한 발렌타인 선물을 집안에 들여놓고 위층까지 가져왔다. 그들은 전태윤의 방문을 노크하고 침
“예정아.”전태윤은 아무 말 없는 그녀가 걱정돼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너 괜찮아?”‘내가 너무 심하게 기절시켰나? 바보 된 건 아니겠지?’“전태윤!”하예정은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며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더니 포효하는 사자처럼 전태윤에게 덮쳐들어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그리고 분노에 찬 욕설을 퍼부었다.“전태윤 이 나쁜 놈아, 너 진짜 나빠. 어떻게 날 기절시킬 수 있어?!”그녀는 뒷목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나쁜 자식, 날 사랑한다면서 기절시켜? 이건 분명 날 더 아프게 만드는 거잖아! 젠장, 이젠 당신이 하는 말 한마디도 안 믿으래. 지난 4개월 동안 네가 지어낸 거짓말 속에서 지내왔어. 너에 대한 믿음이 1도 없어!’“예정아, 예정아.”전태윤은 그녀에게 잡힌 목덜미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예정이 정말 자신을 기절시키고 도망이라도 칠까 봐 두려웠다.드디어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전태윤은 좀 전처럼 터프하게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예정은 그의 품에 안겨 꼼짝할 수 없었다.“예정아, 널 기절시켜서 미안해. 하지만 그땐 널 어떻게 남겨둘지 몰라서 그랬어. 날 떠나지 마 제발, 응? 맹세할게, 이젠 더는 널 속이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 예정아!”전태윤은 그녀가 없는 나날을 감히 상상할 엄두가 안 났다. 그때의 전태윤은 과연 어떤 몰골을 하고 있을까?“이거 놔요, 태윤 씨! 이젠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가 없어요. 내 앞에서 한 맹세 개나 줘버려요! 내게 수없이 맹세해놓고 번마다 속였잖아요! 내가 말했죠, 수없이 날 속이는 날엔 우리 무조건 이별이라고! 난 이렇게 거짓말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어떤 게 진짜 당신인지 모르겠어요. 어느 말이 진심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니까 날 그만 놔줘요. 안 그러면 당신 평생 용서 안 할지도 몰라! 감히 날 기절시켜? 기절을... 아파 죽겠네, 나쁜 자식. 항상 날 아프게만 하지.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