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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하예정에게 ‘삐돌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전태윤은 사무실에서 몇 시간이나 자고 나서야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두꺼운 외투를 덮고 있었는데 누군가 덮어준 모양이다. 그는 외투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밤 9시네.”

전태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렇게나 오래 잘 줄은 생각지 못했다.

테이블 위에 보온 도시락이 놓여있었는데 계열사 대표가 사 온 저녁이었다. 아무래도 그가 너무 곤히 자서 깨우지 않고 그냥 놓고 간 모양이다. 그가 덮고 있었던 두꺼운 외투도 계열사 대표가 덮어준 듯싶다.

전태윤은 자세를 고쳐잡고 몇 분 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차리려고 먼저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했다. 그러고는 몇 분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테이블 앞에 다시 앉은 그는 보온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밥과 반찬에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는 식사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임원들이 보낸 일에 관한 문자 말고도 남동생들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

모든 문자를 확인한 전태윤의 눈빛이 어두웠다. 하예정의 문자가 단 한 통도 없었기 때문이다. 숙희 아주머니는 분명 하예정의 화가 풀렸다고 했었는데.

지금 이 시각 가게에서 공예품을 만들 거나 언니네 집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내가 누군지도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전태윤은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카카오톡을 나오자 다른 메시지가 와 있어 무심결에 클릭했는데 숙희 아주머니가 보낸 문자였다. 숙희 아주머니가 오후에 보냈지만 너무 깊이 자는 바람에 알림 소리를 듣지 못했다.

「도련님, 사모님이랑 효진 씨 저녁에 술 마시러 술집 간대요.」

짧은 문자 한 줄이었지만 전태윤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그는 식사도 채 하지 않고 바로 숙희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숙희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도련님, 밖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고 핑계 대고 나와서 도련님 전화를 받았어요.”

숙희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도련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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