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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작가: 고능비
다만 살이 찐 이후로 모든 게 무너졌다.

아름다웠던 미모가 주형인의 손에서 전부 망가졌다.

“예진아, 그래서 넌 무슨 생각인데?”

주형인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녀에게 물었다.

“원하는 걸 말해봐. 최대한 들어주도록 노력할게. 헤어질 땐 좋게 헤어지자. 이 물건들 원본 파일 전부 나한테 줘.”

지금 그는 자산이 4억 가까이 된다.

하예진과 이혼 상의가 잘되지 않아 그녀가 소송이라도 걸면 증거까지 갖고 있기에 그녀에게 매우 유리해진다. 열세에 처한 주형인은 법원의 정상 판결대로 재산의 절반을 하예진에게 나눠줘야 한다.

게다가 그녀가 주형인이 리베이트를 받은 증거 자료를 그의 대표님한테 넘긴다면 해고까진 몰라도 사장직에선 틀림없이 물러나야 할 것이다.

바이어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 자체가 죄질이 상당하고 바이어를 도와 회사에 손해 가는 짓을 저질렀으니 위에서 조사하면 바로 들통나게 된다. 회사 대표가 홧김에 그를 해고하고 그의 만행을 널리 퍼뜨린다면 추후에 재취업하는 것도 곤란해질 듯싶다.

이는 앞날이 걸린 문제였다.

주형인은 자신의 앞날과 이익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 하예진이 아무리 미워도 고개를 숙이고 이혼 상의를 잘해야만 한다.

“당신 명의로 된 모든 재산, 나도 너무 많이 탐내진 않아. 딱 절반으로 갈라. 그건 내가 받아 마땅한 거야. 집과 차는 안 가질게. 그 대신 내게 따로 보상금을 줘.”

하예진이 조건을 제시했다.

“집 인테리어 비용도 사양할게. 내 돈으로 한 인테리어 내가 직접 거둬올 거야.”

주형인이 이혼을 허락하고 이혼 절차를 밟는 순간 그녀는 사람을 보내 그 집 인테리어를 전부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벽재까지 전부 부숴버리고 애초에 그가 이 집을 샀을 때의 모습으로 되돌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우빈의 양육권은 내가 가져. 당신은 달마다 양육비 60만 원만 내면 돼. 지금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거 다 알아. 우빈이는 당신 아들이기도 해. 이 요구 들어줄 수 있겠지? 우빈이가 18살이 되면 그땐 양육비를 안 줘도 돼. 우빈이 만나는 횟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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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형인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예진아, 내가 재산을 너에게 나눠주면 너 정말 그 증거 자료들 나 돌려줄 거야? 우리 대표님께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내가 받아야 할 부분만 받는다면 절대 널 향한 그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아. 약속해.”다만 하예정과 전태윤이 어떻게 나올지는 그녀도 장담하지 못한다.주형인은 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재산분할 조건은 네 뜻대로 해줄게. 하지만 우빈의 양육권은 너 못 줘. 우빈이는 우리 주씨 가문의 혈육이야. 엄마, 아빠가 우빈이를 엄청 중히 여긴다고. 나 절대 아이 양육권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주형인은 양육권까지 그녀에게 뺏겼다가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욕바가지를 들을까 두려웠다.게다가 어찌 됐든 우빈이는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마시다 남긴 주스를 그의 얼굴에 뿌렸다.“주형인, 뻔뻔스럽게 지금 나랑 우빈의 양육권을 뺏으려 해? 주씨 가문의 혈육? 네 부모님이 우빈이를 중히 여겨? 그 사람들 우빈이를 어떻게 대했는지 몰라서 물어? 애가 아직도 툭하면 울어. 얼굴에 멍 자국도 없어지지 않았어. 대체 너희 집안은 아이한테 얼마나 더 상처를 줘야 만족해? 우빈이가 너희 가족들한테 괴롭힘을 당해서 죽어야 만족하겠어?”주형인은 갑작스러운 주스 세례에 더없이 초라해졌다.그녀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를 것 같았다.옆에 있던 서현주가 재빨리 티슈로 그의 얼굴에 묻은 주스를 닦아주더니 하예진을 째려봤다.“서로 좋게 얘기하자더니 왜 주스를 뿌려? 양복까지 더러워졌잖아. 인제 어떡할래? 당신이 배상할 수 있어?”“이봐 서현주 씨,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돼?”하예진이 비난 조로 쏘아붙였다.“나랑 주형인 이혼 절차 밟기 전까진 이 사람 아직 내 법적 남편이야. 이 사람 것이 곧 내 것이라고. 대체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배상을 요구해?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서현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현주야.”주형인이 다정하게 말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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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주, 내가 형인이랑 이혼하면 너도 곧 결혼할 거야. 두 사람 아직 젊으니까 얼마 못 가 아이가 생기겠지. 그렇게 되면 주형인은 오로지 네 애만 이뻐할 수 없어. 부성애를 우빈이한테도 절반 나눠줘야 하거든.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설사 주형인이 우빈이를 부모님 댁에 보낸다 해도 그 집 부모님들이 우빈이가 안쓰러워 더 감싸고 돌 거야. 제 아들더러 우빈이한테 신경 더 쓰라고 다그치겠지. 그럼 네 아이는 차별 대우를 받게 되는 거야. 네 자식이 그런 서운함을 겪는 꼴 지켜볼 수 있겠어?”“만약 우빈의 양육권을 나에게 주면 주형인은 달마다 양육비 60만 원만 내면 돼. 다른 건 그 인간이 일절 간섭 안 해도 돼. 십여 년씩 우빈이 보러 안 와도 나 뭐라 안 해. 그렇게 되면 너랑 네 아이한테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어. 넌 종일 나랑 주형인의 아이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잖아. 우빈이를 볼 때마다 나랑 주형인의 과거가 떠오르겠지. 난 그 사람과 알고 지낸 지 12년 됐고 연애 7년에 결혼한 지 3년이 됐어. 네가 함께한 시간보다 훨씬 길어. 정말 하나도 신경 안 쓰여? 우빈의 양육권 나한테 넘기면 우빈이는 종일 네 눈 밑에서 뛰어다니지 않아. 어쩌면 주형인도 처음엔 애 보러 오다가 네가 임신한 후에는 슬슬 그 아이에게 관심이 쏠릴 거야. 네 아이는 온전한 부성애를 누릴 수 있겠는데 설레지 않아?”“그 인간 돈도 잘 벌어서 앞으로 번 돈은 전부 너랑 네 아이한테 쓸 거야. 얼마나 좋아? 우빈이가 만 18세가 되면 주형인은 더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돼. 그럼 너희들도 많은 돈을 아낄 수가 있겠지. 지금 아들 한 번 장가보내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너도 알지? 집도 마련하고 차도 마련하고 예식장도 다 예약해야 하니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액수야. 우빈이가 주형인을 따라가면 아마 아들 결혼 시키려고 집과 차를 장만해주려고 애쓸걸. 그건 즉 네 아들의 이익을 나눠 가지는 셈이잖아.”서현주는 한참 침묵한 후 하예진에게 물었다.“나한테 바라는 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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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그 인간 아직 너한테 푹 빠져 있어서 네 말이라면 들을 거야. 지금 가서 얘기해봐. 우빈의 양육권만 포기하겠다면 바로 회사에 반차 내고 우리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이혼 절차 모두 마무리해. 하루라도 빨리 싱글이 돼야 너도 얼른 시집가서 유진 테크 사장님 부인으로 거듭날 거 아니야. 유진 테크는 동종 업계에서 나름대로 잘 나가. 전망도 좋고 규모도 꽤 괜찮거든. 네가 사장 부인이 되면 회사에서 남들보다 한 수 위에 올라서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그 인간 앞으로 네 사람이라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오든 너 마음껏 쓸 수 있어. 둘이서 남 눈치 보며 몰래 피해 다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으란 말이야. 이 세상 어느 여자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당당하게 함께 있고 싶어 할 거야.”“주형인은 이제 막 서른 살인데 커리어가 높이 쌓였어. 일적으로 성과도 이루고 사업이 잘되는 편이라 너 그 인간 놓치면 아마 더 나은 사람 못 만날걸. 서현주, 너랑 주형인의 행복을 위해서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서현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넌 가게 사장님께 노트북 잠시 빌려서 이혼 합의서 작성해. 이따가 두 사람 서명하고 지장까지 찍은 후 바로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 절차 밟아. 난 지금 나가서 형인 씨더러 우빈의 양육권 포기하라고 설득할게.”“그래, 그렇게 할 순 있지만 재산분할부터 하고 내 계좌에 입금된 후에야 가정법원에 갈 수 있어. 두 사람 또다시 번복할지 누가 알아?”하예진은 바보가 아니다.주형인에게 단념한 후 그녀는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늘 손해를 입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서현주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는데 어느덧 오후 두 시가 다 되었다.속도를 다그쳐야 두 사람이 오늘 오후에 이혼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여기서 잠깐 기다려. 아니, 일단 가게 사장님한테 노트북 빌려서 이혼 합의서를 프린트해놔. 나 지금 바로 주형인 설득하러 갈게.”서현주는 주형인과 하예진의 이혼이 지긋지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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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5화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4화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3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2화

    도아영은 요즘도 이런 식으로 자식들의 혼사를 정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요즘은 연애와 결혼이 자유로운 시대인데 아직도 자식들의 혼사를 결정해 주는 집안이 있다고?’도아영은 곧바로 자기 집 안 어르신들을 떠올리더니 다시 묵묵히 조금 전의 의문을 거두어들였다.재벌 가문에서는 많은 혼사가 부모님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대부분 어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곤 한다.그들에게는 결혼의 자유가 많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익뿐이었다. 두 가문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으로 인해 두 회사에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느냐가 가장 관건이었다.“그럼 전이혁 씨 할머니께서 왜 저를 선택하셨어요? 저는 할머니를 본 적도 없는데.”도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녀는 전씨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아마 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도아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알아본 뒤에야 전이혁의 미래 아내로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전이혁에게 건네주며 도아영에게 구애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아직도 자주 돌아다니시니까. 우리가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죠. 다행히 할머니의 건강은 좋으시고 관리도 잘 되어서 겉으로 보기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전이혁도 할머니가 어떻게 도아영을 선택하셨는지 모른다.도아영만 궁금한 게 아니라 고현과 여운초도 전씨 할머니께서 언제 그녀들을 눈여겨보셨는지 궁금해했었다.“그래서 저를 알게 되었고 저를 쫓아다녔던 거예요? 전이혁 씨가 저에게 한 행동이 애정 공세가 아니라고 하면 당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죠?”전이혁은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인정해요. 제가 당신에게 구애했다는 것을.”전이혁은 도아영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든 면에서 그와 잘 어울렸으니까.하지만...“그런데 왜 한동안 사라지고 저를 무시했어요?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 작전이었던 거예요?”전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1화

    전이혁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너무 늦었다.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자리에 앉아서 몸만 돌려 옆에 앉은 도아영을 돌아보았다. 전이혁의 깊고 검은 눈빛은 도아영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했다.이때 도아영은 몸을 굽혀 천천히 전이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전이혁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아영이 어떤 향수를 뿌리는지는 몰랐지만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너무 좋았다.“전이혁 씨.”도아영은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말해봐요, 듣고 있어요.”그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대답했다.“제가 한 가지만 물을게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저를 대하는 거예요? 저에게 잘해주는 게 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예요? 저에게 애정 공세를 하면서 왜 또 저를 무시하는 거죠?”전이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한 가지 물음보다 더 많이 물어본 것 같은데.”잠시 침묵이 흐른 뒤로 전이혁이 말을 이었다.“저도 제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면 도아영 씨는 저를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죠?”그는 그녀에게 구애하고 싶었다.전이혁은 도아영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의 눈썰미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없었다면 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도아영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당당함, 대담무쌍함, 의협심, 기발한 성격, 고요할 때의 차분함과 활발할 때의 성격은 전이혁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그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바로 그 ‘여우 같은 여자' 말이다. 도아영 같은 재벌가 따님이 아니라.도아영의 아름다운 눈이 반짝이며 전이혁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전이혁을 내려다보았다.전이혁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순간 도아영의 동작과 표정이 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0화

    “예정 언니, 벌써 다 드셨어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가 좀 빨리 먹는 편이긴 하지. 평일엔 일이 바빠서 먹는 시간도 쪼개 써야 하다 보니 빨리 먹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도아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은 우빈의 손을 잡고 남편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로얄 스위트룸을 빠져나왔고 거기에 문을 닫아주는 센스까지 보였다.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도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다.전이혁과 도아영은 이 모든 것이 하예정이 그들에게 특별히 남겨준 기회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얄 스위트룸 안에는 전이혁과 도아영만 남았다.도아영은 와인잔을 들어 우아하게 음미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전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역시 피할 수 없었군.'전이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도아영 씨,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도아영은 대답 대신 잔을 기울이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정말 잘생겼어...'그녀는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실제로 본 전태윤도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인상에, 인사할 때 잠깐 마주친 뒤로는 도아영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오직 하예정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아내 바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태윤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달리 전이혁은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전태윤 앞에서 전이혁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단둘이 있을 때면 전이혁의 우수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도아영이 만난 남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다.전이혁이 잘해줄 때면 도아영은 그에게 정말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그녀를 소홀히 대할 때면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그를 한 대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애완견이야?'마음 내키면 그녀와 잠시 놀아주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는 그의 태도에 도아영은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전이혁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전이혁 씨, 왜 자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99화

    하예정은 두 사람 사이의 암투를 모른 척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좋은 술 두 병 시킵니다. 저는 임신 중이라 못 마셔요. 우리 배 속의 아기 건강 생각해서라도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거든요. 태윤 씨도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혁 도련님이 도아영 씨랑 같이 마실 수밖에 없네요. 도련님, 아영 씨를 잘 모셔야 해요. 저와 태윤 씨가 있으니 도련님이 취해도 괜찮아요. 저희가 책임질게요.”하예정은 도아영에게 윙크했다. 도아영은 슬쩍 OK라는 사인을 보내며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하예정은 그제야 도아영의 주량이 꽤 괜찮음을 눈치채고 안심했다. 하예정은 도아영이 전이혁에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술에 취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인데 도아영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니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술과 여러ㅓ 요리가 나오자 도아영은 직접 전이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자! 전이혁 씨, 건배하죠.”전이혁은 잔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도아영의 잔을 가져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 공복에는 술에 취하기 쉬워요. 이 술은 독해서 마실 땐 괜찮다가도 나중에 훅 가버릴 수 있어요. 먼저 요리들을 좀 드시고 또 국물도 한 그릇 드세요.”그 말과 함께 전이혁은 도아영에게 국물을 떠주었다.“국물부터 드셔보세요.”도아영은 평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전이혁이 떠준 거라 예의상 한 수저 떠먹었다.“하 대표님, 이 국물이 정말 맛있네요. 저 원래 국물을 잘 안 마시는데 이 국물은 진짜 맛있어요.”“그럼 많이 드세요. 우리 집은 항상 식사 때 국물을 준비하는 게 습관이에요.”하예정은 우빈에게도 국물을 떠주며 물었다. 식습관은 바꾸게 하기 어려운 법이다.도아영은 관성의 사람이 아니라서 관성의 식습관과 달랐다.국물을 마시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국물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니 그 국물이 정말로 맛있었던 모양이다.“몇 살이에요? 동갑인 것 같은데.”“하 대표님이랑 같은 해에 태어났어요. 제 생일은 연말이라 하 대표님보다 몇 개월 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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