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대로 가면 이판사판이야. 그러면 뭐 네게 좋은 점이라도 있을 줄 알아? 그때가 되면 넌 이 가게도 못 열어. 그리고 네 그 온라인 스토어도 우리가 사람들 사서 리뷰 테러해 줘? 아예 온라인 스토어 문 닫게 하는 수도 있어.""하예정 씨, 누가 예정 씨 가게 문을 닫겠다고 하고, 온라인 스토어에 별점 테러하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하예정을 찾으러 가게까지 온 성소현은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기도 전에 하지문이 허세 가득한 말투에 협박을 하는 것을 들었다. 성격이 그다지 좋지 못한 성씨 가문 아가씨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하예정은 지금 그녀의 연애 지도사라는 걸 모르는 건가?감히 그녀의 선생님을 협박하다니, 그건 이 성소현을 걸고넘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허세에 찬 뻔뻔한 사람들을 제대로 혼쭐낼 수 있었다.한 손에는 소희 카페에서 포장해 온 디저트 가득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차 키를 든 그녀는 턱을 치켜든 채 안으로 들어왔다.다른 사람은 성소현을 알지 못하지만 하지문은 성씨 그룹 휘하의 계열사를 다니는 데다 임원이기도 해 회사 연말 파티 때면 종종 멀리서 성소현을 몇 번 본 적 있어, 그녀를 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성소현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하지문의 안색이 돌변했다.그는 자신이 정직을 당한 채 아직도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는 본사 계정에게 그같이 뻔뻔한 사람을 회사에 남겨두면 언젠간 해가 될 거라고 하며 본사에 그를 해고하라고 직멘을 날렸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가장 큰 이유는 그의 게시글이 인기글이 되며 성소현과 전태윤의 스캔들에 관한 화제성과 이슈를 덜어갔기에 성소현에게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다.지금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의 직원들 중,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푹 빠져 공개적으로 열렬한 구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아, 아가씨."얼른 얼굴에 미소를 띈 하지문은 마치 꼬리를 살랑이는 강아지마냥 다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
전화 너머의 성기현 이 귀한 동생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는 어이가 없어져 물었다."하지문이왜 또 널 화나게 한 거네?""하예정 씨는 내 친구인 데다 연애 선생님인데 이 사람이 내 연애 상담사를 노리고 있잖아, 무슨 예정 씨 가게 더는 못 열게 하겠다고 하고 사람들 불러서 하예정 씨의 온라인 스토어도 열지 못하게 한대. 이건 딱 나를 노리는 게 맞잖아?""저 사람들 가족이 저지른 일이 어디 사람이 할 짓이야? 우리 성씨 그룹에 이런 임뭔이 있다고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았잖아. 정말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일이야.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시커매.""…"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성기현은 막무가내인 동생에 말문이 다 막혔다.아란 회로판의 사장은 본사에게 하지문이 확실히 능력이 있는 사람인 데다 아란 회로판에서 아주 작은 직원으로 시작해 부사장인 지금까지 차근차근 밟아왔다고 말했다.아란 회로판의 사장은 하지문의 가정일로 능력 있는 직원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한창 화제일 때에 하지문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을 했던 것이다.성소현의 말을 들은 하지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드디어 깨달았다. 하예정의 뒷배는 심효진이 아니라 성소현이었다.어쩐지, 심효진의 가문은 재개발로 부자가 된 터라 별다른 권력은 없어 그들 일가족을 이렇게 처참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소현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성소현의 신분과 성씨 가문의 지위를 생각하면 그녀에게 충분히 그들 일가족을 망칠 힘이 있었다."아가씨…""그 입 다물어, 당신 말 듣고 싶지 않아. 속이 시커메서는! 온 집안이 예정 씨 부모님의 사망 배상금으로 대박나놓고 예정 씨 자매를 괴롭히다니. 당신들은 예정 씨 부모님이 야밤에 찾아갈까 봐 겁나지도 않나 봐?"성소현은 평소에 자주 제멋대로 구는 탓에 관성 상류사회에서는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설령 하예정과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그는 하지문
성소현이 내다 버린 과일 바구니도 하지명은 죄다 챙겨서 가져갔다.과일 바구니 하나에 값이 얼만데, 가져가서 자기들이 먹는 한이 있어도 하예정에게 줄 수는 없었다.그 모습에 하예정은 침을 퉤 뱉었다. 그깟 과일 누가 못 먹어봤나.큰형의 차를 타고 온 하지문은 차에 타자마자 얼른 자신의 상사, 장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전의 일에 대해 해명했다.다만, 장 사장은 이미 본사의 통보를 받아 하지문이 해명을 끝내기도 전에 안타깝다는 투로 말했다."지문아, 너와 네 동생 사이의 갈등은 아주 간단해. 해결도 아주 쉽고, 그냥 가서 사과하고 충분한 성의를 보여주고 그다음에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다면 그 두 동생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네티즌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모습에 더는 물고 늘어지지 않을 거야.""하지만 넌 어떻게 했어? 이렇게 오랜 정직 기간 동안 이 일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불만 더 지피고 있잖아. 아가씨를 화나게 하다니, 본사 쪽에서도 너에게 몹시 실망했어. 언제 시간 내서 회사에 인수인계하러 와. 당분간은 다른 직장도 찾지 말고. 아가씨를 화나게 했으니 관성에서 다시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을 거야.""사장님, 사장님, 저…"장 사장은 전화를 뚝 끊었다.하지문은 분이 치밀어 휴대폰을 다 내던지고 싶었다.하예정과 성소현의 사이가 이렇게 좋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그 몇 마디의 협박을 성소현이 듣게 될 줄은 더더욱 예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명은 운전을 하며 사촌 동생에게 물었다."돌이킬 여지는 없는 것이냐?""회사로 인수인계하러 오래. 게다가 장 사장이 나더러 성소현이 막을 테니 당분간은 일도 찾지 말래."하지문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하지명도 몹시 화가 치밀었다.왠지 그 성소현이라는 아가씨는 제멋대로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에게 뻔뻔하다고 하다니, 그러는 그녀는 뭐가 잘났다는 말인가?그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에 불과했다.한참이 지나
하지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예정은 말은 의하면 이번 일로 그들 모두의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그들은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거고, 숙이더라도 완전히 숙이지 않을 것이며 올때 마다 하예정을 화나게 할 것이다.결과는 장 사장님이 말했듯이 아주 간단한 일인데, 그들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서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었다."하예정과 소현아가씨는 어떻게 알게 된 건데? 연애 코치는 뭔데?"하지문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소현아가씨는 전씨 가문의 도련님을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아마 하예정이 소현아가씨한테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구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같아. 전씨 가문 도련님이 하예정이 뒤에서 소현아가씨를 도와 계획을 세워 도련님 주변을 맴돈 것을 알면 하예정이 재수가 없네.""내 말은, 그 두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건데? 소현아가씨는 재벌이니, 도리대로라면 두 사람은 한평생 알지 못한 건데."하지명은 하예정이 성소현과 아는 것이 부러웠고 성소현에게 보호받을 수 있었다.성소현이 성씨 그룹에서 근무하지 않았지만 성소현은 상씨 집안의 영애였다. 그거면 충분하다, 또 성소현의 오빠는 관성에서 최고의 사장 중 한 명이었다."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누가 알아, 나 갑자기 하예정을 대처하는 방법이 생각났어. 하예정과 소현아가씨의 관계를 망칠 수 있어."하지명의 너무 멍청하지 않아서 말했다. "네가 전씨 가문 도련님한테 가서 고자질할거야? 근데 네가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수 있어? 듣기론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려면 예약을 해야한다고 하던데 예약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또 층층이 선별을 거쳐야 하고, 또 그분의 심사를 통과해야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수 있어.""오래 일한 많은 전씨 그룹 직원들도 전씨 가문 도련님을 본 적이 없다고 들었어."재벌 전씨 가문의 도련님은 일반 장사꾼들의 눈에는 하늘의 신 같은 존재이며 그의 소문만 들을 수 있었고 전씨 가문 도련님을 실물 볼 기회가 없었다.하지명은 이 기회에 전씨 가문
"성소현 시, 예정아. 두 사람 이야기 나눠요. 난 우빈이 데리고 마트 다녀올게요."냉장고에는 성소현이 보내준 해산물이 아직 한가득 남아 오늘도 여전히 해산물 파티를 할 수 있었지만 재료가 딱 몇 개 모자랐다.말을 마친 뒤, 심효진은 곧바로 주우빈을 안고 가게를 나섰다.주우빈이 심효진에게 안겨 떠나면서도 계속 고개를 돌려 성소현을 쳐다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예정 씨, 예정 씨 조카 너무 귀여워요.""장난꾸러기죠.""요즘 애들 다 그렇죠, 뭐. 다음에 올 때 조카 장난감 좀 사 올게요.""성소현 씨, 괜찮아요. 우빈이한테 장난감 엄청 많아요. 저희 남편도 엄청 많이 사준걸요."성소현이 곧장 대답했다."당신들이 산 건 당신들 거고 제가 산 건 다른죠. 전 저 녀석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엄청 엄청 많은 장난감 사줘야겠어요. 제 조카였다면, 제게 하늘을 떼어낼 재주가 있다면 하늘도 다 떼어서 가지고 놀라고 했을 거예요."하예정은 속으로 성소현은 아이를 몹시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심효진이 주우빈을 데리고 나간 뒤, 하예정은 우선 주방으로 들어가 밥부터 올린 뒤 성소현에게 물었다."소현 씨, 점심에 여기서 같이 먹을래요? 그냥 일반 가정식이에요. 입맛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라면 저도 여기서 먹고 가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네요."하예정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몹시 자신이 있었지만 성소현이 자신이 만든 일반 가정식을 잘 먹을 거라는 확신은 서지 않았다.성소현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다음에요. 저 아침에 길에서 도련님 기다렸는데 못 만나서 조금 있다가 관성 호텔에서 기다릴 생각이에요. 매일 그곳에서 식사하거든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화이팅해요. 하루빨리 전씨 가문 도련님을 손에 넣을 수 있길 바랄게요.""네, 저 엄청 노력 중이에요."전태윤이 화제에 오르자 두 여자는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다.그리고 그때, 밖에서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전씨 가문 여사님의 차였다. 물론 가난한 척하는 전태윤의 장단에 맞춰주려고
"볼일 보거라."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를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통화를 마친 뒤,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전태윤은 검은색 회전의자에 몸을 기댔다. 오른손은 의자 손잡이에 올린 뒤 턱을 괸 그는 턱을 매만졌다. 살짝 꺼슬거리는 것이 수염을 깎을 때가 되었다.성소현과 그의 아내는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아야 하지 않을까?두 사람이 이대로 계속 나아가다 친구가 되면 나중에 그가 하예정에게 정체를 밝혔을 때, 하예정이 사실은 연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성소현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그리고 화를 참지 못해 하예정에게 보복을 할 수도 있었다.그가 있는 한, 성소현이 하예정을 해치게 둘 리는 없었다.전태윤은 그저 생각할 뿐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자신이 아내를 지킬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성소현을 무서워해야 한단 말인가?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면 지내는 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성소현과 친하게 지내는 건 하예정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성소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그가 뒤에서 무엇을 하든 사람들은 성소현을 떠올릴 테니, 그가 정체를 숨기는 것에도 도움이 됐다.전태윤은 그가 하예정의 친구 관계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이미지가 저희랑은 맞지 않는 것 같군요, 다른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하예진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면접관인 날씬한 여자는 이력서를 돌려주었다. 그녀를 보는 두 눈에는 업신여김이 담겨 있었다.순간 멈칫한 하예진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그 여자가 건네는 자신의 이력서를 받았다.면접을 이렇게 많이 봐봤지만 이번 면접관이 가장 직설적이었다. 대놓고 자신들과 이미지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하예진이 응시한 자리는 재무팀의 일반 사원 자리였다. 한때 재무팀장까지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미 요구 조건을 최대로 낮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을 당했다.자신의 이력서를 움켜쥔 하예진은 애써 미소를 쥐어 짜내며 면접
"이렇게 뚱뚱해서는, 나중에 남편이 당신이 못생겼다고 몰래 젊은 여자 만나면 그때 가서 울지나 마요."그 말은 하예진의 아픈 데를 콕 찔렀다. 그녀가 다급하게 일자리를 찾는 이유가 바로 남편이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바람을 피우고 있어, 아들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요구 조건을 낮추고 또 낮춰 일반 사무직에도 응시를 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무시와 조롱과 모욕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한 번만 더 뚱뚱하다고 말해 봐!"면접관은 사무실 책상을 빙 둘러 하예진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밖으로 밀며 입으로는 인정사정없이 욕설을 이어갔다."뚱뚱한 게, 뚱뚱해서는, 뭐요. 몇 번이고 다시 말할 수 있어요. 당장 나가요!"하예진이 뚱뚱해서 좋은 점은 바로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을 때면 면접관은 밀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사과해요. 이 사과, 반드시 받아내야겠어요. 사과하기 전까지, 안 갈 겁니다!"면접관은 그 말에 화가 치밀었다. 곧장 등을 돌려 책상 앞으로 간 그녀는 내선 전화기를 들어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경비원에게 하예진을 쫓아내라고 말했다.이내, 경비 두 명이 도착했다.남자는 힘이 조금 더 센 데다 두 명이기까지 해,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하예진을 밀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이거 놔요! 전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저 여자가 절 모욕했다니까요!"하예진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내내 일자리를 찾지 못한 다급함과 남편에게 배신을 당한 결혼 생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마치 하나의 불덩어리가 된 듯 하예진의 마음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지금 몹시 흥분하고 있었고 몹시 격분하고 있었다.그녀는 뚱뚱해 힘도 세,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자 경비원 두 명도 그녀를 어쩌지 못했다.면접관은 그 모습을 보자 면접실로 들어가 남직원 몇 명을 불렀고, 그들에게 경비를 도와 하예진을 끌고 가라고 지시했다.여러 남자들이 힘을 합친 끝에 하예진은 사무실 빌딩 밖으로 밀려났다."대체, 무슨 일이지?"클라이언트와 함께 사무실 빌딩으로
"당신 회사라고요?"하예진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의심을 거두었다. 회사 이름도 이씨 그룹이지 않은가.전태윤은 이동명이 그들 회사의 중요한 클라이언트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이동명이 이씨 그룹의 대표이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이씨 그룹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그녀는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어, 이씨 그룹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동명과 이씨 그룹 대표이사를 연관 짓지 않았었다."이동명 씨, 저도 이 사달을 내고 싶지 않아요. 저 면접 보러 왔는데, 당신네 면접관이 제가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너무 뚱뚱해서라네요. 저의 몸매에 온갖 차별을 하고 있어 홧김에 몇 마디 했더니 아예 저보고 뚱뚱한 것이라고 하면서 나가라고 하더군요.""이동명 씨, 이 이씨 그룹도 관성에 유명한 대기업 중 하나라 전 당신네 이씨 그룹 직원은 몹시 교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군요.""대표님, 저…"얼른 가까이 다가가 해명을 하려던 조아영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동명의 시선에 감히 더 말을 잇지 못했다.이동명이 하예진에게 물었다."어느 부서의 면접을 본 겁니까?""재무팀 사무직이요. 전 예전에 재무팀장까지 한 적 있어 관련 경력은 충분해요."이동명은 그녀의 손에서 이력서를 받아 살펴본 뒤 말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조금 있다가 답을 주죠."말을 마친 그는 미안한 기색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말했다."도 대표님, 작은 문제가 생겨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VIP 접견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그런 뒤 비서에게 도 대표를 모시고 가라고 눈짓했다.이동명은 사무실 빌딩 밖으로 나와 자신의 절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가 전화를 받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태윤, 나 네 처형 또 만났어. 우리 회사로 면접 보러 왔는데 우리 회사 면접관과 다툼까지 생겨서 하마터면 경비원들에게 쫓겨날 뻔했어.""…"전태윤은 뭐라고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의 처형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노동명은 하예진 모자한테 진심으로 잘해줬고 그는 우빈이를 자기 자식처럼 여겼다.그녀가 노동명을 거부하고 재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단지 재혼하면 다시 불 구덩이에 빠질까 봐 걱정됐고 또한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노동명은 그녀를 도와 모든 장애물을 제거했다. 노씨 가문은 그녀를 받아들였고 그녀가 노동명과 결혼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다. 우빈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더더욱 필요가 없었다. 노동명은 친아빠인 주형인보다 우빈이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만약 그녀가 다시 결혼한다면 노동명이 가장 적합한 후보일 것이다.“동명 오빠도 언니한테 피해 줄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언니한테 피해보다 행복을 주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언니가 좀 더 기다려줘. 동명 오빠가 곧 일어설 거라고 난 믿어.”“알아. 그래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 사람을 기다릴 거야. 기다리는 동안 내 사업도 열심히 발전시키는 중이야.”지금의 그녀는 관성의 3대 재벌 가문의 투자, 후원 및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익보다도 그 속에서 얻은 경험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언니 화이팅! 우리 언니가 최고야. 난 항상 언니가 자랑스러워.”하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가 많이 힘낼게.”“언니, 수다 그만 떨고 얼른 잠 좀 자.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안 알려주면 걱정만 할 테지만 알려 주면 적어도 우리가 해결 방법을 같이 생각하고 모두가 같이 부담하면 훨씬 더 편해지잖아.”“그래 알았어.”자매가 통화를 마친 후 하예진은 계속 자려고 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그녀는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뭐 좀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이 시간에 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 하예진은 여전히 머리가 아파서 캐리어에서 진통제를 꺼냈다. 그녀는
모연정네 다섯 식구는 저녁에 전용기를 타고 A시로 돌아갈 계획이었다.예준성도 거대한 예진 그룹을 관리하느라 매우 바빴다.“언니가 어젯밤에 늦게 잠들어서 아직도 엄청나게 졸려. 언니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조금만 더 잘게.”하예진은 정신이 몽롱했고 머리도 약간 아팠다. 그녀는 동생한테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뒤 계속 잠을 청하기로 했다.“언니, 앞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꼭 나한테 먼저 말해줘. 알았지?”“난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집에서 몸조리 잘하고 맘 편히 일하면서 우리 우빈이를 잘 돌봐주면 돼. 언니 걱정은 하지 마. 얼른 일 봐.”하예정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언니, 나랑 우빈이는 언니가 돌아오기를 항상 기다리고 있어.”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이모가 맡기신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너희 보러 돌아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조카가 태어나면 꼭 보러 돌아갈 거야.”그녀의 유일한 여동생이 아이를 낳으면 그녀는 반드시 돌아가 지킬 것이다.그녀는 동생의 가족이니까.“내년에야 출산할 수 있을 거야. 아직 배도 안 나왔어.”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2개월이 지나면 배가 나오기 시작할 거야. 다시 출근하더라도 조심해야 해. 중요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태교하면서 쉬어. 어차피 세 사람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니까 소현이가 주요하게 관리할 거고 너랑 효진 씨는 태교에 집중하면 돼.”“나 아직 움직일 수 없는 단계는 아니야. 뭔가 하긴 해야 해. 매일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고 짜증만 나서 태교에 더 안 좋아.”전태윤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태교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임신 후기에 집에서 태교해도 너무 늦지 않았고 임신 8개월까지 회사에 나가겠다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알았어. 네가 좋을 대로 해. 아무튼 몸조심하고 절대 무리하지 마. 무리하면 언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나 임산부인데 자꾸 뭐라고 할 거야?”“당연히 해야지. 넌 분명히 나 때와 달리 집에서 편안하게 태교할 수 있단 말
“오빠, 난 이제 빈털터리인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정일범은 그래도 이윤정을 많이 아꼈다. 그는 지갑을 꺼내서 연 후 안에 있는 모든 현금을 꺼내 이윤정의 손에 쥐여주고 또 카드 한 장을 꺼내 이윤정에게 쥐여주면서 말했다.“오빠가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야. 비록 돈은 많지 않지만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할 거야.”“일단 호텔을 찾아서 머물고 몸조리를 해. 며칠 후에 엄마 화가 풀리면 내가 네 상황을 엄마한테 설명해 볼게.”이윤정은 현금과 카드를 받고 울면서 말했다.“오빠 정말 고마워. 역시 오빠밖에 없어.”정일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얼른 가봐. 그 사람들이 내가 너한테 돈을 준 걸 알면 다시 뺏어올 거야. 그때 가서 넌 진짜 빈털터리 되는 거야.”이윤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세 형수로부터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당할 거란 걸 알고 있다.그뿐만 아니라 하인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과 이윤미의 고고한 자태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을 찌르기에는 충분했다.“정일범!”큰 사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곧바로 이윤정한테 달려들어 현금과 카드를 뺏어갔다.정일범이 아내를 끌어당기려고 손을 뻗자 그녀는 돌아서서 그의 뺨을 내리쳤다.“정일범, 나랑 애들이 집에서 쫓겨나게 하고 싶어? 어젯밤에 어머님이 이 년을 쫓아내라고 할 때 뭐라고 했는지 당신도 들었잖아! 근데 감히 어머님의 말씀을 어기고 이년한테 돈과 카드를 주다니! 죽고 싶은 거면 당신 혼자 죽어. 나랑 애들을 끌어내리지 마!”아내한테 화를 내려고 했던 정일범은 욕을 얻어먹은 후 찍소리 못했다.큰 사모님은 남편이 더 이상 이윤정을 돕지 못하도록 끌고 갔다.오늘과 같은 결과는 그녀가 열심히 판을 짜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얻은 속 시원한 결과였다. 그래서 이대로 남편이 이윤정을 도와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할 수는 없었다.“꺼져. 당장 안 꺼지면 사람 불러서 쫓아낼 거야!”큰 사모님은 남편을 끌고
정일범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이윤정은 그의 품에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자신도 피해자인데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런 일까지 당해야 하는지 그녀는 이해가 안 갔다.정일범은 그녀를 안아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마. 저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서 너한테 무슨 짓 할지 모르니까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해. 지금 저 사람들이 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서 기회만 잡으면 널 계속해서 괴롭히려고 할 거야.”이윤정은 오빠들의 편에 섰단 이유로 그의 아내의 미움을 샀다.그녀가 아무리 같은 여자라고 해도 그들의 여동생으로서 그녀는 당연히 오빠들 편이었다. 시누이로서 형수 편에 서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이윤미가 세 형수의 편에 선 것은 그녀의 정의로움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오빠들에 대한 정이 없어서였다.“오빠, 나 안가.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서 다 설명해 드릴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난 정말 모르겠어. 난 피해자고 누군가 날 해치려고 하는 게 분명해. 어젯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나일까?”“누군가가 나를 망가뜨리려고 꾸민 짓인 게 틀림없어.”그녀를 해친 사람은 그녀보다 훨씬 더 악랄했다.어젯밤에 일어난 일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게 분명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분석해 보면 누가 그랬는지 짐작이 가긴 했다. 하지만 정일범은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이윤정이 마신 반병의 술은 그가 자신의 방에서 다 마시지 못하고 술장에 넣어뒀던 거였다.그날 아버지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에게 술 한 병을 달라고 하셨다.그는 아버지가 취하실까 봐 걱정되어 한 병 통째로 드리지 않고 그가 마셨던 걸로 드렸다.그 술에 누군가가 약을 타서 아버지와 이윤정을 해치려고 한 거였다.누구일까?그가 아니라면 그의 아내일 것이다.그의 아내가 왜 약을 탔을까?그날 밤 정일범은 술 한 병을 따서 잔을 채우고 두 모금 마신 후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에 갔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아내가 섹시한 잠옷을 입고 바에 앉아
“처음부터 네 것 아니었잖아. 20 년 넘게 남의 인생 훔치고 부유하게 살아온 넌 이제부터 짐승보다 못한 가난한 삶을 살게 될 거야. 지금 당장 시골로 꺼져.”“감히 네가 우리 윤미를 촌년이라고 불러? 진짜 촌년은 너잖아! 아퉤!”모든 것을 잃게 된 이윤정에 대한 사모님들의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그들은 온갖 비꼬는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이윤정은 앉으면서 말했다.“절대 못 나가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서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는 거라고 엄마한테 다 설명할 거예요. 누가 나를 해치려고 했는지 알아내면 그 사람 가만히 안 둘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세 사모님을 노려보며 물었다.“날 해치려고 한 사람이 설마 당신들이에요?”이씨 집안 큰 사모님은 이윤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 같은 짝퉁이 내 손을 더럽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싸구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남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까지 갖춘 거니? 이년아, 잘 들어. 네가 아무리 변명해도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어머님 머릿속에 새겨져서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넌 이제 끝났어.”이씨 집안 셋째 사모님은 몸을 돌려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 다시 나왔다.그녀는 모든 사람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이윤정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악!”이윤정은 비명과 함께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튕겨 일어났다.가뜩이나 날씨가 추운데 찬물까지 끼얹었으니, 이윤정은 너무 추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흠뻑 젖었고 심지어 바닥에 있는 옷들도 꽤 많이 젖어버렸다.“셋째 동서, 가서 물 한 바가지 더 가져와요. 저년이 덮을 수 있는 옷들을 싹 다 적셔버리고 얼어 죽게 내버려둬요. 언제까지 버티는지 한번 보자고요.”큰 사모님은 셋째 사모님에게 물 한 바가지를 더 가져오라고 분부했다.“나도 같이 가요.”둘째 사모님도 뒤를 따랐다.곧 두 사모님은 각각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나 마찬가지였다.고현은 눈이 높아 그 누구도 좋아해 본 적 없었다.참, 남자를 좋아했었지!이제 고현과 전호영은 짝을 지어 다녔다.전호영이 있는 장소에서 종종 고현을 볼 수 있었다. 고현이 나타나기만 하면 반드시 전호영도 따라서 나타났다.젊고 예쁜 아가씨들은 한 남자에게 졌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또 어쩔 수도 없었다.“왜 이렇게 됐지?”이윤정이가 중얼중얼 혼잣말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이윤정은 여전히 이씨 가문의 둘째 딸이었다.그러나 오늘 그녀는 이미 이씨 가문의 쓰레기로 되었다.이은화는 이윤정을 내던졌다.이윤정도 그녀의 양부모님을 대할 면목이 없다.그녀가 친부에게 찾아가려고 해도 그녀의 친아버지는 아직 감옥에 계시고 친어머니는...이윤정은 그녀의 친가족의 부끄러움을 생각하더니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이윤정의 친엄마 김현미가 이윤정을 매우 사랑하더라도 이윤정은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김현미 부부가 이윤정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심지어 이윤정에게서 이득만 얻어내려고 할 뿐이다.하지만 김현미 부부에게 쫓겨나게 되면 이윤정은 또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지금 이윤정은 가진 게 하나도 없다.또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윤정은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다시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이 바로 그녀의 세 형수님이었다.이윤정은 희망 섞인 눈빛을 거두어들였다.예전 같았으면 조윤 일행이 그녀의 편 들었을 텐데, 지금은...“형수님.”이윤정은 조윤 일행을 향해 인사했다.“어머, 윤정이 아니야? 너야? 머리를 풀어헤치니 너무 초췌해 보여. 난 거지가 온 줄 알고 동서들이랑 널 내쫓으려고 했는데 너구나. 응? 날 형수님이라고 불렀어? 하지 마. 난 네 형수님이 아니야. 난 거지 시누이가 없어. 윤미가 내 친시누이거든. 너처럼 짝퉁 시누이는 자기 처지도 모르고...”이때 이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김여희가 말을 이었다.“내 말이. 짝퉁은 여전히 짝퉁일
이윤미는 너그럽게 대답했다.“우리 엄마 앞에서 조심하세요. 엄마가 지금 여전히 화내고 계시거든요.”이윤미는 집 밖으로 나갔다.집사는 그녀를 따라 걸으며 물었다.“큰아가씨, 실례지만 어젯밤에 어르신과 둘째 아가씨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가주님께서 화를 내시면서 둘째 아가씨를 내쫓으셨고 또 정 어르신께서도 병원에 실려 갔잖아요. 둘째 아가씨께서 어르신을 해친 거예요?”진숙녀는 예전의 집사가 아니지만, 그녀가 이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이은화가 가주 자리에 오른 뒤 진숙녀가 이씨 가문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줄곧 일했다. 그리고 정군호 부부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이윤정이 정군호를 다치게 했어도 진숙녀는 이은화가 이토록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아줌마, 저희 엄마가 아줌마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은 일을 묻지 않으시는 게 나을 거에요 너무 많이 아시게 되면 다치실 거에요. 저도 아줌마를 위해서 하는 소리예요”집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얼른 아침 운동 하세요. 저는 이만 주방에 가서 아침 식사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볼게요. 아가씨가 아침에 건강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놓겠습니다.”진숙녀는 방문 앞에 멈춰 서서 이윤미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돌아서서 집안으로 돌아갔다.이윤미는 먼저 정원에서 몸을 풀고 두 바퀴를 뛰다가 별장 대문으로 향했다.대문이 아직 잠겨 있었지만 이윤미는 열쇠를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열쇠로 문을 열었다.문 여는 소리에 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이윤정이 깨어나게 되었다.이윤정은 고개를 들어 별장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더니 재빨리시 일어나 앉았다. 피곤한지, 옷을 너무 많이 입은 탓인지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비틀거리다가 결국 땅에 넘어졌다.이윤정은 마침 이윤미의 발밑으로 엎어지게 되는 바람에 이윤미에게 큰절하게 된 셈이다.이윤미는 멈춰 서서 이윤정을 내려다보았다.이윤정은
이윤미가 입을 열었다.“형수님 혼자 보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둘째 형수님이랑 셋째 형수님과 함께 봐야 재미있죠. 우리 엄마가 돌아오셔서 형수님들을 보시게 된다고 해도 엄마는 형수님들을 나무라지 않으실 거예요. 엄마가 홧김에 윤정이를 쫓아내서 이씨 성을 따르지 못한다고 하셔도 윤정이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뿐이에요. 윤정이는 절대로 성씨를 바꾸지 않을걸요. 윤정이는 자신의 친어머니를 엄청나게 싫어하거든요. 저번에 윤정이 친어머니가 윤정을 찾아왔는데 거지 취급하며 친어머니를 쫓아냈거든요.”지난번에 이윤정의 친어머니 김현미가 이윤정을 찾으러 왔는데 때 이윤정이 김현미에게 어떻게 대했었는지 이윤미는 잘 알고 있다.김현미가 이윤미를 그토록 못되게 굴더니, 이윤정의 미움을 사는 것도 김현미의 업보였다.“저는 저의 엄마가 화가 풀리게 되고 윤정이가 울고불고 사정하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걱정이에요.”조윤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이 정도로 배반했는데도 어머님께서 또 윤정이를 데려온다고요?”“제 말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이은화가 이윤정을 끔찍이 사랑하는 모습을 떠올린 조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도 있어. 내가 네 둘째 형수님과 셋째 형수님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윤정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싶은지 물어볼게.”어젯밤에 그녀들은 감히 밖에 나가 보지도 못했다.이윤정이 조윤 일행에게 끌려가 저택 문 앞에 던져진 뒤로 그녀들은 더는 그곳에 머물지 못하고 집안으로 바로 돌아갔다.이은화의 노여움이 이씨 집안 전체를 불태우려고 했으니, 그녀들은 얌전히 있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형수님, 그럼 저는 운동을 하러 나가볼게요.”“추운 날씨에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다니, 난 네 끈기에 감복할 수밖에 없어. 난 아침 일찍 달리기를 못 하겠어. 내 배를 봐. 점점 더 커지고 있어.”조윤은 자신의 뱃살을 만지며 말했다.“형수님 몸매가 잘 유지되고 있는 편이에요. 중년이 되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살이 찌고 옆으로 퍼지는지 아세요? 형수님은 조금만 조절을 하
전태윤은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우빈이 녀석은 놀음을 잘 탐내는 아이지. 평소 우빈이는 친구가 없어 늘 혼자 놀고 있었어. 우리가 함께 놀아준다고 해도 늘 외로워했지. 애들은 역시 또래 아이들과 놀아야 재미있게 놀 수 있나 봐.”그는 하혜정의 배를 만지며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이 꼬마는 내년에나 만날 수 있겠지? 이 꼬마가 우빈이만큼 크면 우빈은 아마도 이 꼬마랑 놀아주지도 않겠지?”“우빈이는 우리 아기를 예뻐할 거에요. 큰오빠처럼 잘 대해줄걸요.”“그럼. 얼른 자. 안 자면 내가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라.”하혜정이 말을 이었다.“잘게요. 저는 이미 잠들었어요.”하혜정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전태윤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잠들어 있는데도 말하고 있네.”“잠꼬대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웃으며 하혜정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그녀를 껴안고 꿈나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하룻밤을 푹 잤다.다음 날 아침, 강성 이씨 가문.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된 이윤미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상쾌한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쉬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살금살금 걸어갔다.어젯밤 일은 아주 늦게까지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정군호가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야 비로소 이씨 가문의 저택은 조용해 졌다.이윤미는 정군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어젯밤 이은화가 이윤미와 정일범 형제를 아래층으로 내려오게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위층에서 아버지의 비명이 들렸고 그 뒤로 구급차가 도착하여 구급대원들이 위층으로 올라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떠났다. 병원에 따라간 사람은 이은화와 그녀의 경호원들뿐이었고 다른 사람은 병원에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정군호가 비명을 지른 이유를 묻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이윤미는 정군호가 살아계신 것만 알면 되었다. 이은화도 네 남매를 생각해서라도 정군호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이윤미는 계단 입구로 가기도 전에 다른 방의 문 여는 소리를 들었고 뒤이어 발소리가 들려 앞을 바라보았다.그녀의 형수님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