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는 방금 하예정이 입을 달싹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하예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동생이 강성 이씨 가문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리라고 짐작하였다. 자매가 밖으로 나가니 홀에는 성문철, 전태윤 그리고 예준하만 남았다. 전씨 할머니는 전태윤 부부를 따라 병원에 왔으나 성씨 가문에는 따라오지 않았다. 전태윤은 사람을 시켜 할머니를 리조트로 돌려보냈다. 전태윤은 전씨 할머니가 도중에 다른 곳에 들릴지 말지를 알 길이 없다. 설사 알았다 해도 관여할 수 없다. 전씨 할머니는 조용히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는 그런 노인이다. 세 사내는 차를 마시며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본채에서 나와 계단에서 내려올 때 하예진이 하예정을 부축하려고 하자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언니, 나 아직 세 개월도 안 되어서 몸에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어. 그저 얼마 전에 입덧하니까 내가 확실히 임신했구나 하고 실감이 갔을 뿐이야. 지금은 잘 먹고 잘 자요. 그러니까 굳이 부축해 줄 필요는 없어.” 하예진도 웃었다. “어떻게 한 임신인데, 조심할수록 좋지. 특히 첫 세 개월은 더더욱 조심해야 해. 그리고 예전에 내가 수빈이를 임신했을 때 너도 날 이렇게 보살폈었잖아.” “시간 참 빨리 지나간다. 언니가 수빈이를 임신한 게 엊그제 일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세 살이 넘었어.” “그러게, 시간 참 빨리 간다. 예전에 울음보였던 네가 벌써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니. 너도 어른이 되어가고 나도 점점 늙어가네.” 하예진의 말에 하예정이 발끈하며 말했다. “언니가 늙었다니,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데. 지금 사람은 다 장수해서 이후에 아마도 60대 이후에나 퇴직할 수 있을 거야. 언닌 아직 젊거든.” 그녀는 다정하게 언니의 팔짱을 끼고 언니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스스로 늙었다고 하지 마. 언닌 나보다 5살 많잖아. 언니가 늙었으면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거겠지. 하하하, 우린 아직 젊었어.” “그래, 그래. 우린 아직 젊어. 우린 아직 해야 할
하예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윤미 씨도 지금 몹시 힘든데 갑자기 돌아간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이윤미는 심지어 지금 이씨 가문 가주의 딸이다. 만약 그녀가 바꿔치기 당하지 않았고, 어렸을 적부터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배양되었다면, 계승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20여 년간을 집사의 집에서 커왔다. 받은 교육이나 견식 그 어느 것 하나도 이씨 가문과 비길 수 없다.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갔지만, 가짜 딸인 이윤정은 계속 이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남아있다. 그러니 외부인의 눈에는 이씨 가문 일가가 이윤정을 편애하는 것처럼 보였다. 필경 20여 년을 함께한 감정이 있으니 말이다. 이씨 가주는 이윤정이 가짜 딸인 것을 모르고 그녀를 성심성의껏 키웠다. 이윤정이 특별히 출중하지 않더라도 방금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이윤미보다는 나았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이윤정이 커가는 모습을 봐왔다.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2년도 채 안 되어서일까, 이윤미는 아직 이씨 가문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였다. 게다가 이씨 가문 가주가 이윤미를 대하는 태도도 별로 좋지 않았다. 이윤미를 자주 꾸짖었고 이윤정을 편애하는 듯하였다. 이런 행동들이 이윤미가 가주 자리에 오르지 못할 거라는 느낌을 주었다. 하예정이 말하였다. “만약 언니가 이씨 가문을 물려받는다면 우리는 당연히 언니를 도울 거야. 게다가 난 언니의 능력을 믿어. 자신감을 가져, 언니는 해낼 수 있어!” “만약 언니가 진짜 가주가 되면 우빈이한테 여동생 하나 낳아줘야 해. 만약 동명 씨가 괜찮다고 결혼을 고려해 봐도 좋을 것 같아. 다만 노씨 가문에서 그들의 손녀가 엄마의 성을 따르는 것을 동의할진 모르겠네.” 하예진은 얼굴을 붉히며 동생한테 화난 척 말하였다. “김칫국 그만 마셔. 내가 이씨 가문을 물려받을지 말지는 아직 미지수야. 내가 말했다시피 윤미 씨 꽤 괜찮아. 윤미 씨도 지금 가주의 직무를 배우고 있잖아. 비록 윤미 씨의 엄마가 바로 우리 외할머니
만약 별로인 사람한테 시집간다면 그건 혼자 살기만 못하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법이다. “나와 태윤 씨의 결혼식에서 이씨 가문 가주를 보았어. 관성에 온 뒤 이내 떠나가지 않더라고. 이 가주가 큰이모를 만나러 갈 줄 알았는데 지금 6개월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아무런 미동도 없어.” 하예정은 전에 이 가주를 본 적이 없다. 결혼식에서 전태윤이 그녀한테 알려주었다. 이 가주를 불러 결혼 축하주를 마시게 한 건 하예정의 계획이었다. 그녀는 큰이모가 이 가주의 얼굴을 확인해 보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설사 이경혜와 이윤미가 친자확인 검사를 했을지언정 말이다. 반드시 반복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복수를 하려면 당사자의 얼굴 정도는 확실히 알아둬야 하기 마련이다. “도둑이 제 발 저려서일 수도 있고, 이미 돌아갔을 수도 있어.” 하예진은 동생의 결혼식 일로 바쁘다 보니 이 가주한테 신경 쓰지 못하였다. 그녀는 심지어 동생의 결혼식에서 이 가주를 보지도 못하였다. “난 이 가주가 큰이모와 외할머니를 조사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예정이 추측하며 말했다. “전임 가주의 두 딸이 관성에 있다는 소문이 강성에 쫙 퍼졌어. 윤미 씨도 큰이모를 찾아냈는데 이 가주처럼 총명한 사람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이 가주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잖아. 필시 조사를 하는 것이 분명해. 혹은 몰래 큰이모를 관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 둘도 말이야. 나는 아빠를 닮아서 이 가주가 피로연에서 나를 봤어도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을 거야. 하지만 이 가주가 언니를 보았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하예정은 아빠를 닮았고 하예진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 이경혜가 말하기를 그녀들의 엄마는 외할머니를 많이 빼닮았다고 한다. 큰이모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반반씩 닮았다. 그래서인지 이경혜와 이윤미의 얼굴은 서로 약간 닮았다. “며칠 뒤에 난 강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시장조사를 할 생각이야.” 하예진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작정이다. 이후에 이씨 가문을
하예진은 하예정의 이마를 가볍게 찌르며 그녀한테 말했다. “태윤 씨도 너를 걱정하고 관심해서 그러는 거잖아. 게다가 매번 너의 잘못일 때에만 나한테 이르는 거야. 이런 건 고자질이 아니지. 태윤 씨가 널 관심하지 않는다면 네가 뭘 하려 하든 상관도 안 하려 할걸.” 하예정은 이내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응응, 우리 집 태윤 씨가 제일 좋아. 언니 그만 말해, 내가 잘못했어. 언니 말이 맞아. 그건 고자질이 아니라 나를 향한 관심이야.” “맞는 말이잖아. 뭐라고 몇 마디 하려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아.” 하예진은 또다시 동생의 이마를 찔렀다. “내가 태윤 씨랑 말했어. 너를 제어 못 할 때에는 나한테 일러라고. 난 너를 컨트롤 할수 있으니까.” 하예정은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자매 둘은 성씨 가문의 정원에서 거닐면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가 끝나고 그 둘은 곧 집안으로 돌아갔다. 얼마 안 가 이경혜와 성소현 두 모녀는 각종 도시락통을 싸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예준하가 두 모녀를 위해 운전하였고 성문철은 이경혜의 지시대로 집에 남아 조카사위를 접대하였다. 유청하와 그의 아들이 건강한 것을 본 뒤 자매 둘은 성씨 가문의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떠났다. 하예진은 하루 레스토랑으로 돌아갔고 하예정은 전태윤과 함께 서원 리조트로 돌아갔다. 그 시각 어느 감옥의 대문 앞에서 여운별이 감옥에서부터 나왔다. 그녀는 나오자마자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하늘은 무척 푸르렀고 공기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햇빛이 강하긴 하였지만 그녀는 그런 햇빛마저 좋았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가씨한테 감옥에서의 하루하루는 일 년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감옥생활을 열심히 하여 감형을 받았다. 방금 조기 출소하여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당시에 그녀는 사람을 시켜 하예정의 차를 부순 뒤 그녀를 한바탕 두들겨 패려고 하였다. 그러나 하예정이 무술을 할 줄 알아 성공하진 못하였다. 후에 그녀의 부모님이 하예정한테 새 차를 배상하였다. 여운별은 서로 합의
절친은 고사하고 그녀의 친척마저 마중 나오지 않았다. 여운초가 사업을 손에 장악한 것을 보고 그녀의 아부를 떨러 간 것은 아닐까? 이제 감옥에서 나왔으니, 여운별은 가문의 사업을 다시 가져올 것이다. 그녀의 아빠가 경영했던 기업을 한낱 장님한테 빼앗길 수는 없다. 게다가 눈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 회사를 관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어쩌면 민 대표는 그저 여운초를 따르는 척하고 있는 중일 수 있다. 그녀와 그녀의 부모 모두 감옥에 들어가고 또 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이 있기에 할 수 없이 여운초를 도왔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감옥에서 나왔으니 민 대표는 어쩌면 그녀의 편에 돌아설지도 모른다. 민 대표는 그녀의 아빠가 배양한 사람이니 여운초를 진심으로 도울 리가 없다. 여운별은 몇 걸음 걸고 멈춰 섰다. 두 대의 차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그녀의 앞에서 멈췄다. 5, 60대 돼 보이는 낯선 늙은 얼굴이 그녀의 눈 안에 들어왔다. 사실 별로 늙진 않았으나 20대 초반인 여운별과 비기면 늙은 축에 속했다. “둘째 아가씨, 오늘이 출소일인 것을 알고 특별히 마중 왔어요.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여운별은 제멋대로인 성격에 총명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탈 리가 없다. 그녀는 눈앞의 늙은 여인을 자세히 살폈다. 정말로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면목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그녀의 친척도 아닌 것 같았다. “누구세요?” 여운별이 경계하며 물었다. 그녀는 조기 출소하였다. 방금은 그저 절친과 친척이 그녀의 마중을 오지 않았다고 푸념했을 뿐이다. 사실 그 누구도 그녀가 출소한다는 것을 모른다. ‘이 여자가 어떻게 안 거지?’게다가 특별히 마중 온 거라니. ‘누가 보낸 거지? 혹시 엄마가 바깥에 다른 세력을 가지고 있나?’“둘째 아가씨는 제가 누군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제가 아가씨의 복수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 아시면 돼요. 동시에 저도
“신분과 목적을 알려주지 않는 한 전 차에 타지 않을 거예요.” 늙은 여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으며 답했다. “감옥 한번 갔다 오더니 성숙해졌네요. 제 남편은 정씨 성이에요. 전에 아가씨의 아빠와 몇 차례 같이 사업을 했어요.” 정씨? 여운별은 집안의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 그녀의 부모님이 어린 그녀와 사업상의 일을 얘기한 적은 극히 드물다. 그저 집에 돈이 많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부모님은 그녀한테 다른 재벌 집 딸이 가지고 있는 건 다 사줬다. 심지어 그들이 없는 물건도 구해줬다. 가끔 아빠가 집안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한 적은 있다. 아빠와 사업을 진행한 적 있다면 혹시 아빠와의 친분 때문에 그녀의 마중을 나온 건가? “정 사모님은 제가 오늘 출소하는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 늙은 여인은 여전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사람을 시켜 몇 번 알아본 끝에야 겨우 아가씨가 오늘 출소한다는 소식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여 대표님과 몇 번 같이 사업 하여서 친분이 있어요. 여 대표님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 우리한테 부탁했어요. 그간의 정을 봐서 자신의 아들딸 좀 잘 부탁한다고요.” “동생은 아가씨의 큰 언니와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같이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가한 뒤 학교로 돌아갔어요.” “아가씨 가문의 불법 사업들은 다 막대한 벌금과 함께 문을 닫았어요. 합법적인 사업들은 큰 아가씨의 손에 들어갔고요.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 사실상 한동호 씨가 회사를 관리하고 있어요.” 여씨 가문의 일은 조금만 조사해 보면 알아낼 수 있었다. 늙은 여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여운별도 조금은 알고 있었으나 그녀는 늙은 여인의 말을 듣고도 머뭇거리며 물었다. “절 어디로 데려가실 생각이세요?” “먼저 차에 타도록 하세요. 제가 아가씨를 어디에 팔 것도 아닌데요. 그저 여 대표와의 친분이 생각나서 둘째 아가씨한테 밥 한 끼 제대로 먹이려고요. 그 후에 푹 휴식하고 옷도 깨끗한 것으로 바꿔입어요. 기력 회복하여야 여씨 가문으로 돌아가
아빠와의 친분을 봐서 마중 나왔다는 말은 그저 핑곗거리에 불과하였다. 여운초와 하예정때문에 그녀는 지금 꼴이 말이 아닌 처지에 놓였다. 그녀를 지키려 했던 부모님도 여운초때문에 감옥에 들어갔다. 여운초 그년을 씹어먹어도 분이 삭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절대 자신의 두 원수가 전씨 가문의 첫째와 둘째 사모님이 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 그녀의 친남동생인 여천우는 어릴 적부터 여운초와 친하게 지냈다. 오히려 친누나인 여운별과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운초를 괴롭힌다고 항상 여운별을 지적하였다. 여운별은 여천우가 그녀와 손잡지 않을 거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아직 어리고 인맥도 없으니, 복수 하려면 하는 수 없이 다른 누군가와 연합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정 사모님이 하는 얘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하예정을 대적할 수만 있다면야 상관없다. 적의 적은 친구인 법이다. 그리하여 여운별은 정 사모님의 차에 올라탔다. 정 사모님은 기사가 출발하도록 하였다. 여운별이 물었다. “저의 두 큰고모는 어떻게 되셨는지 아세요? 저 복수할 거예요. 우리 집의 모든 것을 다 가져올 거라고요. 하지만 저 혼자서는 어림도 없어요. 제 친남동생은 절 도우려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의 두 큰고모는 아빠와 사이가 좋으니 절 도우려 할 거예요.” 그녀의 두 큰고모의 아들들 모두 여씨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당시 그녀의 아빠가 안배해 준 직무이다. 한 집안 사람이니 그녀를 도와주려 할 것이다. 두 큰고모도 여운초를 탐탁지 않아 했다. 여운초가 사업을 장악한 것을 안 이상 가만히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가씨의 두 큰고모도 별로 큰 도움을 주진 못할 거예요. 당시 여 대표가 감옥에 들어가자 아가씨의 사촌 오빠들이 대신 회사를 관리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큰아가씨와 민 대표가 연합하여 그들을 처리했어요.” “그 후 아가씨의 사촌 오빠들은 사직당하고 여씨 기업을 떠났어요. 사촌오빠와 두 큰고모가 큰아가씨를 찾아가서 귀찮게 했어요. 그러자 큰아가씨
반 시간 후 정 사모님은 여운별과 함께 호텔로 갔다. 호텔은 크지 않았고 시설도 고급스럽지 않았다. 여운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속으론 정 사모님이 쪼잔하다고 불평했다. 그녀를 위해 5성급 호텔에 방을 잡지 않았다고 말이다. 정 사모님은 그녀한테 방을 잡아준 뒤 차에서 가져온 백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이건 새 옷이에요. 먼저 방으로 돌아가 샤워부터 하세요. 그리고 옷 갈아입고 내려와서 같이 밥 먹으러 가요.” 그녀는 옷과 방 카드를 건네받은 뒤 방으로 올라갔다. 비록 감옥생활을 했었다 해도 어릴 적부터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던 그녀였기에 솔직히 이 호텔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녀는 간단하게 샤워한 후 머리를 감았다. 그 후 정 사모님이 사 온 새 옷으로 바꿔입고 머리를 말렸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한참 쳐다본 후에야 그녀는 머리를 묶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살이 많이 빠졌지만 아직 젊었기에 홀쭉해져도 보기 좋은 미인에 속하였다. “여운초, 하예정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녀는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짐했다. “내가 당한 것의 천배를 되갚아줄 거야.”여운별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정 사모님이 1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려오자 정 사모님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한테 다가갔다.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방금 잡은 방은 묵든지 아니면 취소하든지 편한 대로 하세요.” “정 사모님이 사주신 새 옷 고마워요. 이 방은 취소할게요. 전 제 집인 여가 저택으로 돌아가려고요. 여운초 그 장님이 저를 내쫓기야 하겠어요?”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가서 여운초한테 시비 걸고 싶었다. 정 사모님은 그녀를 스윽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텔에서 나온 뒤 그녀는 정 사모님의 차에 올라탔다. 정 사모님이 여운별을 데리고 간 식당도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페스트 푸드 가게에서 메뉴 몇 가지를 주문하였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 사모님이 그녀에게 말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고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