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하는 자신의 학생들을 소지훈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이 제안하자, 정윤하는 별말 없이 그가 가리킨 큰 나무 쪽으로 따라 걸었다.나무 아래에는 그네 의자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별장에는 정말 많은 그네가 있더라고요.”그네 의자에 앉은 후, 정윤하가 말했다.“꽤 많아요. 대부분 나중에 설치된 거죠. 전씨 사모님께서 그네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대표님께서도 부인을 많이 아끼셔서, 그분들이 머무는 곳엔 언제나 그네가 있다고 들었어요.”“그럼. 전씨 사모님은 어디서든 그네 의자에 앉을 수 있겠네요.”정윤하는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사모님을 진심으로 아끼는군요. 정말 부러 워요.”정말 어디서나 전태윤이 부인을 아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전씨 할머니는요?”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정윤하는 궁금해서 물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다.“할머니께서는 전씨 가문의 중심이세요. 가문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할머니가 지휘하시죠. 대표님의 결혼식 준비 때문에 지금 많이 바쁘실 거예요.”“정윤하 씨,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나요?”소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어요. 아이들이 곧 학교에 돌아가야 하거든요.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긴 하지만, 학업이 더 중요하죠. 우리 무관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할 순 없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소지훈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대표님 결혼식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어요. 저도 대표님의 청첩장과 초대를 받았거든요. 결혼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사회도 맡아야 해요. 원래는 정윤하 씨와 함께 돌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몸을 단련할 계획이었는데, 결혼식 후에야 연성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윤하 씨께서 며칠 더 머무르시고 대표님의 결혼식에서 축하 한 잔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정윤하는 꽤 흔들렸다.하지만 정윤하는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저랑
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마요. 회사에 관리팀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피할 수 없네요.”“그건 피할 수 없죠. 전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소지훈 씨가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정말 행운이네요.”정윤하는 사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부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 설사 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려간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했다.소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정윤하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할머니라는 방해꾼이 없자, 소지훈과 정윤하는 하루 종일 함께 있었고 그 사이의 남아 있던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다.그 후 이틀 동안 소지훈은 여전히 무료 가이드로서 정윤하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구경시키고, 현지의 정통 간식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이틀 후, 정윤하는 아이들과 함께 관성을 떠났다.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어느덧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지 1년이 되었고 결혼 1주년 기념일도 이미 지나갔다. 전태윤은 아내에게서 받은 귀한 선물에 보답하며 하예정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함께 잘 기념하기로 약속했다.결혼식 3일 전에 하예정은 친정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친정은 언니의 집이었다.여동생이 시집가는 곳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또 레아닐 아파트에서 하예진을 괴롭히는 취객을 피하기 위해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레아닐 아파트를 떠나 전태윤 부부가 선물한 별장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하예진은 그 선물을 받지 않고 전태윤과 매매 계약을 체결해 전태윤에게서 그 별장을 구입했다.가격은 비밀로 했다.하예정은 언니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격 협상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하예진이 그 집으로
“성소현 씨”성소현을 본 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숙희 아주머니, 어떻게 여기 있어요?”낯이 익은 숙희 아주머니를 보자 성소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사모님께서 친정으로 돌아오셔서, 도련님께서 저와 강일구 씨를 보내셨어요.”도련님은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하씨 가문에서 일하도록 하고 월급도 계속 지급하며 인상해 주었다.전태윤의 경호원들과 전씨 가문의 하인 중에서 하예진 모자는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가장 익숙했다.전태윤이 그렇게 배려한 이유는 하예진 모자가 평안하게 지내야 전 사모님이 기분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태윤 씨의 방식이죠. 태윤 씨는 항상 예정을 세심하게 배려해요. 정말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예전에는 전태윤이 너무 차갑고 무정하다고만 생각했다.오랜 짝사랑에도 결실이 없었고 공개적으로 전태윤을 쫓아다녔지만, 전태윤의 눈길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전태윤은 원래부터 냉정한 사람이고 다정함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나중에야 전태윤이 다정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다정함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도 전태윤이 깊이 사랑하는 여자는 성소현의 사촌 동생이었고 그 훌륭한 남자가 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도련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분입니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에요.”숙희 아주머니는 별장 대문을 열며 성소현에게 말했다.“성소현 씨, 차를 안으로 들이세요.” “네. 그래야겠어요. 점심 먹고 예정이랑 같이 있을 거라 오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태윤 씨도 점심 먹으러 오시나요? 제가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숙희 아주머니가 대답했다.“도련님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셔서 밤에만 잠깐 들르셔서 사모님을 보시곤 해요.”결혼식 준비로 전태윤은 너무 바빴다.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매일 밤 하씨 가문에 와서 아내를 보러 왔다.“저는 태윤 씨
“아이들은 다 그렇죠.”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크면 괜찮아질 거예요. 우빈은 유치원 가기 싫어하지만, 울고 떼쓰지는 않아요. 그저 일부러 행동을 천천히 해서 꾸물거릴 뿐이에요. 하예정 씨가 워낙 성격이 좋은데도 그 느긋함을 못 견디죠.”“우빈은 꾸물거리면서도 늦을까 봐 늘 걱정해요. 늦으면 창피하다고 하더라고요.”“어떨 때 하예정 씨는 우빈이 너무 답답해서 일부러 우빈이를 두고 작은 가방만 들고 나가면 우빈은 울면서 서두르죠.”성소현이 말했다.“역시 아이는 보기만 하는 게 좋네요.”우빈은 성소현에게 이미 매우 착한 아이로 보였지만, 그동안 성소현이 본 건 그저 겉모습일 뿐이었다. 매일 아이를 돌본다면 성소현도 금세 지칠 것 같았다.숙희 아주머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게 사실이에요. 다른 사람의 아이는 보면 정말 귀엽고 자신도 열 명이고 여덟 명이고 낳고 싶어지죠. 그런데 막상 자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시 배 속에 넣고 싶어질걸요.”성소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자신이 예준하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예준하에게 맡기고 성소현은 그냥 보기만 하겠다고 같이 놀고 밥만 챙겨줄 수 있지만, 훈육이나 걱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조금 무책임해 보이는 것 같았다.“사모님, 성소현 씨가 오셨어요.”숙희 아주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하예정을 불렀다.거실에서 심심하게 TV를 보던 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성소현이 온 걸 보고는 바로 웃으며 일어나 성소현을 맞이했다.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장난스레 불평했다.“언니, 정말 너무해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두고 한 번도 안 와서 저랑 같이 있어 주질 않다니, 저 너무 심심해 죽겠어요.”결혼식 준비는 하예정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할 일이 없었다.회사로 출근할 수도 없고 서점에 가려고 해도 심효진이 빨리 돌아오라고 재촉하며 집에서 신부가 될 준비나 하라고 했다.바쁜 게 익숙한데, 갑자기 모든 게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하예정은 몸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소지훈 씨의 그런 특별한 경우는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에요.”“소지훈 씨가 운명의 여인을 찾았대.”성소현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소지훈 씨가 우리 집 남편에게 말하더라고 정겨울 씨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해서 태윤 씨가 허락했어요. 할머니는 정겨울 씨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고 하시면서 소지훈 씨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또 정겨울 씨 같은 여자가 소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정겨울 씨의 무술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태윤 씨도 정겨울 씨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정겨울 씨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운 명문가 출신이지만, 태윤 씨는 그저 어설픈 수준이잖아요.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저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예요.”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가 네가 태윤 씨를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얼굴이 확 상할 거야. 태윤 씨는 워낙 자신만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네가 태윤 씨의 무술 실력이 어설프다고 말하면 태윤 씨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걸?”“인정 못 하면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러 가면 되죠. 정겨울 씨가 확실하게 태윤 씨를 이겨서 복종하게 만들 거예요.”성소현이 말했다.“예정아, 내가 보기에 너 태윤 씨가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 만약 네가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너도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았어?”“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저의 실력을 잘 알아요. 저의 이 정도 허접한 실력은 모자란 깡패들 상대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정면 대결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하예정이 과거에 깡패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항상 기선을 제압하고 기습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상대의 많은 인원수 때문에 하예정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언니랑 예준하 씨는 약혼이나 결혼할 계획이 있어요?”
하예정은 성소현을 설득하지는 못했으나 성소현이 하예정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하였다.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자매인 줄 몰랐을 때도 하예정을 잘해주었다.성소현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사람이었다.다만 원래부터 친했었던 하예정과 심효진을 빼고는 성소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좋은 친구는 많지 않았다.“언니, 꼭 준하 씨랑 상의해서 준하 씨의 의견을 들어봐요. 만약 준하 씨가 탐탁지 않아 하면 나 때문에 괜히 싸우지 말고 준하 씨가 하자는 대로 해요.”하예정은 성소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언니의 행복이에요. 나 때문에 준하 씨와 언니의 인륜지대사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요.”성소연은 반대로 하예정의 손을 잡아주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예정아 걱정하지마. 나는 준하가 내 결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어차피 우리는 약혼을 먼저 할 계획이었어. 결혼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돼.”예준하는 솔직히 결혼이 조급했지만 성소현의 결정을 존중했다.관성에서 예준하 이외 남자들은 성소현을 마음에 품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성격이 별로인 성소현이 결혼 후 사고만 칠까 봐 걱정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성씨 가문과 걸맞은 집안이 없었다.관성에 있는 상류 사회층의 모든 사람은 성소현이 성씨 가문에서 수많은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또한 이경혜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사돈이 되면 어울리기 어렵고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그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과거에 전태윤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관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그들은 자신을 전태윤보다 부족하다고 여기고 성소현의 눈에 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경혜의 반대만 아니었다면 예준하는 누가 성소현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며 결혼을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성소현이 언제 결혼하고 싶어 하면 그때 해도 무방했다.하지만 지금은 이경혜가 반대하고 소지훈까지 개입하면서 결혼이 급해
예준하가 라이벌로 여겼던 남자는 유일하게 장연준밖에 없었다.소지훈은 연기일 뿐이라는 걸 예준하도 잘 알고 있었다.“예정 씨.”숙희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을 향해 걸어왔다.“예씨 집안 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쌍둥이를 데리고 오셨어요.”예준성의 모든 가족은 다 서원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예씨 가문을 직접 초대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하예정은 시댁에서 나와 언니네 집에서 머물다 결혼식 당일 언니네 집에서 출가하기로 했다.언니의 집은 하예정의 친정집과 마찬가지였다.예전처럼 언니가 만약 주씨 집안의 며느리였으면 하예정은 언니네 집에 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언니는 주씨 집안에서 나와 독립했고 인젠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하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젠 언니가 주인이고 언니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언니의 집이 곧 하예정의 친정집이다!“어서 오세요.”하예정이 잠시 친정에 머무는 동안 모연정 고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예정을 보러 왔다.모연정은 하예정을 빼고는 관성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정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지만 앞으로 동서지간으로 지낼 성소현은 아직 접촉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어색했다.예준성은 모연정하고는 달랐다.필경 그는 예진 그룹의 주인이며 관성에 진행 중인 사업도 있었다.예준성이 관성에 올 때마다 여러 상업계의 회장들이 예준성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모연정은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려 남편과 동행하지 않았다.하예정과 성소현은 함께 안방에서 나왔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예애정이 예지연을 품에 안은 채 걸어왔다.예애정은 절대적으로 손녀 예지연을 더 이뻐하는 것 같았다.매번 볼 때마다 손녀 예지연만 안고 있었고 늘 예지연은 자신한테 유일무이한 손녀이니 더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손자야 뭐 많으니 그렇게 희귀하지가 않다고 했었다.하지만 그에게 손자도 한 명일 뿐이었다.지호는 모연정의 품에서 엉엉 울고 있었고 지연은 울고 있는 쌍둥이 오빠
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실수로 그랬겠죠. 고의로 오빠를 때렸을 리가 없잖아요.”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호는 진짜 울기 좋아해요. 겨울 씨 집의 예훈이랑 겨뤄볼 만하다니깐요. 형제 둘이 우리 집안 한 쌍의 울보예요.”예훈이가 울기 좋아한다는 건 하예정도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아들이 울기만 하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우는 걸 두려워했다.지금도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준다는 핑계로 관성에 도망 와서는 하예정과 전태윤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간다는 또 다른 핑계를 대고 있었다.어차피 예훈은 신의가 돌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오히려 신의가 정겨울 보다 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더 많았다.필경 정겨울은 신의 손에서 자랐고 현재 정겨울이 제자로 들인 준호도 신의가 돌보면서 가르치고 있었다.정겨울은 제자를 내버려두다가 가끔 테스트만 진행했다.준호와 우빈은 나이는 비슷했지만, 준호의 기억력과 이해력이 우빈보다 훨씬 우월했다. 정겨울이 준호를 제자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정겨울은 우빈이가 사업 쪽에 더 기질이 있다고 하예정한테 말했었다.전태윤이라는 친 이모부를 뒷배로 둔 우빈의 미래도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웠다.“애들이 어릴 때는 다 마찬가지예요. 울고 보채고. 예전에 우빈이도 어렸을 땐 하루에 수십 번을 울었어요.”“아주머니 저 지연이를 안아봐도 될까요?”성소현은 미래의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예애정은 망설임 없이 지연이를 성소현한테 넘기며 말했다.“지연이는 낯을 안 가려서 돌보기 쉬워.”이렇게 작은 아이를 안아본 경험이 없던 성소현은 지연이를 안자 움직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얼마 못 지나 성소현은 지연이를 다시 예애정한테 넘겨주면서 웃으며 말했다.“안 되겠어요. 이렇게 어린아이는 안아본 적이 없어서 안고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거 같아요.”예애정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자주 안아보면 익숙해질 거야.”하예정은 예씨 가문의 고부 두 사람을 방으로 모셨다.울보 예지호는 집에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