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태윤 씨와 예정 씨의 혼례를 앞두고 할머니도 바쁘시겠어요. 할머니 장손의 혼례에 관한 일인데 할머니의 귀한 시간을 뺏을 수는 없죠. 윤하 씨 곁에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소지훈은 전씨 할머니께 더는 자신의 잘 보일 기회를 빼앗지 말라는 의미를 명백하게 표현했다.그는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 잘 보일 기회를 간절하게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다.“그러면 뭐해요? 제가 할 일도 없는데. 저는 나이도 많고 늙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인데 저한테 감히 일을 시킬 리가 있겠어요? 제가 입만 뻥끗하면 사람들이 제 요구대로 움직여줘요. 저 너무 한가해요.”“우리 서원 리조트에 이렇게 많은 아이가 와서 노는 것을 본지도 꽤 오래됐네요. 저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잘 보이고 싶으면 어서 가서 잘 보여요. 제가 막는 것도 아니고.”“저 같은 노인네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바로 항복하고 윤하 씨를 상대방에게 양보하려고요?”소지훈이 대답했다.“저 소지훈은 항복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요.”누가 감히 소지훈과 정윤하를 뺏으려 하겠는가!시험해 보면 알 것이다!할머니는 피식 웃었다.“지훈 씨, 지금 저에게 항복한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게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도 우리 태윤의 혼례를 지켜봐야 하기에 정말로 바쁘거든요.”전태윤의 혼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전태윤 본인일 것이다.할머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시름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필경 장남이 전씨 가문 손자중에서 첫 번째로 올리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식을 치르고 싶었다.앞으로 전태윤은 전씨 가문의 가주이고 하예정 또한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다른 손자들이 초월할 수 없을 만큼 성대하게 꾸며야 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든든한 후원자로 되려고 노력했다.“항복하지 않으면 저는 지훈 씨 뒤를 계속 따라다닐
정윤하는 자신의 학생들을 소지훈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이 제안하자, 정윤하는 별말 없이 그가 가리킨 큰 나무 쪽으로 따라 걸었다.나무 아래에는 그네 의자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별장에는 정말 많은 그네가 있더라고요.”그네 의자에 앉은 후, 정윤하가 말했다.“꽤 많아요. 대부분 나중에 설치된 거죠. 전씨 사모님께서 그네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대표님께서도 부인을 많이 아끼셔서, 그분들이 머무는 곳엔 언제나 그네가 있다고 들었어요.”“그럼. 전씨 사모님은 어디서든 그네 의자에 앉을 수 있겠네요.”정윤하는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사모님을 진심으로 아끼는군요. 정말 부러 워요.”정말 어디서나 전태윤이 부인을 아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전씨 할머니는요?”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정윤하는 궁금해서 물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다.“할머니께서는 전씨 가문의 중심이세요. 가문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할머니가 지휘하시죠. 대표님의 결혼식 준비 때문에 지금 많이 바쁘실 거예요.”“정윤하 씨,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나요?”소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어요. 아이들이 곧 학교에 돌아가야 하거든요.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긴 하지만, 학업이 더 중요하죠. 우리 무관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할 순 없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소지훈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대표님 결혼식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어요. 저도 대표님의 청첩장과 초대를 받았거든요. 결혼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사회도 맡아야 해요. 원래는 정윤하 씨와 함께 돌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몸을 단련할 계획이었는데, 결혼식 후에야 연성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윤하 씨께서 며칠 더 머무르시고 대표님의 결혼식에서 축하 한 잔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정윤하는 꽤 흔들렸다.하지만 정윤하는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저랑
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마요. 회사에 관리팀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피할 수 없네요.”“그건 피할 수 없죠. 전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소지훈 씨가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정말 행운이네요.”정윤하는 사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부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 설사 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려간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했다.소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정윤하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할머니라는 방해꾼이 없자, 소지훈과 정윤하는 하루 종일 함께 있었고 그 사이의 남아 있던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다.그 후 이틀 동안 소지훈은 여전히 무료 가이드로서 정윤하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구경시키고, 현지의 정통 간식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이틀 후, 정윤하는 아이들과 함께 관성을 떠났다.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어느덧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지 1년이 되었고 결혼 1주년 기념일도 이미 지나갔다. 전태윤은 아내에게서 받은 귀한 선물에 보답하며 하예정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함께 잘 기념하기로 약속했다.결혼식 3일 전에 하예정은 친정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친정은 언니의 집이었다.여동생이 시집가는 곳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또 레아닐 아파트에서 하예진을 괴롭히는 취객을 피하기 위해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레아닐 아파트를 떠나 전태윤 부부가 선물한 별장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하예진은 그 선물을 받지 않고 전태윤과 매매 계약을 체결해 전태윤에게서 그 별장을 구입했다.가격은 비밀로 했다.하예정은 언니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격 협상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하예진이 그 집으로
“성소현 씨”성소현을 본 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숙희 아주머니, 어떻게 여기 있어요?”낯이 익은 숙희 아주머니를 보자 성소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사모님께서 친정으로 돌아오셔서, 도련님께서 저와 강일구 씨를 보내셨어요.”도련님은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하씨 가문에서 일하도록 하고 월급도 계속 지급하며 인상해 주었다.전태윤의 경호원들과 전씨 가문의 하인 중에서 하예진 모자는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가장 익숙했다.전태윤이 그렇게 배려한 이유는 하예진 모자가 평안하게 지내야 전 사모님이 기분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태윤 씨의 방식이죠. 태윤 씨는 항상 예정을 세심하게 배려해요. 정말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예전에는 전태윤이 너무 차갑고 무정하다고만 생각했다.오랜 짝사랑에도 결실이 없었고 공개적으로 전태윤을 쫓아다녔지만, 전태윤의 눈길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전태윤은 원래부터 냉정한 사람이고 다정함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나중에야 전태윤이 다정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다정함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도 전태윤이 깊이 사랑하는 여자는 성소현의 사촌 동생이었고 그 훌륭한 남자가 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도련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분입니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에요.”숙희 아주머니는 별장 대문을 열며 성소현에게 말했다.“성소현 씨, 차를 안으로 들이세요.” “네. 그래야겠어요. 점심 먹고 예정이랑 같이 있을 거라 오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태윤 씨도 점심 먹으러 오시나요? 제가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숙희 아주머니가 대답했다.“도련님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셔서 밤에만 잠깐 들르셔서 사모님을 보시곤 해요.”결혼식 준비로 전태윤은 너무 바빴다.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매일 밤 하씨 가문에 와서 아내를 보러 왔다.“저는 태윤 씨
“아이들은 다 그렇죠.”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크면 괜찮아질 거예요. 우빈은 유치원 가기 싫어하지만, 울고 떼쓰지는 않아요. 그저 일부러 행동을 천천히 해서 꾸물거릴 뿐이에요. 하예정 씨가 워낙 성격이 좋은데도 그 느긋함을 못 견디죠.”“우빈은 꾸물거리면서도 늦을까 봐 늘 걱정해요. 늦으면 창피하다고 하더라고요.”“어떨 때 하예정 씨는 우빈이 너무 답답해서 일부러 우빈이를 두고 작은 가방만 들고 나가면 우빈은 울면서 서두르죠.”성소현이 말했다.“역시 아이는 보기만 하는 게 좋네요.”우빈은 성소현에게 이미 매우 착한 아이로 보였지만, 그동안 성소현이 본 건 그저 겉모습일 뿐이었다. 매일 아이를 돌본다면 성소현도 금세 지칠 것 같았다.숙희 아주머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게 사실이에요. 다른 사람의 아이는 보면 정말 귀엽고 자신도 열 명이고 여덟 명이고 낳고 싶어지죠. 그런데 막상 자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시 배 속에 넣고 싶어질걸요.”성소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자신이 예준하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예준하에게 맡기고 성소현은 그냥 보기만 하겠다고 같이 놀고 밥만 챙겨줄 수 있지만, 훈육이나 걱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조금 무책임해 보이는 것 같았다.“사모님, 성소현 씨가 오셨어요.”숙희 아주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하예정을 불렀다.거실에서 심심하게 TV를 보던 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성소현이 온 걸 보고는 바로 웃으며 일어나 성소현을 맞이했다.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장난스레 불평했다.“언니, 정말 너무해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두고 한 번도 안 와서 저랑 같이 있어 주질 않다니, 저 너무 심심해 죽겠어요.”결혼식 준비는 하예정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할 일이 없었다.회사로 출근할 수도 없고 서점에 가려고 해도 심효진이 빨리 돌아오라고 재촉하며 집에서 신부가 될 준비나 하라고 했다.바쁜 게 익숙한데, 갑자기 모든 게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하예정은 몸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소지훈 씨의 그런 특별한 경우는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에요.”“소지훈 씨가 운명의 여인을 찾았대.”성소현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소지훈 씨가 우리 집 남편에게 말하더라고 정겨울 씨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해서 태윤 씨가 허락했어요. 할머니는 정겨울 씨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고 하시면서 소지훈 씨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또 정겨울 씨 같은 여자가 소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정겨울 씨의 무술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태윤 씨도 정겨울 씨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정겨울 씨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운 명문가 출신이지만, 태윤 씨는 그저 어설픈 수준이잖아요.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저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예요.”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가 네가 태윤 씨를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얼굴이 확 상할 거야. 태윤 씨는 워낙 자신만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네가 태윤 씨의 무술 실력이 어설프다고 말하면 태윤 씨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걸?”“인정 못 하면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러 가면 되죠. 정겨울 씨가 확실하게 태윤 씨를 이겨서 복종하게 만들 거예요.”성소현이 말했다.“예정아, 내가 보기에 너 태윤 씨가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 만약 네가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너도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았어?”“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저의 실력을 잘 알아요. 저의 이 정도 허접한 실력은 모자란 깡패들 상대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정면 대결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하예정이 과거에 깡패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항상 기선을 제압하고 기습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상대의 많은 인원수 때문에 하예정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언니랑 예준하 씨는 약혼이나 결혼할 계획이 있어요?”
하예정은 성소현을 설득하지는 못했으나 성소현이 하예정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하였다.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자매인 줄 몰랐을 때도 하예정을 잘해주었다.성소현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사람이었다.다만 원래부터 친했었던 하예정과 심효진을 빼고는 성소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좋은 친구는 많지 않았다.“언니, 꼭 준하 씨랑 상의해서 준하 씨의 의견을 들어봐요. 만약 준하 씨가 탐탁지 않아 하면 나 때문에 괜히 싸우지 말고 준하 씨가 하자는 대로 해요.”하예정은 성소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언니의 행복이에요. 나 때문에 준하 씨와 언니의 인륜지대사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요.”성소연은 반대로 하예정의 손을 잡아주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예정아 걱정하지마. 나는 준하가 내 결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어차피 우리는 약혼을 먼저 할 계획이었어. 결혼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돼.”예준하는 솔직히 결혼이 조급했지만 성소현의 결정을 존중했다.관성에서 예준하 이외 남자들은 성소현을 마음에 품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성격이 별로인 성소현이 결혼 후 사고만 칠까 봐 걱정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성씨 가문과 걸맞은 집안이 없었다.관성에 있는 상류 사회층의 모든 사람은 성소현이 성씨 가문에서 수많은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또한 이경혜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사돈이 되면 어울리기 어렵고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그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과거에 전태윤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관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그들은 자신을 전태윤보다 부족하다고 여기고 성소현의 눈에 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경혜의 반대만 아니었다면 예준하는 누가 성소현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며 결혼을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성소현이 언제 결혼하고 싶어 하면 그때 해도 무방했다.하지만 지금은 이경혜가 반대하고 소지훈까지 개입하면서 결혼이 급해
예준하가 라이벌로 여겼던 남자는 유일하게 장연준밖에 없었다.소지훈은 연기일 뿐이라는 걸 예준하도 잘 알고 있었다.“예정 씨.”숙희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을 향해 걸어왔다.“예씨 집안 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쌍둥이를 데리고 오셨어요.”예준성의 모든 가족은 다 서원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예씨 가문을 직접 초대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하예정은 시댁에서 나와 언니네 집에서 머물다 결혼식 당일 언니네 집에서 출가하기로 했다.언니의 집은 하예정의 친정집과 마찬가지였다.예전처럼 언니가 만약 주씨 집안의 며느리였으면 하예정은 언니네 집에 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언니는 주씨 집안에서 나와 독립했고 인젠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하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젠 언니가 주인이고 언니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언니의 집이 곧 하예정의 친정집이다!“어서 오세요.”하예정이 잠시 친정에 머무는 동안 모연정 고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예정을 보러 왔다.모연정은 하예정을 빼고는 관성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정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지만 앞으로 동서지간으로 지낼 성소현은 아직 접촉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어색했다.예준성은 모연정하고는 달랐다.필경 그는 예진 그룹의 주인이며 관성에 진행 중인 사업도 있었다.예준성이 관성에 올 때마다 여러 상업계의 회장들이 예준성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모연정은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려 남편과 동행하지 않았다.하예정과 성소현은 함께 안방에서 나왔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예애정이 예지연을 품에 안은 채 걸어왔다.예애정은 절대적으로 손녀 예지연을 더 이뻐하는 것 같았다.매번 볼 때마다 손녀 예지연만 안고 있었고 늘 예지연은 자신한테 유일무이한 손녀이니 더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손자야 뭐 많으니 그렇게 희귀하지가 않다고 했었다.하지만 그에게 손자도 한 명일 뿐이었다.지호는 모연정의 품에서 엉엉 울고 있었고 지연은 울고 있는 쌍둥이 오빠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
전태윤은 그를 속인 거였다. 하예정은 주우빈에게 답장을 보냈다. [눈이 왔구나. 우빈이 운이 좋네, 갔는데 바로 눈이 와서 진짜 눈을 볼 수 있게 됐구나.] [눈사람도 만들 수 있네. 이모는 지금까지 눈사람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아침 맛있게 먹었어? 옷 많이 입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너희 셋째 작은 아버지는 여행 갔는데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있어야 돌아올 거야. 네가 따라가면 유치원에 못 가잖아.] 다행히 전호영은 빨리 도망친 덕분에 주우빈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하예정의 답장을 받은 주우빈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하예정과 주우빈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중얼거렸다. “오늘에서야 우빈이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 알았네. 당신이랑 30분 동안이나 이야기하다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는 앞으로 수다쟁이가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따뜻한 남자가 될 거예요.” 따뜻한 남자에다 수다쟁이라니... “9시가 넘었네요. 부모님과 할머니도 일어나셨을 거예요. 우리도 얼른 서둘러야죠. 창빈 도련님은 오늘 원림성의 A 시로 가는 거예요?” 전태윤은 먼저 그녀의 옷을 가져오며 말했다. “월요일에 갈 거야. 이틀 정도는 집에서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려고.” 10여 분 후, 부부는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 소파에는 전현림 혼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씨 할머니와 장소민, 그리고 어제 형의 집에서 잔 전창빈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님.” 부부는 전현림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현림은 부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어났구나. 아침 식사 준비해 뒀어. 아직 따뜻할 거야. 먹으러 가.” “엄마랑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전태윤이 물었다. “창빈이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창빈이도 같이 갔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산책하러 나가시다니.” 전태윤이 말했다. “할머니 말씀하시길,
“예진아, 늦었어. 얼른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내일 아침 같이 먹자.” 노동명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하예진은 그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동명 씨, 잘 자요.” “잘자.” 하예진은 그를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직접 휠체어를 조종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달콤한 미소였다. 그날 밤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지나갔다. 주말 아침, 출근할 필요도 없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평소 일찍 일어나던 전태윤도 침대에서 나오기 싫었다. 그는 침대에 늘어져 아내의 따뜻한 핫팩이 되어 주었다. 관성의 기온이 떨어져 정말 추웠지만 사실 기온은 아직 10도 정도였다. 낮에는 최대로 10도 중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관성 사람들은 너무 추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인터넷으로 두꺼운 옷을 주문했다. 관성 사람들이 옷을 주문하면 판매자들은 재빨리 발송했다. 며칠 후 주문이 취소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관성의 추위는 찬 공기가 남하할 때 며칠 동안 추워지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발송이 늦으면 날씨가 풀리고 나서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주문을 취소하게 된다.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가장 추운 며칠 동안 전태윤은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그는 보일러를 켜면 하예정이 더워서 자신의 품에 안기지 않을까 봐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건 절대 예정이에게 들키면 안 돼. 아니면 또 교활하다고 할 거야.’ ‘카톡!’ 하예정의 카톡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잠에서 깼지만 움직이기 싫어서 전태윤에게 말했다. “여보,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는지 좀 봐줘요. 너무 시끄러워요.” 전태윤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빈일 거야.” “우빈이는 엄마랑 있어서 이렇게 일찍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아직 꿈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꺼내 그녀에게 먹여줬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하예진은 그가 챙겨준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는 그를 보고 말했다. “이제 됐네요. 야식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예요. 또 산책하면서 소화라도 좀 시켜야겠어요.” 노동명이 일어나자 하예진과 보디가드가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를 밀면서 호텔까지 걸어가. 산책하면서 소화 시키는 거지.” 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뭐. 그런데 걸어가면 길을 못 찾을지도 몰라요. 길을 잘못 들면 우리 둘 다 강성의 길거리에서 하룻밤을 돌아다녀야 할 거예요. 저 원망하지 마요.” “그럴 리 없어.” 지금은 밤이 더욱 깊어졌다. 영화관을 나오니 거리의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점점 고요해지고 있었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천천히 밀며 걸었다. 보디가드들은 두 사람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보호했다. 걷다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명 씨, 눈이 오네요. 빨리 차 타고 호텔로 돌아가요.” 어느 정도 걷자 하예진은 더 이상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니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어려울까 걱정되었다. “그래.” 노동명은 아무런 이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에게는 그녀의 말이 곧 정답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이내 그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우빈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강일구는 주우빈과 함께 있었다. 하예진이 돌아오자 강일구는 방으로 돌아갔다. “우빈이 자고 있어?” 노동명은 방에 들어와 주우빈을 보았다.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며 말했다. “보일러 온도는 적당하면 돼, 너무 높일 필요 없어. 우빈이가 땀을 흘리고 있잖아.” 아이는 더우면 이불을 걷어차는 버릇이 있었다. 하예진은 온도를 조금 낮췄다. 노동명은 주우빈의 땀을 닦아주고 이불을 살짝 걷어내 더 덥지 않게 했다. 노동명의 행동을 보며 하예진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는 주
노동명은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등에 한 번, 손바닥에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하예진은 다급하게 손을 뺐다. 그녀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아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동명 씨, 진지하게 좀 굴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노동명은 늘 거칠고 대범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쳤으며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가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마치 어린 소녀처럼 변했다. 하예정은 언니가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명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진지해질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예진아, 앞으로 네가 휴식을 원할 때,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서 바람을 좀 쐬고 싶다면 나에게 말만 해줘. 아무리 바빠도 내 손에 있는 일을 내려놓고 너와 함께 나갈 수 있어. 일도 중요하지만 너의 행복이 더 중요해. 나는 돈도 충분히 있어. 예전에 번 돈이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했어. 지금 일을 하는 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용돈을 버는 정도야. 나에게는 너와 우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하예진은 그를 꾸짖듯 말했다. “동명 씨가 말하는 약간의 용돈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 버는 금액이에요. 동명 씨,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하예진이 식당을 운영하며 매출이 좋아 월 순이익이 꽤 높다고 하더라도 그가 버는 돈에 비하면 그녀의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에잇, 비교하니까 열 받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온 힘을 다해야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노동명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노력한 결과다. 노동명은 업계에서 십여 년을 뛰어다니며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다.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