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태윤 씨와 예정 씨의 혼례를 앞두고 할머니도 바쁘시겠어요. 할머니 장손의 혼례에 관한 일인데 할머니의 귀한 시간을 뺏을 수는 없죠. 윤하 씨 곁에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소지훈은 전씨 할머니께 더는 자신의 잘 보일 기회를 빼앗지 말라는 의미를 명백하게 표현했다.그는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 잘 보일 기회를 간절하게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다.“그러면 뭐해요? 제가 할 일도 없는데. 저는 나이도 많고 늙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인데 저한테 감히 일을 시킬 리가 있겠어요? 제가 입만 뻥끗하면 사람들이 제 요구대로 움직여줘요. 저 너무 한가해요.”“우리 서원 리조트에 이렇게 많은 아이가 와서 노는 것을 본지도 꽤 오래됐네요. 저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잘 보이고 싶으면 어서 가서 잘 보여요. 제가 막는 것도 아니고.”“저 같은 노인네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바로 항복하고 윤하 씨를 상대방에게 양보하려고요?”소지훈이 대답했다.“저 소지훈은 항복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요.”누가 감히 소지훈과 정윤하를 뺏으려 하겠는가!시험해 보면 알 것이다!할머니는 피식 웃었다.“지훈 씨, 지금 저에게 항복한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게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도 우리 태윤의 혼례를 지켜봐야 하기에 정말로 바쁘거든요.”전태윤의 혼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전태윤 본인일 것이다.할머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시름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필경 장남이 전씨 가문 손자중에서 첫 번째로 올리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식을 치르고 싶었다.앞으로 전태윤은 전씨 가문의 가주이고 하예정 또한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다른 손자들이 초월할 수 없을 만큼 성대하게 꾸며야 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든든한 후원자로 되려고 노력했다.“항복하지 않으면 저는 지훈 씨 뒤를 계속 따라다닐
정윤하는 자신의 학생들을 소지훈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이 제안하자, 정윤하는 별말 없이 그가 가리킨 큰 나무 쪽으로 따라 걸었다.나무 아래에는 그네 의자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별장에는 정말 많은 그네가 있더라고요.”그네 의자에 앉은 후, 정윤하가 말했다.“꽤 많아요. 대부분 나중에 설치된 거죠. 전씨 사모님께서 그네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대표님께서도 부인을 많이 아끼셔서, 그분들이 머무는 곳엔 언제나 그네가 있다고 들었어요.”“그럼. 전씨 사모님은 어디서든 그네 의자에 앉을 수 있겠네요.”정윤하는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사모님을 진심으로 아끼는군요. 정말 부러 워요.”정말 어디서나 전태윤이 부인을 아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전씨 할머니는요?”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정윤하는 궁금해서 물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다.“할머니께서는 전씨 가문의 중심이세요. 가문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할머니가 지휘하시죠. 대표님의 결혼식 준비 때문에 지금 많이 바쁘실 거예요.”“정윤하 씨,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나요?”소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어요. 아이들이 곧 학교에 돌아가야 하거든요.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긴 하지만, 학업이 더 중요하죠. 우리 무관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할 순 없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소지훈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대표님 결혼식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어요. 저도 대표님의 청첩장과 초대를 받았거든요. 결혼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사회도 맡아야 해요. 원래는 정윤하 씨와 함께 돌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몸을 단련할 계획이었는데, 결혼식 후에야 연성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윤하 씨께서 며칠 더 머무르시고 대표님의 결혼식에서 축하 한 잔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정윤하는 꽤 흔들렸다.하지만 정윤하는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저랑
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마요. 회사에 관리팀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피할 수 없네요.”“그건 피할 수 없죠. 전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소지훈 씨가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정말 행운이네요.”정윤하는 사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부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 설사 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려간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했다.소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정윤하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할머니라는 방해꾼이 없자, 소지훈과 정윤하는 하루 종일 함께 있었고 그 사이의 남아 있던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다.그 후 이틀 동안 소지훈은 여전히 무료 가이드로서 정윤하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구경시키고, 현지의 정통 간식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이틀 후, 정윤하는 아이들과 함께 관성을 떠났다.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어느덧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지 1년이 되었고 결혼 1주년 기념일도 이미 지나갔다. 전태윤은 아내에게서 받은 귀한 선물에 보답하며 하예정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함께 잘 기념하기로 약속했다.결혼식 3일 전에 하예정은 친정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친정은 언니의 집이었다.여동생이 시집가는 곳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또 레아닐 아파트에서 하예진을 괴롭히는 취객을 피하기 위해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레아닐 아파트를 떠나 전태윤 부부가 선물한 별장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하예진은 그 선물을 받지 않고 전태윤과 매매 계약을 체결해 전태윤에게서 그 별장을 구입했다.가격은 비밀로 했다.하예정은 언니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격 협상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하예진이 그 집으로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예정은 거짓말을 했다.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