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그의 가족에게 혜택을 준건 사실이지만 그의 가족은 아내의 위엄 때문에 밖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조용하게 지냈다. 아내 앞에서는 더욱 비굴하게 행동하며 하인보다 더 하인처럼 보였다.이런 것들이 정군호의 마음속에서 불만을 키웠다. 그는 오로지 모든 희망을 딸에게 걸었다.“윤정아, 네 엄마가 한 말을 아빠가 바꿀 수 없다. 네가 엄마에게 말해봐라. 아빠는 정말 방법이 없어. 이윤미가 말한 걸 못 들었니? 나는 네 엄마가 데려온 남자일 뿐이야. 데려온 남자가 집안에서 무슨 지위가 있겠니.”“아빠.”정군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윤정아, 아빠는 정말 방법이 없다. 아빠가 집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너도 알잖아.”이윤정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버지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이씨 가문에서 그녀의 양아버지는 발언권이 없었다.한편 2층 서재, 이가주는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이윤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문 닫고 잠가.”이윤미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차가 고장 난 건 무슨 일이지?”이가주가 물었다.“누군가 손을 썼어요.”이가주는 의자에 기댄 채 딸에게 물었다.“의심되는 사람이라도 있어?”“아빠랑 오빠들, 그리고 엄마가 가장 아끼시는 윤정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은 생각나지 않아요.”이가주는 딸의 대답에 의외로 화 내지 않고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엄마는 윤정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이씨 가문의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이 말은 이윤미에게 안심하라는 의미였다. 그녀가 은퇴하면 이가주 자리는 반드시 이윤미의 것이 될 것이다.“엄마는 윤정을 자기 집으로 돌려보내세요.”이가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미아, 친딸이 아닌 사람은 결국 친딸이 아니야. 그래도 조금은 쓸모가 있으니, 적어도 네가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도구로는 쓸 만해. 당분간은 남겨둬.”가끔은 화가 나서 윤정에게 심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윤정을 남겨두었다.친딸이라도 순조롭게 성장하게 할 수 없다. 그래야만 가업을 지키는 주인이 될 수 있다.그
고현이 만약 그녀의 사위가 될 수 있다면 그녀는 꿈에서도 웃으며 깨어날 것이다.“엄마, 저랑 고현은 그냥 친구예요. 고현이 직접 저한테 말했어요.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절대로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만약 제가 이윤정처럼 좋아한다면 결국 상처받는 사람은 저일 거라 했어요.”“친구로 지내는 게 더 오래 갈 수 있겠지.”이윤미는 한때 고현에 대한 감정을 품었었지만 그것은 뛰어난 사람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생기는 호감이었다.고현이 속말음을 털어놓은 후 이윤미는 그에 대해 순수한 감상만 남았다.이가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말했다.“고현은 우리 집과 맞지 않는다. 친구로 지내는 것이 좋겠어.”고현과 친구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윤미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다.“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니? 집에 돌아오기 전에 누군가를 좋아한 적 있어? ”이가주 역시 딸의 혼인을 걱정하며 말했다.“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엄마에게 말해봐. 데리고 와서 엄마한테 보여줘. 사람 됨됨이가 괜찮으면 엄마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집안이 너무 좋은 사람은 데릴 사위가 될 리 없고 반면 너무 못한 사람이면 결혼할 때 많은 혼수를 주고 관계를 끊으면 된다. 그럼 뱀파이어처럼 달라붙을까 봐 걱정할 필요 없어.”“너희 할아버지 할머니 집안이 너무 형편없어서 그동안 엄마도 그들을 많이 도와줬다.”“우리 이씨 가문은 돈이 많지만 그들이 착취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 네가 남편을 고를 때 너무 뛰어난 사람도 안 되고 너무 못한 사람도 안 돼. 중간쯤 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겠어.”이윤미는 웃으며 말했다.“전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요. 유일하게 감탄한 사람은 고현 도려님인데 그분하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으니.”“천천히 찾아봐. 우리 집안은 확실히 선택하기 어려워.”이가주는 말하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그러나 곧바로 책상에서 서류케이스를 꺼내 이윤미 앞에 던졌다.“엄마, 이게 뭐예요? ”“네가 직접 열어봐.”이가주의 표정은 이내 엄숙해졌다. 이윤미의
이가주의 얼굴이 많이 누그러졌다.그녀가 말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그들은 네가 출세하는 걸 원하지 않고 더군다나 이윤정이 출세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을 거야.”“우리 이씨 가문은 백 년 넘게 이어져 왔다. 가난할 때도 부유할 때도 있었고 온갖 일들이다 일어났지 않느냐?”“우리 직계가 방계를 그렇게 오랫동안 눌러왔으니 그들이 당연히 마음에 한이 맺혔겠지. 기회를 잡기만 하면 출세하려 한다. 그 소문들도 아마 그들이 퍼뜨린 것일 거다.”이가주는 딸에게 자신의 손으로 자매들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모두 죽었고 증거도 말끔히 없앴다. 아마도 빠져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일이 일어난 지 몇 십 년이나 지났으니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녀도 절대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두 조카딸이 당시 나이가 어리다 보니 약간의 기억이 남아있다고 해도 희미할 수 있어 되찾기 어려웠다.어쨌든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두 조카딸의 소식을 계속 주의했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관성은 그렇게 큰 도시인데 두 조카딸이 정말 그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설령 찾는다 해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이씨 가문의 뒷받침 없이 그 두 조카딸이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테니 운이 좋다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겠지. 상업 전쟁에 대해 접할 기회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녀의 딸과 맞설 수 있겠는가?게다가 조카딸들도 나이가 적지 않다. 반면 그녀의 딸은 한창 젊으니 나이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윤미아, 우리 가문은 다른 가문과는 다르지만 내부 싸움이 적을 수는 없다. 네 생활비서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마라”이윤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엄마, 저도 알아요.”“알면 됐다. 이제 돌아가 쉬어라. 내일은 새 차를 한 대 선물해줄게.”“감사합니다. 엄마.”“엄마도 일찍 쉬세요.”이윤미는 말을 마치고 서류케이스를 들고 돌아섰다.그녀가 나간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정군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이아,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예정은 거짓말을 했다.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