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전호영은 재빨리 하이힐을 벗었다.하이힐이 이렇게 신기 힘든 존재였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어쩐지 고현이 신기 싫어하더라니.고현은 심지어 여성 옷으로 갈아입는 것조차 거부했고 남자처럼 꾸미며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고현은 전호영이 그녀에게 준 치마와 하이힐을 모두 거절하며 오히려 전호영이 여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하여 오늘 전호영은 그녀에게 한 번 여성 옷을 입어 보이려고 결심했다.긴 가발에 긴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했더니 이목구비가 부드럽게 보였다. 이 모두는 소화해 내기 쉬웠지만 유독 하이힐이 신고 걷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전호영은 비틀거리며 걸어갔다.다행히도 여기는 강성이었다.그는 모두에게 자신이 전호영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언론 기자들이 알게 된다면 연예 기사의 큰 뉴스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일부러 가방 하나를 더 가지고 다녔다.가방 안에는 그의 복장 한 벌이 들어 있었고 조금 있다가 고현 사무실 안의 휴게실에서 갈아입을 계획이었다.하지만 신발은 가져오지 못했다.차 안에 있었다.고현에게도 신발이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그녀의 신을 빌려 신을 생각을 했다.엘리베이터는 전호영을 꼭대기 층으로 안내했다.그는 또다시 하이힐을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고현의 사무실로 향했다.고현의 비서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전호영을 보더니 본능적으로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눈앞의 사람이 여자인 것을 보고 “전 대표”라고 내뱉으려는 말을 다시 꿀꺽 삼켜버렸다.다행히 비서는 남들처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고 재빨리 전호영을 막아 나서면서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비서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낯선 여자를 위층으로 올려보낼 수 있냐며 아래층의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다.그나저나 눈앞의 여자는 전호영 도련님의 이목구비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저에요.”전호영은 남 비서 앞에서는 그의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나지막이 말한 세 글자에 비서는 아연실색한 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전
“하지만 고현 씨는 이목구비가 부드러워 남자 행세를 하기에는 늘 남성스러움이 부족해요. 여성 옷으로 갈아입으면 정말 경국지색일 텐데.”“고현 씨는 원래 여자잖아요. 자, 우리 옷 바꿔입어 봐요. 제가 고현 씨를 위해 이 옷을 입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르실 거예요.”“여장하고 다니지 말고 휴게실에서 여성 옷으로 갈아입고 저한테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데...”고현은 어이가 없었다.전호영이 여성 옷을 입고 왔다니!게다가 그 차림으로 고현의 회사까지 달려왔다.고현은 전호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건넸다.“전 대표,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이 예쁘긴 예쁜데 너무 남성적이네요.”“저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행세를 한다 해도 남자 같죠 . 하지만 고현 씨는 여자잖아요. 20년 넘게 남자로 분장한다 해도 여전히 여자인걸요.”“저는 고현 씨가 저처럼 여성 옷을 입고 밖에서 돌아다니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우리 휴게실에서 옷 좀 교환해 입어 봐요. 저한테 고현 씨가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까요?”“고현 씨가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알고 싶어서 그래요.”전호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현을 바라보며 기대를 품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는 여성 옷을 입지 않을 거예요. 너무 습관이 안 되거든요. 호영 씨는 지금 여성 옷을 입고 있는데 편하세요? 안 불편해요? 불편하잖아요. 하이힐을 신고 걸을 때 신을 던지고 달려오고 싶지 않았어요?”전호영은 고현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전호영은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 심지어 그 하이힐을 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했다.하지만 전호영은 남자가 아닌가!“저는 제가 여자라는 것을 인정해요. 제가 몇 년을 남자로 살았어도 여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20년 넘게 남자로 분장했고 이런 생활과 이런 옷차림에 익숙해졌어요.”“여성 옷으로 갈아입거나 하이힐을 신고 가발을 쓰거나 머리를 기르라고 하면 제가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호영 씨가 정말 저를
하지만 전호영이 웃길 때면 고현은 정말 즐겁다고 느꼈다.한 가지만은 확신했다.전호영은 처음에는 할머니의 주선으로 고현에게 접근했지만 지금은 고현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 감정 변화가 매우 뚜렷했다.잠시 앉아 있던 고현은 몸을 일으켜 책상을 에돌아 휴게실로 향했다.전호영은 그의 평상시 복장으로 갈아입었지만 신발이 없었다. 그의 구두는 차에 있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하이힐을 보더니 허리를 굽혀 들어 올려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다.“왜 버려요? 남겨 두지 그래요. 그래도 호영 씨가 신었던 하이힐인데.”고현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전호영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바라보니 문에 기대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현을 발견했다.“그 치마도 버리지 말고 보관하세요. 너무 아쉽네요. 제가 호영 씨 여성 옷을 입고 가발을 쓴 모습을 사진 찍어 놨어야 했는데.”고현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휴게실 안으로 들어와서 전호영에게 다가가더니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두 손을 꺼내 전호영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호영 씨는 역시 남자 옷을 입어야 멋지네요.”“멋있어요?”“맞아요, 멋져요. 몸매가 좋아서 남자 모델처럼 어떤 옷을 입어도 멋지네요.”전호영은 자신의 옷깃을 정리해 주는 고현의 두 손을 잡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의 이목구비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사진 찍어 주려고요? 제가 다시 치마로 갈아입고 가발과 하이힐을 다시 신을게요. 고현 씨가 원하는 만큼 찍게 해드릴게요.”“됐어요. 호영 씨 얼굴은 멋있지만 여성 옷을 입으면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거든요.”고현은 손을 빼내고 전호영의 넓고 평평한 가슴을 건방지게 두드리며 농담했다.“여기가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거든요.”전호영은 잠시 할 말을 이었다.그는 좀 더 비슷하게 꾸미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흠... 전호영은 뻔뻔하지만 그 정도로 꾸미기에는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고현은 허리를 굽혀 휴게실의 침대 위에서 전호영이 내려놓은
“호영 씨.”고현은 무뚝뚝한 얼굴로 소리쳤다.전호영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그는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세요. 호영 씨 휴대전화를 들어요. 사진 두 장만 찍도록 허락할게요. 그리고 제가 바로 제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고 아마 앞으로 제가 다시 여성 옷을 입을 일은 없을 거예요.”전호영는 휴대전화를 꺼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바로 사진 찍을 테니 옷 갈아입지 마세요.”그는 서둘러 휴대전화로 그녀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고현은 화장하지 않았지만 타고난 미모로 만약 여성 옷으로 갈아입고 가발까지 쓴다면 정말로 전호영의 상상대로 엄청나게 아름다울 것이다.전호영은 사진을 몇 장 찍었다.뒤이어 고현은 몸을 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전호영은 또 서둘러 그녀가 치마 입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찍었다.너무 아름답다!사진을 찍고 난 전호영은 얼굴에 걸려있는 함박웃음을 거두어들이지 못했다.그는 몇 번이고 고현의 치마 입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골라서 그의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매번 휴대전화로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좀 큰 사이즈 사진으로 씻어내서 자신의 방의 곳곳에 모두 걸어놓으려고 했고 크기가 아주 작은 사진도 씻어내서 액자에 넣어 열쇠고리에 끼워 넣으려고 했다.어쨌든 전호영은 고현의 아름다운 모습을 언제든지 감상하려고 했다.고현의 여성 옷을 입은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전호영은 그녀가 왜 갑자기 여성 옷을 갈아입으려 했는지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단지 고현이 여성 옷을 입을 기회가 이번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앞으로 그녀가 여성 옷을 입은 모습을 보려면 아마 무척 어려울 것이다.오늘의 일을 통해 전호영은 고현에게 다시 여성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고현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이제 남자 행세를 하는 것에, 이런 옷차림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치마와 하이힐을 신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전호영 스스로 입는 것마저
동생이 여기로 와서 구경거리를 보러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고현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돌아갔다.고빈은 이내 사무실 문을 열었다.“형, 전 대표님은? 전 대표가 여자로 변장해서 우리 회사로 왔다면서?”고빈은 구경거리를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하여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현장에서 여자로 변장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전호영은 여자로 변장하고는 사람들에게 전호영의 쌍둥이 누나라고 속일 줄 이야!전씨 가문은 몇 대째 딸이 없었다.전호영이 쌍둥이 누나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모를 리 없었다.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아마 그 딸을 응석받이로 키웠을 것이다.고현은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누가 그런 말을 했어?”“사람들이 다 말하고 있어. 내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여기로 달려왔지. 형, 전 대표님이 여성 옷을 입었다는 게 사실이야? 아름다워? 예뻐?”“전 대표님이 형을 위해 여자로 변장할 줄은 몰랐어. 여성 옷을 입다니! 하하하, 웃겨 죽을 것 같아!”“형, 감동했어? 전 대표님은 사실 좋은 사람이야. 설령 전 대표님이 처음에 형에게 접근한 것이 전씨 할머니 때문일지 몰라도 그 뒤로는 형한테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을 나까지도 보아낼 수 있었어.”“우리 부모님도 경험이 많으셔서 발견하셨을 것이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전 대표님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한 번 생각해 봐.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잖아.”“부모님께서 우리보다 오랜 세월을 더 보내오셨어. 게다가 딸을 시집보내고 싶어 하시는 거 사실이지만 그래도 누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셔.”뒤에 이 말은 밖에 있는 비서가 들을까 봐 고빈은 아주 작게 말했다.“누나, 전 대표를 고려해 보는 건 어때? 기회를 한 번 줘.”고빈은 이 말을 더 작게 말했다.고현은 남동생을 바라보았다.“호영 씨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준 거야? 왜 호영 씨 대신 좋은 말을 해?”고빈은 히쭉 웃었다.“아니야!
고빈이 너털웃음을 지었다.“하하! 누나, 그거 봐. 전 대표님은 항상 누나 위주로 말씀하시잖아.”“닥쳐!“고현은 동생을 꾸짖었다.고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웃었지만 감히 아까처럼 호탕하게 웃지는 못했다.고현은 두 눈을 부릅뜨며 전호영을 노려보았다.전호영은 그녀를 향해 빙그레 웃었고 고현이 아무리 노려봐도 화를 내지 않았다.“전 대표님, 다들 대표님께서 여자 분장하셨다고 하는데 저는 대표님이 우리 누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거든요. 혹시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 보실 의향이 있으신지요?”전호영은 고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처남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죠. 고현 씨가 저를 믿으면 되니까요.”고빈은 전호영의 어깨를 덥석 껴안고 소파 쪽으로 걸으면서 말을 건넸다.“저는 전 대표님의 미래 처남인걸요. 저에게 보여주면 어디가 덧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보았는데 제가 못 본다면 얼마나 아쉬워요.”전호영은 고빈의 손을 잡아당기며 소파에 주저앉았다.“처남이 복이 없어서 그래요. 누구 탓할 입장은 아니죠. 고현 씨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한 저는 다시는 여성 옷을 입지 않을 겁니다.”고현이 전호영의 소원을 들어주었으니 전호영도 앞으로 여성 옷을 입는 일에 관해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고빈이 아무리 설득해도 전호영은 더는 여자 분장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빈은 아쉬워하며 누나에게 물었다.“전 대표님이 여자로 분장한 모습을 찍었어?”고현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다시 바쁘게 일했다.고현은 동생의 물음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아니.”전호영의 치마를 입고 가발을 쓴 모습은 이미 고현의 마음속에 콕 박혀 들어갔다.사진 찍을 필요 없었다.전호영처럼 사진을 찍어서 저장하지 않아도 되었다.전호영은 그 모습을 찍어서 남겨두려고 했다. 고현은 여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여성 신분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전호영은 진정한 남자였기 때문에 고현은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다. 여러 방면으로 고려한 결과일 것이고 전호영
임 대표님도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는 전호영을 쳐다보고는 또다시 눈앞의 고현을 보더니 눈가에 고현을 동정하는 눈빛을 머금고 있었다.고현은 임 대표가 만나본 최고의 청년 인재였다. 만약 그에게도 딸이 있다면 그 딸을 고현과 이어주려고 했을 정도였다.하지만 고현이 불행하게도 전호영에게 매달릴 줄은 몰랐다.전호영은 뻔뻔스럽게도 고현이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전호영은 여전히 고현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었다.고현을 사모하는 여자들도 모두 전호영을 이길 수 없다고 전해 들었다. 모두 하나같이 실패하고 말았다. 주로 그녀들이 전호영의 뻔뻔함이 없었기도 했고 고현이 그녀들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하여 고현을 사모하는 여자들은 전호영이 이가 갈리도록 미웠지만 그렇다고 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네, 고 대표님이 퇴근하고 나서 저녁에 같이 밥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요.”전호영은 임 대표가 그를 어떤 눈빛으로 보든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사람들은 전호영이 동성애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모두 고현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누구도 몰랐다.“고현 씨, 저는 방해하지 않고 이만 VIP룸에 가서 기다릴게요.”전호영은 자상하게 고현에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VIP룸으로 걸어갔다.전호영이 자리를 떠난 뒤 고현은 임 대표를 소파에 앉으라고 표시했다.임 대표가 앉은 자리가 마침 전호영이 앉았던 자리였다.전호영이 입고 온 긴 치마와 하이힐이 모두 한 가방 안에 들어있었고, 물론 그 가방도 전호영이 앉았던 자리 옆에 놓여있었다.임 대표님은 그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그 가방 안에 들어있는 치마와 하이힐을 발견했다.고현은 황급히 그 가방을 들어 탁자 밑에 쑤셔 넣었다.“고 대표님, 이 일은 고 대표님의 개인적인 일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알지만 제가 이 말은 꼭 해드려야겠어요. 저는 고 대표님께서 전 대표님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해요.”“고 대표님은 정상적인 남자이고 동성애자가 아니잖아요. 저는 고 대표님께서 끝까지 거절하여 전 대표님께 어떠
고현과 임 대표가 사업상의 일을 다 이야기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임 대표님, 수고하셨어요.”고현은 일어나서 임 대표와 악수했다.임 대표는 웃으면서 악수했다.“수고하셨어요.”“임 대표님, 함께 식사해요. 제가 한턱 낼게요.”고현은 시간을 보더니 임 대표님을 초대해서 같이 식사하려고 했으나 임 대표는 완곡하게 거절했다.임 대표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고마워요, 전 대표. 다음에 약속 잡죠. 오늘은 저와 저의 아내의 15주년 기념일이라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어야 하거든요.”“암요.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셔서 아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셔야죠. 다음 기회에 제가 식사 한 번 대접해 드리죠.”고현은 더는 고집하지 않고 직접 임 대표를 대표 사무실 문 앞부터 1층까지 배웅해 드렸다.“전 대표님, 더 이상 배웅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만 먼저 가볼게요.”임 대표는 사무실 건물 입구에서 멈춰서서 고현에게 말을 건넸다.고현은 제자리에 서서 임 대표가 회사를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임 대표의 차가 고씨 그룹을 빠져나가는 것을 본 고현은 그제야 비로소 몸을 돌려 들아갔다.“전 대표님.”“전 대표님.”퇴근 시간 때라 다들 밖으로 나갔지만 유독 고현만 안으로 들어갔다.고현을 만난 사람마다 모두 그녀에게 공손한 태도로 안부를 물었다.착각인건지 예민한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할 때 항상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아직도 VIP룸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호영을 떠올린 고현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직원들이 그녀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전호영 때문이다.여자로 변장하여 회사로 들어와 고현을 찾으러 왔으니 분명 많은 직원이 알아보았을 테고 따라서 회사 구석구석에 이미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형.”마침 고빈이 내려왔다.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누나를 본 고빈은 발걸음을 멈추어 누나를 불렀다.“임 대표님께서 가셨어?”고빈이 물어보았다.고현은 양복 외투를 벗은 동생을 보며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