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현이 대답했다.“저도 이미 화 풀렸어요.”성소현은 그녀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이경혜도 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이 일을 말하자면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소 가주 탓은 아니죠. 소 가주께서 사죄한다고 하셨으니 이 선물을 우리도 받을게요.”최민주도 웃으며 말을 꺼냈다.“비록 우리 두 가문이 사돈을 맺을 수는 없지만 지훈이가 여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소현 씨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걸요. 우리도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 두 가문도 많이 연락하면서 지내요.”소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관계는 가장 가까웠다.과거에 성씨 가문과 원한을 맺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전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고 또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라이벌이기 때문에 소씨 가문과 성씨 가문 사이는 겉치레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사적으로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고 사업상으로도 더는 협력 관계를 이루지 않았기에 오히려 예전과 같은 대립 관계도 없었다.하여 소씨 가문이 성씨 가문과 자주 왕래해도 전씨 가문의 불편함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이미 친척 관계가 되었다.이경혜도 흔쾌히 대답했다.“자주 연락해요.”소균성의 혼사 얘기를 꺼낸 사건도 소지훈의 해석을 통해 마침내 막을 내릴 수 있었다.앞으로도 소지훈은 더 이상 성소현에게 매달리지 않을 것이고 성씨 가문이든 소씨 가문이든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소균성 부부는 성씨 가문에 남아 점심을 먹었다.반면 소지훈은 허둥지둥 관성 호텔로 돌아갔다.다행히 그는 정윤하 일행보다 한 발 먼저 호텔에 도착했다.소지훈은 차를 세우자마자 버스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마침내 호텔 입구에 멈추었다.곧 차 문이 열렸다.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정윤하였다.정윤하가 차에서 내려 차 문 앞에 서자 그녀의 학생들이 한두 명씩 내리기 시작했다. 정윤하도 차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인원수를 세어 자신이 데리고 온 12명의 아이가 모두 차에서 내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제야 웃으며
선물이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정윤하를 쳐다보다가 정윤하가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기뻐하며 소지훈을 따라갔다.소지훈은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하나씩 건네며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선물상자에 너희들의 이름이 적혀있어.”정윤하가 다가오더니 소지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우리 학생들의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정윤하는 소지훈에게 6남 6녀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시합에 참여했다고 말했을 뿐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소지훈이 입을 열었다.“경기하러 왔다고 해서 사람을 시켜 알아보라고 했더니 아이들 이름을 알아 왔더라고요. 사람마다 선물도 다르니 먼저 가지고 있다가 밥 다 먹고 선물 뜯으렴.”학생들은 고급스러운 선물상자를 받더니 모두 기쁨에 겨워했다.소지훈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고 비서도 세심하게 12명의 아이의 취향을 파악해서 성의껏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학생들이 포장을 뜯었을 때 깜짝 놀랄만한 선물로 준비했다.그들의 지훈 도련님이 겨우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부하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해 이 일을 도와주어야 했다.“아저씨, 고마워요.”아이들은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고맙다고 인사했다.소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좋아하면 됐어.”정윤하는 소지훈이 무척 친근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가문의 대표들처럼 위엄이 있는, 친근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소지훈이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기에 정윤하는 소지훈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마지막으로 소지훈은 아름다운 선물상자를 꺼냈다.그는 그 선물상자를 들고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정윤하의 앞으로 걸어갔다.“윤하 씨께도 선물을 준비했어요.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정윤하는 선물을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작은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오늘 점심밥을 사주시면 저에 대한 보답으로 받아들일게요.”“제 감사한 마음을 받아주세요. 귀중한 선물도 아니고 작은 성의에요. 이 학생들 선물처럼 자그마한 선물일 뿐
“네.”정윤하가 대답했다.그 차가 너무 새롭게 느껴졌다.하지만 소지훈은 주차장에 있는 차라고 했고 정윤하도 더는 묻지 않았다.소지훈이 평소 이렇게 싼 차를 몰지 않았기에 새 차처럼 보였다.정윤하는 소지훈이 그녀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새 차를 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은 정윤하 일행을 데리고 그가 예약한 큰 룸으로 들어갔고 모두가 앉은 후 웨이터를 보며 정윤하에게 메뉴책을 드리라고 지시했다.하지만 정윤하가 말했다.“아저씨, 저와 학생들은 편식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이곳 요리들에 대해 더 익숙할 테니 아저씨께서 주문해 주세요.”“평소에 호텔에서 밥을 먹지 않으셨어요?”“먹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일 층 뷔페에서 밥을 먹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뷔페에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먹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먹을 만큼 먹으라고, 낭비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고요.”소지훈이 웃었다.“맞아요. 낭비하면 안 되죠. 먹을 만큼 먹어야 하니까요.”“그럼 제가 주문할게요.”사실 소지훈은 관성 호텔에서 거의 소비하지 않았다. 가끔 올 때면 동생이 계산하거나 전태윤이 밥을 사주었기 때문이다.관성 호텔에서 먹었던 요리들이 모두 맛있었고 어린 우빈이도 싫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소지훈은 자신이 먹어보았던 음식들로 주문했다.주문한 요리들을 기다릴 때 소지훈은 자연스럽게 정윤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아이들도 서로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들은 가끔 몰래 소지훈을 훔쳐보기도 했다.“윤하 씨,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찻물을 한 잔 따라주며 물었다.정윤하의 예쁜 얼굴을 볼 때마다 소지훈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고 그는 마음속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까지 사랑해본 적이 없는 소지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여자를 만났으니 그 감정이 더 맹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다행히 소지훈은 침착하여 그 감정들을 억누를 수 있었고 정윤하도 눈치채지 못했다.정윤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경기가 끝났으니 저
“윤하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인데 제가 밥 사주는 것만으로 어떻게 그 은혜를 다 갚겠어요. 생명을 구해 준 은인에게는 더 많은 보답을 해드려야죠.”정윤하가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그 강도들은 어떻게 되었어요? 몇 년 선고받았어요?”정윤하는 화제를 바꾸었다.“모두 감옥으로 들어가서 몇 년을 선고받을지 모르지만 강도죄는 적어도 몇 년을 선고받아야 할거에요.”소지훈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거짓말을 내뱉었다.그의 부하들은 감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다.정윤하에게 얻어터지거나 스스로 넘어진 사람들이다.정윤하가 나서서 싸우자마자 소지훈의 부하들이 쓰러졌기에 모두가 미래의 사모님에 대해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정윤하가 말했다.“아저씨가 재수 없으신 거예요. 제가 듣기로는 관성에 안전관리가 좋다고 들었거든요. 몇 년 동안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마침 아저씨가 운이 안 좋게도 그 사람들을 만나신 거예요.”소지훈이 피식 웃었다.“저는 오히려 그들이 운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출격하자마자 윤하 씨께서 다 때려눕히고 저를 구해 주셨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 강도들이 윤하 씨에게 때려눕혀 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거에요.”“경찰들도 그들을 모조리 처리했을 거에요.”“쌤통이에요. 사지가 멀쩡한데 왜 강도질을 하는지.”“윤하 씨, 앞으로 놀러 가는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 제 차로 이동하시고 제가 안내해드릴 테니 저만 따라오시면 돼요. 그러면 더 재미있고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져들 필요도 없이 잘 놀 수 있을 겁니다.”정윤하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소지훈은 이렇게 잘 보일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서원 리조트를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정윤하를 설득할 수 없게 되자 소지훈은 정윤하가 하예정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언급한 기억을 떠올리더니 전씨 가문의 리조트로 정윤하를 꼬드겨 함께 돌아다니려고 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들어는 본 것 같아요. 익숙하네요.”“바로 윤하 씨께서 저에
정윤하는 매우 설렜다.정윤하가 입을 열었다.“생각해봐야겠어요. 남의 저택으로 우리가 놀러 가면 시끄러워질 수도 있잖아요.”정윤하는 어디를 가든 12명의 학생을 데리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그녀만 쾌활하게 즐기고 싶지 않았다.“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만약 너무 걱정된다면 제가 지금 전 대표께 메시지를 보내 그의 뜻을 물어볼게요.”소지훈은 정윤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었다.그는 바로 전태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소지훈은 사전에 전태윤에게 문자로 미래의 아내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는 전태윤더러 자신에게 메시지를 회답할 때를 지훈 씨로 회답하지 말고 소 대표로 회답해 달라고 부탁했다.정윤하가 소씨 가문의 일을 모를 수도 있다.하지만 소지훈은 그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놀라게 할까 봐 걱정했다.정윤하가 소씨 가문의 사업을 알게 된다면, 소지훈이 바로 소씨 가문의 도련님인 것을 알게 된다면 소지훈이 그녀의 뒷조사를 한 것도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조시훈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수 있었다.정윤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소지훈을 설레게 하는, 그를 정상적인 남자로 만들 수 있는 여자였다.하여 소지훈은 결혼 전에 그 어떤 사고도 허용하지 않았다.전태윤 부부는 성씨 가문에 남아서 식사를 했다.식사하고 난 뒤로도 두 사람을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소지훈이 보낸 메시지를 받은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드디에 지훈 씨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날이 왔군.”하예정이 남편의 말을 듣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지훈 씨가 태윤 씨에게 도움 청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그런 건 아닌데, 지훈 씨처럼 대단한 분이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많은 일에서 지훈 씨에게 도움을 청해서 신세를 많이 지고 있었어. 매번 우리한테서 비용을 받았지만 말이야.”“정남의 체면을 봐서 지훈 씨가 우리 대신 일을 처리해주면서도 비용도 매우 적게 받았거든. 신세를 많이 졌으니 이젠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