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서원 리조트로 갈 건지 물어보고 있었다.정윤하는 휴대전화로 서원 리조트의 관련 이미지를 먼저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서원 리조트 사진을 보고 싶은데 왜 검색이 안 되죠?”“못 찾을 거에요. 전씨 가문 저택에서는 전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진을 못 찍게 해요. 윤하 씨가 서원 리조트로 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소지훈이 전태윤의 뜻을 물어보자 전태윤으니 긍정적인 답안을 얻었고 또 전씨 그룹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정윤하는 이내 동의했다.“그럼 내일 우리 가봐요. 아저씨 시간 괜찮으세요? 내일 아이들도 데려가고 싶어요.”“언제든지요. 제가 매일 회사에 갈 필요도 없는걸요. 회사에서 저의 한 마디면 모든 일이 해결되거든요. 제가 직원들을 다스리기 때문에 저는 시간이 자유로워요.”소지훈의 부모님을 제외하면 그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오후에는 어디로 갈 계획에요?“소지훈이 물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오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려고요. 버스 타고 돌아오면서 큰 공원을 봤는데 나무들이 우거져 그늘이 졌더라고요.”“근처에 정말 공원이 하나 있어요. 오후에 제가 윤하 씨와 아이들을 모시고 그곳으로 갔다가 오후에 근처 먹거리 장터로 모셔다드릴게요. 그 장터에는 모두 맛있는 요리들을 팔고 있기에 윤하 씨와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실 거에요.”“좋아요. 오기 전에 관성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아서 먹거리 장터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구경할 시간이 없어서 못 가봤어요.”매일 학생들을 데리고 시합에 가야 했고 감히 혼자 12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뛰어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소지훈이 함께 이 아이들을 돌본다면 정윤하는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두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음식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탁자 위에는 요리들로 가득 찼다.정윤하가 말을 건넸다.“아저씨, 음식을 너무 많이 주문하
정윤하도 소지훈의 말에 동의했다.두 사람은 먹으면서 오래된 지인처럼 얘기를 나누었다.소지훈의 성격이 정윤하와 비슷했기에 두 사람은 매우 잘 통했다.소지훈도 마음속으로 다행으로 생각했다. 하느님이 정해주신 운명적인 여신이 모든 면에서 자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은근히 기뻐했다.예진 그룹의 관성 계열사.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예준하가 관리했고 예준하는 본사에서 안배한 관성 계열사에서 장기적으로 일하고 있는 대표였다.오후에 출근할 때에야 예준하는 성씨 가문에서 돌아왔다.직원들은 그들의 예 대표가 표정이 많이 변했다는 점을 발견했다.매혹적이고 잘생긴 얼굴을 가진 예준하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누가 그들의 예 대표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예준하는 예씨 가문의 남자 중에서 가장 성격이 좋은 사람으로서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면서 예의를 갖추었기에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예준하가 굳어진 얼굴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직원들도 보기 드물었다.혹시 회사에 무슨 큰일이 생긴 건 아닌지...모두가 추측하고 있지만 감히 물어보지는 못했다.직원들은 회사에 정말 큰일이 생길까 봐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감원하게 되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제1차 감원대상으로 되기 때문이다.요즘은 일자리도 찾기 어려웠고 좋은 일자리 찾기가 더 어려웠다.그들은 늘 자기 일을 소중히 여겼다.예씨 그룹의 복리후생은 관성의 전씨 그룹과 겨룰 수 있었다. 하여 관성에서 예씨 그룹으로 입사하면 모두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되기 일쑤였다.예준하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고 비서는 아무 말 없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준 뒤 조용히 물러갔다.예준하는 커피를 바로 마시지 않았다.그는 검은 의자에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나 창문가로 가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았다.한참 만에 그는 책상으로 돌아와 다시 의자에 앉았다.휴대전화를 꺼낸 예준하는 그의 친형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준성이 전화를 받자 예준하가 나지막이 물었다.“형, 바빠
예준성은 곧바로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성소현은 그의 동생의 여자친구였고 그들은 종종 함께 다녔기 때문에 소씨 가문 가주가 왜 예물을 들고 청혼하러 온 것인지 의아했다.“준하,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우리도 예물을 준비하고 성씨가문에 가서 청혼을 도와주는 게 어때?”예준성은 자기 집안이 소씨 가문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의 친동생 역시 소지훈에게 밀리지 않았다.준하와 성소현의 일에 대해서는 그는 한 번도 집안의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부모님과 형수님은 그의 연애 생활을 늘 걱정했지만 그는 가족들에게 안심하라고 했다.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는 반드시 쟁취해 집으로 데려와 애지중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부모와 형수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그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했다.예애정의 성격상 그녀는 당장이라도 관성으로 날아가 작은 아들을 위해 성씨 가문에 청혼을하고 싶어했다.하지만 막내아들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며 그들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부모로서 아무리 조급해도 결국 기다릴 수밖에 없다.준하가 결혼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다.“현재 위기는 해결됐지만 청혼은 이제 일정을 잡아될 것 같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형과 형수님도 참석할 거지?”준하가 물었다.예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이지. 나와 형수님의 결혼식에도 전태윤이 참석했으니 이번엔 우리도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석해야지.”모연정과 하예정은 닷시 친구가 되었다.예준성과 모연정이 결혼식을 올릴 때 전태윤과 하예정은 갈등을 겪고 있었고 전태윤은 아직하예정에게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 못했었다. 이 때문에 전태윤은 예준성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우리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성씨 가문에 가서 네 청혼을 도와줄까?”“좋아”준하는 말했다.“내가 이따가 엄마한테 전화하고 형수님에게도 말해서 엄마와 형수님이 예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 때가 되면 상가에 가서 청혼할 것
그는 더 힘들었다.“먼저 약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예준하는 단번에 결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전이진과 여운초처럼 먼저 약혼하고 약혼식을 열어 완성시 명망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면 모두가 자신이 성소현의 약혼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그러면 누가 자신 예준하의 라이벌이 되고 싶은지 두고 보자.“그래, 확실하게 정리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형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가족의 도움을 요청하자 예준하의 마음은 조금 누그러졌다.그의 가정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부모님과 형과 형수가 함께 나서면 분명히 성소현의 어머니도 결혼을 허락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래도 안되면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나설 수 있을 것이다.“똑똑똑.”노크 소리가 들렸다.예준하는 형에게 말했다.“형, 손님이 오셨어. 먼저 얘기 그만하자. 형수한테 말해 어머니랑 형수님이 좋은 선물을 준비하도록.”“알았어. 먼저 일 봐. 형이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 엄마랑 형수는 너를 위해 청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어.”모연정은 항상 시동생들의 청혼을 도와주는 걸 가장 좋아했다.그녀는 장며느리였고 그녀의 태도는 매우 중요했다.만약 예씨 가문과 혼인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모두가 모연정의 태도를 신경 쓸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장며느리이고 나중에 집안을 이끌 사람이었으니까.예준하는 형과의 통화를 끝내고는 조용히 대답했다.“들어오세요.”사무실 문이 열렸다.성소현은 꽃다발을 안고 몇 개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그 가방 안에는 새 옷 두 벌 새 넥타이 두 개 그리고 하나의 선물 상자가 들어있었다. 상자 안에는 롤렉스 시계가 있었다.이것은 그녀가 예준하에게 준 선물이었다.점심때 그가 너무 놀랐기 때문에 그녀는 약간의 선물을 주어 그의 놀란 마음을 달래주고자했다. 사실 그녀도 무척 놀랐다.다행히도 일이 완벽하게 해결되었다.“소현아.”들어온 사람이 성소현이라는 것을 본 예준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책상 너머로 걸어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어떻게 여기에
예준하은 여전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직 풀을 받은 적이 없는데 네가 내 소원을 이뤄줄 때까지 기다릴게.”“이건 쉽지. 다음에 시장에 갈 때 한 자루 가득 풀을 사와서 전부 너한테 줄게.”“그럼 나 소를 사서 기를까?”성소현은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너에게 준 풀을 네가 감히 소에게 먹여보려고 하면 두고 보자.”“안 할게, 안 할게.”성소현은 가방을 열어 새로 산 두 벌의 옷을 꺼내 예준하에게 건네며 말했다.“한 번 봐, 마음에 들어? 너의 모든 옷이 이 브랜드라서 같은 브랜드로 골라봤어. 셔츠랑 자켓까지 다 있지.”심지어 그는 속옷까지 여러 벌 사주었지만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하고 옷 가방 안에 슬며시 넣어 두었다. 집에 돌아가 옷을 꺼내면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예준하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옷을 받아 펼쳐 보며 미소 지었다.“네가 사준 옷이라면 당연히 마음에 들어. 사이즈도 딱 맞아.”“바보야, 네게 선물하는 옷이니까 당연히 딱 맞게 사야지.”“그리고 넥타이 두 개도 있어.”성소현이 다시 가방에서 넥타이 두 개를 꺼냈다.마지막으로 롤렉스 시계를 꺼냈다.성소현은 선물 상자를 열고 예준하에게 손을 내밀라며 시계를 직접 채워주려 했다.예준하가 말했다.“내가 매일 차고 다니는 시계도 네가 준 거잖아.”예준하는 성소현에게 많은 선물을 줬고 성소현도 그에 대해 보답했다.그녀는 남자친구가 무시당하는 걸 절대 두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은 예준하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은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돌려가며 차야겠어. 이 시계가 더 예쁜 것 같아.”예준하는 성소현이 시계를 채워주는 걸 가만히 바라보며 시계가 채워진 후 칭찬했다.“소현아 네 안목은 정말 뛰어나. 네가 사주는 물건은 다 멋지고 실용적이야. 정말 마음에 들어.”“그야 당연하지. 내 마음에 둔 것이든 사람이든 모두 최고로 뒤어나.”성소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성소현의 출신 배경은 그녀에게 이런 자신감을 줬다.
예준하의 형들 중에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셋째 형이뿐이었다지. 하지만만 그도 이미 마음에 둔 상대가 있다. 예준하와 성소현도 연애 중이지만 여섯째 형과 일곱쩨 형이 같은 나이대의 형제들은 대체로 모연정형수님의 눈치를길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 둘은이 요즘 모연정을형수님을 보면 항상 긴장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주 만나야 했형수님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모연정의 매력 때문이었다.성소현은 모연정이 예전에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소설을 특별히 찾아서 읽었었다.성소현이 물었다. “형수님은 앞으로 소설을 안 쓰실까? 내가 소설을 잘 안 읽는데 형수님 소설은 재미있더라. 형수님은 상상력이 정말 풍부해.”예준하가 대답했다. “형수님은 지금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거야겠지. 그래도 가끔씩 쓰긴 하셔. 다만, 발표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 형제들을 소재로 글을 쓰고 계신 거 같아.”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형수님한테 너를 주인공으로 해서 소설을 써달라고 하면 되겠네. 인기남 컨셉으로다가너한테 미녀들을 많이 줄게.”예준하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 소설의 남주인공이 된다면, 여주인공은 무조건 너일 거야.”성소현은 더욱 기쁘게 웃었다. 갑자기 그녀는 예준하의 목을 끌어안고 먼저 입을 맞췄다.춤을 선사했다.사랑하는 여인이 먼저 입맞춤을 해오니, 예준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고 그 키스를 더욱 깊게 이어갔다.입맞춤이 끝난 후 성소현의 손은 예준하의 얼굴 위로 내려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애정과 함께 약간의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점심때 많이 놀랐지? 선물은 너를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한 거야.”“그렇구나.”예준하가 웃으며 다시 그녀의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나 정말 놀랐어. 넌 모를 거야. 그 소식을 듣고 난 창백한 얼굴에 손발까지 차가워졌다니까?네가 모를 거야.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손발이 차가워졌어. 그 순간 내 머릿
키스 후 성소현은 부드럽게 예준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물었다.“아직도 화났어?”예준하는 다시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남기며 말했다.“소지훈이 운명의 여자를 찾았다고 해서 이제 마음이 놓였어. 하지만 정말로 놀랐어. 네가조금 더 따뜻하게 해줘야겠어. 내게 위로가 필요해.”성소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선물도 주고 키스도 해줬는데 아직도 부족해?”그녀의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게 하며 예준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이제 충분해.”“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야. 몆 번 더 일어난다면 내가 심장마비가 올지도 몰라.”“우리가 빨리 약혼식을 하고 관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약혼식을 열자. 전이진과 여운초의 약혼식보다 더 성대하게 말이야.”성소현은 조용히 대답했다.“그래, 관성을 떠들썩하게 만들 약혼식을 준비해줘. 난 기다릴게.”곧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며 물었다.“일이 많지? 계속 일 봐. 나도 회사로 돌아갈게.”하지만 예준하는 다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이미 온 김에 조금 더 있어줘. 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아내를 잃을 뻔했는데 어떻게 일을 처리할 마음이 있겠어?”“오늘 밤에 저녁 먹고 영화 좀 보러 갈까?”성소현도 그가 놀란 걸 알고 있어서 단순히 선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저녁에 영화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좋아, 네가 알아서 해.”성소현이 가져온 선물을 바라보며 예준하는 낮게 말했다.“너가 내 외투, 셔츠, 넥타이까지 사줬는데 바지는 왜 안 샀어?”“넌 아직 가방 안에 있는 옷을 다 보지 않았잖아.”그녀의 말을 들은 예준하는 성소현을 놓아주고 가방을 뒤적여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위해 산 새 옷을 발견했다.모두 빨간색이었다.예준하: “... 전부 빨간색이네?”그는 한 번도 빨간색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어릴 적에는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옷을 사주었고 그의 띠해가 될 때마다 어머니는 빨간색 옷을 주로 사줬다. 외투든 속옷이든 전부 빨간색이었다.그는
예준하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자신이 붉은색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붉은색이 너무 눈부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빨간색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성소현은 빨간색이 눈부시다고 생각하여 좋아했고 예준하는 그 눈부심이 너무 싫었다.“그럼 이따가 다른 색으로 바꾸자.”예준하는 성소현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성소현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기대에 가득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먼저 보관하고 있어. 앞으로 내가 빨간색을 사지 않도록 주의할게.”“여성 옷을 한번 입고 나에게 보여주면 더 좋을 텐데. 준하 씨 이렇게 멋진데 여성 옷을 입는다면 더 이쁠걸.”예준하는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일깨워주었다.“난 진정한 남자거든. 어떻게 여성 옷을 입힐 생각을 해?”“난 당신과 부부하고 싶을 뿐이지 자매 사이로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성소현이 깔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럼 여장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군.”“혹시 예정 씨와 효진 씨도 남편에게 여장을 입으라고 요구해 본 거야?”“태윤 씨와 정남 씨는 여장을 할 리가 없어.”성소현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하예정과 심효진은 그녀들의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성소현은 단지 농담해 보고 싶어서 예준하에게 물어본 것뿐이다.예준하는 자신이 비교된 줄로 알고 고민하며 말했다.“사실 나도 여성 옷을 입어봤어.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딸을 낳기를 바랐는데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을 보시더니 날 딸로 키우겠다고 하셨거든.”“처음 걸음마를 뗐을 때 우리 엄마가 날 괴롭혀도 내가 저항하지 못했거든. 여름이 되면 맨날 나에게 치마를 입혀주고 머리도 길러주고 그러셨어. 정말로 날 딸로 키우셨지.”성소현은 흥미를 느끼며 웃으며 말했다.“준하 씨 예전에는 왜 이런 얘기 안 해줬어?”“흑역사를 내가 어떻게 너한테 얘기를 해.”“치마를 얼마나 오랫동안 입었어?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고?”예준하가 대답했다.“난 그때 나이가
“제가 만약 아저씨와 결혼하게 되면 나가서 살 거예요. 시부모님과 거리를 두는 것도 좋아요.”윤미연은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만약 지훈 씨의 어머님이 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댁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도 너의 결점을 들추어내고 너희 부부의 감정을 깨뜨리려고 할 거야. 시어머니는 지훈 씨의 친어머니기 때문에 지훈 씨가 친어머니와 인연을 끊을 수는 없잖아?”정윤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엄마, 아저씨의 마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씀이세요? 원래는 잘 정리해 놓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혼라스러워져요. 혼자 있는 것도 좋긴 해요. 그렇게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제 성격도 심술궂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못해요. 다들 재벌 가문의 시어머니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하던데. 예정 씨와 효진 씨네 시어머니처럼 사리에 밝은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 하던데. 제가 듣기로는 전태윤 씨와 예정 씨가 금방 함께 있었을 때 시어머니는 사실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예정 씨 시어머니는 상처를 주거나 부부의 관계를 틀어놓는 일을 한 적이 없대요. 오히려 아들 부부의 일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공개적으로 감싸주며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욕설까지 퍼부으셨대요. 예정 씨 시어머니는 우아하고 고상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며느리를 위해 상대방을 욕하기까지 하셨대요. 예정 씨와 그녀의 시어머니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시부모님을 특히 존경하고 있거든요. 저는 현실 속에서 그런 시어머니는 드물다고 생각해요.”윤미연은 딸을 나무랐다.“넌 아직 지훈 씨의 부모님을 만나본 적도 없는데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 꼭 한번 만나 뵙고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자.”“그런데 아저씨랑 연애하고 정이 이미 깊어졌을 때 그분들이 우리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면 저는 엄청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관계를 이루지 않고 현재 생활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친구로
윤미연은 정윤하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 했다.“샤브샤브를 먹기 때문에 별로 준비할 것도 없어. 밥은 진작 했지. 너와 지훈 씨가 잘 지내는 것 같던데. 그분도 너에게 진심인 것 같으니 며칠 동안 잘 생각해 보고 답을 주렴.”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엄마, 아저씨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갑자기 저에게 고백한 건 아닐까요? 아저씨 집에 돈도 많고 부잣집 도련님인데 만나본 미녀들도 수두룩할 거 아니에요. 저의 미모로 아저씨를 반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냥 놀고 싶은 건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은 저에게도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에는 마음이 변해서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데 바람피우거나 밖에서 내연녀랑 가정을 이룬다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때 가서 제가 아저씨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관성에서 엄마의 도움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죠?”윤미연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해 주었다.“글쎄... 하지만 결혼 생활은 두 사람이 서로 잘 가꾸어야 하는 법이야. 너희 두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잘 가꾸어 나가면 그런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다만 그 집안 부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어.”정씨 가문은 연성에서도 이름이 있는 가문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합 도장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수조 원의 재벌가는 아니지만 겨우 수백억 원을 넘는 자산 정도는 갖고 있다.소씨 가문과 비하면 너무 많이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만약 소지훈의 부모님이 정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관성에 갔을 때 지훈 씨 부모님을 본 적이 있어? 너에 대한 태도는 어땠어? 태도가 좋고 잘 웃으신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을 텐데. 차갑거나 공손한 태도로 임한다면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만약 그의 부모님이 싫어하신다면 우리는 단념하자. 아빠 엄마가 널 평생 책임질 수 있으니까. 네가 그 가문으로 가서 괴롭힘당하는 꼴을 우린 못 봐.”윤미연은 평소에 딸을 욕할 때 몇 번이고 그녀의 친딸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가 정윤하를 괴
정윤하의 얼굴은 노을처럼 빨개졌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아저씨가 도장으로 바비큐를 가져왔거든요. 엄마, 제가 먹자고 한 것이 아니라 저희 학생들이 먹고 싶다고 했어요. 아저씨도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바비큐를 사다 준 거예요. 제가 바비큐를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거예요. 친구 사이가 아닌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서 저를 사랑한다고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거 있죠. 참, 그리고 저에게 꽃다발도 선물해줬어요. 그 꽃을 받으니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묻길래 꽃 떡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어요.”윤미연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부릅뜨고 딸을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본 정윤하는 점점 작은 소리로 무고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아저씨가 저에게 장미꽃을 선물했길래 그렇게 많은 장미꽃 앞에서는 장미꽃 떡만 생각났다니까요. 무슨 심정이냐며 묻길래 사실대로 대답한 것뿐이에요.”윤미연은 정윤하의 이마를 쿡쿡 찌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왜 이렇게 멍청해? 종일 먹을 생각만 하다니. 네가 바비큐를 좋아하니까 지훈 씨가 그렇게 많은 바비큐를 포장해 간 거 아니야? 날씨가 춥다고 바비큐를 먹으면 소화가 잘될 줄 알았어? 내가 이따가 차 한 잔 끓여 줄게.”“엄마, 괜찮아요. 아저씨가 모두에게 보이차도 사줬어요. 보이차도 소화가 잘되는걸요. 학생들도 바비큐를 먹는 데 익숙해져서 소화도 잘될걸요.”윤미연은 그제야 시름 놓으며 말을 건넸다.“지훈 씨는 보이차를 사줄 줄도 알고 역시 자상하구나.”윤미연은 말을 마친 후 정윤하를 노려보더니 한참 뒤에야 정윤하에게 물었다.“지훈 씨가 갑자기 고백하는 바람에 이렇게 일찍 집으로 달려온 거야?”정윤하는 덤벙대며 줄곧 소지훈을 형제로 대했는데 갑자기 고백을 받고 놀란 것도 당연한 일이다..“거절한 건 아니지?”윤미연은 긴장하며 물었다.“당분간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데 바로 거절하지는 마. 여지를 남겨두어야 해. 너도 이제 스물네다섯 살이나 되었는데, 너를
“지훈 씨가 회사 대표는 맞지만 신분이 단순하지 않을 거야. 분명 우리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우리에게 말하지 않을 뿐이지.”“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걸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거요.”정윤하가 소지훈의 편을 들어주었다.윤미연은 또 말을 꺼냈다.“잘 생각해 봐. 네가 지훈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싸울 줄 모르는 것처럼 하지 않았어? 네가 도와준 뒤로 은인이라고 떠들면서 너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무척 잘해줬잖아. 엄마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지훈 씨가 처음부터 너를 겨냥하고 너에게 접근한 것 같아. 작전을 세워서 너를 지훈 씨의 은인으로 만들면 당당하게 너에게 접근하면서 잘해줘도 네가 의심하지 않잖아. 어쩌면 네가 지훈 씨를 구해주던 날의 일도 지훈 씨가 꾸민 일일지도 몰라. 지금 관성의 환경이 얼마나 안전한데 건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거든. 관성의 경찰들이 그들을 나와서 행패 부리게 내버려둘 리가 있겠어?”정윤하는 설마 하는 생각에 다시 말을 이었다.“엄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셔서 생각이 많으신 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저에게 접근해서 뭐 할 게 있다고. 우리 집은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저도 우리 도장에서 일하는 일개 직원일 뿐인데. 저의 전 재산을 내놓는다고 해도 아저씨가 하루에 버는 돈보다도 적을 텐데. 저를 겨냥한 건 아닐 거예요. 게다가 아저씨를 도와준 그날 밤은 확실히 제가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 맞아요. 서로 초면인데 이유 없이 저에게 접근해서 뭐 하게요? 아저씨는 아주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어쩌다가 남의 미움을 사서 복수 당할 수도 있죠. 누군가가 건달들을 시켜 아저씨를 해치려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정윤하는 소지훈이 그녀를 위해 이런 일들을 꾸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정윤하의 집이 수백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소지훈이 무언가 꾸며도 믿을 법도 하다.그러나 그녀는 겨우 200만 정도의 월급쟁이에 집에 재산이 많다고 해
결국, 정윤하는 설탕 생강차가 담긴 잔을 들고 방안의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윤하야,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야?”윤미연은 정윤하의 뒤를 따라가 그녀의 옆에 앉으며 관심 있게 물었다.“아니요.”정윤하는 윤미연에게 들킬까 봐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생강차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더니 너무 매워서 혀를 내둘렀다.“엄마, 집에 있는 생강을 다 넣었어요? 너무 매워요. 아! 너무 맵네요. 맛도 없고 마시고 싶지 않아요.”“네 생리통 주기가 이상해서 그래. 생강차 좀 마시고 추위를 좀 쫓아내.”정윤하는 그제야 사실대로 말했다.“엄마, 사실 제가 거짓말한 거에요. 저는 지금 생리 기간이 아녜요.”“거짓말이라고? 이 계집애! 건강 문제로 어떻게 엄마를 속일 수 있어? 엄마는 너에게 몸조리 좀 시키려고 한약까지 지어줘야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어린 나이에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생리 주기가 이상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몸조리를 잘해야 앞으로 배 속에 아기가 잘 들어서지. 여자들은 생리 주기를 잘 유의해야 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바로바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야 한다니까.”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엄마, 내가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으로 보여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제가 일찍 돌아오면 엄마가 제가 게으르다고 혼낼까 봐, 아빠한테 제 월급을 깎으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거짓말로 엄마를 속인 거예요.”다행히 윤미연의 행동이 빠르지 않았다.만약 정말로 정윤하에게 이것저것 사주면서 몸조리를 시키고 심지어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야 아까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면 윤미연은 아마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윤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네가 뻔뻔한 사람이 아니지. 부끄러움 탈 애가 아니야. 그럼 뭔데? 걱정거리라도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봐. 괜찮아. 참, 오늘 지훈 씨는 아직 안 왔지? 평소 이 시간이면 집에 도착했을 텐데.”정윤하는 입을 오므리다가 말을 꺼냈다.“엄마, 아저씨는 회사 대표라서 바빠. 저녁에 약속 잡혔을지도 몰라. 자꾸 걱
소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 정윤하는 소지훈을 보더니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헛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고 지낸지 오래되면 도장의 코치 선배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고 이내 두근거림도 사라졌고 헛된 생각도 하지 않았다.정윤하는 그녀와 소지훈이 사이도 친구와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소지훈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줄은 전혀 몰랐다.정윤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스스로 가볍게 얼굴을 치며 혼잣말을 했다.“정윤하, 부끄러워하는 거야? 어떤 남자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이렇게 기뻐한 거야? 좀 진정해. 진정하자고.”소지훈은 정윤하의 소개팅 상대들처럼 그녀가 나중에 가정폭력을 행사할까 봐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소지훈은 정혁주까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무술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남자였다.정윤하조차도 정혁주를 이기지 못하는데.소지훈이 정혁주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소지훈의 무술 실력이 정윤하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지훈이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오히려 앞으로 소지훈과 싸울 때 그에게 터져 맞아 땅에 짓눌리지 않게 정윤하가 걱정해야 할 것이다.정윤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던 정윤하는 자신 있게 웃으며 중얼거렸다.“못생기지는 않았는데! 아저씨가 역시 보는 눈이 있네.”단 정윤하는 자신과 소지훈이 어울리는지 잘 몰랐다.소지훈은 대기업의 대표이고 집안도 재벌가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재력이 강하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정씨 가문은 가난하지 않고 연성에서도 부자에 속했지만 소씨 가문과 비교하면 그래도 차이가 컸다.정윤하는 소지훈이 보통 여자들과 다른 자신을 가지고 놀다가 질려버리면 자신을 버리고 딴 여자를 좋아할까 봐 무척 걱정했다.남자는 돈이 있으면 나빠지고 여자가 나빠지면 돈이 많아지게 되는 법!소지훈은 부자인 데다 잘생겼기에 여자에게 심장까지 꺼내어 잘해주면 그 여자는 분명 그에게 퐁
“형, 그럼 제가 뭘 하면 될까요?”정혁주가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을 본 소지훈은 그를 자신의 편으로 생각하며 물었다.정혁주가 대답했다.“여기 남아서 지켜보든지, 아니면 돌아가서 우리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하든지 하세요. 어쨌든 정윤하가 뭘 하든 상관하지 마세요. 저녁에 돌아올 테니까요. 돌아오면 두 사람 다시 얘기해 봐요. 소 대표님이 하신 얘기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만 믿게 하면 돼요.”“네.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는 돌아가서 이모님을 도와 요리할게요.”윤미연에게 잘 보이면 정윤하의 마음을 훔치는 이 길은 훨씬 쉬워질 테니까.정윤하는 소지훈의 고백에 놀란 것이 아니라 별로 믿기지 않아서였다. 어떤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도장에서 나와 찬 바람을 쐬고 추워지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정윤하도 밖에서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다행히 도장은 집에서 매우 가까웠다.윤미연은 오늘 밤 샤브샤브를 먹을 요리들을 준비하고 있었다.추운 날에는 역시 샤브샤브를 먹어야 속이 편안할 것이다.집이 난방이 안 되면 그녀도 이렇게 편하게 있지는 못한다.겨울이 되면 윤미연은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 장 보는 것도 자식들에게 맡기곤 한다.그녀는 따뜻한 도시에서 정씨 가문으로 시집온 사람이다. 그녀는 너무 추위를 타서 연성에 시집온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겨울만 되면 여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했다.문 여는 소리를 듣고 문 앞으로 향하던 윤미연은 정윤하인 것을 확인하더니 바로 물었다.“이 시간이면 수업해야 할 시간 아니야? 왜 돌아왔어? 밖에 여전히 눈이 오지? 부엌에 뜨거운 생강차를 끓여놨는데 한 잔 마셔.”윤미연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왜 혼자 왔어? 너희 오빠들은?”윤미연은 바쁘게 일하면서도 정윤하에게 물어보았다.정윤하가 대답했다.“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왔어요. 엄마, 아빠는요?”“네 아빠가 약속 있어서 나가셨어. 저녁에 밥 먹으러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서
소지훈이 일어나 정윤하를 쫓아가려 하였으나 정혁주가 가로막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정혁주인 것을 확인하더니 성깔 좋게 말했다.“형, 제가 나가 볼게요.”“지금 가지 말고 윤하에게 혼자 생각하게 시간 좀 줘요. 윤하가 지금 소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소식을 소화해야 할 거예요. 윤하는 지금 친구 감정이 아닌 이 남녀 간의 감정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밖이 추운데... 눈이 내리면 추워질까 걱정돼요.”그러나 정혁주는 친여동생의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소 대표님은 추울지 몰라도 윤하는 연성 토박이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추위에 익숙해요. 그러나 소 대표님은 아니죠. 당신은 관성에서 왔으니 관성 쪽에는 겨울이 없다고 볼 수 있죠. 윤하가 추워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내버려 둬요. 마음을 다잡고 잘 생각해 보게 내버려 둬요. 갑자기 고백하니, 윤하는 심리 준비도 하지 않아 혼란스러워졌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 대표님도 그래요. 때가 되면 고백하셔야지... 꽃다발 하나로 윤하가 소 대표님 마음을 알 거로 생각하세요?”소지훈은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도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그래서 직접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것 같아서요. 제가 한 트럭의 꽃을 선물한다고 해도 윤하 씨 성격으로는 이 꽃들로 얼마나 많은 꽃 떡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할 테니까요.”정혁주도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그... 그럴 수도 있겠네요.”정윤하도 분명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를 사랑한다면 확실히 말해야 했다. 그녀가 알도록 명확하게 알려줘야 할 것이다.“형, 윤하 씨가 이렇게 황급하게 나갔는데 정말 저를 피하는 거 아니에요? 윤하 씨는 제가 너무 늙었다고 싫어하지 않을까요? 저는 윤하 씨보다 10세 4개월이나 많은데.”그의 나이는 그녀보다 11살 많다고 말은 했지만 진지하게 계산하면 10년 4개월 연상이다.정
정윤하는 그렇게 하면 소지훈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여 말을 내뱉으려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어 말을 건넸다.“그럼 그때 가서 신세 좀 질게요.”소지훈이 연성에 있을 때 정윤하가 그에게 잘 접대했으니 그녀가 관성으로 가게 되면 소지훈이 잘 접대해 주면 서로에게 빚지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윤하 씨, 꽃 떡 말고도 또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소지훈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정윤하가 소지훈을 쳐다보니 그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정윤하가 입을 열었다.“제가 또 무슨 생각 해야 하죠? 아저씨가 저에게 꽃을 선물했으니 저를 좋아한다는 생각 해야 돼요?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고 저도 아저씨가 좋아요. 우리가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 친구로 될 수도 없는걸요.”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소지훈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윤하 씨는 제가 윤하 씨에 대해 좋아함이 우정이 아닌 남녀 간의 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아저씨가 남자고, 저는 여자인데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요? 뭐가 달라요?”“제 말은 윤하 씨, 저는 윤하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싶단 의미에요. 형제 사이가 아닌 윤하 씨 남편이 되고 싶다는 뜻이에요.”소지훈은 단숨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정윤하의 되묻는 물음에 화가 난 것이다.소지훈도 충동적으로 그 뜻을 똑똑히 해석해 준 것뿐인데...그녀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소지훈이 그녀에게 고백해야 정윤하가 그의 감정을 알 수 있다고 소정남이 알려주었다.그가 말하지 않는데 털털한 정윤하가 어찌 알 도리가 있겠는가?목소리가 좀 커진 소지훈은 그제야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웅성거리던 도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소지훈은 그들을 쳐다보고는 다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정윤하를 바라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점점 붉은 구름이 떠 올랐다.그는 도장이 아닌 단둘이 있는 곳을 찾아 로맨틱하게 현장을 꾸민 다음 정윤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