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소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방금 돌아온 성소현마저도 소지훈의 연애사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분노에 가득 찬 예준하도 문득 화가 확 풀렸다.“정말? 그 여자 어디에 있어? 거짓말은 아니지? 네가 감히 아버지를 속인다면 너 뒤질 줄 알아! 네 결혼 때문에 나와 네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소균성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서둘러 아들에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물었다.소지훈은 항상 몸에 지니고 있던 그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정윤하와 만나고도 소지훈은 그 열쇠 꾸러미를 돌려주지 않았다.이것은 그들의 사랑의 증거이자 소지훈의 일방적인 사랑을 대표하는 물건이었다.소지훈은 그 열쇠고리에 있는 사진을 부모님께 보여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사진 좀 보세요. 이 사람이 바로 그 여자 사진이에요. 이 여자를 찾을 수 있었던 건 소현 씨 덕분이에요.”성소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저요?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소지훈이 그의 운명의 여신을 찾았다는 말에 성소현은 매우 기뻐했다.소지훈이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성소현은 소지훈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소지훈의 애정 공세는 그녀에게 많은 문젯거리들을 만들어주었다.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예준하에 대한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그리고 성소현과 예준하 사이의 감정도 더욱 돈독해졌다.하지만 성소현은 소지훈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소지훈이 말했다.“소현 씨가 저에게 여자를 소개해주시지 않았지만 소현 씨 덕분에 제가 저의 여신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날 소현 씨께서 출장하고 돌아오신 날에 제가 공항으로 마중 나갔잖아요.”“그날 공항에서 열쇠를 주웠는데 열쇠고리에 걸려있는 작은 사진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그게 설레는 느낌인가 봐요. 아무도 없을 때 저는 자기도 모르게 사진 속 여자에게 뽀뽀까지 했다니까요.”사람들은 무척 놀란
최민주는 흔쾌히 허락했고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으며 이경혜에게 열쇠 꾸러미를 건네주었다.“저도 이젠 시름이 놓이네요. 우리 지훈이 드디어 살길이 생겼으니 평생 홀아비로 살지 않아도 되네요. 저 대신 이 아가씨가 어떤지 좀 봐주세요. 사모님, 저는 제 아들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아까까지 다정하게 사돈이라고 부르더니 이제 며느리가 바뀐 것을 알고 난 최민주는 이내 호칭을 바꿨다.이경혜는 정윤하 사진을 보더니 또 남편에게도 보여주며 말을 건넸다.“첫인상부터 좋군요. 지훈 씨랑 너무 잘 어울려요.”사진 속의 여자가 나쁘더라도 이경혜는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칭찬해 줬을 것이다.그러나 정윤하가 사람에게 주는 첫인상은 매우 좋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정윤하를 제외한 이경혜가 첫인상이 가장 좋았던 사람이 바로 하예정 자매였다. 그때 하예정이 자신의 조카딸인 줄은 몰랐지만 이경혜는 하예정을 보자마자 너무 인상이 좋아서 막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정윤하가 이경혜에게 주는 느낌도 그랬다.성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 액자 속 여자를 한 번 보았다.예준하도 성소현의 옆에 다가가 정윤하의 모습을 보았다.곧 그 열쇠 꾸러미는 소지훈의 손으로 돌아갔고 소지훈은 재빨리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소지훈이 그 열쇠 꾸러미를 애물단지처럼 챙기는 것을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그의 말을 믿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너무 좋았다.이 여자가 아마 점쟁이가 말했던 소지훈을 구해낼 수 있는 운명적인 여신일 것이다.“지훈아, 이 여자 이름이 뭐야?”“정윤하라고 해요. 연성의 정합 도장 사장님 딸이에요. 어려서부터 무술을 연마했기에 수많은 경기에 참가했고요. 무술 실력도 매우 뛰어난 분이고 지금은 정합 도장에서 무술 코치로 일하고 있어요.”소균성도 웃었다.“좋아. 너무 좋았어. 이런 여자가 너에게 너무 잘 어울려. 우리 가문하고도 너무 잘 어울려.”비록 소씨 가문은 항상 선을 행하고 원수를 맺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때때로 다른 사람을 도와 진실을 조사해야 했기 때
사실 소지훈은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은 터라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아버지, 어머니.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열정이 윤하 씨를 놀라게 할까 봐 이렇게 빨리 윤하 씨 일을 알려드리려고 하지 않았어요.”“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제가 소현 씨에게 마음이 있는 줄로 아셨고 제 동의도 없이 이렇게 성씨 가문으로 찾아오셨잖아요. 또한 혼사 얘기를 꺼내셨기에 이렇게 사실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제발 좀 안심하세요.”“며느리를 분명 데려올 겁니다. 하지만 소현 씨는 아니니 다시는 여기로 와서 소현 씨 귀찮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소지훈은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후 성소현에게 정중히 사과했다.“소현 씨, 그동안 폐를 끼쳐 죄송해요.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릴게요. 제 잘못이에요. 제가 연준 씨와 내기해서 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처리해주어야 했어요.”“연준 씨 탓도 너무 하지 마세요. 소현 씨 어머님 때문에 놀란 것뿐이에요.”성소현은 소지훈의 연애사를 듣더니 그녀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었고 진작에 화가 풀렸다.게다가 하예정도 성소현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화가 났다 해도 이미 다 풀렸다.성소현은 너그럽게 말을 이었다.“저도 이 일의 주요 원인이 우리 어머니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예정이한테서 들었거든요. 연준 씨도 우리 어머니께서 더 이상 연준 씨를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사촌 형을 찾아가 하소연하셨을 거에요.”“태윤 씨가 사촌 동생에게 건넨 조언도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사촌 동생이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는데 어떻게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예준하는 그제야 깨달았다.전태윤이 생각해낸 수단이었다.예준하는 전태윤을 엄청나게 믿었다. 두 가문의 사이도 매우 가까운 데다 사업상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었는데 이런 수단으로 그를 괴롭힐 줄이야!소지훈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과거에 사람들이 소현 씨에 대한 평가가 매우 허무맹랑했지만 이젠 누가 감히 소현 씨가 날뛰면
가장 중요한 것은 딸 성소현이 지금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예준하라는 점이다.예전에 성소현은 전태윤을 쫓아다녔고 전태윤은 그녀를 무시하고 하예정과 깜짝 결혼한 뒤로 성소현은 바로 단념하여 전태윤에 대한 감정을 철저히 잘라버렸다. 그리고 이제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성문철은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성문철은 아내를 너무 사랑했고 아내의 반응이 너무 격렬했기에 과감하게 표현하지 못했다.“아버지, 어머니. 제가 점심에 윤하 씨와 그녀의 학생들에게 점심을 사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시간도 다 되어서 제가 지금 가봐야 해요.”“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여기 상황을 뒷수습 좀 해주세요. 저와 윤하 씨 일에 절대로 참견하시지 마세요. 저 혼자서도 잘 처리할 수 있으니 절대로 관여하시지 마세요.”“며느리가 도망갈 수 없으니까 저를 믿어주세요.”소균성 부부는 이내 아들을 재촉했다.“어서 가봐. 늦으면 안 되지. 가서 윤하 씨 점심 사드려.”“잘 처리할 수 있으면 됐어. 우리가 관여 안 할게. 절대로.”아들이 사랑의 달콤함을 마음껏 맛보게 하고 싶었다.다른 집안 아들이 있는 것들은 반드시 자기 아들에게도 있어야 했다.소지훈은 성씨 가문에게 사과드렸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소지훈이 떠나간 후에야 전태윤 부부가 도착했다.성소현을 통해 전태윤 부부는 소지훈이 그의 운명적인 여신을 찾았음을 알게 되었다.“전씨 할머니께서 찾으신 그 점쟁이는 참 대단하시네. 예정아, 나 대신 할머니께 부탁드려 나에게도 점을 쳐달라고 수 있어? 나도 내가 언제 재력이 가장 막강한 여자 재벌가로 될 수 있는지 점을 쳐주었으면 좋겠어.”성소현은 그 점쟁이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무 정확하게 점을 쳐주었다.그 점쟁이는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인연이 있다는 것을 점 쳐주었다. 하여 전씨 할머니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하예정과 결혼해야 했다.하예정과 깜짝 결혼한 전태윤도 어쩔 수 없이 하예정에게 빠져들었고 오늘날 금실이 좋은 부부가 존재할 수 있
성소현이 대답했다.“저도 이미 화 풀렸어요.”성소현은 그녀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이경혜도 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이 일을 말하자면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소 가주 탓은 아니죠. 소 가주께서 사죄한다고 하셨으니 이 선물을 우리도 받을게요.”최민주도 웃으며 말을 꺼냈다.“비록 우리 두 가문이 사돈을 맺을 수는 없지만 지훈이가 여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소현 씨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걸요. 우리도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 두 가문도 많이 연락하면서 지내요.”소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관계는 가장 가까웠다.과거에 성씨 가문과 원한을 맺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전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고 또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라이벌이기 때문에 소씨 가문과 성씨 가문 사이는 겉치레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사적으로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고 사업상으로도 더는 협력 관계를 이루지 않았기에 오히려 예전과 같은 대립 관계도 없었다.하여 소씨 가문이 성씨 가문과 자주 왕래해도 전씨 가문의 불편함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이미 친척 관계가 되었다.이경혜도 흔쾌히 대답했다.“자주 연락해요.”소균성의 혼사 얘기를 꺼낸 사건도 소지훈의 해석을 통해 마침내 막을 내릴 수 있었다.앞으로도 소지훈은 더 이상 성소현에게 매달리지 않을 것이고 성씨 가문이든 소씨 가문이든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소균성 부부는 성씨 가문에 남아 점심을 먹었다.반면 소지훈은 허둥지둥 관성 호텔로 돌아갔다.다행히 그는 정윤하 일행보다 한 발 먼저 호텔에 도착했다.소지훈은 차를 세우자마자 버스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마침내 호텔 입구에 멈추었다.곧 차 문이 열렸다.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정윤하였다.정윤하가 차에서 내려 차 문 앞에 서자 그녀의 학생들이 한두 명씩 내리기 시작했다. 정윤하도 차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인원수를 세어 자신이 데리고 온 12명의 아이가 모두 차에서 내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제야 웃으며
선물이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정윤하를 쳐다보다가 정윤하가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기뻐하며 소지훈을 따라갔다.소지훈은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하나씩 건네며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선물상자에 너희들의 이름이 적혀있어.”정윤하가 다가오더니 소지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우리 학생들의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정윤하는 소지훈에게 6남 6녀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시합에 참여했다고 말했을 뿐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소지훈이 입을 열었다.“경기하러 왔다고 해서 사람을 시켜 알아보라고 했더니 아이들 이름을 알아 왔더라고요. 사람마다 선물도 다르니 먼저 가지고 있다가 밥 다 먹고 선물 뜯으렴.”학생들은 고급스러운 선물상자를 받더니 모두 기쁨에 겨워했다.소지훈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고 비서도 세심하게 12명의 아이의 취향을 파악해서 성의껏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학생들이 포장을 뜯었을 때 깜짝 놀랄만한 선물로 준비했다.그들의 지훈 도련님이 겨우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부하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해 이 일을 도와주어야 했다.“아저씨, 고마워요.”아이들은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고맙다고 인사했다.소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좋아하면 됐어.”정윤하는 소지훈이 무척 친근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가문의 대표들처럼 위엄이 있는, 친근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소지훈이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기에 정윤하는 소지훈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마지막으로 소지훈은 아름다운 선물상자를 꺼냈다.그는 그 선물상자를 들고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정윤하의 앞으로 걸어갔다.“윤하 씨께도 선물을 준비했어요.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정윤하는 선물을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작은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오늘 점심밥을 사주시면 저에 대한 보답으로 받아들일게요.”“제 감사한 마음을 받아주세요. 귀중한 선물도 아니고 작은 성의에요. 이 학생들 선물처럼 자그마한 선물일 뿐
“네.”정윤하가 대답했다.그 차가 너무 새롭게 느껴졌다.하지만 소지훈은 주차장에 있는 차라고 했고 정윤하도 더는 묻지 않았다.소지훈이 평소 이렇게 싼 차를 몰지 않았기에 새 차처럼 보였다.정윤하는 소지훈이 그녀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새 차를 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은 정윤하 일행을 데리고 그가 예약한 큰 룸으로 들어갔고 모두가 앉은 후 웨이터를 보며 정윤하에게 메뉴책을 드리라고 지시했다.하지만 정윤하가 말했다.“아저씨, 저와 학생들은 편식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이곳 요리들에 대해 더 익숙할 테니 아저씨께서 주문해 주세요.”“평소에 호텔에서 밥을 먹지 않으셨어요?”“먹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일 층 뷔페에서 밥을 먹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뷔페에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먹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먹을 만큼 먹으라고, 낭비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고요.”소지훈이 웃었다.“맞아요. 낭비하면 안 되죠. 먹을 만큼 먹어야 하니까요.”“그럼 제가 주문할게요.”사실 소지훈은 관성 호텔에서 거의 소비하지 않았다. 가끔 올 때면 동생이 계산하거나 전태윤이 밥을 사주었기 때문이다.관성 호텔에서 먹었던 요리들이 모두 맛있었고 어린 우빈이도 싫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소지훈은 자신이 먹어보았던 음식들로 주문했다.주문한 요리들을 기다릴 때 소지훈은 자연스럽게 정윤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아이들도 서로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들은 가끔 몰래 소지훈을 훔쳐보기도 했다.“윤하 씨,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찻물을 한 잔 따라주며 물었다.정윤하의 예쁜 얼굴을 볼 때마다 소지훈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고 그는 마음속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까지 사랑해본 적이 없는 소지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여자를 만났으니 그 감정이 더 맹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다행히 소지훈은 침착하여 그 감정들을 억누를 수 있었고 정윤하도 눈치채지 못했다.정윤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경기가 끝났으니 저
“윤하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인데 제가 밥 사주는 것만으로 어떻게 그 은혜를 다 갚겠어요. 생명을 구해 준 은인에게는 더 많은 보답을 해드려야죠.”정윤하가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그 강도들은 어떻게 되었어요? 몇 년 선고받았어요?”정윤하는 화제를 바꾸었다.“모두 감옥으로 들어가서 몇 년을 선고받을지 모르지만 강도죄는 적어도 몇 년을 선고받아야 할거에요.”소지훈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거짓말을 내뱉었다.그의 부하들은 감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다.정윤하에게 얻어터지거나 스스로 넘어진 사람들이다.정윤하가 나서서 싸우자마자 소지훈의 부하들이 쓰러졌기에 모두가 미래의 사모님에 대해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정윤하가 말했다.“아저씨가 재수 없으신 거예요. 제가 듣기로는 관성에 안전관리가 좋다고 들었거든요. 몇 년 동안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마침 아저씨가 운이 안 좋게도 그 사람들을 만나신 거예요.”소지훈이 피식 웃었다.“저는 오히려 그들이 운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출격하자마자 윤하 씨께서 다 때려눕히고 저를 구해 주셨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 강도들이 윤하 씨에게 때려눕혀 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거에요.”“경찰들도 그들을 모조리 처리했을 거에요.”“쌤통이에요. 사지가 멀쩡한데 왜 강도질을 하는지.”“윤하 씨, 앞으로 놀러 가는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 제 차로 이동하시고 제가 안내해드릴 테니 저만 따라오시면 돼요. 그러면 더 재미있고 다른 사람의 계략에 빠져들 필요도 없이 잘 놀 수 있을 겁니다.”정윤하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소지훈은 이렇게 잘 보일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서원 리조트를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정윤하를 설득할 수 없게 되자 소지훈은 정윤하가 하예정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언급한 기억을 떠올리더니 전씨 가문의 리조트로 정윤하를 꼬드겨 함께 돌아다니려고 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들어는 본 것 같아요. 익숙하네요.”“바로 윤하 씨께서 저에
“제가 만약 아저씨와 결혼하게 되면 나가서 살 거예요. 시부모님과 거리를 두는 것도 좋아요.”윤미연은 잠자코 있다가 말을 꺼냈다.“만약 지훈 씨의 어머님이 널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댁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도 너의 결점을 들추어내고 너희 부부의 감정을 깨뜨리려고 할 거야. 시어머니는 지훈 씨의 친어머니기 때문에 지훈 씨가 친어머니와 인연을 끊을 수는 없잖아?”정윤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엄마, 아저씨의 마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씀이세요? 원래는 잘 정리해 놓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혼라스러워져요. 혼자 있는 것도 좋긴 해요. 그렇게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제 성격도 심술궂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못해요. 다들 재벌 가문의 시어머니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하던데. 예정 씨와 효진 씨네 시어머니처럼 사리에 밝은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 하던데. 제가 듣기로는 전태윤 씨와 예정 씨가 금방 함께 있었을 때 시어머니는 사실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예정 씨 시어머니는 상처를 주거나 부부의 관계를 틀어놓는 일을 한 적이 없대요. 오히려 아들 부부의 일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공개적으로 감싸주며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욕설까지 퍼부으셨대요. 예정 씨 시어머니는 우아하고 고상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며느리를 위해 상대방을 욕하기까지 하셨대요. 예정 씨와 그녀의 시어머니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시부모님을 특히 존경하고 있거든요. 저는 현실 속에서 그런 시어머니는 드물다고 생각해요.”윤미연은 딸을 나무랐다.“넌 아직 지훈 씨의 부모님을 만나본 적도 없는데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 꼭 한번 만나 뵙고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자.”“그런데 아저씨랑 연애하고 정이 이미 깊어졌을 때 그분들이 우리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면 저는 엄청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관계를 이루지 않고 현재 생활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친구로
윤미연은 정윤하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 했다.“샤브샤브를 먹기 때문에 별로 준비할 것도 없어. 밥은 진작 했지. 너와 지훈 씨가 잘 지내는 것 같던데. 그분도 너에게 진심인 것 같으니 며칠 동안 잘 생각해 보고 답을 주렴.”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엄마, 아저씨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갑자기 저에게 고백한 건 아닐까요? 아저씨 집에 돈도 많고 부잣집 도련님인데 만나본 미녀들도 수두룩할 거 아니에요. 저의 미모로 아저씨를 반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냥 놀고 싶은 건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은 저에게도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에는 마음이 변해서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데 바람피우거나 밖에서 내연녀랑 가정을 이룬다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때 가서 제가 아저씨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관성에서 엄마의 도움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죠?”윤미연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해 주었다.“글쎄... 하지만 결혼 생활은 두 사람이 서로 잘 가꾸어야 하는 법이야. 너희 두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잘 가꾸어 나가면 그런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다만 그 집안 부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어.”정씨 가문은 연성에서도 이름이 있는 가문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합 도장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수조 원의 재벌가는 아니지만 겨우 수백억 원을 넘는 자산 정도는 갖고 있다.소씨 가문과 비하면 너무 많이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만약 소지훈의 부모님이 정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관성에 갔을 때 지훈 씨 부모님을 본 적이 있어? 너에 대한 태도는 어땠어? 태도가 좋고 잘 웃으신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을 텐데. 차갑거나 공손한 태도로 임한다면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만약 그의 부모님이 싫어하신다면 우리는 단념하자. 아빠 엄마가 널 평생 책임질 수 있으니까. 네가 그 가문으로 가서 괴롭힘당하는 꼴을 우린 못 봐.”윤미연은 평소에 딸을 욕할 때 몇 번이고 그녀의 친딸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가 정윤하를 괴
정윤하의 얼굴은 노을처럼 빨개졌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아저씨가 도장으로 바비큐를 가져왔거든요. 엄마, 제가 먹자고 한 것이 아니라 저희 학생들이 먹고 싶다고 했어요. 아저씨도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바비큐를 사다 준 거예요. 제가 바비큐를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거예요. 친구 사이가 아닌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서 저를 사랑한다고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거 있죠. 참, 그리고 저에게 꽃다발도 선물해줬어요. 그 꽃을 받으니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묻길래 꽃 떡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어요.”윤미연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부릅뜨고 딸을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본 정윤하는 점점 작은 소리로 무고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아저씨가 저에게 장미꽃을 선물했길래 그렇게 많은 장미꽃 앞에서는 장미꽃 떡만 생각났다니까요. 무슨 심정이냐며 묻길래 사실대로 대답한 것뿐이에요.”윤미연은 정윤하의 이마를 쿡쿡 찌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왜 이렇게 멍청해? 종일 먹을 생각만 하다니. 네가 바비큐를 좋아하니까 지훈 씨가 그렇게 많은 바비큐를 포장해 간 거 아니야? 날씨가 춥다고 바비큐를 먹으면 소화가 잘될 줄 알았어? 내가 이따가 차 한 잔 끓여 줄게.”“엄마, 괜찮아요. 아저씨가 모두에게 보이차도 사줬어요. 보이차도 소화가 잘되는걸요. 학생들도 바비큐를 먹는 데 익숙해져서 소화도 잘될걸요.”윤미연은 그제야 시름 놓으며 말을 건넸다.“지훈 씨는 보이차를 사줄 줄도 알고 역시 자상하구나.”윤미연은 말을 마친 후 정윤하를 노려보더니 한참 뒤에야 정윤하에게 물었다.“지훈 씨가 갑자기 고백하는 바람에 이렇게 일찍 집으로 달려온 거야?”정윤하는 덤벙대며 줄곧 소지훈을 형제로 대했는데 갑자기 고백을 받고 놀란 것도 당연한 일이다..“거절한 건 아니지?”윤미연은 긴장하며 물었다.“당분간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데 바로 거절하지는 마. 여지를 남겨두어야 해. 너도 이제 스물네다섯 살이나 되었는데, 너를
“지훈 씨가 회사 대표는 맞지만 신분이 단순하지 않을 거야. 분명 우리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우리에게 말하지 않을 뿐이지.”“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걸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거요.”정윤하가 소지훈의 편을 들어주었다.윤미연은 또 말을 꺼냈다.“잘 생각해 봐. 네가 지훈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싸울 줄 모르는 것처럼 하지 않았어? 네가 도와준 뒤로 은인이라고 떠들면서 너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무척 잘해줬잖아. 엄마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지훈 씨가 처음부터 너를 겨냥하고 너에게 접근한 것 같아. 작전을 세워서 너를 지훈 씨의 은인으로 만들면 당당하게 너에게 접근하면서 잘해줘도 네가 의심하지 않잖아. 어쩌면 네가 지훈 씨를 구해주던 날의 일도 지훈 씨가 꾸민 일일지도 몰라. 지금 관성의 환경이 얼마나 안전한데 건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거든. 관성의 경찰들이 그들을 나와서 행패 부리게 내버려둘 리가 있겠어?”정윤하는 설마 하는 생각에 다시 말을 이었다.“엄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셔서 생각이 많으신 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저에게 접근해서 뭐 할 게 있다고. 우리 집은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저도 우리 도장에서 일하는 일개 직원일 뿐인데. 저의 전 재산을 내놓는다고 해도 아저씨가 하루에 버는 돈보다도 적을 텐데. 저를 겨냥한 건 아닐 거예요. 게다가 아저씨를 도와준 그날 밤은 확실히 제가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 맞아요. 서로 초면인데 이유 없이 저에게 접근해서 뭐 하게요? 아저씨는 아주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어쩌다가 남의 미움을 사서 복수 당할 수도 있죠. 누군가가 건달들을 시켜 아저씨를 해치려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정윤하는 소지훈이 그녀를 위해 이런 일들을 꾸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정윤하의 집이 수백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소지훈이 무언가 꾸며도 믿을 법도 하다.그러나 그녀는 겨우 200만 정도의 월급쟁이에 집에 재산이 많다고 해
결국, 정윤하는 설탕 생강차가 담긴 잔을 들고 방안의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윤하야,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야?”윤미연은 정윤하의 뒤를 따라가 그녀의 옆에 앉으며 관심 있게 물었다.“아니요.”정윤하는 윤미연에게 들킬까 봐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생강차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더니 너무 매워서 혀를 내둘렀다.“엄마, 집에 있는 생강을 다 넣었어요? 너무 매워요. 아! 너무 맵네요. 맛도 없고 마시고 싶지 않아요.”“네 생리통 주기가 이상해서 그래. 생강차 좀 마시고 추위를 좀 쫓아내.”정윤하는 그제야 사실대로 말했다.“엄마, 사실 제가 거짓말한 거에요. 저는 지금 생리 기간이 아녜요.”“거짓말이라고? 이 계집애! 건강 문제로 어떻게 엄마를 속일 수 있어? 엄마는 너에게 몸조리 좀 시키려고 한약까지 지어줘야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어린 나이에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생리 주기가 이상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몸조리를 잘해야 앞으로 배 속에 아기가 잘 들어서지. 여자들은 생리 주기를 잘 유의해야 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바로바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야 한다니까.”정윤하가 말을 이었다.“엄마, 내가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으로 보여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제가 일찍 돌아오면 엄마가 제가 게으르다고 혼낼까 봐, 아빠한테 제 월급을 깎으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거짓말로 엄마를 속인 거예요.”다행히 윤미연의 행동이 빠르지 않았다.만약 정말로 정윤하에게 이것저것 사주면서 몸조리를 시키고 심지어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야 아까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면 윤미연은 아마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윤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네가 뻔뻔한 사람이 아니지. 부끄러움 탈 애가 아니야. 그럼 뭔데? 걱정거리라도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봐. 괜찮아. 참, 오늘 지훈 씨는 아직 안 왔지? 평소 이 시간이면 집에 도착했을 텐데.”정윤하는 입을 오므리다가 말을 꺼냈다.“엄마, 아저씨는 회사 대표라서 바빠. 저녁에 약속 잡혔을지도 몰라. 자꾸 걱
소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 정윤하는 소지훈을 보더니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헛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고 지낸지 오래되면 도장의 코치 선배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고 이내 두근거림도 사라졌고 헛된 생각도 하지 않았다.정윤하는 그녀와 소지훈이 사이도 친구와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소지훈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줄은 전혀 몰랐다.정윤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스스로 가볍게 얼굴을 치며 혼잣말을 했다.“정윤하, 부끄러워하는 거야? 어떤 남자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이렇게 기뻐한 거야? 좀 진정해. 진정하자고.”소지훈은 정윤하의 소개팅 상대들처럼 그녀가 나중에 가정폭력을 행사할까 봐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소지훈은 정혁주까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무술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남자였다.정윤하조차도 정혁주를 이기지 못하는데.소지훈이 정혁주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소지훈의 무술 실력이 정윤하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지훈이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오히려 앞으로 소지훈과 싸울 때 그에게 터져 맞아 땅에 짓눌리지 않게 정윤하가 걱정해야 할 것이다.정윤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던 정윤하는 자신 있게 웃으며 중얼거렸다.“못생기지는 않았는데! 아저씨가 역시 보는 눈이 있네.”단 정윤하는 자신과 소지훈이 어울리는지 잘 몰랐다.소지훈은 대기업의 대표이고 집안도 재벌가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재력이 강하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정씨 가문은 가난하지 않고 연성에서도 부자에 속했지만 소씨 가문과 비교하면 그래도 차이가 컸다.정윤하는 소지훈이 보통 여자들과 다른 자신을 가지고 놀다가 질려버리면 자신을 버리고 딴 여자를 좋아할까 봐 무척 걱정했다.남자는 돈이 있으면 나빠지고 여자가 나빠지면 돈이 많아지게 되는 법!소지훈은 부자인 데다 잘생겼기에 여자에게 심장까지 꺼내어 잘해주면 그 여자는 분명 그에게 퐁
“형, 그럼 제가 뭘 하면 될까요?”정혁주가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을 본 소지훈은 그를 자신의 편으로 생각하며 물었다.정혁주가 대답했다.“여기 남아서 지켜보든지, 아니면 돌아가서 우리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하든지 하세요. 어쨌든 정윤하가 뭘 하든 상관하지 마세요. 저녁에 돌아올 테니까요. 돌아오면 두 사람 다시 얘기해 봐요. 소 대표님이 하신 얘기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만 믿게 하면 돼요.”“네.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는 돌아가서 이모님을 도와 요리할게요.”윤미연에게 잘 보이면 정윤하의 마음을 훔치는 이 길은 훨씬 쉬워질 테니까.정윤하는 소지훈의 고백에 놀란 것이 아니라 별로 믿기지 않아서였다. 어떤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도장에서 나와 찬 바람을 쐬고 추워지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정윤하도 밖에서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다행히 도장은 집에서 매우 가까웠다.윤미연은 오늘 밤 샤브샤브를 먹을 요리들을 준비하고 있었다.추운 날에는 역시 샤브샤브를 먹어야 속이 편안할 것이다.집이 난방이 안 되면 그녀도 이렇게 편하게 있지는 못한다.겨울이 되면 윤미연은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 장 보는 것도 자식들에게 맡기곤 한다.그녀는 따뜻한 도시에서 정씨 가문으로 시집온 사람이다. 그녀는 너무 추위를 타서 연성에 시집온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겨울만 되면 여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했다.문 여는 소리를 듣고 문 앞으로 향하던 윤미연은 정윤하인 것을 확인하더니 바로 물었다.“이 시간이면 수업해야 할 시간 아니야? 왜 돌아왔어? 밖에 여전히 눈이 오지? 부엌에 뜨거운 생강차를 끓여놨는데 한 잔 마셔.”윤미연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왜 혼자 왔어? 너희 오빠들은?”윤미연은 바쁘게 일하면서도 정윤하에게 물어보았다.정윤하가 대답했다.“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왔어요. 엄마, 아빠는요?”“네 아빠가 약속 있어서 나가셨어. 저녁에 밥 먹으러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서
소지훈이 일어나 정윤하를 쫓아가려 하였으나 정혁주가 가로막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정혁주인 것을 확인하더니 성깔 좋게 말했다.“형, 제가 나가 볼게요.”“지금 가지 말고 윤하에게 혼자 생각하게 시간 좀 줘요. 윤하가 지금 소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소식을 소화해야 할 거예요. 윤하는 지금 친구 감정이 아닌 이 남녀 간의 감정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밖이 추운데... 눈이 내리면 추워질까 걱정돼요.”그러나 정혁주는 친여동생의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소 대표님은 추울지 몰라도 윤하는 연성 토박이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추위에 익숙해요. 그러나 소 대표님은 아니죠. 당신은 관성에서 왔으니 관성 쪽에는 겨울이 없다고 볼 수 있죠. 윤하가 추워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내버려 둬요. 마음을 다잡고 잘 생각해 보게 내버려 둬요. 갑자기 고백하니, 윤하는 심리 준비도 하지 않아 혼란스러워졌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 대표님도 그래요. 때가 되면 고백하셔야지... 꽃다발 하나로 윤하가 소 대표님 마음을 알 거로 생각하세요?”소지훈은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도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그래서 직접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것 같아서요. 제가 한 트럭의 꽃을 선물한다고 해도 윤하 씨 성격으로는 이 꽃들로 얼마나 많은 꽃 떡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할 테니까요.”정혁주도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그... 그럴 수도 있겠네요.”정윤하도 분명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를 사랑한다면 확실히 말해야 했다. 그녀가 알도록 명확하게 알려줘야 할 것이다.“형, 윤하 씨가 이렇게 황급하게 나갔는데 정말 저를 피하는 거 아니에요? 윤하 씨는 제가 너무 늙었다고 싫어하지 않을까요? 저는 윤하 씨보다 10세 4개월이나 많은데.”그의 나이는 그녀보다 11살 많다고 말은 했지만 진지하게 계산하면 10년 4개월 연상이다.정
정윤하는 그렇게 하면 소지훈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여 말을 내뱉으려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어 말을 건넸다.“그럼 그때 가서 신세 좀 질게요.”소지훈이 연성에 있을 때 정윤하가 그에게 잘 접대했으니 그녀가 관성으로 가게 되면 소지훈이 잘 접대해 주면 서로에게 빚지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윤하 씨, 꽃 떡 말고도 또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소지훈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정윤하가 소지훈을 쳐다보니 그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정윤하가 입을 열었다.“제가 또 무슨 생각 해야 하죠? 아저씨가 저에게 꽃을 선물했으니 저를 좋아한다는 생각 해야 돼요?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고 저도 아저씨가 좋아요. 우리가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 친구로 될 수도 없는걸요.”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소지훈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윤하 씨는 제가 윤하 씨에 대해 좋아함이 우정이 아닌 남녀 간의 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아저씨가 남자고, 저는 여자인데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요? 뭐가 달라요?”“제 말은 윤하 씨, 저는 윤하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싶단 의미에요. 형제 사이가 아닌 윤하 씨 남편이 되고 싶다는 뜻이에요.”소지훈은 단숨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정윤하의 되묻는 물음에 화가 난 것이다.소지훈도 충동적으로 그 뜻을 똑똑히 해석해 준 것뿐인데...그녀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소지훈이 그녀에게 고백해야 정윤하가 그의 감정을 알 수 있다고 소정남이 알려주었다.그가 말하지 않는데 털털한 정윤하가 어찌 알 도리가 있겠는가?목소리가 좀 커진 소지훈은 그제야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웅성거리던 도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소지훈은 그들을 쳐다보고는 다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정윤하를 바라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점점 붉은 구름이 떠 올랐다.그는 도장이 아닌 단둘이 있는 곳을 찾아 로맨틱하게 현장을 꾸민 다음 정윤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