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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고 대표 사무실에 꽃병이 없군요. 오후에 꽃병을 몇 개 보내드릴게요. 앞으로 제가 당신에게 드리는 꽃을 그 꽃병에 꽂아두세요. 사무실에 분위기도 화사해 져요. ”

고현은 전호영의 꽃다발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호영은 고현이 좋아하든 말든 그녀의 책상 위에 꽃다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고현의 곁으로 돌아와 고현을 당기려고 손을 뻗었지만 고현이 피해버렸다.

“전호영 씨, 예의를 갖추세요. 손대지 마시고.”

“남자라고 강조해 왔잖아요. 남자가 남자의 손을 잡는 건데 손해 볼 거 없잖아요?”

말을 마친 전호영은 억지로 고현을 끌고 응접실의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고 대표께 드리려고 옷 한 벌과 신발 한 켤레도 사 왔어요.”

전호영은 치마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어 고현의 품에 안겨 주었다. 그리고 하이힐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고 와서 안에 있는 하이힐을 꺼내 고현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앉아서 이 신이 발에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제가 눈으로 고 대표의 발이 얼마나 큰지 대략 추측하고 산 거예요.”

고현은 그 하이힐을 보더니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고현은 치마를 꺼내지 않았지만 가방 안의 옷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안에 있는 옷의 색상만 보아도 여자의 옷임을 알 수 있었다.

전호영이 고현에게 여자의 옷과 신발을 선물해준 것이다!

전호영은 고현이 여자의 신분인 것을 확신했다.

고현은 치마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전호영에게 돌려주며 차갑게 말했다.

“전 대표가 이 물건들을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약혼녀에게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말을 마친 고현은 돌아서서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다시는 이 남자와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호영은 주머니 안에서 그 치마를 꺼내 펼치더니 자신의 몸에 비추어 보였다.

“이 치마가 예쁘지 않아요? 제 눈에는 너무 예뻐 보여요. 저도 처음으로 치마를 사본 거예요.”

전호영은 한 손에는 치마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그 하이힐을 들고 고현에게로 가려고 했다.

이때 남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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