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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이제 곧 퇴근이니까 제가 밥 살게요. 우리 함께 밥 먹고 제가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고 갈게요.”

“됐습니다. 당신이 떠나는 것이 바로 저를 도와주는 거예요. 전호영 씨, 부디 저를 놓아주세요.”

고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전호영이 이제 겨우 이틀 동안 그녀를 쫓아다녔는데도 고현은 견딜 수가 없었다. 전호영 이 녀석의 계략이 너무 많았다. 전호영은 항상 고현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냈고 고현은 화가 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고현은 전생에 전호영의 원수였기 때문에 이번 생에 전호영에게 쫓기면서 복수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호영은 정색하면서 말했다.

“고현 씨,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당신에 대한 마음도 진심인걸요. 제가 지금 진심으로 당신에게 구애하고 있어요.”

“제가 비록 뻔뻔하고 얼굴도 두껍지만 미래 아내의 관심을 끌려면 이 정도의 뻔뻔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얼굴이 얇고 당신에게 몇 마디 욕을 먹고 거절당해서 포기한다면 저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

“저처럼 훌륭한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아쉽지 않아요? 때문에 저는 염치없고 뻔뻔할 수밖에 없는걸요.”

고현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고현은 전호영 앞에서 더는 남자라고 당당하게 잡아뗄 수 없었다.

전호영이 고현에게 바지를 벗고 확인시켜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다.

물론 고현은 바지를 벗을 리가 없었다.

전호영이 고현이 남자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이기도 했다.

전호영은 몸을 돌려 소파로 돌아와 치마와 하이힐을 주머니에 넣었다.

고현에게 그 치마를 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고현은 20년 넘게 남자 분장을 했기 때문에 남자의 차림새에 익숙해져 치마를 입는 것이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

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사준 것은 사실은 고현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그녀의 속셈을 떠본 것이다.

“참, 오늘 고 대표에게 한 가지 일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전호영은 이윤미가 하예진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고현의 앞으로 다가가서 맞은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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