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한테 손 내밀 때가 있을 거야.”전태윤은 점사를 보듯 미래를 예지한 것처럼 말했다.하예정은 실소를 터트렸다.본인도 나무토막처럼 딱딱하면서 동생들이 도움을 청한다고 대체 뭘 도울 수 있을까? 죄다 불필요한 아이디어만 제공해 괜히 더 번거로워질 뿐이다.“여보 나 안 믿네?”“그럴 리가요.”전태윤이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두고 봐. 힘들 땐 분명 이 큰형한테 구원의 손길을 내밀 거야. 내가 도움을 못 주더라도 나한테 고민은 하소연할 게 뻔해.”여덟 도련님은 전태윤을 아주 존경하고 믿는다. 그걸 봐서라도 하예정은 전태윤의 예언을 믿기로 했다.“여운별 씨는 당신이랑 안 다퉜지?”하예정은 여운별을 만났고 그 집 두 자매가 사이가 안 좋다고만 말했을 뿐 자신이 여운별과 다퉜다고는 하지 않았다.여운별이 아무리 기고만장해도 하예정을 건드려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몰래 경호원을 파견해 암암리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하예정은 결국 여운별이 버릇없게 군 사실을 전태윤에게 알렸다. 괜히 또 뭘 숨겼네, 가족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둥 갖은 원망을 퍼부을까 봐.전태윤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낯빛이 확 어두워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하예정 앞에 다가와 롤스로이스 차 키를 그녀 손에 쥐여주며 박력 있게 말했다.“예정아, 이 차는 앞으로 네가 타. 다음에 또 여운별 만나면 그때도 똥차라고 말할지 지켜봐 봐. 어딜 감히 겁도 없이 네 차를 짓부수겠다고 거만을 떨어!”여 대표는 직접 찾아와 아내와 딸 대신 정중하게 사과했는데 둘째 딸 여운별은 여전히 교훈을 섭취하지 못한 듯싶다. 되레 하예정이 이를 박박 갈게 하다니.죽고 싶어 환장한 게 틀림없다!“미친개가 사람 문다고 똑같이 물어버리게요?”하예정은 차 키를 그에게 돌려줬다.“난 내 똥차가 좋아요.”“예정아.”전태윤이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딴 사람들이 널 얕잡아보는 거 나 너무 싫어.”“한 사람을 얕잡아보는 기준이 그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가
전태윤이 아무리 아쉬워해도 하예정은 결국 전씨 그룹을 떠나 가게로 돌아왔다.그녀가 돌아왔을 때 학생들이 야간 자율 학습을 시작하지 않아 가게가 매우 바빴다.소정남도 아직 안 와서 하예정과 심효진이 한참 바삐 돌아쳤다. 소정남이 서점 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도 곧 자율 학습 시간이 다 되어 가게에 손님이 확 줄어들었고 하예정이 홀로 가게를 돌볼 수 있었다.소정남은 올 때마다 심효진에게 꽃 한 다발 선물한다.심효진도 그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며 두 사람 모두 섬세하게 서로를 잘 챙긴다.천생연분이란 바로 이 두 사람을 말하는 듯싶다.“예정아, 우리 밥 먹으러 갈게.”심효진은 가방을 챙기고 소정남이 선물한 꽃다발을 안은 채 활짝 웃으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하예정이 대답한 후 그녀도 안심하고 소정남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하예정은 홀로 좀 더 바삐 돌아쳤다. 학생들이 자율 학습하러 학교로 돌아간 후에야 그녀는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덮여서 카운터에 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예정아.”옆 가게 정씨 아저씨가 접시를 들고 음식을 먹으면서 안으로 들어왔다.“아저씨, 인제 저녁 드세요?”“그래, 너도네.”정씨 아저씨가 웃으며 물었다.“효진이는 나갔어? 꽃다발 들고 너희 가게로 자주 오는 잘생긴 남자분과 함께 가던데 남자친구야?”“네, 맞아요.”하예정은 정씨 아저씨에게 자리를 안내했지만 아저씨는 앉지 않았다.“그냥 한번 들러본 거야. 너랑 얘기도 나누고.”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담담하게 웃었다.“저번에 내기한 일 너랑 말했었잖아. 내 비상금을 전부 걸었는데 크게 벌었지 뭐야. 하하하, 네가 전씨 일가 사모님이 되어도 이 서점은 정상 운영할 테고 너도 늘 똑같이 출근한다고 했거든. 그런데 다들 안 믿는 거야. 네가 전씨 일가 사모님이 되면 집에서 사모님 노릇만 할 거라며 더는 얼굴을 내밀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내가 이겼어. 전부 다 졌다고, 하하하. 아쉽게도 내 비상금이 너무 적어서 더 많이 벌진 못했어.”하예정은 하마터면 사레 걸릴 뻔했다.그
정씨 아저씨가 말했다.“하긴... 마누라한테 말 안 하길 다행이지.”“아주머니가 매달 주시는 용돈이 적은 건 맞아요. 다만 아저씨도 평상시에 다른 지출이 있으면 아주머니가 거의 다 내주시잖아요. 양가 부모님들 생활비도 그렇고 경조사 비용에 아이 키우는 돈까지 모든 지출을 아저씨가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사실은 아저씨가 버신 거예요. 돈 관리하는 사람이야말로 제일 수고하죠.”정씨 아저씨는 밥을 먹으며 말했다.“맞아. 그래서 마누라도 돈 관리하는 걸 좋아하니 내가 그러라고 했어. 전에 내가 돈 관리할 땐 가게 장사가 아무리 잘 돼도 1년 동안 남는 돈이 400만도 안 됐거든. 마누라가 돈 관리한 이후로 1년에 무려 2000만 원이나 저축할 수 있어. 나도 편하고 집에 적금도 늘어나고 게다가 마누라까지 매우 공평한 사람이라 제 친정 식구들만 편애하진 않아.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 똑같아. 아주 칼 같다니까. 우리 부모님도 며느리를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셔. 예정아, 만약 우리 부부가 싸우면 그땐 온 집안이 모여들어 날 질책할 거야.”정씨 아저씨는 원망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실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랑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남들처럼 어마어마한 부잣집은 아니지만 아내가 현명하여 온 가족이 화목하게 지낸다.정씨 아주머니는 말만 날카롭게 하지 실은 누구보다 마음 여린 여자다.게다가 아주머니의 대인관계는 하예정도 따라 배우고 싶을 지경이다.“여보, 여보.”정씨 아주머니가 옆 가게에서 남편을 불렀다.정씨 아저씨는 재빨리 대답하곤 나지막이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아, 꼭 비밀로 해야 해. 나 이만 간다.”하예정이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정씨 아저씨는 곧바로 가게에 돌아가며 아내에게 호응했다.아저씨가 나간 후 하예정도 곧장 배불리 저녁을 먹고는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온 후 이웃 가게에 놀러 다니면서 다들 서로 몇 년 알고 지낸 사이라 가볍게 담소를 나눴다.이웃들은 하예정이 전씨 일가 사모님이 되면 그들과 멀리할 줄 알았는데 전
“네, 그럴게요.”건달들은 하예정의 신분을 모른다. 여운별이 바보가 아닌 이상 건달들에게 하예정이 전씨 일가 사모님이란 사실을 말할 리가 있겠는가. 그땐 돈을 얼마나 주던 이 일을 받을 자가 없다.“그때 가서 잔금까지 다 받으면 내 번호 삭제해. 내 말대로만 하면 너희들 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만에 하나 밖에 나가서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그땐 나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가영 씨, 걱정 마세요. 저희 무조건 입단속 잘해요. 저희는 돈 받고 가영 씨 고민을 해결할 뿐이니 다 한배 탄 사람들이에요.”여운별은 제 본명도 건달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건달들과 연락한 전화번호도 일을 마치면 카드 채로 버릴 것이다. 이 전화 카드도 그녀 명의로 된 번호가 아니다.여운별은 전화를 끊고 하예정이 곧 큰코다칠 걸 생각하며 웃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그러게 누가 오지랖 넓게 남 일에 간섭하랬어? 여운초를 도운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줄게.’“똑똑.”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여운별은 웃음기를 거두고 물었다.“누구세요?”“운별아, 엄마야.”여운별은 그제야 문을 열고 엄마를 안으로 들였다.“운별아, 엄마 방금 침실로 돌아가려는데 네가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들려서 한번 와봤어. 뭐가 그렇게 기뻐? 말해봐, 엄마도 함께 웃자.”여씨 사모님이 웃으며 물었다.동씨 가문 연회에서 돌아온 이후로 공주 같은 따님은 크게 망신당해 요 이틀 줄곧 저기압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여씨 사모님도 너무 속상했다.“엄마, 내가 방금 큰일 하나 성사했어요.”여운별은 먼저 엄마한테 물었다.“그 병신은 돌아왔어요?”“아직이야. 왜? 또 무슨 수작으로 운초 괴롭히려고? 그게 아니면 이렇게까지 박장대소할 리 없잖아. 엄마가 문밖에서도 네 웃음소리를 다 들었다니까.”여운초가 아직 안 돌아왔다는 말에 여운별도 경계심을 내려놨다. 여씨 별장에서는 그녀의 엄마가 주도권을 차지하니 모두가 엄마의 심복이라 여운초를 몰래 도와줄 사람이 없다.여운별은 저녁 무렵 여운초의 가게로 찾아가
김씨 그룹이 제압을 받은 진상은 아무도 외부에 누설하지 않았고 현재 두 그룹은 정상적인 협력 관계를 회복했다.외부에서는 김씨 그룹이 실수를 저질러 전씨 그룹에서 협력을 중단한 거로 여기고 있다. 김 대표가 수없이 전 대표를 찾아가 협의한 후에야 두 그룹의 협력 관계를 만회한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그래도 난 그 촌년이 잘난 척하는 걸 지켜보고 싶지 않다고요. 걔가 뭔데 겁 없이 날뛰어요? 전 대표가 싫증 내면 걘 아무것도 아니라고요.”여운별이 입을 삐죽거렸다.“따끔하게 혼내지 않으면 이 화가 가라앉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거금을 들여 건달들 일여덟 명 찾았어요. 지금 하예정 뒤를 밟고 있으니 카메라가 없는 구역으로 가서 바로 차를 막아버리고 한바탕 두들겨 패라고 했어요.”여씨 사모님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재빨리 말했다.“어디서 사람 찾았어? 제대로 분부한 거 맞아? 뒤끝 없이 깨끗하게 처리해야 해. 그 촌년이 산타를 좀 한다고 들었는데 다들 너무 경솔하지 말라고 해.”여운별은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나도 태권도를 배웠는데 무슨 소용이 있어요? 우리 집 경호원 한 명 쓰러 눕히지도 못하는데, 그건 그냥 수작만 부리는 거라고요.”“하긴... 하예정 그년 산타를 배우긴 했어도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단 말은 못 들었어. 전화해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봐.”결과가 어떻게 됐냐고?하예정은 또 한 번 심야에 집에 돌아가다가 길에서 누군가에게 차를 가로막혀 버렸다.또 하지철 그 새끼가 꾸민 짓인 줄 알았는데 찬찬히 보니 하지철은 전혀 안 보였다. 그 새끼는 두 번이나 혼내서 아마 더는 덤벼들 엄두가 안 나겠지.하예정은 더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시간도 없었다.그녀의 차를 가로막은 사람들은 그녀가 미처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철봉을 들고 그녀의 차를 짓부수기 시작했고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마침 두 사람이 그녀를 향해 철봉을 휘둘렀다.하예정은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는데 한 철봉이 날아올 때 신속하게 철봉 한쪽을 덥석 잡고 발로 상대의
그 건달은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갑부 전씨 일가의 전태윤 도련님을 말하는 거야?”“우리 남편 대단하긴 한가 봐. 일개 건달들도 존함을 알고 있으니 말이야.”건달들은 순간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절규하며 가영 씨를 욕했다!어쩐지 거금을 들여 그들을 청해서 한낱 젊은 여자한테 손대라고 하더라니, 전씨 일가의 사모님이었다.요즘 관성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바로 전씨 일가 사모님이라 건달들도 전부 알고 있다.왜 하필 전씨 사모님께 걸려들었을까?‘가영 씨라는 년한테 제대로 당해버렸네.’하지철이 이 장면을 보면 멍청한 놈들이라고 한바탕 비웃을 게 뻔하다.“사모님, 살려주세요. 저희가 눈에 뵈는 게 없어 사모님을 못 알아보고 차를 마구 부쉈습니다. 새 차로 배상해 드릴게요, 네? 그러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사모님. 누가 시킨 일인지 당장 말할게요. 가영 씨라고 전화번호는 189XXXXXXXX예요. 저희한테 거액을 주면서 사모님을 미행하고 차를 짓부수고 사모님까지 두들겨 패라고 시켰어요.”하예정을 보호하던 두 경호원은 사실 진작 누군가가 그녀를 미행하는 걸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몇몇 건달들을 해치우려 했으나 상대가 생각보다 빨리 사모님의 차를 가로막아버렸다.작년에도 사모님은 심야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건달들에게 가로막혀 버렸는데 결국 건달들을 전부 바닥에 쓰러 눕히고 더는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하예정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지만 처맞은 건달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보름 동안 감방에 갇혀있어야 했다.“가영 씨?”하예정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이런 사람은 정말 기억이 안 났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너희가 직접 연락했어? 그 사람은 현찰로 줬어 아니면 계좌 이체했어?”“브로커한테 연락이 와서 계약금은 현금으로 줬어요. 나중에 가영 씨가 저희에게 연락해 일을 마치면 바로 송금할 테니 돈 갖고 관성을 떠나라고 했어요. 그러면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어요.”
건달은 결국 하예정의 말대로 여운별에게 전화했다.하예정은 두 경호원더러 건달을 바닥에서 일으키라고 했다. 엎드린 채로 전화하면 말할 때 숨이 찰 테니까.그 시각 엄마에게 한창 재촉을 당하던 여운별은 마침 건달들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기쁜 마음에 엄마를 쳐다보며 말했다.“엄마, 전화 왔어요. 마침 전화 왔다고요. 무조건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전화일 거예요.”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가영 씨, 그 여자 차도 부숴버렸고 사람도 한바탕 두들겨 패서 이미 기절했어요. 아직 숨이 붙어 있으니 죽진 않았을 거예요. 얼른 잔금 보내세요. 저희도 빨리 관성을 떠날게요.”“안 죽었으면 됐어. 일단 사진 찍어서 보내봐 봐. 진짜 내가 하라는 대로 했는지 확인한 후 잔금을 보내줄게.”“머리가 터질 정도로 두들겨 팼는데 죽을까 봐 부랴부랴 도망치느라 언제 사진을 찍겠어요? 얼른 잔금 보내요. 저희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요.”“내가 말한 그 여자 확실해?”여운별은 하예정이 머리가 터지고 기절했다는 말에 두려워하기는커녕 되레 흥분하며 그제야 한을 풀었다는 듯이 통쾌해하며 되물었다.‘그러게 오지랖 넓게 남 일에 뭔 상관이래. 감히 날 건드려? 게다가 우리 아빠까지 전 대표를 찾아가서 사과하게 했잖아.’“틀림없어요. 관성중학교 문 앞에서 서점을 꾸리고 국산 차를 몰잖아요. 서점을 나서자마자 저희가 줄곧 미행했으니 잘못 볼 리가 없어요.”“맞아, 바로 걔야. 알았어, 입금할 테니까 얼른 관성을 떠나. 내 번호도 지우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땐 너희를 확 죽여버릴라. 하지만 사진을 못 찍었으니 만에 하나 나한테 사기 치는 거면 어떡해? 일단 잔금의 절반만 입금할게. 내일 정확한 소식을 얻고 피해 본 사람이 그년인 걸 확인하면 나머지 절반도 송금해 줄게.”“X발 뭐 이렇게 말이 많아? 우리가 지금 범죄를 저질렀다고. 아직도 절반을 입금하네 마네 질질 끌고 있어?”하예정이 옆에서 감시하며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단속하지 않았다면 건달은 진작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태윤 씨, 나 괜찮아요. 그냥 차가 좀 망가졌네요.”하예정이 차에서 내릴 때 건달들이 이미 차를 짓부수기 시작했다. 그녀와 두 경호원이 재빨리 건달들을 제압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폐차될 뻔했다.전태윤은 망가진 차를 보면서 말했다.“사람만 무사하면 돼. 차는 고장 나면 새로 바꾸면 되잖아.”“이건 태윤 씨가 선물한 차예요.”“밸런타인데이에 새 차 선물했잖아. 그거 타고 다녀. 이 차는 수리 맡겨야겠어.”하예정이 말했다.“난 그래도 이 브랜드 차가 좋아요.”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다닐 수 있으니까.전태윤이 곧장 대답했다.“내일 바로 이 브랜드 새 차 사줄게.”그녀는 전씨 사모님이란 신분으로 으스대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해도 전태윤은 모든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하예정이 어떤 삶을 원하든 전태윤만 있으면 전부 만족해 준다.“누가 한 짓인지 알아냈어?”전태윤이 경호원에게 물었다.“여운별인 것 같아요.”하예정이 대답했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여운별을 본 적이 없어 그녀의 목소리가 낯설지만 하예정은 두 번이나 만났고 또 번마다 다퉜던지라 여운별의 앙칼진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여운별은 건달들에게 잔금을 전부 입금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경찰에게 맡겼고 경찰들도 쉽게 여운별을 검거할 수 있었다.“여씨 일가 둘째 딸?”전태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여 대표 이 인간은 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불과 며칠 전에 직접 찾아와서 사과해 놓고 뒤돌아서니 또 건달들을 찾아서 차를 가로막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애초의 하지철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하예정이 주먹질을 좀 하니 망정이지 아무리 경호원이 암지에서 보호해도 그들이 나설 땐 하예정은 아마 쥐어터졌을 것이다.전태윤은 이번 사건을 절대 가만둘 리 없다.마침 경찰들도 출동했고 한 무리 건달들은 경찰서로 잡혀가 조사를 받았다.녹음 증거가 있고 차 블랙박스도 있어서 건달들은 병원에 실려 갔지만 죄가 입증되고 하예정은 또다시 피해자가 정당 방위한 거로 결정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