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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전이진이 말했다.

“나 지금 막 당신네 대표님과 업무를 상의하다가 마침 마주친 거잖아. 내 형수님이기도 한데 맛있는 음식을 해오시면 도련님으로서 많이 먹진 않아도 좀 맛볼 수는 있잖아.”

조 비서가 더 크게 웃었다.

“그러니까 대표님이 밀쳐버리신 거죠.”

감히 호랑이 입에서 음식을 뺏어가려 하다니, 부대표가 하도 대표님 동생이라 사소한 일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다.

전이진이 입을 삐죽거렸다.

“와이프 있는 게 뭐 그리 대단해? 누군 뭐 장가 못 가는 줄 아나 봐.”

“부대표님도 장가가시면 매일 도시락 싸주시는 아내분이 생길 테니 그땐 우리 같은 솔로들을 실컷 따돌리세요.”

전이진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할머니는 그에게 신붓감으로 장님을 골라주셨으니 도시락을 싸주기는커녕 되레 그가 와이프에게 밥을 지어줘야 할 듯싶다.

“소 이사님은 요즘 얼굴이 화사하고 발걸음이 다 가벼워진 걸 보니 사랑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 봐요.”

전이진은 조 비서 앞에 다가가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여자친구부터 찾고 나서 내게 그런 말을 해.”

조 비서도 아직은 솔로이다.

“난 이사님이랑 안 비교해. 이사님은 가장 운 좋은 분이야.”

소정남과 심효진은 어떠한 역경도 겪지 않고 바로 함께하게 되었고 양가 부모님들도 두 사람을 결혼시키지 못해 안달이니까.

심씨 일가는 소씨 일가보다 조건이 달리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집안은 아닌지라 다 같은 재벌 가문에 속한다. 게다가 심효진의 고모는 김씨 일가의 사모님이니 심효진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다.

소정남과 심효진은 집안 조건이 대등하고 둘은 또 다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다.

전이진은 할머니가 장님 신붓감을 골라준 걸 안 이후로 소정남에게 부탁해 여운초의 조상 3대까지 낱낱이 파헤칠 심정이었지만 끝내 참았다. 소정남이 그의 일을 안줏거리로 삼을까 봐 꾹 집어삼켰다.

하지만 전이진은 알까. 소정남이 작정하면 언제든지 그의 일을 파헤칠 수 있다는 것을...

사무실에서 전태윤은 동생을 밖에 내쫓은 후 자연스럽게 하예정의 손에서 꽃다발을 건네받고 싸늘한 표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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