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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 후 주현은 확실히 말대로 필요한 순간마다 나타났다. 회사자 점차 커지고 주현이 바빠지기 전까지, 민하가 나타나기 전까지, 민하 때문에 처음으로 싸울 때까지는 그랬다. 감정이라는 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다.

마음에 금이 가면 고치기가 어렵다. 아들이 태어난 해는 회사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혼자 몸조리를 하고 혼자 병원에 가서 출산을 기다렸다. 아이를 낳을 때 주현에게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민하였다. 다정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 언니, 임 사장님께서 비즈니스 협의 중이에요. 이만 끊을게요. 급한 일이 있으면 전해줄게요.”

나는 극심한 진통을 견디다 전화 넘어 들려오는 주현의 숨소리를 듣고 미처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전화를 끊자 카드에 지출 내역이 표시되었다. 결제처는 호텔이었다. 주현이 민하와 함께 호텔에 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찍힌 날이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상대방은 사진으로 2억을 협박했다.

나는 참고 돈을 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첫걸음에 불과했고, 내가 감당해야 할 수많은 억울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을 잃은 날, 나는 이 꿈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당시 혼자서 아들을 이 세상에 데려왔다. 결국 아들을 보낼 때도 나 혼자였다. 집을 떠난 후 부모님을 찾을 염치가 없어 아들의 유골을 들고 셋집에서 살았다. 나는 주현의 비서에게 장례식 예약을 부탁했다. 간단히 장을 보고 이틀 동안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셋째 날, 예약한 시간에 따라 장례식으로 가려던 순간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커다란 사람이 들어왔다. 손에 들고 있던 아들의 유골이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급히 일어서서 본 후 안두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현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아들을 데려갔어? 당장 나오라고 해!”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경호원들이 방문을 차며 찾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사람들이 거실에 다시 모였다. 모두 주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순간 주현은 화를 내며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아들은 어디에 있어?”

민하가 이때 힐을 신고 들어와 급히 주현을 말렸다.

“임 사장님, 침착하세요. 은지 언니에게 손을 대지 마세요. 그래도 부부였었잖아요.”

민하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일어서서 민하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가식을 떨지 않아도 돼. 너만 없었더라면 우린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거야.”

말을 마치자 주현은 나의 머리를 힘껏 잡았다. 고통에 이목구비가 일그러졌다. 하지만 주현은 못 본 척하며 차갑게 말했다.

“질투심에 아들을 사주해서 이런 짓을 하고도 내 앞에서 억울한 척을 해? 내가 너무 잘해줬지?”

나는 이를 악물었지만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렀다.

“내 아들이 뭐 하든 상관하지 마. 넌 아들을 말할 자격이 없어! 임주현, 평생 제일 후회되는 일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너랑 결혼한 거야. 난 눈이 멀었어!”

원래 오늘 주현에게 메시지를 보내 아들의 장례식을 함께 지키자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주현의 눈에는 아들이란 존재가 없다. 내 말을 듣자 주현은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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