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백이겸은 룸에서 나왔다.

그와 같은 기숙사 친구인 양휘성과 구은혜도 함께 따라 나왔다.

"왜 그러는 거야! 난 너의 선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구은혜가 다급하게 말하자 양휘성도 맞장구를 쳤다.

"이겸아, 가지마. 밥은 먹고 가야지. 네가 없으면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것도 의미가 없잖아!"

백이겸은 빙긋 웃었다.

"여기서 재미있게 놀아. 휘성아, 은혜야,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하지만 내가 모조품을 사지 않았다는 것만 믿어줘!"

백이겸도 그들이 자신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 몰랐다.

생각해보니 모두 누나의 카드 탓이었다. 최저 소비액이 5500만이라니, 누나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 것이다.

비록 구은혜와 양휘성이 말렸지만 백이겸은 결국 떠났다.

"거지는 갔어?"

구은혜와 양휘성이 룸으로 돌아오자 하동하가 웃으면서 물었다.

양휘성은 답했다.

"하동하, 좀 다른 사람 괴롭히면 안돼? 너는 이겸이가 만만하지? 이겸이 불쌍하지도 않아?"

양휘성은 참을 수 없었다.

"허허, 그 녀석 스스로 멍청한 짓을 하는 거잖아. 싸구려 가방을 가지고 에르메스 한정판이라고 하다니, 정말 눈도 높아!"

조가현은 이 말을 듣고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돈이 없을 때 백이겸은 꿈에서라도 부자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재벌 2세가 되니 별로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6000만원이나 썼는데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비아냥거리는 소리만 가득 들었다.

백이겸이 어느 곳에서 배를 불릴까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누나 백이지의 전화였다.

"누나!"

"이겸아, 뭘 하고 있어?"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그렇다면 누나 부탁 좀 들어주라."

"???"

"명동거리 알지? 그건 누나가 4년전 널 보러 귀국했을 때 투자하고 개발한 거야. 지금 현지와 재계약을 해야 되는데 난 돌아갈 수 없어!"

"마침 그때 개발 투자자의 이름에 너의 이름도 적었거든. 네가 계약해도 같으니까 재계약 좀 해줘!"

"여보세요? 이겸아, 누나 목소리가 들려?"

백이겸은 당연히 그녀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지금의 백이겸은 완전히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명동 거리?

그건 명동시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였다.

명동 거리에는 상가들이 즐비하고 장사도 매우 잘되었다.

다른 건 제쳐두고 명동 거리 맨 끝에는 산을 안고 있는 프리미엄 온천 회관이 있는데, 그곳은 명동시 거물들이 즐겨 가는 곳이었다.

누나의 말을 들어보니 명동 거리 전체가 그의 집 것이었다.

"누나, 진짜예요? 명동 거리가 우리 집 거라고요?"

"젠장! 반나절 동안 말했더니 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 내가 투자한 거야. 나 혼자 그렇게 많은 곳을 투자할 수 없기에 너의 주민등록증도 사용했어! 그러니 절반은 너의 거야!"

"조금 후 프리미엄 온천 회관에 가서 이정국 매니저를 찾아. 이미 그 사람에게 너를 보내겠다고 말했어!"

"난......"

"됐어, 그렇게 결정되었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뚜뚜뚜......

백이겸은 휴대폰을 들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프리미엄 온천 회관은 예전의 그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백이겸은 깊은 숨을 들이쉰 후 택시를 타고 명동 거리로 향했다.

온천 회관은 레스토랑, 바, 노래방, 호텔 없는 것이 없었다.

산을 안고 있는 장원 밑에는 바로 상업 거리가 있었다.

백이겸은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선생님, 잠시만요!"

하지만 백이겸이 들어가기 바쁘게 예쁜 여직원 몇 명이 그를 저지했다.

"선생님, 예약하셨습니까?"

여직원이 백이겸을 보면서 물었다.

그녀들은 홀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전문 직원이었는데 평소 많은 거물들을 봤었다.

현재 백이겸이 초라한 옷차림으로 들어오자 직원들은 공손한 말투로 물었지만 멸시하는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

"예약은 하지 않았어요. 사람을 찾으러 온 겁니다!"

백이겸은 이렇게 말하면서 여직원들을 흘깃 보고는 속으로 놀랐다.

그러니 다들 명동 프리미엄 온천 회관이 명동시의 선경이라고 하는구나.

접대원들은 모두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 같았는데 매우 기품 있어 보였다.

그녀들은 모델처럼 얼굴과 몸매 모두 뛰어났다.

"사람을 찾는다고요? 누구를 찾으러 온 겁니까?"

백이겸의 말을 들은 미녀들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이정국을 찾으러 왔습니다. 이곳의 사장님이요!"

백이겸은 그녀들의 경멸 어린 눈빛을 발견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했다.

미녀들은 서로를 바라 보았다.

사장님을 찾는다고?

아마 이 가난뱅이는 사장님이 어떤 신분인지 모를 거야.

사장님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녀들은 지금 이 초라한 소년이 견식을 넓히려고 왔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필경 프리미엄 온천 회관은 너무 유명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들어갈 수 없었다.

평소에 백이겸처럼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핑계로 들어가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이런 사람을 들여보내면 안되었다.

그녀들은 모두 갓 대학교를 졸업한 미녀들이었다. 그녀들은 백이겸의 구질구질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선생님, 저희 사장님을 만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만약 예약하지 않으셨으면 이만 돌아가십시오!"

백이겸은 직원들이 자신을 참관하러 온 사람으로 오해했다는 걸 발견했다!

백이겸이 누나에게 전화를 쳐서 이정국에게 알리라고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정지현씨, 뭐 하는 거예요? 프리미엄 온천 회관은 아무 사람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가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머리에 오일을 바르고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이였다. 그는 짙은 화장을 한 여자와 손을 잡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백이겸에 흘겨보더니 앞에 있는 여직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상천씨, 이곳은 명동에서 가장 호화로운 장소라면서요, 왜 저런 사람도 있죠?"

요염해 보이는 여자가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를 깎아 내리지 않으면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였다.

앞에 있던 여직원은 이상천을 향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상천 도련님, 저희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상천은 싸늘하게 웃었다.

"그래요. 조금 후 전 이곳에서 외지 친구들을 접대해야 하거든요. 이곳은 명동시의 랜드마크니 격이 떨어지면 안돼요. 제가 몇 마디 더 잔소리를 해도 화내지 말아요. 저희 아버지는 이곳의 사장님과 아는 사이고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있답니다!"

이상천은 공손한 얼굴로 이정국을 언급했다.

그의 품속에 안긴 여자는 이상천이 명동시의 거물인 이정국까지 알고 있다고 하자 숭배 어린 눈빛을 보였다.

정지연 곁에 미녀 직원들도 능력 좋은 이상천에게 윙크를 보내면서 주의를 끌려고 했다.

정지연은 재빨리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엄숙한 표정으로 백이겸을 바라 보았다.

"이곳을 떠나주세요. 저희가 영업하는 것을 방해하면 경비원을 부를 겁니다!"

"알겠어요! 전 먼저 나가서 전화 한 통 할게요!"

백이겸은 깊은 숨을 들이쉰 후 밖으로 걸어나가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제기랄, 허세가 대단한걸! 진짜 같잖아!"

이상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천 도련님,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 회관에는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정지연이 웃으면서 말하자 이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조금 후 저의 친구들이 오면 함께 몇 잔 마실까요?"

"그때 가서 보죠! 이상천 도련님."

정지연은 수줍게 웃었다.

이상천은 음흉한 눈빛으로 정지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후 지갑을 들고 카운터에서 방을 예약했다.

이때 미녀 직원들은 모두 부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정지연을 바라 보았다.

"지연 언니, 이상천 도련님도 아세요?"

정지연은 으쓱거리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당연하지. 아니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왜 이곳에서 접대원을 하고 있겠어. 당연히 이상천 도련님과 같은 거물들을 많이 알아둬야 해!'

"그 사람 품에 있는 여자 봤어? 꽤 유명한 연예인이야...... 이상천의 집안에서는 부동산을 하는데 몸값이 3700억원이래!"

"와! 그러니 이상천의 아버지가 명동시 거물인 우리 회관 사장님을 알고 있구나. 몸값이 대단하잖아!"

접대원들은 이상천의 뒷모습을 보면서 황홀한 표정을 들었다.

"허, 하지만 아까 그 사람이 글쎄 이정국 사장님을 찾으러 왔다고 했었잖아. 이정국 사장님이 지금 명동시 상회 주석들과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는데 말이야. 장난치러 온 것 같아......"

정지현은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상천과 몇 마디 더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들자 쫓겨났던 거지가 또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왜 또 돌아온거죠?"

정지현이 멍한 표정으로 물었고 접대원들도 조소 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