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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부모와 누나가 외국에서 일한다는 건 모두 거짓말이었다.

백이겸은 곧 부모에게 전화를 했다. 부모들은 먼저 누나가 그에게 소식을 흘렸다는 걸 알고 격분해 하더니 또 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가 하나 밖에 없는 독자라 신경 써서 배양하고 있었다며 변명을 잔뜩 늘여놓았다!

백이겸은 은행에서 현금 2000만원을 꺼냈다. 그리고 누나가 택배로 보낸 지존 급 쇼핑 골드 카드를 받은 뒤에서야 이 모든 것이 실감났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백이겸은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허, 양하나. 만약 네가 지금까지 나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지고 싶은 걸 모두 가졌을지도 몰라."

"그리고 하동하, 최호. 너희들은 부잣집 아들이라고 몇 번이나 나를 괴롭혔었지. 이후 너희들의 생활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백이겸은 씁쓸하게 웃었다.

은행에서 나와 학교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거의 점심이 되었다.

이때 백이겸의 휴대폰이 울렸다. 같은 기숙사 친구였다.

"휘성아!"

"이겸아, 괜찮아? 왜 기숙사에 없었어?"

"깜짝 놀랐잖아. 참, 오늘은 은혜 생일이야. 은혜가 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나더러 물어봐 달라고 했어, 생일 파티에 참가하지 않겠냐고. 며칠 전에 너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했어!"

백이겸은 그의 말을 듣고 부재중 전화를 훑어보았다. 수많은 부재중 전화 중 구은혜 전화도 있었던 것이다.

구은혜는 백이겸의 짝꿍으로 얼굴도 예쁘고 백이겸과 친했다.

예전 교제했었던 양하나를 제외하면 구은혜는 백이겸의 유일한 여성 친구였다

구은혜는 확실히 그에게 생일 파티에 꼭 참석해달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백이겸은 밥 먹을 돈도 없었기 때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백이겸은 정상적인 사람처럼, 친구들도 만나면서 살아갈 것이라 다짐했다.

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선물을 사야 하지 않을까?"

전화를 끊은 백이겸은 주위를 훑어보았다. 주위 쇼핑몰 중 하나밖에 없는 "에르메스" 지점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에르메스는 세계에서 유명한 명품 브랜드로 가격이 아주 비쌌다. 그리하여 캠퍼스의 재벌 2세들은 체면을 세우기 위해 이곳을 찾곤 하였다.

백이겸은 원래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불현듯 오늘 누나가 자신에게 택배로 보낸 세계 통용 지존 쇼핑 카드가 떠올랐다.

백이겸은 마음이 흔들렸다.

돈을 쓰는 건 아깝지만 쇼핑 카드를 사용하는 건 죄책감이 좀 덜할 것이다!

백이겸은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에르메스 매장으로 들어갔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품 있어 보이는 매장 여직원이 백이겸에게 인사했다.

그녀는 겉으로 예의 있게 물었지만 백이겸의 옷차림을 보고 슬그머니 경멸 어린 눈빛을 보였다.

"일단 둘러볼게요......"

백이겸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 이런 곳에 오는지라 뭘 사야 하는지 몰랐다.

이에 여직원은 싸늘한 태도로 백이겸을 흘겨보았다.

"최호 오빠, 나 백 하나 사줄 수 있어?"

바로 이때, 백이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가 훤칠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남자의 팔짱을 끼고 매장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 백이겸은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들어온 남녀는 바로 양하나와 최호였다.

"어? 최호 도련님이군요. 이분은 여자친구십니까? 정말 예쁘시네요!"

백이겸 곁에 있던 여직원도 최호를 발견했다. 그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는데 환하게 웃으면서 급급히 최호를 맞이했다.

최호는 부잣집 도련님이었으니 어디에 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그는 여직원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장연화 씨, 이건 저의 여자친구 양하나에요. 오늘 여자친구와 가방 보러 왔어요."

양하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역시 최호와 있으면 어디에 가도 체면이 섰다.

이에 양하나는 어느 명품백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최호 오빠, 나 이거 갖고 싶어!"

그 가방은 유리 캐피닛 안에 있었는데 매우 화려하고 우아해 보였다.

장연화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가방은 에르메스 200년 기념으로 출시된 한정판입니다. 전 세계에 200개 밖에 생산되지 않아 최소 7천만원 정도는 할 겁니다!"

"어머!"

양하나는 깜짝 놀라면서 입을 가렸다.

최호도 눈가에 경련이 살짝 일더니 웃으며 말했다.

"장연화 씨, 저의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이건 순수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한정판으로, 재작년에 출시되자마자 세계 명품 10위를 따낸 것이죠?"

장연화는 조금 의아해했다.

"최호 도련님, 명품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최호는 고개를 저었다.

"전 그저 명품에 대해 연구하기 좋아할 뿐이에요. 잘 아는 건 아닙니다."

그는 양하나를 바라 보았다.

"자기야, 정말 눈썰미가 좋은 것 같아, 가장 좋은 걸 선택했잖아. 다른 것으로 사자, 백만 원짜리라도 괜찮아."

최호는 도저히 7천만원짜리 가방을 살 수 없었다.

양하나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우리 기숙사 윤미 남자친구도 백육십만 원이나 되는 백을 사줬단 말이야!"

"알았어. 다음달 용돈 많이 타면 사줄게!"

이때 적지 않은 손님들이 최호와 장연화의 소개를 듣고 그 가방으로 몰려들었다.

모두 어린 학생들인지라 명품을 매우 좋아했다.

최호는 차라리 그곳에 서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장연화와 함께 600만원짜리 가방부터, 6000만원짜리 가방까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학식이 참 풍부하구나!

백이겸은 매장 직원이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자 바로 나가려고 했다. 양하나를 보니 이곳에 남고 싶지 않았다.

이때 좀 어려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저기...... 제가......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새로 온 직원인 것 같았다.

조금 수줍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친절한 태도에 백이겸은 마음이 좀 따뜻해졌다.

"네, 선물을 사러 왔습니다!"

백이겸이 대답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의 쇼핑 카드가 있으십니까? 쇼핑 카드가 있으시면 할인 가능합니다."

백이겸은 그녀의 첫 고객이었다. 그녀는 백이겸의 옷차림을 살펴 보지 않고 교육받았던 그대로 백이겸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네. 이것인가요?"

백이겸은 누나가 보낸 글로벌 지존 쇼핑 카드를 꺼냈다.

이를 본 여직원은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이건.... 골드 카드?"

그녀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재벌도 아닌 평범한 학생에게 어떻게 골드 카드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백이겸은 멍해졌다.

"뭐가 골드 카드죠?"

"이건 지존 급 카드입니다. 이 카드로 60억까지 소비 가능하시고, 최저 소비액은 5500만입니다! 존경하는 고객님!"

백이겸은 멍해졌다. 그는 지금 누나가 아주 사치스럽게 지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객님께서는 저희 매장의 한정판을 제외하고 기본상 다른 명품은 소비하실 수 없습니다! 제가 바로 그 한정판 백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매장 직원이 연신 굽실거리자 백이겸은 차마 떠날 수 없었다.

양하나는 황홀한 얼굴로 최호가 명품을 소개하는 걸 듣고 있었다.

이때 젊은 직원이 키를 들고 다가와 그 한정판을 꺼내는 것이었다.

장연화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전소연, 뭐하는 거야?"

전소연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고객님께 보여드리려고요!"

"이 한정판은 함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어느 고객님이 보려고 하는데?"

장연화가 불쾌한 얼굴로 묻자 전소연은 공손한 얼굴로 백이겸을 바라 보았다.

"이 고객님께서 보시려고 합니다!"

양하나와 최호도 그녀들의 말을 듣고 그쪽을 바라 보았다. 단번에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그곳에 집중되었다.

"하하하!"

최호는 백이겸인 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가능했다면 그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을 것이다.

"뭐라고요? 저 사람이 한정판을 보려고 했다고요?"

최호는 백이겸을 가리키더니 깔깔 웃었다.

양하나도 짜증난 표정으로 백이겸을 바라 보고 있었다. 신분 높은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백이겸은 정말 너무 창피해.

장연화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소연, 너 정신 차리지 않을래? 저런 사람이 우리 백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장난하는 거야?"

"아니에요. 저 고객님께서는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으셔요. 우리 지존 급 고객님이라고요!"

"풉!"

최호는 하마터면 물을 뿜을 뻔했다.

"지존 급 고객이라고요? 저 사람은 우리 학교에 유명한 거지에요!"

양하나는 백이겸을 향해 큰소리쳤다.

"백이겸, 부끄러운 줄 알면 빨리 이곳에서 나가!"

허허......

백이겸은 그들의 조소와 직원들의 경멸 어린 눈빛을 바라 보았다.

그는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고, 도리어 성큼성큼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골드 카드를 탁자 위에 내리쳤다.

"오늘 저 백을 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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