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입을 남겨두고 있을 때 갑자기 문 앞에서 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외삼촌, 지금 간접 키스를 하는 거예요?”천우의 말에 포크를 쥔 손을 멈칫하던 차서윤은 그제야 송학진과 같은 포크를 사용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다.‘네 것 내 것 없이 물건을 같이 쓰는 이 습관 언제면 고칠 거야.’대학 다닐 때도 차서윤은 친구들과 라면 하나를 같이 나눠 먹거나 음료 하나를 같이 나눠 마시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늘 그렇게 지내왔다.차서윤은 바로 손을 움츠리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미안해요. 아림
말을 마친 송학진이 기름이 번지르르한 손으로 천우를 만지려 하자 깜짝 놀란 천우는 도망치며 말했다.“도와주세요. 노총각이 화났다고 나한테 복수한대요.”두 사람이 즐겁게 장난치는 것을 보고 있는 아림의 까맣고 큰 눈에는 부러움이 어려 있었다.아림은 송학진과 이렇게 장난치며 놀 수 있는 천우가 부러웠고 자기도 그렇게 놀고 싶었지만, 송학진은 손님이니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차서윤의 말이 떠올라 조용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아림은 송학진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바라보고 말했다.“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
술잔을 쥔 육문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그 순간 쿡하고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송미진이 자살시도를 했을 때 조수아가 생리통 때문에 여러번이나 전화한 걸 처음에는 받았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그냥 끊어버렸던 게 생각이 났다. 설마 그것 때문에 조수아가 헤어지자고 한 건 아니겠지? 눈매를 드리운 육문주는 송학진과 허연후가 그 쓰레기 남편 흉을 보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손가락을 뜨겁게 하는데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온밤을 육문주는 마음이 뒤숭숭했다.보통 이맘때쯤 되면 조수아가 걱정스
육문주의 키스는 언제나 뿌리침을 불허할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조수아를 테이블로 밀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그는 다른 한 손으로 허리를 제 쪽으로 바짝 당겼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향긋한 몸이 육문주의 모든 신경줄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갇힌 맹수가 나오고 싶다면서 울타리에 쉴 새없이 몸을 부딪쳤다.조수아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육문주는 잠자리 쪽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었다. 그가 얼마나 원하든 조수아는 힘들어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수요에 다 맞춰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조수아는 뻣뻣하다 못해
조수아는 민첩하게 옆으로 몸을 비켜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조금이 그녀의 발등을 덮치고 말았다. 발등이 얼얼해지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헛숨이 들이켜졌다. 고개를 들어 송미진에게 따지려던 조수아는 등 뒤에 있는 유리 선반을 향해 몸이 기우뚱거리고 있는 송미진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송미진은 그것을 뿌리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와장창!깨진 유리에 팔뚝이 그인 송미진이 피를 주르륵 흘렸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뒤로하고 육문주의 싸늘한 음성이 날아왔다. “조수아, 이게 뭐하는 짓이
육문주는 잠시 의문이 담긴 눈빛을 했다가 차갑게 답했다.“목숨 안 아까우면 직접 실험해 보든지.”조수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못해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만일 내가 얼마 전에 방금 2000CC의 피를 흘렸다고 하면, 그래도 나더러 헌혈하라고 강요할 거야?”“조수아, 억지부리지 마. 생리를 해봤자 고작 60CC의 피를 잃는 게 다야. 핑계를 대도 말이 되는 핑계를 대야지.”조수아는 쓴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힌트를 줬는데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에 한숨만 나왔다. 만약 육문주가 자신
말을 마친 송학진이 기름이 번지르르한 손으로 천우를 만지려 하자 깜짝 놀란 천우는 도망치며 말했다.“도와주세요. 노총각이 화났다고 나한테 복수한대요.”두 사람이 즐겁게 장난치는 것을 보고 있는 아림의 까맣고 큰 눈에는 부러움이 어려 있었다.아림은 송학진과 이렇게 장난치며 놀 수 있는 천우가 부러웠고 자기도 그렇게 놀고 싶었지만, 송학진은 손님이니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차서윤의 말이 떠올라 조용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아림은 송학진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바라보고 말했다.“
마지막 한 입을 남겨두고 있을 때 갑자기 문 앞에서 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외삼촌, 지금 간접 키스를 하는 거예요?”천우의 말에 포크를 쥔 손을 멈칫하던 차서윤은 그제야 송학진과 같은 포크를 사용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다.‘네 것 내 것 없이 물건을 같이 쓰는 이 습관 언제면 고칠 거야.’대학 다닐 때도 차서윤은 친구들과 라면 하나를 같이 나눠 먹거나 음료 하나를 같이 나눠 마시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늘 그렇게 지내왔다.차서윤은 바로 손을 움츠리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미안해요. 아림
차서윤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고 있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사람의 뇌는 언제나 둔해지는 법이다. 그녀는 볼을 부풀리며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화난 듯한 표정으로 송학진의 목에 앞치마를 묶으며 말했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 대표님이 때려서 그래요.” 그녀의 말에 송학진은 갑자기 몇 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차서윤은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 성격이 활발하고 일 처리는 빨랐지만 입이 자주 앞서서 늘 그와 반대로 하려 했었다. 그가 커피에 설탕을 넣지 말라고 하면
그가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에 송학진은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그는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기야? 네 삼촌이 아직도 싱글이라는 걸 다들 알아야겠냐?” “뭐가 겁나요. 저는 삼촌의 아내를 찾아주는 중이에요.” 두 사람이 말싸움하는 모습을 보며 차서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자. 오늘은 아줌마가 프랑스 요리 사줄게.” 그러고는 천우의 손을 잡고 밖으로 가려고 했지만 천우가 갑자기 말했다. “근데 저는 프랑스 요리 별
그 메시지를 받은 송학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언제든지 괜찮아. 차 비서가 정해.] [오늘 저녁 괜찮을까요? 제가 아림이랑 천우 데리고 대표님이 좋아하는 그 레스토랑에 갈게요.] [그래. 좀 이따 보자.] 간단한 문자를 보며 ‘차 비서'라는 익숙한 말에 차서윤은 마음속에 물결이 일렁였다. 몇 년 전의 몇 장면이 떠올랐다. “차 비서, 커피에 왜 설탕을 넣은 거야?” “인생이 이미 너무 쓰니까요. 그걸 더 쓰게 만들 이유가 없잖아요.” 송학진은 커피를 한입에 다 마
차서윤은 싸늘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한마디만 더 욕해봐. 출발하기 전에 이미 예약 전송 설정을 해뒀어. 지금이라도 바로 메일 보낼 수 있어. 누가 이 업계에서 사라지게 될지 한 번 볼까.” 그 말을 들은 이장우는 조금 겁이 났다. 그는 줄곧 차서윤이 그저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증거를 남겨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를 악물며 거부하려던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송 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여자가 좀 말을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면 아림이 아버지시군요. 어쩐지 가족분들 모두가 그렇게 잘생기셨더라고요.” 천우는 고개를 들어 송학진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외삼촌,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니에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송학진은 웃으며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톡 치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 말했다. “자, 이제 동생 손잡고 얼른 들어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부리지 말고. 알았지?” 천우는 바로 아림의 손을 꼭 잡고 의젓하게 오빠다운 말투로 말했다. “동생아, 이제부터 오빠가 널 지켜줄게
차서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송학진에게 아무런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송학진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송 대표님, 좋은 제안 감사하지만 저는 가지 않겠어요. 이장우 쪽에서 일하는 건 그만두고 제 능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단지 송 대표님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요.”송학진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차서윤, 정상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너의 전 직장 상사였고 지금 더 좋은 기회를 제시하는 건데 왜 거절하는 거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일이
그 말을 들은 송학진은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이 작은 아이가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차서윤과 그녀의 딸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는 아림을 꼭 끌어안고 큰 손으로 아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은 아저씨가 같이 있어 줄게.” 그는 아림을 다른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 감고 자. 아저씨는 계속 여기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