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말을 하면서 육연희를 향해 다가가자 육연희는 놀라서 연신 뒤로 몸을 피했다.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육연희는 배우진이 여기에 나타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에바의 음모라는 걸 알아차렸다.그리하여 육연희가 만약 배우진과 아는 척을 하고 말을 섞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과거는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육연희는 발로 배우진의 배를 걷어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 누구야? 감히 여왕의 휴게실에 들어와? 죽고 싶어?”육연희의 말에 배우진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에바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육연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배우진이 육씨 가문 연회에 초청 가수로 참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상류층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만약 육연희가 완전히 모른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한 거짓이 되는 거고, 그렇다고 아는 사이라고 말한다면, 배우진이 아까 한 말이 모두 사실임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육연희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윌리엄 요한이 입을 열었다.“이 사람, 에바 공주가 요청한 사람인가요?”에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여왕 폐하의 고향 분이신데 여왕 폐하를 안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은 윌리엄 요한은 몇몇 관원들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아직도 우연이라는 거야?”서로 눈치를 보던 관원 중 대머리 하나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분명히 이 안에 있는 누군가와 내통해서 여왕 폐하의 증거를 남기려 한 거였네. 그걸로 여왕 폐하를 협박하려고 했던 거고. 맞지?”그러자 남자는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인정했다.“네. 전부 제 잘못입니다. 모든 건 다 제 잘못이니 나한테만 벌을 내려주세요.”“보세요. 전부 혼자 했다고 인정했으니 그만 넘어가시고 저자를 붙잡아 법에 따라 벌을 받게 하면
녹음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윌리엄 소마 공자, 저는 두려워요. 만일 일이 발각되면 여왕 폐하께서 저를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이어서 윌리엄 소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돌이킬 수 없어. 하기 싫어도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 가족을 너와 함께 묻어버릴 거야.”에바의 목소리가 이어 나왔다.“걱정하지마. 내가 이미 안에 있는 호위들을 매수했으니, 아무도 뛰어들지 않을 거야. 내가 가르쳐 준 대로 말만 하면 돼. 육연희가 너와 안면이 있다는 증거만 잡으면 돼
몇 명의 호위대가 즉시 앞으로 나가 에바를 끌고 휴게실을 나갔다.에바는 여전히 승복하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육연희는 눈길을 윌리엄 소마한테 돌리고 더욱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윌리엄 소마 공자도 사리사욕을 위해 에바와 연합하여 윌리엄 요한 공자를 모함하였으니 데리고 나가서 율법에 따라 처리하거라.”육연희의 분부에 윌리엄 소마는 즉시 변명했다.“이것은 전부 에바, 그 죽여도 시원찮을 여자의 생각입니다. 여왕 폐하와 윌리엄 요한을 함께 끌어내릴 수 있다고 했어요. 저는 저년의 꾐에 넘어
“아니. 그냥 ‘만약'이라고.”“그런 ‘만약'은 생각하지 말고 잘 사는 게 무엇보다 낫지 않아요? 우리 둘만의 생일을 보내겠다고 했잖아요. 이젠 하객들도 모두 돌아갔으니 빨리 출발해요. 안 그러면 생일 다 지나겠어요.”윌리엄 요한은 육연희를 바로 풀어주며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그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변장하고 나가자.”차를 몰고 두 사람은 바닷가에 도착했다.이 계절의 해변은 조금 쌀쌀했던 터라 모래사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육연희는 차에서 뛰어내려 곧바로 바다를 향해 돌진했다.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는 달빛을
드론은 하늘에서 끊임없이 반짝이며 새겨진 글씨의 색깔을 바꾸고 있었고, 옆에 그려져 있던 케이스가 서서히 열리며 반지가 그려졌다.반지는 마치 행운의 신이 육연희에게 강림하듯 케이스에서 나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육연희는 윌리엄 요한의 서프라이즈에 깊은 감동을 하였다.그녀는 늘 육문주와 조수아의 사랑과 육문주가 조수아에게 주었던 모든 낭만이 부러웠었다.하지만 부러웠을 뿐 단 한 번도 그런 사랑을 바란 적이 없었는데 생일에 이토록 낭만적인 고백이라니.육연희는 이런 낭만이 좋았고 윌리엄 요한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겼음을 잘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가 윌리엄 요한의 신경을 더욱 자극했다. 그의 입맞춤은 천천히 육연희의 입술을 떠나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뜨겁고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매혹적인 쇄골을 스쳐 지나가고 마침내 부드러운 곳에 닿았다. 강렬한 자극에 육연희는 참을 수 없이 신음을 질렀다. 윌리엄 요한은 천천히 그녀를 떼어내며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오늘은 좀 더 마음껏 해도 돼. 여긴 깊은 바다라 아무도 듣지 않아.” 그는 말하며 한쪽으로는 큰 손으로 그녀의 치마 속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