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는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하지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하지연의 손등에 눈물이 떨어졌다.손등에 떨어진 눈물과 허연후의 말을 듣던 하지연의 머릿속에는 어릴 때 화면들이 떠올랐다.하지연은 맨발로 허연후의 뒤를 쫓아다니며 학교에 가지 말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울부짖었다.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오빠 학교 앞에 하교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허연후는 하지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줬었다.길고양이를 구하려다 얼음 구멍에 빠졌을 때 허연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어 하지연을 구하다 얼음에 긁혀 팔에 큰 상처를 입기도
허연후의 입술과 내뱉고 있는 숨이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이상함을 느낀 한지혜는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허연후 씨, 열나는 거 아니에요?”“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조금만 안고 있자. 충전 좀 시켜줘.”“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 거예요? 잠깐 만져볼게요.”허연후는 한지혜의 어깨에 기댄 채 낮게 웃으며 말했다.“어딜 만져본다고.? 거기?”“무슨 헛소리에요. 옆에 앉아봐요. 체온계를 가져다 체온 좀 재볼게요.”한지혜는 즉시 간호사를 불러 체온계를 달라고 하고 허연후의 겨드랑이에 넣었다.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응
한지혜는 의사인 허연후가 열을 내리는 좋은 방법이라도 알고 있는 줄 알고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방법인데요?”허연후는 한지혜의 귓가에 엎드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격렬하게 무언가를 하면 돼. 땀 뻘뻘 흘리고 나면 열이 자연스럽게 내릴 거니까.”허연후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차가운 눈으로 허연후를 흘겨보며 말했다.“다시 한번 헛소리하면 기회도 없어요.”한지혜의 말에 놀란 허연후는 얌전히 눕더니 말했다.“말 안 할게. 약이나 찾아줘.”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연후는 잠이 들었다.피곤했던 터라 오랜 시간
“허세는, 아주 허세가 하늘을 찌르겠다.”“너 그거 질투야, 내가 너랑 똑같이 굴면 안 되지.”허연후는 육문주 때문에 분통이 터져 한지혜를 끌어안으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지금 시대에 내가 와이프와 자식이 없다고 이렇게 모욕을 당한다는 게 말이 돼? 지혜야, 우리 앞으로 여덟 쌍둥이를 낳자. 저 두 사람 울화통 터지게.”천우는 큰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말했다.“우리 이모 사람이지 돼지가 아니에요. 어떻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낳아요. 삼촌 바보예요?”또 한 번 타격을 받은 허연후는 천우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너는 어
하지연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말했다.“저희 엄마도 같이 가면 안 돼요?”금사락은 웃으며 하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히 같이 가야지, 앞으로 계속 네 옆에 있어 줄 거야. 널 이렇게 잘 키워주셨잖아. 우리 허씨 가문의 평생 은인이야.”“그럼 내 이름을 바꿔야 하나요? 나는 허가은라는 이름이 싫어요. 이 이름을 들으면 나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생각나요.”“그 이름 말고 성씨만 허자로 바꿔서 앞으로는 허지연 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하지연은 설레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듣기 좋네요. 마음에 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물들었다.예쁜 요염한 눈에는 잔잔한 빛이 반짝거렸다.“오빠, 내가 고인우를 좋아하는 사실을 걔한테 말하지 않으면 안 돼요?”허연후는 부끄러워하는 하지연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지연이는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할 생각 없어? 네가 고인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빠도 아는데.”하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몸이 좋아지면 내가 직접 고백할 거예요.”“그래, 만약 싫다고 하면 오빠가 납치해서라도 결혼시켜 줄게.”“그건 싫어요. 억지로 비틀어 짜낸 참외는 달지 않잖아요.”“
허가은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부서질 듯이 이를 악물며 마음속으로 욕했다.‘한지혜, 오빠는 내 꺼야, 너는 영원히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친 허가은은 연회장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허연후와 한지혜가 함께 연회장에 들어서자 흰색 양복 차림을 한 천우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더니 두 팔을 벌려 한지혜의 품속으로 뛰어들며 말했다.“이모, 내가 이모 주려고 몰래 케이크 몇 조각 남겨놨어요, 전부 다 이모가 좋아하는 맛이에요.”천우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하루의 피로가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한지혜는 웃으며 천우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바로 이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한지혜가 허가은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단번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뺨을 세차게 때렸다.허가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떨떨하기만 했다.하지만 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한지혜는 또다시 한쪽 뺨을 때리며 살벌하게 경고했다.“허가은, 넌 오늘 죽었어!”말을 마친 뒤, 한지혜는 하이힐을 신은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고 허가은 몇 발짝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넘어지고 말했다.심장병을 앓고 있는 허가은의 허약한 체력과는 반대로 한지혜는 어릴 때부터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 허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