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천천히 감겼다.허연후가 차를 몰고 병원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찰나 경호원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허 대표님, 하지연 아가씨가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어요. 빨리 와봐야 할 것 같아요.”경호원의 말에 허연후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허연후는 곧바로 핸들을 꺾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허순철은 뭔가 이상해서 물었다.“왜 다시 돌아가는 게냐?”“지연이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응급처치 중이래요.”허연후의 말을 들은 차 안의 사람들은 가슴이 덜컥했다.금사락은 바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상
한지혜의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만약 그 간호사가 정말 허가은 이였다면, 허가은이 하지연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안 그래도 몸이 허약한 하지연인데, 아주 작은 충격도 하지연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허가은이 만약 하지연한테 사실을 왜곡하여 말했다면, 하지연은 당연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허재용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맞은편에 있는 경호원을 노려보며 말했다.“지연이를 잘 보호하라고 했더니 이 꼴로 보호를 한 거야?”경호원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죄송
허연후는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하지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하지연의 손등에 눈물이 떨어졌다.손등에 떨어진 눈물과 허연후의 말을 듣던 하지연의 머릿속에는 어릴 때 화면들이 떠올랐다.하지연은 맨발로 허연후의 뒤를 쫓아다니며 학교에 가지 말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울부짖었다.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오빠 학교 앞에 하교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허연후는 하지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줬었다.길고양이를 구하려다 얼음 구멍에 빠졌을 때 허연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어 하지연을 구하다 얼음에 긁혀 팔에 큰 상처를 입기도
허연후의 입술과 내뱉고 있는 숨이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이상함을 느낀 한지혜는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허연후 씨, 열나는 거 아니에요?”“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조금만 안고 있자. 충전 좀 시켜줘.”“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 거예요? 잠깐 만져볼게요.”허연후는 한지혜의 어깨에 기댄 채 낮게 웃으며 말했다.“어딜 만져본다고.? 거기?”“무슨 헛소리에요. 옆에 앉아봐요. 체온계를 가져다 체온 좀 재볼게요.”한지혜는 즉시 간호사를 불러 체온계를 달라고 하고 허연후의 겨드랑이에 넣었다.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응
한지혜는 의사인 허연후가 열을 내리는 좋은 방법이라도 알고 있는 줄 알고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방법인데요?”허연후는 한지혜의 귓가에 엎드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격렬하게 무언가를 하면 돼. 땀 뻘뻘 흘리고 나면 열이 자연스럽게 내릴 거니까.”허연후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차가운 눈으로 허연후를 흘겨보며 말했다.“다시 한번 헛소리하면 기회도 없어요.”한지혜의 말에 놀란 허연후는 얌전히 눕더니 말했다.“말 안 할게. 약이나 찾아줘.”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연후는 잠이 들었다.피곤했던 터라 오랜 시간
“허세는, 아주 허세가 하늘을 찌르겠다.”“너 그거 질투야, 내가 너랑 똑같이 굴면 안 되지.”허연후는 육문주 때문에 분통이 터져 한지혜를 끌어안으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지금 시대에 내가 와이프와 자식이 없다고 이렇게 모욕을 당한다는 게 말이 돼? 지혜야, 우리 앞으로 여덟 쌍둥이를 낳자. 저 두 사람 울화통 터지게.”천우는 큰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말했다.“우리 이모 사람이지 돼지가 아니에요. 어떻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낳아요. 삼촌 바보예요?”또 한 번 타격을 받은 허연후는 천우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너는 어
하지연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말했다.“저희 엄마도 같이 가면 안 돼요?”금사락은 웃으며 하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히 같이 가야지, 앞으로 계속 네 옆에 있어 줄 거야. 널 이렇게 잘 키워주셨잖아. 우리 허씨 가문의 평생 은인이야.”“그럼 내 이름을 바꿔야 하나요? 나는 허가은라는 이름이 싫어요. 이 이름을 들으면 나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생각나요.”“그 이름 말고 성씨만 허자로 바꿔서 앞으로는 허지연 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하지연은 설레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듣기 좋네요. 마음에 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물들었다.예쁜 요염한 눈에는 잔잔한 빛이 반짝거렸다.“오빠, 내가 고인우를 좋아하는 사실을 걔한테 말하지 않으면 안 돼요?”허연후는 부끄러워하는 하지연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지연이는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할 생각 없어? 네가 고인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빠도 아는데.”하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몸이 좋아지면 내가 직접 고백할 거예요.”“그래, 만약 싫다고 하면 오빠가 납치해서라도 결혼시켜 줄게.”“그건 싫어요. 억지로 비틀어 짜낸 참외는 달지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