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은은 허연후를 떠나면 죽을 정도로 그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만 이미 진실이 밝혀진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허가은은 일단 한발 물러서서 앞으로의 일은 차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허가은이 짐을 챙겨 위층에서 내려오자 가족들 모두 허연후의 휴대전화에 있는 하지연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허순철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너무 비슷하구나. 어릴 적 가은이와 똑같아. 정말 너무 어리석게도 우리가 사람을 잘못 데려왔구나.”금사락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말했다.“불쌍한 우리 딸. 고생을, 그렇게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바르게 잘
허연후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지연이 정말 멋지네. 앞으로 무조건 우수한 미녀 화가가 될 거야.”허연후가 ‘우리 지연'이라고 말하자 하지연은 기분이 좋은 듯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허 선생님, 만약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제가 가장 먼저 감사해야 할 사람은 허 선생님과 지혜 언니예요. 두 분이 없었다면 저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넌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거야, 날 믿어. ”“네, 허 선생님을 믿어요. 그런데 허 선생님, 아까 여동생을 데리고 집에 간 거 아니었어요? 왜 또 왔어요?”허연
얼굴을 본 하지연은 놀라서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허가은은 침대에 천천히 앉아 하지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목소리에는 말 못 할 아픔이 배어 있었다.“지연아, 넌 그 도박꾼의 딸이 아니야. 넌 허씨 가문의 아가씨야. 그때 오빠가 널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려서 네가 이렇게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 거야. 내 친아빠는 내 병을 치료할 돈이 없어서 나를 허씨 가문의 아가씨로 보낸 거였어.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엄마 아빠와 할아버지 그리고 오빠의 총애를 받으며 지냈어. 그들 모두 날 사랑해 줬어. 지연아, 미안해
눈이 천천히 감겼다.허연후가 차를 몰고 병원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찰나 경호원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허 대표님, 하지연 아가씨가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어요. 빨리 와봐야 할 것 같아요.”경호원의 말에 허연후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허연후는 곧바로 핸들을 꺾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허순철은 뭔가 이상해서 물었다.“왜 다시 돌아가는 게냐?”“지연이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응급처치 중이래요.”허연후의 말을 들은 차 안의 사람들은 가슴이 덜컥했다.금사락은 바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상
한지혜의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만약 그 간호사가 정말 허가은 이였다면, 허가은이 하지연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안 그래도 몸이 허약한 하지연인데, 아주 작은 충격도 하지연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허가은이 만약 하지연한테 사실을 왜곡하여 말했다면, 하지연은 당연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허재용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맞은편에 있는 경호원을 노려보며 말했다.“지연이를 잘 보호하라고 했더니 이 꼴로 보호를 한 거야?”경호원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죄송
허연후는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하지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하지연의 손등에 눈물이 떨어졌다.손등에 떨어진 눈물과 허연후의 말을 듣던 하지연의 머릿속에는 어릴 때 화면들이 떠올랐다.하지연은 맨발로 허연후의 뒤를 쫓아다니며 학교에 가지 말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울부짖었다.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오빠 학교 앞에 하교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허연후는 하지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줬었다.길고양이를 구하려다 얼음 구멍에 빠졌을 때 허연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어 하지연을 구하다 얼음에 긁혀 팔에 큰 상처를 입기도
허연후의 입술과 내뱉고 있는 숨이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이상함을 느낀 한지혜는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허연후 씨, 열나는 거 아니에요?”“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조금만 안고 있자. 충전 좀 시켜줘.”“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 거예요? 잠깐 만져볼게요.”허연후는 한지혜의 어깨에 기댄 채 낮게 웃으며 말했다.“어딜 만져본다고.? 거기?”“무슨 헛소리에요. 옆에 앉아봐요. 체온계를 가져다 체온 좀 재볼게요.”한지혜는 즉시 간호사를 불러 체온계를 달라고 하고 허연후의 겨드랑이에 넣었다.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응
한지혜는 의사인 허연후가 열을 내리는 좋은 방법이라도 알고 있는 줄 알고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방법인데요?”허연후는 한지혜의 귓가에 엎드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격렬하게 무언가를 하면 돼. 땀 뻘뻘 흘리고 나면 열이 자연스럽게 내릴 거니까.”허연후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차가운 눈으로 허연후를 흘겨보며 말했다.“다시 한번 헛소리하면 기회도 없어요.”한지혜의 말에 놀란 허연후는 얌전히 눕더니 말했다.“말 안 할게. 약이나 찾아줘.”약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연후는 잠이 들었다.피곤했던 터라 오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