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우는 허연후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그를 지나쳐 한지혜의 곁으로 다가가 낮게 물었다. “지혜 누나, 진짜 누나 남친이에요?” 한지혜는 허연후를 노려봤다. “헛소리하는 거야. 우리 얼른 밥 먹자. 배고프겠다.” 말을 마치고 고인우에게 젓가락 한 벌을 주면서 앉으라는 시늉을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생선 한 조각을 집어주면서 친절하게 말했다. “네가 이 가게의 요리를 좋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침 여기에 새로운 분점을 열었어. 한번 먹어봐봐. 전에 먹던 거랑 같은 맛이야?”고인우는 한입 먹어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연후는 마치 자기가 집주인인양 고인우한테 반찬도 집어주고 음료수도 가져다주는 등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 저녁 식사 뒤 한지혜는 객실을 청소한 후 고인우에게 말했다. “하루 종일 피곤했지, 가서 씻고 자.” 고인우는 고분고분 방으로 들어갔다. 허연후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물었다. “지혜 씨, 인우를 객실에서 자게 하다니요!” 한지혜는 그를 향해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 “안 그러면 나랑 안방에서 자게 해요?” “왜 저는 여기서 밤 보내면 안 되는데 인우는 괜찮은 거예요. 인우도 남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그가 혹여나
한지혜는 매정한 말투로 가차 없이 말했다.“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내가 왜 당신한테 옷을 사줘야 하죠?”“지혜 씨는 내가 남자친구일 때도 이렇게 잘해준 적 없었잖아요.”“그땐 다 연극이고 가짜였으니까요, 벌써 잊은 거예요?”“아무리 지혜 씨에게 돈을 받고 남자친구 역할로 고용된 사람이라고 해도, 남자친구의 권리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저한테 진 빚, 이참에 다 갚죠.”한지혜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은 또 처음 봤다.하지만 고인우가 옆에 있었던 탓에 허연후와 언성을 높여 싸울 수도 없었다.결국, 자신
허연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아. 근데 지혜 씨는 전혀 눈치 못 챈 것 같고.]곽명원: [저도 모르게 넘어가 버리는 게 제일 무서운 거야. 요즘 어린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말은 또 엄청나게 잘해요. “누나”라고 한 번만 불러주잖아? 여자 마음 제대로 흔들리는 거야. 너 조심해야 해.]친한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자 그동안 귀족처럼만 살아왔던 허연후는 처음으로 위기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게다가 한지혜가 일전, 허연후에게 직접 “애교 많은 연하남”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던 적까지 있었다.잘생긴 데다가
안 그래도 방금 데어서 얼얼한 한지혜의 혀는 허연후가 빨아들이자 저릿한 느낌까지 들기 시작했다.그녀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허연후를 빤히 쳐다보았다.개를 닮은 그 남자는 한 손으로 한지혜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더욱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이게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기회를 노려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수작이지.'한지혜는 계속해서 허연후의 가슴을 힘껏 두드리며 입으로 “읍읍” 소리를 냈다.그 소리를 들은 고인우는 혹시나 한지혜가 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곧장 주방으로 달려왔다.그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지혜 누나
한지혜는 허연후를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꼬시든 연후 씨를 꼬실 일은 없을 테니까 신경 끄죠. 인우야, 가자.”말을 마친 그녀는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올려 쓴 채 고인우의 짐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고인우는 다급히 한지혜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누나, 제가 할게요.”“아니야, 넌 큰 캐리어 들어. 내가 작은 거 들 테니까.”그러던 중, 허연후가 한지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짐을 뺏어 들며 말했다.“공짜 짐꾼 둬놓고 왜 안 부려먹어요? 바보예요?”“못 부려먹을까 봐 그러죠.”“
그 말에 얼굴을 붉힌 소녀는 곧장 사과의 말을 건넸다.“죄송합니다. 혹시나 도와드릴 게 있나 해서 와본 거예요.”허연후는 한지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아가야, 이 아가씨가 도와줄 만한 게 있을까?”한지혜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한마디라도 했다간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 버리고 말 것이다.결국, 한지혜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없어요, 감사합니다.”소녀는 잔뜩 실망한 듯한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하지만 몇 걸음 떼지 않아 소녀는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다시 돌아와 한지혜에
기자 무리를 지나치며 허연후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그 모습을 보는 기자들과 팬들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어, 허연후다. 정말 둘이 사귀고 있었네. 우리가 오해했던 거야!”“흑흑, 최애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얼굴도 제대로 못 봤네.”차가 학교 정문을 나서자 한지혜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씩 놓이기 시작했다.얼굴에서 흐른 땀은 턱을 타고 흘러내려 쇄골에 떨어졌다.땀에 젖은 잔머리도 이마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던 허연후는 문득 과거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