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충격적인 장면을 바라봤고, 실시간 댓글창도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헐, 질투하나 봐! 허연후가 질투하나 봐! 이 정도면 질투의 화신인데? 이 PD님은 역시 스타 PD다워. 우리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아, 너무 웃겨! 고선재는 누나가 뽀뽀해 줄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허 대표님한테 가로채였네. 불쌍해...][허연후가 이 타이밍에 끼어들 줄은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여자라면 무조건 심쿵했을 걸? 난 이제부터 허연후만
한지혜는 서둘러 짐을 챙겨 룸키에 적힌 번호를 따라 걸어갔다. 그 방은 이 리조트의 꼭대기 층에 있었다. 그 층에는 오직 하나의 방만 존재했다.한지혜는 이 럭셔리 스위트룸이 얼마나 화려할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내부 시설을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커다란 킹사이즈 물침대, 호화로운 인테리어, 엄청난 크기의 방, 그야말로 5성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보다 몇 배는 더 화려했다.한지혜는 서둘러 짐을 내려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부드러운 물침대는 그녀가 올라오자마자 흔들리기 시작했고, 혼자 누워도
한지혜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도마뱀이었다.어렸을 때 시골 친척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을 때, 도마뱀과 함께 자고 있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 도마뱀을 깔아뭉개서 죽였던 그 경험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한지혜는 이미 공포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어도, 그가 누구인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자신을 여기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허연후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고 그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담겨 있었다. 2년
허연후는 말하면서 천천히 한지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뒤섞이자, 방 안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두 사람의 입술이 불과 1센티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한지혜는 갑자기 허연후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꿈 깨요. 차라리 여기서 굶어 죽을지언정 연후 씨랑 키스는 안 해요.”허연후는 맞고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더욱 장난기 넘치는 미소가 번졌다.“누가 키스하려고 했대요? 하지만 지혜 씨가 원한다면 기꺼이 키스해 줄 수는 있어요.”“아니요! 키스하려는 게 아니었
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졌고, 한지혜는 허연후의 검은 눈동자에 담긴 진심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뜨거운 숨결까지 느낄 수 있었다.허연후의 진심이 담긴 고백과 진지한 얼굴을 보자, 한지혜의 심장은 점점 더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갑자기 허연후를 밀쳐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 대단한 거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고작 이런 촌스러운 멘트라니! 참 식상하네요!”허연후는 심박수 모니터에 표시된 숫자를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촌스럽든 아니든, 지혜 씨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었잖아요. 그걸로 충
한지혜는 허연후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난관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10개의 땅콩을 다 먹지 못하면 이 방을 나갈 수 없고, 계속 이 ‘개자식’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그 생각에 한지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허연후가 건네는 땅콩을 냉큼 받아먹었다. 두 사람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짧아서 허연후가 먹여주는 땅콩을 받아먹으려면 한지혜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야만 했다.“허연후 씨, 좀 빨리할 수 없어요?”허연후는 수갑을 살짝 흔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수갑이 너무 바짝 채
“연후 씨, 변태야?”한지혜는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쥐어 잡고는 허연후를 향해 내리쳤다.지난 이틀 동안 한지혜는 허연후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난 상황이었다.기분 같아서는 다리 한쪽이라도 부러뜨려야 화가 풀릴 것 같았다.허연후는 한지혜의 솜방망이 같은 주먹에 맞으면서 찍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그 자리에 서서 싱긋 웃으며 한지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허연후의 눈에는 한지혜가 삐져서 열심히 앞발을 휘두르는 아기 고양이처럼 귀엽기만 했다.이제는 한지혜의 손이 아플 때까지 허연후는 꼼짝하지 않고 낮은 목
허연후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한지혜는 다른 사람의 차에 덥석 올라탔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허연후가 아니었다.허연후는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 페달을 밟아 바로 검은색 승용차를 가로막았다.싸늘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허연후는 운전석에 차창을 똑똑 두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운가 봐요. 감히 제 여자를 가로채려는 걸 보면.”허연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창이 스르륵 열리더니 한건우의 자상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계속 욕을 퍼부으려던 허연후는 한건우를 보자 하려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