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의 한 마디에 촬영 현장이 들썩였고, 동시에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헐! 전 여자 친구의 생리주기를 기억해 주는 남자! 이게 진짜 사랑 아니면 뭐야! 이 커플 찬성이야.][한지혜 언니, 제발 말해줘요. 왜 헤어졌는지 너무 궁금해요.]이 PD는 허연후의 말을 듣고 바로 나서서 말했다.“한지혜 씨,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술은 안 마시는 게 좋겠어요. 방송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가면 제가 감히 책임질 수 없어요. 차라리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그는 한지혜를 걱정하는 척 말했지
한지혜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충격적인 장면을 바라봤고, 실시간 댓글창도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헐, 질투하나 봐! 허연후가 질투하나 봐! 이 정도면 질투의 화신인데? 이 PD님은 역시 스타 PD다워. 우리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아, 너무 웃겨! 고선재는 누나가 뽀뽀해 줄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허 대표님한테 가로채였네. 불쌍해...][허연후가 이 타이밍에 끼어들 줄은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여자라면 무조건 심쿵했을 걸? 난 이제부터 허연후만
한지혜는 서둘러 짐을 챙겨 룸키에 적힌 번호를 따라 걸어갔다. 그 방은 이 리조트의 꼭대기 층에 있었다. 그 층에는 오직 하나의 방만 존재했다.한지혜는 이 럭셔리 스위트룸이 얼마나 화려할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내부 시설을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커다란 킹사이즈 물침대, 호화로운 인테리어, 엄청난 크기의 방, 그야말로 5성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보다 몇 배는 더 화려했다.한지혜는 서둘러 짐을 내려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부드러운 물침대는 그녀가 올라오자마자 흔들리기 시작했고, 혼자 누워도
한지혜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도마뱀이었다.어렸을 때 시골 친척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을 때, 도마뱀과 함께 자고 있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 도마뱀을 깔아뭉개서 죽였던 그 경험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한지혜는 이미 공포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어도, 그가 누구인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자신을 여기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허연후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고 그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담겨 있었다. 2년
허연후는 말하면서 천천히 한지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뒤섞이자, 방 안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두 사람의 입술이 불과 1센티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한지혜는 갑자기 허연후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꿈 깨요. 차라리 여기서 굶어 죽을지언정 연후 씨랑 키스는 안 해요.”허연후는 맞고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더욱 장난기 넘치는 미소가 번졌다.“누가 키스하려고 했대요? 하지만 지혜 씨가 원한다면 기꺼이 키스해 줄 수는 있어요.”“아니요! 키스하려는 게 아니었
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졌고, 한지혜는 허연후의 검은 눈동자에 담긴 진심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뜨거운 숨결까지 느낄 수 있었다.허연후의 진심이 담긴 고백과 진지한 얼굴을 보자, 한지혜의 심장은 점점 더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갑자기 허연후를 밀쳐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 대단한 거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고작 이런 촌스러운 멘트라니! 참 식상하네요!”허연후는 심박수 모니터에 표시된 숫자를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촌스럽든 아니든, 지혜 씨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었잖아요. 그걸로 충
한지혜는 허연후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난관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10개의 땅콩을 다 먹지 못하면 이 방을 나갈 수 없고, 계속 이 ‘개자식’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그 생각에 한지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허연후가 건네는 땅콩을 냉큼 받아먹었다. 두 사람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짧아서 허연후가 먹여주는 땅콩을 받아먹으려면 한지혜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야만 했다.“허연후 씨, 좀 빨리할 수 없어요?”허연후는 수갑을 살짝 흔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수갑이 너무 바짝 채
“연후 씨, 변태야?”한지혜는 작은 손으로 주먹을 쥐어 잡고는 허연후를 향해 내리쳤다.지난 이틀 동안 한지혜는 허연후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난 상황이었다.기분 같아서는 다리 한쪽이라도 부러뜨려야 화가 풀릴 것 같았다.허연후는 한지혜의 솜방망이 같은 주먹에 맞으면서 찍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그 자리에 서서 싱긋 웃으며 한지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허연후의 눈에는 한지혜가 삐져서 열심히 앞발을 휘두르는 아기 고양이처럼 귀엽기만 했다.이제는 한지혜의 손이 아플 때까지 허연후는 꼼짝하지 않고 낮은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