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은 바로 병실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의사 선생님, 어서 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소리 듣고 달려온 의사는 박주영을 재빨리 수술실로 옮겼다.임다윤은 바닥에 앉아 키득거리며 웃었다.“너를 20년간 더 살게 해준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은혜를 베풀었어.”박주영이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본 육상근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심장도 같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심장을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 육상근은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렸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육상근은 여태껏 지금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심지어
조수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박 여사님이 깨어나면 서준 씨가 보살펴야 할 텐데 강해져야죠.”“잘 알고 있어요.”30분 후,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의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환자분의 간이 심하게 손상하여 즉시 간이식을 해야 해요. 모든 병원에 연락해 봤지만 환자분과 일치하는 간을 찾지 못하여 가족분들 어서 검사를 받아 주세요.”그 말을 들은 박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네. 지금 당장 검사받을게요.”육상근도 뒤이어 나섰다.“저도 검사받을게요. 아는 사람 최대한 불러 모아 검사를 받도록 해볼게요.”
의사가 전한 반가운 소식에 박서준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다급하게 물었다.“그게 누구죠?”“육문주 씨입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문주 씨의 간과 혈액형이 마침 박주영 씨와 적합해요. 이제 수술해도 큰 문제는 없을 테니 보호자 분도 이제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문주 씨가 얼마 전 화상을 입고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수술을 견딜 수 있나요?”의사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 안 하셔도 돼요. 무조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예요. 이 말도 뮥문주 씨가 보호자 분께 전해달라는 말이에요
육씨 가문은 임다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임다윤은 계속 이대로 가다가 자신이 한평생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이때 임다윤은 머리 위로 무언가가 쏟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한 여자가 물이 잔뜩 든 대야를 들고 그녀의 머리 위로 붓고 있었다.여태껏 귀한 대접만 받은 임다윤은 이런 대우는 처음이었다.임다윤은 바로 몸을 일으켜 여자한테 다가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지금 나한테 뭘 쏟은 거야?”여자는 깔깔 웃었다.“맡아보면 몰라?”임다윤은 그제야 냄새를 맡아보자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분명 기억 속의 여자와 다른 얼굴이었지만 박주영은 깨어나자마자 육상근이 눈에 들어왔다.육상근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미간을 찌푸리며 힘 있는 필체로 사인을 하는 육상근의 모습에 박주영은 문득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다.한 여자가 뺨을 괴고 미소를 머금은 채 남자를 바라보는 장면이었다.남자의 표정과 종이 위에 쓴 글씨체가 육상근과 똑같았다.얼마간 지났는지 남자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더없이 자상했다.남자는 손을 뻗어 여자의 코를 가볍게 톡톡 치면서 가까이 오라
육상근의 말은 비수처럼 박주영의 가슴에 깊게 꽂혔다.만약 박서준이 육상근의 아들이라면 임다윤을 상대로 못된 짓을 저지른 게 되어버린다.박주영은 바로 손을 빼내 고개를 미친 듯이 내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서준이가 상근 씨의 아들일 리가 없어요.”박주영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육상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안정시켰다.“흥분을 가라앉혀 보아요.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이 일은 제가 조사하고 있으니까 결과가 나오면 주영 씨와 서준이에게 말할게요.”박주영의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육상근은 즉시 의사를 호출해 안정제를 투
늘 온화하던 박서준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하자 그가 육상근에 대한 원한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육상근은 마음이 아팠다.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육상근은 갑자기 눈가가 발개지더니 목이 메었다.그는 박서준한테서 아빠 소리를 들을 자격도 없었다.얼마 후 육상근이 겨우 입을 열었다.“그 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와 주영 씨를 힘들게 만든 장본인이니 나를 받아들이기를 바라지 않아. 단지 내가 너희 두 사람한테 다시 잘해줄 기회를 주길 바랄 뿐이야. 나
오랫동안 관계를 맺지 않은 두 사람은 본능적인 반응은 누구도 주체할 수 없었다.두 사람 모두 절정에 다다른 후, 육문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조수아한테 뽀뽀했다.그의 눈빛은 여전히 야릇했다.“수아야, 좋았어?”조수아는 얼굴을 붉히며 육문주를 노려보았다.“문주 씨는 염치도 없지. 내가 그렇게 애원했는데 왜 멈추지 않는 거야?”육문주는 조수아의 귓가에 대고 가볍게 웃었다,“자기야, 그건 애원하는 게 아니라 분명 나를 유혹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전혀 멈출 수가 없었어. 그리고 방금 너도 좋아...”육문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