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은 바로 달려가 박주영을 품에 안고 달랬다.“어머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아무도 어머니를 해치지 못해요.”박주영은 힘껏 머리를 저으며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끊임없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 여자가 내 아들을 죽이려고 해. 어서 내 아들을 구해야 해. 우리 아이가 아직 그렇게 어린데 절대 그 여자가 죽이지 못하게 막아야 해. ”육상근은 박주영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쓰라렸다.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임다윤의 무릎을 세게 내리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죽여도 모자란 여자 같으니라고.”임다윤은 몇 걸음 뒤
박주영의 글썽이는 모습을 보며 육상근은 숨 쉬는 법도 잊어버린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육상근은 미간을 찌푸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누구도 절대 문주를 해치지 못하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육상근의 확답에 박주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잡고 있던 팔을 내려놓았다.이내 박주영은 점차 안정을 되찾자 박서준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박서준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렸다.이 모습을 본 육문주는 이불을 꽉 부여잡았다.그는 박서준과 박주영이 킬러의 눈을 피하며 항상 위험에 벌벌 떨었을 모
육문주는 의문보다는 거의 확신에 찬 말투였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박서준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어느새 방 안의 분위기는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몇초 후 박서준은 그제야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언제부터 안 거예요?”박서준의 말에 육문주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갑자기 한 핏줄을 가진 형제가 하나 더 생긴 심정을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을지 몰랐다.박서준의 신비로운 캐릭터와 그가 조수아한테 품고 있는 마음 때문에 육문주는 줄곧 그를 경계했다.육문주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예측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그가 이
육문주는 웃음을 훔치며 말했다.“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저는 수아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알았어요. 수아가 태어나지 전부터 저는 이미 수아를 저의 신붓감으로 정했어요. 서준 씨는 절대 저를 이길 수 없을 거예요.”하지만 육문주의 어깨가 올라간 만큼 얼마 가지 않아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조수아의 의아해하는 눈빛을 보며 육문주는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었다.조수아는 어리둥절해서 육문주한테 물었다.“잠깐 착각한 거 아니에요? 어릴 적에 신붓감으로 정한 건 송미진이 아니었어? 더 정확히 말하면 송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아이가 문주
그 말을 들은 박서준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거절하기 바빴다.“절대 안 돼요. 이러면 마음이 불편하지도 않은가요? 아저씨는 가정이 있으신 분인데 이렇게 나오면 제 어머니를 불륜녀가 되는 거잖아요. 그때도 같은 이유로 저의 어머니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거잖아요. 어머니가 한평생 나아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저씨가 어머니를 돌보는 건 반대에요.”육상근은 그를 측은히 바라보았다.“나와 임다윤은 이미 끝난 사이야. 우리는 별거한 지 20여 년이나 된 데다가 이미 부부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단지 임다윤이 나의 어머니를 구해준 은혜로 잠시
임다윤은 간호복으로 갈아입고 마스크를 꼭꼭 눌러쓴 후 의약품들을 챙기고 병실을 나섰다.임다윤이 박주영의 병실 문을 서서히 열자 그녀의 아리따운 미모에 질투심이 밀려왔다.그녀가 어렵게 화재를 일으켜 박주영을 태워버리려 했지만 얼굴을 바꾼 박주영은 여전히 예뻤다.박주영이 기억을 잃고 옛날과 다른 모습을 했음에도 육상근이 좋아하는 여자는 여전히 박주영이었다.임다윤은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한 발짝씩 박주영한테 다가가 칼을 꺼내 들었다.손에 든 칼로 박주영을 잔인하게 찌른다면 육상근이 다시는 박주영을 좋아하지
박서준은 바로 병실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의사 선생님, 어서 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소리 듣고 달려온 의사는 박주영을 재빨리 수술실로 옮겼다.임다윤은 바닥에 앉아 키득거리며 웃었다.“너를 20년간 더 살게 해준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은혜를 베풀었어.”박주영이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본 육상근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심장도 같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심장을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 육상근은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렸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육상근은 여태껏 지금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심지어
조수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박 여사님이 깨어나면 서준 씨가 보살펴야 할 텐데 강해져야죠.”“잘 알고 있어요.”30분 후,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의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환자분의 간이 심하게 손상하여 즉시 간이식을 해야 해요. 모든 병원에 연락해 봤지만 환자분과 일치하는 간을 찾지 못하여 가족분들 어서 검사를 받아 주세요.”그 말을 들은 박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네. 지금 당장 검사받을게요.”육상근도 뒤이어 나섰다.“저도 검사받을게요. 아는 사람 최대한 불러 모아 검사를 받도록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