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근은 단번에 임다윤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팽개쳤다.눈빛에는 분노와 증오뿐이었다.“임다윤, 너는 무조건 문주가 깨어나기만을 빌어야 할 거야. 만약 그 애가 죽으면 너도 살아남지 못 할테니까!”임다윤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그에게 울면서 빌었다.“상근 씨, 제가 잘못했어요. 저는 단지 당신을 놀라게만 하려고 했는데 불길이 그렇게 크게 번질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문주가 저를 위해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 줄도 몰랐고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니까 용서만이라도 빌 수 있게 문주를 한 번만 만나게 해줘요. 어쨌든 제 배로 낳은 자
육문주는 침착하게 답했다. “일단 미끼를 던져놔. 그리고 대어가 낚일 때까지 기다려.”그는 대체 누가 이 4개 가문을 손에 쥐고 흔들 만큼 능력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전화를 끊고 나니 조수아가 마침 나가려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급히 물었다.“어디 가?”조수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으며 답했다.“주영 이모 뵈러 가려고. 아버님이랑 이야기 나누고 있어.”육문주는 순간 그녀를 향해 한껏 불쌍한 척 눈꼬리를 내리고 말했다.“사모님, 남편이 지금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곁에서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온다
박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두 사람 아직 혼인 신고도 안 했잖아요. 그러면 법률상으로는 아직 남남이죠.”“무슨 뜻이에요? 그래서 뺏어가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요? 잊으셨나 본데 수아 마음속에는 저 한 사람만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어릴 적 잠깐 놀아줬던 사람이고요.”“사람 감정이란 게 쉽게 변하죠. 제가 마음만 먹으면 수아 씨는 언제든지 다시 제 곁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박서준 씨, 어디 한번 해보세요!”“제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한테 달렸어요. 만약 수아 씨한테 조금이라도 소홀했다가는 당장
박서준은 바로 달려가 박주영을 품에 안고 달랬다.“어머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아무도 어머니를 해치지 못해요.”박주영은 힘껏 머리를 저으며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끊임없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 여자가 내 아들을 죽이려고 해. 어서 내 아들을 구해야 해. 우리 아이가 아직 그렇게 어린데 절대 그 여자가 죽이지 못하게 막아야 해. ”육상근은 박주영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쓰라렸다.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임다윤의 무릎을 세게 내리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죽여도 모자란 여자 같으니라고.”임다윤은 몇 걸음 뒤
박주영의 글썽이는 모습을 보며 육상근은 숨 쉬는 법도 잊어버린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육상근은 미간을 찌푸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누구도 절대 문주를 해치지 못하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육상근의 확답에 박주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잡고 있던 팔을 내려놓았다.이내 박주영은 점차 안정을 되찾자 박서준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박서준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어느새 눈물이 앞을 가렸다.이 모습을 본 육문주는 이불을 꽉 부여잡았다.그는 박서준과 박주영이 킬러의 눈을 피하며 항상 위험에 벌벌 떨었을 모
육문주는 의문보다는 거의 확신에 찬 말투였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박서준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어느새 방 안의 분위기는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몇초 후 박서준은 그제야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언제부터 안 거예요?”박서준의 말에 육문주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갑자기 한 핏줄을 가진 형제가 하나 더 생긴 심정을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을지 몰랐다.박서준의 신비로운 캐릭터와 그가 조수아한테 품고 있는 마음 때문에 육문주는 줄곧 그를 경계했다.육문주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예측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그가 이
육문주는 웃음을 훔치며 말했다.“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저는 수아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알았어요. 수아가 태어나지 전부터 저는 이미 수아를 저의 신붓감으로 정했어요. 서준 씨는 절대 저를 이길 수 없을 거예요.”하지만 육문주의 어깨가 올라간 만큼 얼마 가지 않아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조수아의 의아해하는 눈빛을 보며 육문주는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었다.조수아는 어리둥절해서 육문주한테 물었다.“잠깐 착각한 거 아니에요? 어릴 적에 신붓감으로 정한 건 송미진이 아니었어? 더 정확히 말하면 송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아이가 문주
그 말을 들은 박서준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거절하기 바빴다.“절대 안 돼요. 이러면 마음이 불편하지도 않은가요? 아저씨는 가정이 있으신 분인데 이렇게 나오면 제 어머니를 불륜녀가 되는 거잖아요. 그때도 같은 이유로 저의 어머니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거잖아요. 어머니가 한평생 나아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저씨가 어머니를 돌보는 건 반대에요.”육상근은 그를 측은히 바라보았다.“나와 임다윤은 이미 끝난 사이야. 우리는 별거한 지 20여 년이나 된 데다가 이미 부부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단지 임다윤이 나의 어머니를 구해준 은혜로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