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허연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문주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당신이 왜 아내도 아니면서 울어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인줄 알겠어요.”이 말투는 분명 두 사람을 질투하고 있었다.화가 난 한지혜는 또다시 그를 향해 발길질했다.“허연후 씨, 그 입 좀 다물면 안 돼요? 왜 이렇게 하루 종일 촐싹거려요? 언젠간 그 입때문에 맞아 죽을 것 같으니까 조심해요.”하지만 허연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죽으면 누가 지혜 씨를 약 올려요? 그게 더 가슴 아프지 않겠어요?”한지혜는
강소연은 다급한 얼굴로 허연후를 바라보았다.남자는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타.”그의 승낙에 강소연의 심장은 순간 빨리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조수석 자리의 차 문을 열려고 한 순간 허연후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뒤에 타.”강소연은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냉큼 웃으며 답했다.“잊으셨어요? 저는 뒷좌석에 타면 멀미가 엄청 심해요. 같이 대학교 다녀서 아시잖아요.”그러나 허연후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여전히 한지혜가 걸어간 방향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한지혜가 절뚝거리며 병
그리고 술집 같은 유흥업소에도 자주 드나든다고 했다.그에 대한 소문이 갑자기 생각난 강소연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었다.얼굴도 이상하게 뜨거워졌다.하지만 곧바로 허연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 앞에 지하철역이 있는데 저기에 세워줄게. 난 다른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고 도어락을 연 뒤 그녀더러 내리라고 했다.달콤했던 꿈에서 깬 강소연은 순간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겨우 말했다.“그래요. 조심히 가세요.”그녀는 마지못해 차에서 내렸는데 허연후는 인사도 없이 그대로 차를 몰
그의 말을 들은 허연후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내가 어떻게 그런 여자를 좋아하겠어. 내 이상형은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지 저렇게 입이 거칠고 하루 종일 화만 내는 폭력적인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 저런 여자를 만날 바에는 차라리 평생 홀아비로 살고 말지.”“넌 이런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결혼했냐, 보아하니 조만간 이혼하게 생겼네.”곽명원도 같이 코웃음 치며 그를 비웃었다.“지나가던 똥개도 네가 한지혜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챘겠는데 내 앞에서 그만 연기해.”“정말 그래 보여?”“당연하지!”허연후는 욕설을
왕서훈은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JM 미디어라고 들어봤지? 전국 최대 미디어 그룹이고 나는 그 회사의 감독이자 새파란 신인도 하루아침에 톱스타로 만들어주는 미다스의 손 왕서훈이야. 그런데 고작 너 같은 사람이랑 나랑 비교가 되겠어? 네가 저 여자한테 그만한 서포트를 해줄 수 있냐고. 얼굴만 번지르르하면 뭐 하냐, 나처럼 자본과 권력이 받쳐줘야지.”허연후는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다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너무 놀라서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인데요.”“눈치챘으면 그 여자를 나한테 넘겨
깜짝 놀란 한지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십여 초가 지나서야 이 남자에게 입술을 뺏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그것도 분명 혀까지 들어온 딥 키스였다.이건 한지혜의 첫 키스인데 그 상대가 하필 이 남자라니.한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단번에 허연후의 입을 콱 깨물었는데 남자는 그제야 여자를 놔주었다.“한지혜 씨, 진짜 개예요?”“제가 물어보고 싶네요. 왜 갑자기 저한테 입을 맞추냐고요. 당신의 이런 행동이 아까 그 저질인 놈이랑 뭐가 다른데요.”허연후는 살짝 피가 나는 입술을 손으로 닦으며 옅게 웃었다
육상근은 단번에 임다윤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팽개쳤다.눈빛에는 분노와 증오뿐이었다.“임다윤, 너는 무조건 문주가 깨어나기만을 빌어야 할 거야. 만약 그 애가 죽으면 너도 살아남지 못 할테니까!”임다윤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그에게 울면서 빌었다.“상근 씨, 제가 잘못했어요. 저는 단지 당신을 놀라게만 하려고 했는데 불길이 그렇게 크게 번질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문주가 저를 위해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 줄도 몰랐고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니까 용서만이라도 빌 수 있게 문주를 한 번만 만나게 해줘요. 어쨌든 제 배로 낳은 자
육문주는 침착하게 답했다. “일단 미끼를 던져놔. 그리고 대어가 낚일 때까지 기다려.”그는 대체 누가 이 4개 가문을 손에 쥐고 흔들 만큼 능력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전화를 끊고 나니 조수아가 마침 나가려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급히 물었다.“어디 가?”조수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으며 답했다.“주영 이모 뵈러 가려고. 아버님이랑 이야기 나누고 있어.”육문주는 순간 그녀를 향해 한껏 불쌍한 척 눈꼬리를 내리고 말했다.“사모님, 남편이 지금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곁에서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