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를 확인하자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쉰 목소리였지만 송학진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송학진은 눈을 번뜩이며 조수아를 바라보았다.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수아 씨는 잘 있지. 너는 어때?”육문주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말했다.“수아한테 바꿔줘 봐.”송학진은 바로 조수아한테 다가가 천천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수아 씨, 문주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무사해요.”그 말을 들은 조수아는 눈에 빛이 나더니 몇 초 후에야 이게 꿈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조수아는 송학진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육문
백시율은 의사의 손목을 꽉 쥐었다.그도 지금 이 상태로 병원에 가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아무리 캠프 구조대라고 해도 환경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그리고 천천히 의사의 팔을 다시 놓아주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시작하세요.”의사는 수술 도구들을 꺼낸 뒤 육문주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집계!”“핀셋.”“봉합실.”“거즈.”백시율도 옆에 서서 의사를 도왔다.의사는 고작 2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수술 솜씨는 베테랑처럼 능숙했다.이는 백시율도 놀라게 했다.한 시간 후, 육문주의 몸에서 드디어 총알을 제
육문주는 어두운 얼굴로 임다윤을 쏘아보았는데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를 단번에 한쪽으로 밀쳐버리고 조수아를 품에 안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매서웠던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온화해졌다.목소리 또한 한껏 부드럽게 변했다.“수아야, 걱정했지. 미안해. ”조수아는 순간 목이 메는 것 같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문주 씨, 당신...”그를 본 순간 말도 하기 힘들었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여태껏 억지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한시름 놓을수 있었다.그리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
그녀는 또 배 속의 아이 때문에 억지로 컨디션 조절해야 했다.그리고 조수아가 매일 밥을 억지로 먹다가 다 토해냈다는 말을 들은 육문주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안쓰러운 마음에 그는 조수아의 손을 잡고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조수아가 드디어 눈을 떴다.정신을 차리려 보니 눈에 들어온 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육문주였다.조수아는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이름을 불렀다.“문주 씨.”조수아의 부름에 육문주는 냉큼 일어났다.“수아야, 괜찮아?”조수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난 괜
허연후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한지혜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에게 웃으며 되물었다.“빨리 치러야 한다는데요?”한지혜는 그를 째려보며 답했다.“치루긴 개뿔!”그녀는 휠체어를 끌고 어머니 곁에 다가와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저랑 이 사람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리고 아이가 있었다는 것도 거짓말이고요. 제발 함부로 엮지 마세요.”하지만 강미자는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안심시켰다.“지혜야, 너도 아이가 유산되어서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엄마도 알아. 근데 이건 연후 잘못도 아니고 저 애랑 아무런 상관이 없잖니.
하지만 육문주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씨익 웃었다.“그냥 눈곱 떼주려고 했을 뿐인데 왜 그래?”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눈곱을 떼주고 그녀 몰래 또 미소를 지었다.조수아의 얼굴은 순간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지더니 그에게 소리쳤다.“너...”그녀의 뾰로통한 모습을 본 육문주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제가 지금 부상중이긴 하나 사모님께서 만약 너무 하고 싶은 거라면 아픔을 참고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데요. 아니면 그냥...”조수아는 냉큼 그의 입을 손으로 막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계속 말하면 진짜 화
육문주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임다윤이 마침 그 꼴이었다.문제는 아직 개구리가 되지도 못했는데 벌써 송미진을 위해서 계획을 짜고 있다니 참으로 끔찍이도 이뻐하는 것 같았다.그와 그의 누나조차도 이런 대우는 받아 본 적이 없었다.육문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의 출생 비밀을 알아냈네.”송학진이 눈썹을 몇 번 들썩이면서 답했다.“그럼 그걸 할머니한테 고자질해서 할머니가 아저씨를 협박한 거네. 그렇게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수아가 법정에 서는 걸 방해한 뒤에 송미진
손에 든 담배는 이미 다 타버린 지 오래다.담뱃재가 살짝 그의 손등 위에 떨어졌지만 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조수아는 연성빈과 이야기를 마치고 옆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육문주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곧바로 육문주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문주 씨, 무슨 일 있었어?”갑자기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의 심장은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그리고 재빨리 손에 든 담뱃불을 끄고 애써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아니. 그냥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그러더니 가볍게 그녀를 품에 안고 정수리에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