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조수아를 와락 껴안았다.그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제발 나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면 안 돼? 이번에 꼭 잘할게. 너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응?”육문주는 항상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자존심을 내려놓는 건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육문주는 조수아를 꼭 안고 아이처럼 울면서 기회를 바라고 있었다.조수아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했다.“미진 씨가 귀국했던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문주 씨는 모를 거야. 미진 씨가 전화할 때마다 문주 씨
지금의 조수아는 허연후가 말한 것처럼 붙잡을 수 없었다.육문주의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 너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줄게.”육문주는 조수아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를 떴다.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조수아는 혼을 쏙 빼앗긴 것처럼 맥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어느새 조수아의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조수아는 드디어 옛 감정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게 되었다.조수아는 앞으로 얼마나 행복해질지
조수아는 전화벨 소리에 깼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채 전화를 받았다.휴대폰에서는 연성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테라스에 나와봐.”조수아는 이유도 모른 채 버선발로 테라스에 달려갔다.창문을 열자마자 아래층에 서 있는 연성빈을 보았다.키가 큰 연성빈은 흰색 셔츠에 회색 정장 바지를 입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연성빈은 차 옆에 비스듬히 기댄 채 고개를 들어 조수아를 바라보았다.그때 한 줄기 햇빛이 그의 몸에 내리쬐어 그를 더욱 잘생기고 돋보이게 해주었다.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수아는 자연스레 신입생
진연택은 질투하는 와중에 이기적인 육문주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대표님, 요즘 로맨틱한 이벤트를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어요. 이런 로맨틱한 고백에 저마저도 감동했는걸요. 게다가 한 번도 이런 이벤트를 받아본 적 없는 수아 씨라면 더 좋아하겠죠.”육문주는 여전히 자기 생각이 맞다고 고집을 부렸다.“수아는 물질적인 사람이야. 내가 매번 선물을 사줄 때마다 얼마나 좋아했는데. 수아는 이런 아이들 소꿉놀이 같은 걸 좋아할 리가 없어.”진연택은 멍청이를 보듯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대표님, 방금 수아 씨 치아가 모두 보
그의 외침에 샌드위치가 연성빈의 입에 닿지도 전에 멈추었다.두 사람이 반응할 새도 없이 육문주가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는 느닷없이 조수아를 자신의 품에 덥석 끌어당겼다.그의 눈빛에는 원망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수아야, 나 빼고 다른 사람한테 먹여주는 건 안 돼.”육문주는 갑자기 성을 내고는 고개를 숙여 조수아가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물어갔다.그는 일부러 혀끝으로 조수아의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핥았다.육문주는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띠고 조수아를 바라보았다.“이 샌드위치 하나도 맛없어. 내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 사
“밀크야, 버릇없이 굴면 안 돼!”밀크는 육문주의 소리를 듣고서야 멈춰 섰다.하지만 밀크는 여전히 연성빈과 조수아 사이에 있었다.육문주는 다가가 밀크의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사과했다.“우리 밀크가 아빠 외에 다른 남자가 엄마와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해서요.”조수아는 바로 자초지종을 눈치챘다.그녀는 화가 잔뜩 나서 육문주를 쳐다보았다.“문수 씨,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건데.”육문수는 능청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그의 예쁜 두 눈은 유난히 깊었다.“나는 밀크 도와서 엄마를 찾아주는 건데, 왜?”조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육문주의 말을 듣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모두 고개를 돌려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표정으로 육문주보다 더 뻔뻔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는 것 같았다.조수아가 새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건 육문주와 선을 긋고 싶어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아직도 조수아한테 달라붙는 육문주를 보며 모두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도대체 왜 조수아와 아이를 낳겠다는 뉘앙스를 했는지 모두 어리둥절했다.그 누구도 육문주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파티 내에 유일하게 육문주만이 담담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조수아는 유나를 당민서 에게 맡겨놓고 핑계를 대고 떠났다.집에 돌아간 후 조수아는 찬장에서 한약 한 봉지를 찾아냈다.그리고는 아는 지인을 통해 화학 실험을 의뢰했다.화학 실험 보고서의 데이터를 본 조수아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아이는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닌 한약 때문이었다.이 한약은 육문주가 직접 처방한 것이었다.그제야 의사가 왜 사후피임약을 너무 많이 복용한 탓에 난소가 일찍 노화되어 임신이 잘되지 않는다고 했는지 깨달았다.한 달에 한두 번이면 많이 복용한 건 줄 알았다.하지만 한두 번의 사후 피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