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덜돼 먹은 놈아. 한지혜 친구가 조수아 한 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걔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육문주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허연후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애써 웃음을 참고 육문주를 위로했다.“나도 마음이 아파. 나도 거짓말이길 바랐는데 그 게시물을 봐. 내 기억이 맞다면 성빈 씨 손목에도 사진과 똑같은 짐을 가지고 있어. 성빈 씨는 벌써 수아 씨 부모님을 만나 뵙는데 너는 지금 뭐 하는 거야. 지혜 씨가 올린 게시물이 그리도 놀라웠어?”육문주는 미친것처럼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다.그는 지금이라도 바로
육문주는 조수아를 와락 껴안았다.그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제발 나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면 안 돼? 이번에 꼭 잘할게. 너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응?”육문주는 항상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자존심을 내려놓는 건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육문주는 조수아를 꼭 안고 아이처럼 울면서 기회를 바라고 있었다.조수아는 아랫입술을 질끈 물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했다.“미진 씨가 귀국했던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문주 씨는 모를 거야. 미진 씨가 전화할 때마다 문주 씨
지금의 조수아는 허연후가 말한 것처럼 붙잡을 수 없었다.육문주의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 너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줄게.”육문주는 조수아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를 떴다.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조수아는 혼을 쏙 빼앗긴 것처럼 맥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어느새 조수아의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조수아는 드디어 옛 감정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게 되었다.조수아는 앞으로 얼마나 행복해질지
조수아는 전화벨 소리에 깼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채 전화를 받았다.휴대폰에서는 연성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테라스에 나와봐.”조수아는 이유도 모른 채 버선발로 테라스에 달려갔다.창문을 열자마자 아래층에 서 있는 연성빈을 보았다.키가 큰 연성빈은 흰색 셔츠에 회색 정장 바지를 입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연성빈은 차 옆에 비스듬히 기댄 채 고개를 들어 조수아를 바라보았다.그때 한 줄기 햇빛이 그의 몸에 내리쬐어 그를 더욱 잘생기고 돋보이게 해주었다.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수아는 자연스레 신입생
진연택은 질투하는 와중에 이기적인 육문주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대표님, 요즘 로맨틱한 이벤트를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어요. 이런 로맨틱한 고백에 저마저도 감동했는걸요. 게다가 한 번도 이런 이벤트를 받아본 적 없는 수아 씨라면 더 좋아하겠죠.”육문주는 여전히 자기 생각이 맞다고 고집을 부렸다.“수아는 물질적인 사람이야. 내가 매번 선물을 사줄 때마다 얼마나 좋아했는데. 수아는 이런 아이들 소꿉놀이 같은 걸 좋아할 리가 없어.”진연택은 멍청이를 보듯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대표님, 방금 수아 씨 치아가 모두 보
그의 외침에 샌드위치가 연성빈의 입에 닿지도 전에 멈추었다.두 사람이 반응할 새도 없이 육문주가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는 느닷없이 조수아를 자신의 품에 덥석 끌어당겼다.그의 눈빛에는 원망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수아야, 나 빼고 다른 사람한테 먹여주는 건 안 돼.”육문주는 갑자기 성을 내고는 고개를 숙여 조수아가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물어갔다.그는 일부러 혀끝으로 조수아의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핥았다.육문주는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띠고 조수아를 바라보았다.“이 샌드위치 하나도 맛없어. 내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 사
“밀크야, 버릇없이 굴면 안 돼!”밀크는 육문주의 소리를 듣고서야 멈춰 섰다.하지만 밀크는 여전히 연성빈과 조수아 사이에 있었다.육문주는 다가가 밀크의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사과했다.“우리 밀크가 아빠 외에 다른 남자가 엄마와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해서요.”조수아는 바로 자초지종을 눈치챘다.그녀는 화가 잔뜩 나서 육문주를 쳐다보았다.“문수 씨,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건데.”육문수는 능청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그의 예쁜 두 눈은 유난히 깊었다.“나는 밀크 도와서 엄마를 찾아주는 건데, 왜?”조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육문주의 말을 듣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모두 고개를 돌려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표정으로 육문주보다 더 뻔뻔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는 것 같았다.조수아가 새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건 육문주와 선을 긋고 싶어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아직도 조수아한테 달라붙는 육문주를 보며 모두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도대체 왜 조수아와 아이를 낳겠다는 뉘앙스를 했는지 모두 어리둥절했다.그 누구도 육문주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파티 내에 유일하게 육문주만이 담담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