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야, 버릇없이 굴면 안 돼!”밀크는 육문주의 소리를 듣고서야 멈춰 섰다.하지만 밀크는 여전히 연성빈과 조수아 사이에 있었다.육문주는 다가가 밀크의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사과했다.“우리 밀크가 아빠 외에 다른 남자가 엄마와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해서요.”조수아는 바로 자초지종을 눈치챘다.그녀는 화가 잔뜩 나서 육문주를 쳐다보았다.“문수 씨,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건데.”육문수는 능청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그의 예쁜 두 눈은 유난히 깊었다.“나는 밀크 도와서 엄마를 찾아주는 건데, 왜?”조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육문주의 말을 듣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모두 고개를 돌려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표정으로 육문주보다 더 뻔뻔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는 것 같았다.조수아가 새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건 육문주와 선을 긋고 싶어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아직도 조수아한테 달라붙는 육문주를 보며 모두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도대체 왜 조수아와 아이를 낳겠다는 뉘앙스를 했는지 모두 어리둥절했다.그 누구도 육문주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파티 내에 유일하게 육문주만이 담담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조수아는 유나를 당민서 에게 맡겨놓고 핑계를 대고 떠났다.집에 돌아간 후 조수아는 찬장에서 한약 한 봉지를 찾아냈다.그리고는 아는 지인을 통해 화학 실험을 의뢰했다.화학 실험 보고서의 데이터를 본 조수아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아이는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닌 한약 때문이었다.이 한약은 육문주가 직접 처방한 것이었다.그제야 의사가 왜 사후피임약을 너무 많이 복용한 탓에 난소가 일찍 노화되어 임신이 잘되지 않는다고 했는지 깨달았다.한 달에 한두 번이면 많이 복용한 건 줄 알았다.하지만 한두 번의 사후 피
홀 전체는 생화로 둘러싸여 있었다.안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연성빈의 가족 외에도 그녀의 친구와 동료들도 있었다.조수아가 드레스를 입고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와우!”그녀가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동료가 다가와 꽃을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수아 씨, 행복하세요.”조수아는 영문도 모른 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연성빈을 바라보았다.연성빈은 오늘따라 옅은 회색 빳빳한 양복에 짙은 색 넥타이를 맸다.그는 눈빛이 흐트러진 채 조수아를 바라보고 있었다.평소에 조수아가 아무리 둔해도 그녀는
그 안에는 그와 민우 두 사람의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와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연성빈, 민우는 네 아들이야. 그러니까 네가 잠깐 데리고 있어 줘. 일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갈게.]쪽지에 적힌 글씨체와 이름을 보고 연성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세리는 그가 막 출국할 때 사귀었던 여자 친구이다.그들은 반년 동안 사귀었고 반년 동안 동거도 했었다.근데 조수아를 잊지 못해 꿈속에서조차 조수아의 이름을 부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세리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이 들어 이별을 통보했었다. 그 당시 세리는
한지혜는 눈물을 훔치며 그를 노려보았다.“수아가 왜 당신이랑 헤어졌는지 몰라? 그냥 질투해서 헤어진 것 같냐고? 수아 생일날, 수아는 당신에게 프러포즈하려고 했었어. 프러포즈 현장 꾸미다가 손도 여러 군데 베였고.”“그런데 당신은 송미진의 전화 한 통에 수아를 혼자 집에 두고 가버렸지. 유산을 한 수아가 출혈이 심해서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당신은 수아가 억지를 부린다고 쓴소리를 했고.”“송학진 씨가 수아를 구하지 않았다면 수아는 이미 과다 출혈로 인해 죽었을 거야. 수아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수술 동의서에
조수아의 이런 모습에 육문주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 전해졌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열쇠를 가지고 방을 뛰쳐나갔다.한편, 호텔에서 나온 조수아는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그녀는 목적 없이 운전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고 오늘 밤은 그저 혼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다.연성빈, 한지혜, 그리고 조병윤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누구의 전화도 받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 세상이 자신에게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사람인 그녀가 왜 이렇게 소소한 행복조차
육문주의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다.그는 조수아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등을 계속 쓰다듬었다. 낮은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맘껏 욕해.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한 대 때려도 좋아.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그녀는 발버둥 치지 않고 그에게 가만히 안겨있었다.이미 그와 싸울 힘도 없었고 더 이상 그 때문에 상처 받기 싫었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오히려 내가 당신한테 고마워해야지 뭐. 연성빈과의 관계가 깊어진 후에 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면 그게 더 큰 상처였을 거야.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