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이 죽을 힘을 다하는 듯 진심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자 두 명의 경찰관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고, 맞은 편의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윤우선, 우리는 당신을 풀어주는 건 고려할 수 있지만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이 있어. 우리가 당신을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이 며칠 간의 행방을 물으면 어떻게 말할 거야?”윤우선은 한참을 우물쭈물 하다가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집에 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틀 정도 이유 없이 집을 나갔고, 더 중요한 건 지금 온 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딱 봐도 이건 얻어맞은 꼴이었다. 더 중요한 건 앞니가 두 개나 빠졌다는 것! 이건 너무 비참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당신을 놓아주기로 결정한다면, 집에 돌아가서 남편, 딸, 그리고 사위에게 요 며칠 동안 다단계 조직에 잘못 들어갔는데, 그 조직이 세뇌를 시키고 은행에 가서 사기를 치게 만들었다가 경찰에게 잡혔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그러자 윤우선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이고! 그러면 되겠네요! 그럼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를 돌려보내 주시면, 반드시 경찰 선생님들 분부대로 가족들에게 이 일에 대해 한 마디도 누설하지 않고, 더욱이 국제 사기 집단을 체포하는 것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열심히 협조할게요!!”그러자 경찰관은 "자, 그럼 다시 이 문제를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럼 사람을 불러 당신을 구치소로 잠시 보냈다가, 우리가 당신을 출소하기로 논의한다면 직접 수속을 밟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윤우선은 급히 물었다. "경찰관 님, 그럼 결정할 때까지 저를 놓아주지 않으실 건가요?"맞은 편의 경찰관은 책상을 쳤다. "이번 건은 의논을 더 해야 된다고! 그러니 어서 돌아가서 우리가 상의한 결과를 기다려. 이제 이건 당신이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어!"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순순히 동의하며 몸을 부
그러자 김상곤은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바쁘게 씻고 나서 외출 준비를 했다.유나는 아버지가 또 정성껏 치장하는 것을 보고 즉시 물었다. "아버지, 또 아침 일찍 어디 가시려고요?”상곤은 유쾌하게 답했다. "오늘? 미정이와 우리가 졸업한 대학을 둘러보기로 약속했거든! 20년이 넘도록 간 적이 없잖냐?"유나는 이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빠!!!!! 엄마가 실종된 지 이틀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미정 이모랑 같이 놀러 다닐 수 있어요? 설마 엄마의 행방을 찾지 않을 생각이에요?""허허......" 김상곤은 멋쩍게 웃으며, “아이고, 사람을 찾는 일은 너와 은 서방이 하는 것이 아니냐.? 너희 둘은 어쨌든 젊은 사람이니, 나 같은 늙은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릿해서 잘할 거야! 그러니 나는 그냥 좋은 소식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유나는 화가 가라 앉지 않았다. "아빠!!! 자꾸 이러시면 정말 화낼 거예요! 왜 이런 시기에 중요한 일을 구분을 못하는 건데요? 아빠가 도와주면, 엄마가 더 빨리 안전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 미정 이모와 함께 모교를 구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냐고요!!”김상곤은 이런 일이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나와 이 일의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고 싶지 않아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아이구, 아니야 아니야! 시간이 늦었네, 그럼 나중에 얘기하자, 나 먼저 나간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상곤은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유나는 아버지가 나가는 것을 막고 싶었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상곤이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유나는 화가 나서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저거 봤어요? 아빠가 이번엔 당신을 안 데리고 가잖아요! 분명히 미정 이모도 그 폴이라는 친구도 안 데리고 갈 거예요! 그럼 둘이서만 데이트하는 거잖아요?”시후는 재빨리 답했다. "하하..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마요. 그냥 동기
김상곤은 마치 외국에서 갓 귀국한 교포처럼 스타일리시하게 옷을 차려 입었다. 이번에 그는 미정과 미리 입을 맞추어 상곤은 시후를 부르지 않았고 미정도 그의 아들 폴을 데려오지 않았다. 상곤은 자신의 BMW 5시리즈를 직접 몰고 버킹엄 호텔에 가서 미정을 데리고 함께 학교로 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버킹엄 호텔 정문에서 회색 롱 모직 코트를 입고 상곤을 기다리고 있던 미정을 본 상곤은 또 다시 마음이 설레어 왔다. 직접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준 그는 "미정아, 오늘 정말 예쁘다!”라며 감탄했다.미정은 싱긋 웃으며 "나이 든 사람이 예쁘고 안 예쁘고 할 것이 있겠어? 그냥 모교를 방문하는 거니까 깔끔하게 입어야 망신을 안 시키지? 후훗.."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미정은 "오늘 동기들과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라고 했다."오 그래!" 김상곤은 머리를 툭툭 치며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너랑 학교 볼 생각만 했다. 그래 장소를 정했어? 정하지 않았다면 사위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데.."라고 말했다."음.. 장소는 이미 정해졌어. 내가 폴에게 예약하라고 했더니 빈까사노 클럽에서 하기로 했다고 하던데..?”상곤은 "에? 빈까사노 클럽 말하는 거야? 거기는 입장을 아무나 못하던데.. 폴은 막 서울에 왔는데 이미 그 호텔의 회원권을 만들 수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나도 정확히 모르겠어. 그냥 폴이 말해서 알 뿐인데, 우리 법률 사무소가 빈까사노 클럽의 모 회사와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들의 모든 해외 법률 사무는 우리 법률 사무소에 위임되었다고 하더라고?”상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빈까사노 클럽의 모 회사는 당연히 이룸 그룹인데, 미정의 집안이 이룸 그룹의 담당 변호사가 되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룸 그룹과 협력 관계가 있다니! 아니었으면 상곤은 사위 시후에게 빈까사노 클럽에 장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미정의 아들이 이미 이렇게 결정을 했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그러자 상곤은 황급히 "자,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동창회 때 적지 않은 동창들이 한미정, 윤우선과의 삼각관계를 가지고 자신을 조롱했다는 걸 떠올렸다. 그러자 그는 미정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미정아, 혹시라도.. 오늘 모임에서 동기들이 우리의 예전 일을 가지고 놀릴지도 몰라.. 그래도 그때 가서 절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 놈들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철이 안 들었어!”한미정은 웃으며 물었다. "사실을 왜곡하는 것만 아니라면 농담도 상관없어! 그리고 내가 만약 동기들이 놀릴까 봐 걱정되었다면 어떻게 동창회에 가겠어? 다들 20년 넘게 못 만났고 보고 싶어서 온 것이 더 큰데.. 날 놀리는 게 무슨 대수겠어?”......중앙대학교에 도착한 상곤은 학교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정과 나란히 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그들이 수업을 하던 캠퍼스는 지금 당장 수업이 있어서 인지 조용했고 대학생 한 두 명이 앞을 왔다 갔다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이 캠퍼스 앞을 걷고 있을 때, 상곤은 미정에게 말했다. “사실 몇 년 동안 몇 번이나 새로운 건물들을 지으면서 예전 캠퍼스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어.. 솔직히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좀 많이 허술하긴 했잖아.. 하하..”"그래, 맞아!" 한미정도 "그 때는 캠퍼스도 별로 크지 않아서 길이 많이 없었지.. 학교 정문으로 들어오는 길, 다른 길은 딱히 예쁘게 꾸며져 있던 건 아니었어..”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캠퍼스 앞에 식당도 별로 없어서 지금처럼 많은 요리들을 먹을 기회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오히려 떡볶이 먹고, 경양식 돈까스 먹으러 가던 그 때가 그립기는 해..""그래 그래, 너도 그렇구나?! 하하하.. 진짜 그 때 돈 좀 벌면 돈까스 먹으러 가고 그랬지.. 그래서 그런가, 남자들은 돈까스라면 환장하지 않냐? 하하하!!”미정은 "그래.. 돈까스는 만인의 음식이야. 호호호!!”라며 웃었다.그러자 상곤을 바라보는 한미정의 눈빛이 반짝였다. “상곤이 너 그거 기억나? 네가 그 때 단과대
김상곤이 일부러 숲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미정이 아직도 과거의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고, 그녀는 추억을 떠올릴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가 아무리 무덤덤하게 행동하려고 해도, 두 사람의 청춘과 달콤하고 아련했던 옛 추억들을 떠올리면, 틀림없이 두 볼이 붉어질 것이니까..김상곤은 미정에게 예전 일을 하나씩 떠올리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때의 과거는 분명 그녀의 마음속에 뜨거운 불을 다시 지피게 될 것이다!미정도 역시 상곤의 마음을 알았고, 수줍은 나머지 주제를 돌렸다. "맞아, 우리 예전 교수님들은 어떻게 되셨으려나?”"잘 지내고 계신데 다리가 불편하셔.. 지난 번 동창회 때 한 번 모시고, 강의실에서도 강의도 해주셨지!”"그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상곤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소규모로 모인 거야.. 서울 인근에 살고 있는 남자 동기들만 모였거든.”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모임에는 나랑 친했던 여자 동기들도 연락했고 다들 흔쾌히 참석하기로 했어!”"좋네. 그럼 이번에는 함께 모임 가질 수 있고!”"그런데 얼마 전에 원명이 얼마 전 회사에서 뒷돈을 받은 이유로 구속되었던 것 같은데.. 너 알고 있어?”"그래.." 상곤은 반원명이 지난 번에 그의 시후를 데리고 동창회에 참석해 자신을 핍박했던 것을 떠올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난 번 그 늙은 상놈은 동창들 앞에서 자신을 헐뜯고 비꼬아 댔다. 하지만 지금 감옥에 갇혔으니, 얼마나 상쾌한지.. 그러자 그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원명이는 정말 그럴 만해.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놈이 아니라 하루 종일 직무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돈만 받아먹을 생각만 하면 어떡해? 학교는 우리에게 그런 인간이 되라고 교육하지는 않았어. 일단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안 그래?”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세대의 지식인 대부분은 사실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가르치곤 했다. 미
김상곤은 송금된 돈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돈 받기를 눌렀다. 놀랍게도 자신이 10만 원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곤은 뒤이어 다른 몇몇 동기들도 자신과 같이 10만 원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것은 한 사람당 10만 원이라는 촌지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김상곤은 처음에 뜻밖의 선물에 기뻐하고 있다가, 상대방의 프로필명이 이라고 되어 있자, 갑자기 화가 치밀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때 채팅방 내의 학우들은 모두 발칵 뒤집어졌다!그러자 그 남자는 미소 짓는 이모티콘을 채팅방에 보냈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선착순 선물을 쏘기 시작했다. 김상곤은 상대방의 닉네임을 보자, 분명 그도 미정을 잊지 못하는 듯해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착순 선물을 뺏기는 것이 아까워 속으로 이 남자를 욕하면서도 손가락은 재빨리 선착순 선물 받기를 누르고 있었다. 선물을 받아보니, 평소에 단체 채팅방에서 쏘는 박카스가 아니라, 몇 만원 상당의 기프티콘들이 있었다.동기들은 단번에 또 강 사장에게 아첨을 해댔다. 상대방은 이때 웃으며 말을 마치자, 그는 또 선착순 선물을 뿌려댔다. 다들 황급히 선물을 받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김상곤 역시도 이 선물을 받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당첨되면 몇 만 원인데! 그런데 상곤은 지금 약간
"강문우?!" 김상곤은 이 이름을 듣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강문우라는 녀석은 당시 학생회의 연락망으로 학과의 부회장이자, 가정형편이 매우 부유한 재벌 2세였다. 그 당시, 그와 반원명은 모두 한미정의 추종자 중 한 명이었다. 다만 그때 한미정은 반원명과 강문우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으므로, 강문우가 한미정을 열심히 쫓아다녔지만 미정은 늘 요지부동이었다.그리고 상곤과 미정이 사귀게 된 후, 강문우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늘 자신을 한미정에게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녀석이었다. 그러다가 한미정과 김상곤이 헤어졌을 때 그는 자신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것을 깨닫고 미정을 미친 듯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미정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미국으로 바로 떠나버렸다. 당시 강문우는 가정 형편이 굉장히 좋았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홍콩이 개방이 된 후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강문우는 굉장히 집안 배경이 좋았고, 이를 버팀목 삼아 이를 악물고 한미정을 쫓아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강문우가 미국에 갔지만 미정은 여전히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문우는 미정이 마침내 미국인과 연애를 한 뒤 결혼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그는 의기소침하여 미국을 떠났고, 그 후 홍콩과 마카오,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20여 년이 지나자, 그는 이미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있었다.김상곤은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돈이고, 강문우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강문우가 옛 동기들 방에 끼어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지금 돈 봉투만이 아니라, 단숨에 100만 원을 그냥 써버릴 것이라는 것도 눈치챌 사람이 있었을까? 이때 단톡방에서 돈과 선물을 두둑하게 받은 친구들은 아첨을 계속 해댔다.강 사장! 아주 멋져? 미정이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가
그러자 강문우가 단톡방에서 그러자 다른 몇몇 옛 동기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강문우는 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그는 또 라고 말했다.김상곤은 이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즉시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김상곤은 이때 몹시 긴장했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강문우는 현재 성공한 사업가여서 몸값이 굉장히 높아 자신보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사내였기 때문이다! 자신은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사업하나 경여하지 못했고, 대학 시절 의기양양했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윤우선은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기에 자신은 결혼한 남자였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강문우는 배우자를 잃었고, 마침 미정도 배우자를 잃었기 때문에 둘은 정말 조건이 딱 맞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교해도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