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자 윤우선은 손을 들어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때린 후 차갑게 말했다. "상곤이 너와 결혼하려고 했던 날부터 나는 네가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네가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혀 왔으니, 나는 반드시 널 충분히 괴롭혀야 속이 풀릴 것 같다!”윤우선은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 그녀는 신 회장이 이렇게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한 말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변덕스럽게 바꾸다니!!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장옥분이라는 여자까지 있어서, 자신은 지금 불평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윤우선은 슬픔이 극에 달해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잠시 뒤, 식사를 가지러 간 두 사람이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바구니 안에는 모두 동일한 규격의 알루미늄 도시락과 식기들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누군가 "자! 밥 먹자, 밥 먹자!"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도시락 하나를 먼저 가져간 뒤, 그것을 열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장옥분도 배가 고파서 잠시 윤우선을 놔두고 배부터 채우기로 계획했다.신 회장과 김혜빈 역시도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가지러 왔다. 혜빈이 도시락을 열자마자 눈 앞에 두 개의 칸으로 나뉜 도시락이 보였다. 한 곳에는 반찬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쌀밥이 들어 있었다. 이 요리는 김혜빈의 눈에 좀 낯익어 보였다. 같은 방의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어머나, 오늘 양배추 볶음이랑 돼지고기 조림이네?!" 김혜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 음식이 왜 이렇게 낯익었는지 깨달았다.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구나..’ 그녀는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메스껍고 고팠던 배가 갑자기 가득 찬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면서 혜빈에게 물었다. “혜빈아, 왜 안 먹고 있냐?" 혜빈은 울상을 지으며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집에서 해주던 거랑 뭐가 달라요..?” 라고 물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윤우선은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점심 때, 시후는 식사를 준비해 뒀지만 그녀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되어 연행되었다. 게다가 오후 내내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체력 소모가 심했기에 그녀는 평소보다 더더욱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기어서, 플라스틱 광주리에서 도시락을 하나 꺼냈다. 그녀는 도시락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고 자신이 쪼그려 앉아 있던 모퉁이를 향해 다시 돌아갔다.구석에 앉아 도시락을 연 뒤, 밥을 먹으려던 찰나! 장옥분이 갑자기 윤우선을 불렀다. "어이, 너 뭐하는 거야!?!”그러자 윤우선은 다급하게 말했다. "저.. 큰....언니..? 저 밥 한 끼 먹고 싶어요...""밥을 먹어? 너 같이 시어머니에게 불효한 년이 무슨 낯짝으로 밥을 먹어?!! 진짜 뻔뻔하다!””"저.. 저는.." 윤우선은 갑자기 또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장옥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장옥분은 "저.. 저.. 뭐! 말 제대로 안 하냐!? 빨리 와!”윤우선은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언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장옥분은 윤우선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홱 낚아챘다. "야, 너 같은 년은 이런 거 먹을 자격도 없어! 얼른 꺼져!”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절망에 눈물을 흘렸다. "언니, 오늘 아침에 밥을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배가 고파서 기절할 지경이에요.. 제발 저 좀 불쌍하게 생각해주세요..”"아이고.. 청년재 별장에 산다며, 그런데 이런 걸 먹어서 되겠어???”윤우선은 눈물 흘리며 말했다. "언니, 저 진짜 배고파 죽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자비 좀 베풀어 주세요.. 그냥 한 두 입만 먹으면 되는데.. 사람이 굶어 죽는데.. 이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장옥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사람이 말이야.. 2-3일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아. 그러니 걱정 마!""하지만.
"아니요?" 시후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 "왜 그래요? 장모님이 아직 집에 안 돌아오신 거예요?”"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친구분들과 모임에 간 줄 알았는데, 아까 전에 친구 분이 연락이 와서 엄마가 오후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다렸는데 엄마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또 아빠한테 물어봐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서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장모님께서는 어디 가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니까 점심 때 저에게 돈을 달라고 하시긴 하던데.. 친구들이랑 밥 먹겠다고 하셨고요.. 지금 아버님께서 돈 관리를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아버님의 동의를 얻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버님께서 주지 말라고 하셔서 아마 어머님께서 화가 나신 건가..?”그러자 유나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했다. “흐음.. 그럼 엄마가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어디로 간 거지..?"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니면 또 고스톱 칠 곳을 찾아가셨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휴대폰을 꺼 놓고 칠 정도는 아니잖아요..”"혹시 배터리가 없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걱정 마세요, 어머님은 이제 성인이세요. 그러니까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보실 것이 분명해요.”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당신도 잘 알잖아요? 우리 엄마는 비록 성인이지만, 행동은 어린아이보다 못하다는 걸요.. 그래서 지금 사고라도 쳤을까 봐 정말 두려워요.."여빈은 놀라서 물었다. "왜? 유나야? 아주머니께서 나가셨어? 아직 못 찾은 거야?""글쎄.. 휴대폰이 계속 꺼져 있어서 연락이 안 돼.. 수소문해 봤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이네..?”그때 김상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왔다. "너희들은 왜 돌아오자마자 부엌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거야? 내가 차 마시러 나오라고 했잖냐?"유나는 상곤에게 물었다. "아빠, 혹시 엄마가 아빠한테 연락하지 않으셨어요?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집에 안 와요?"상
저녁 식사 때 유나는 젓가락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휴대폰만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영상 통화를 반복해서 걸어봤지만 윤우선은 마치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하지만 이 와중에 김상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에는 윤우선이 차라리 홍라연처럼 집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인생은 정말 자유롭게 해방될 것이 뻔하니까.유나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다급하게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은 옆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아이고.. 유나야 네 엄마는 어른이야..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알아서 연락하겠지! 뭘 걱정하니? 그리고 만약에 네 엄마가 진짜 진심으로 집을 나가고 싶었으면, 경찰이 오라고 해도 굳이 다시 오려고 하겠어?!”"엄마가 그럴 리가 없어요!” 유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는 오랫동안 청년재에 들어오기만 기다렸어요. 그리고 드디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요, 그러니까 엄마가 아무리 이 집을 떠나고 싶다고 해도.. 엄마의 성격상 절대 지금 당장 집을 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아빠는 엄마랑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아직도 엄마를 모르세요??”김상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딸의 말을 듣자 뭔가 새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윤우선은 누구인가? 그녀는 허영심이 폭발하는 여자이다. 그리고 이런 부유함을 즐기기를 늘 바라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이런 여자가 청년재로 이사한 직후에 바로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그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정말 이 여편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사실 김상곤은 윤우선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상대방이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그러니 그냥 집에 있으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무래도 좀 이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된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한 바퀴를 돌았지만 윤우선을 찾지 못하자 김상곤은 사위에게 말했다. "은 서방, 사람도 안 보이는데 그냥 돌아가거나 아니면 어디 가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조금 전에 너무 분위기가 무거워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 않냐?”시후는 싱긋 웃었다. "네 아버님, 그렇게 하시죠. 제가 여기 주변에 있는 고기집을 하나 아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김상곤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가자, 고기도 굽고 맥주도 한 잔 하자고!”"저는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은 못 마십니다 아버님.”김상곤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내가 대리운전 불러주면 되잖아~ 우리 둘이 술 한잔하기도 쉽지 않아! 평소에 네 장모가 얼마나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는지... 밖에서 돈 한 번 쓴다고 하면 하루 종~~~일 귀에 대고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얼마나 짜증나냐? 마침 네 장모가 없으니까 우리 술 한잔하자고! 알겠지?”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잔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하하!" 시후는 웃으며 삼겹살 집으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은 꼬치구이와 맥주 몇 병을 주문하고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신나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윤우선이 사라지자, 이 사건의 배후이자 장본인인 시후는 자연스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김상곤은 윤우선에게 너무 오래 시달린 탓에, 한순간에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막 식사를 시작하려던 찰나, 유나가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급히 장인어른에게 윙크를 한 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나 씨, 경찰에는 신고했어요?"유나는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경찰에는 신고했는데, 경찰서에서는 엄마가 성인이고 실종된 지 아직 10시간도 안 되어서 당장 경찰들을 보내서 찾을 수는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실종자 신고는 이미 했으니까 누군가 발견하면 연락한대요..”시후는 알겠다고 답했다. "알겠어요. 그런데 사실 경찰들 말은 맞는 말이에요. 지
시후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동안, 유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아빠랑은 어떻게 됐어요? 혹시 찾은 단서라도 있어요?""어....." 시후는 눈앞의 삼겹살과 맥주병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주변에 고스톱을 칠 수 있는 곳들을 계속 찾아다니면서 찾아봤는데, 아무것도 찾은 것이 없었어요..”유나는 한숨을 쉬며 "하아.. 어디로 간 거지..? 그럼 계속 찾아봐요.. 나랑 여빈도 계속 찾아 볼게요."라고 말했다."알겠어요 걱정 마요, 아버님과 열심히 찾아보죠!""좋아요. 그럼 이만 끊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오케이!" 시후가 전화를 끊자, 김상곤은 입맛을 다시며 고기들을 집어 자신의 쪽으로 가져갔다. 그는 맥주 한 잔을 비우고 시후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며 고기를 계속해서 먹었다. "아이구 은 서방, 오늘은 그 누구도 우리 둘의 흥을 깰 수 없어! 그니까 오늘 같은 날 즐겁게 먹고 마시자고!”시후는 속으로 계속 웃음이 났다. 윤우선이 없으니, 장인 어른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신이 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아버님, 적당히 드십시오. 술도 많이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김상곤은 웃음 지었다. "사람이 말이야, 이런 좋은 일이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 진다는 말이야..? 내 생각에는, 네 장모가 다단계에 잡혀 들어간 것 같아? 그리고.. 고생 좀 한다고 해도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네 장모가 한 3~5년만 갇혀 있으면 우리는 그동안 마음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거여! 크하하하!”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렇게 된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유나 씨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김상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맞아.. 유나는 정말 요즘 애들이랑 다르게 너무 효녀야! 정말 너무나도 그래! 그런데 말이야, 이게 참 바보 같은 게, 네 장모 같은 사람을 그렇게 생각해줄 필요가 있냐 이 말이야? 자네는 피가 안 섞이기는 했지만
"이 일을 어떻게 해명하나?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윤우선과 이미 일은 벌어져 버렸는데..? 미정이는 결벽증이 있었기 때문에, 사생활도 문란하지 않은 굉장히 깔끔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미정이도 내가 윤우선 때문에 술에 취해서 계략에 빠진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와 헤어지고 미국으로 떠나버렸어..”시후는 일부러 상곤에게 물었다. "그래도 지금도 그 분을 잊지 못하신 거 아니에요?”상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시후에게 말해버렸다. "그래, 맞다. 아직도 생각이 나.. 어떻게 생각이 안 날 수가 있겠어? 내 생애 첫사랑이자 내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휴대폰 비번을 어떻게 미정이의 생일로 지정했겠어..?”시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지금 그 분의 근황을 알아보셨습니까?""시도는 했었어..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고 들었는데.. 집안이 굉장히 좋은 걸로 알고 있지만, 더 세세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내 동창들도 미정이와 연락을 하던 친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연락이 끊겼거든.."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후는 속으로 한미정이라는 여성이 만약 지금 장인 어른의 이런 찌질한 모습을 본다면, 그 당시의 깊은 감정을 다시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상곤은 시후가 술을 마시지 않자 술을 권했다. “은 서방, 왜 이렇게 안 마셔?! 어서 한 잔 더 해!”시후는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하하하! 한 잔 하시죠!”술잔을 막 내려놓자, 갑자기 상곤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하는 거야?" 상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한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실례합니다, 김상곤
김상곤은 평생 한미정과 다시 전화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미정이 이제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더 뜻밖이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계속 그곳에서 지냈기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벌써 20년이 지났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20여 년의 기간 동안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김상곤은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에 가슴이 설레며 벅차 올랐다. 그러자 상곤은 다급히 물었다. "미정아, 너.. 너.. 정말 한국으로 돌아오는 거야? 그럼 언제 돌아와?!”"곧 비행기를 탈 거야. 그리고 내일 오전 11시쯤 서울에 도착해.." 미정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럼, 별 일 없으면 모레 동창들끼리 회식 한 번 할까..?”상곤은 목소리가 격앙된 채로 말했다. "아이고!! 너 내일.. 내일.. 서울에 오는 거야?!! 그러면!! 어디서 지내니?!”"아들이 호텔을 예약했던데.. 버킹엄.. 호텔? 쪽에서 며칠 동안 먼저 머물 것 같아. 일단은 호텔에 얼마 동안 머물다가, 서울에 괜찮은 집이 있는지 알아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하려고 해.”상곤은 "그럼.. 그럼 남편도 같이 오는 거야..?"라며 꼬치꼬치 캐물었다."아니.. 우리 남편이 세상을 떴어.. 그래서 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하더라고, 미국이 이제는 슬픈 곳이 되었다고..”상곤의 마음이 갑자기 꽃이 피어나는 듯 즐거워졌다! 그러자 그는 급히 말했다. "그.. 그럼 한국 와서 밥 한 끼 같이 먹을래? 내가 마중 나갈게!”한미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음.. 우선이가 알면 너 혼자 나가게 하지 않을 텐데..? 나랑 밥 먹을 수 있어?”김상곤은 이 말을 듣자마자 하마터면 크게 웃을 뻔했다. ‘윤우선? 윤우선은 지금 실종되었어!!! 하하하! 윤우선이 실종 되자마자 미정이가 돌아온다는 건.. 이건 하늘이 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자 김상곤은 감격에 겨워 의자에서 일어나 말했다. "윤우선은 걱정 마. 나와 윤우선은 지금 사이가 틀어
윤우선은 자신이 운전하는 위풍당당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몰고 하버시티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차를 여러 번 후진하고 돌리기를 반복해 간신히 주차를 마친 그녀는 홍라연과 함께 1층으로 올라갔다.하버시티의 1층은 대부분 일류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가득했다. 그중 절반은 의류와 가방 브랜드로, 예를 들어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곳들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악세서리브랜드로, 불가리, 까르띠에와 같은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우선은 도착하자마자 홍라연을 이끌고 불가리 매장으로 직행했다. 불가리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윤우선은 ‘불가리’라는 이름이 듣기만 해도 화려하고 좋은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했다.두 사람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윤우선은 곧바로 중앙에 위치한 진열대로 향했다. 그 후, 높은 의자에 턱 하니 앉아 오른손으로는 롤스로이스의 차 키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는 예전에 시후가 선물해 준 에르메스 핸드백을 진열대 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판매사원은 한눈에 큰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다가와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불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상품을 보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윤우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흠흠, 매장에 괜찮은 목걸이 있으면 다 꺼내 줘요. 내가 골라 볼 테니까.”판매사원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남성 동료에게 말했다. “준기 씨, 고객님께 스페인산 탄산수를 두 병 준비해 드리고, 이번 달에 새로 나온 향수 샘플도 준비해서 고객님께 시향해 드려요.”남성 판매사원은 지시대로 움직였고, 이를 본 윤우선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명품 브랜드 매장은 서비스가 달라!’홍라연은 윤우선 뒤에 서서 생각했다. ‘예전엔 WS 그룹이 돈 좀 있었을 때 나도 이런 매장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았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매장을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정도라니... 역시 떨어진 봉황은 닭보다 못
윤우선은 과거 WS 그룹에서 시집살이를 할 때 늘 홍라연에게 괴롭힘을 당해기에 마음속으로 큰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라연이 개처럼 그녀에게 아부하며 다가오니, 윤우선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었고, 그녀에게 완전한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홍라연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윤우선에게는 홍라연이 자신의 앞에서 아부하며 비위를 맞출 때, 자신이 과거의 윤우선이 아니며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그 때, 윤우선은 홍라연의 목소리를 듣고 투덜대며 말했다. “아직도 잠이 부족한데. 몇 시죠?” 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벌써 11시 다 돼 가! 어제 말하기를 오늘 쇼핑 간다고 했잖아? 난 다 준비됐어, 지금 동서 집 앞이야. 오늘 가는 거지?”윤우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이고! 까먹고 있었네! 오늘 하버시티에 가서 목걸이 하나 살까 했는데, 요즘 자꾸 목이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러자 홍라연은 웃으며 말했다. “동서처럼 컬리넌을 타고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목에 좀 화려한 목걸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어떤 브랜드로 볼 거야?” 윤우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같은 데면 다 괜찮아요. 안 가리는 편이라, 일류 브랜드면 다 좋지 뭐.” 홍라연은 곧바로 아부를 시작했다. “역시 동서 안목은 최고야! 동서 기질에는 그런 일류 브랜드가 딱 어울리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동서랑 비교도 안 돼. 몇 만 원짜리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이어 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동서는 복이 많아. 럭셔리한 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차도 타고, 명품을 입으니 확실히 인생 승자지.. 나야 뭐, 어려움을 겪고 나니 악세서리도, 가방도 다 없어졌어. 지금은 명품은 커녕 싼 목걸이 하나 사기도 힘드네... 나중에 혜빈이에게 돈 좀 받아서 상점에서 은목걸이나 하나 사야겠어..”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홍라연이 자기가 저렴한 악세서리나 어울리는 수
원래 시후는 이중열이 당분간 한인 타운에서 편히 지내도록 하고, 나중에 시간을 내어 홍콩으로 가서 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가휘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문제를 일으키려 하니, 시후도 어쩔 수 없이 홍콩으로 가야만 했다. 홍콩과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비행기로 편도만 해도 최소 10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시후는 최소 3~5일, 어쩌면 더 오래 미국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시후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유나였다.비록 시후가 블랙 드래곤의 여자 대원들을 배치해 유나를 몰래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혼자 미국에서 학업과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현재 김상곤은 중국에서 문화 교류 활동 중이라, 미국에 와서 유나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장모 윤우선 뿐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직접 유나에게 자신이 홍콩으로 가야 하고, 장모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말하면 조금 어색할 것 같았다. 게다가 유나와 상의한다 해도 그녀는 장모님을 모셔오는 대신, 자신에게 홍콩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 자기 걱정은 말라고 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윤우선은 지금 미국에 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다. 윤우선은 한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럭셔리 외제차와 저택, 시후가 준 용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미국으로 오게 한다면 오히려 귀찮아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장모 윤우선을 데려오기 위한 핑계를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뒤 유나에게, 자신은 홍콩에 고객이 있어 가야 하지만 마침 장모가 와 있으니 그녀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윤우선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시후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약간의 계획 만으로도 그녀를 데려올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시후는 즉시 송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송회장님,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송민정은 주저 없이
전화가 연결되자 시후는 물었다. “은서야, 창재 씨 아직 거기 있어?” 고은서는 대답했다. “방금 사람을 보내서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어. 그런데, 시후 오빠, 오늘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우 언니가 말하길 오늘 밤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심지어 제이크 한 경감도 죽었다고 하던데?”시후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고은서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은서는 시후의 이야기를 다 듣고 충격을 받아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잔인한 괴한들이 있을 수 있어...?” 그녀는 이어서 자책하는 말도 했다. “시후 오빠, 혹시 우리 팀에 내부자가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겠어..?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에 공격을 시작했다면, 아마 공연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확실히 내부자로 의심되는 건 내 셋째 외숙모뿐인데, 그녀는 이미 죽었어. 내 생각엔 괴한들이 네 공연 흐름을 몰랐을 거야. 언제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인지도 몰랐을 것이고.. 그들이 정확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건 내 외숙모가 그 안에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야.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때 괴한들에게 알려 줬을 가능성이 커.”고은서가 말했다. “하지만 오빠가 그러지 않았어? 외숙모가 신호 방해 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그런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그녀도 범죄자들과 연락할 수 없을 텐데...”시후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방해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 장비를 계속 켜두는 건 불가능해. 만약 계속 켜뒀다면 다른 사람들이 벌써 이상함을 눈치챘을 걸. 내 생각에는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 순간이 오자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곧바로 방해 장치를 켰을 거야. 괴한들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들이닥친 걸 보면, 짧은 차단 시
홍콩에서 유성으로 불리는 유가휘에 대해, 시후는 전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건 그가 이중열에게 한 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시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비록 이중열이 이 사건에서 약자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사건에서 잘못한 것은 바로 이중열에게 있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가휘가 자기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이중열에게 복수하려는 것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유가휘에 대해 가장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점은 바로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당시 이중열이 식당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이중열은 제일 먼저 시후의 아버지인 은서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그 때 시후의 아버지는 즉시 홍콩으로 가 유가휘와 합의를 맺어 이중열을 놓아주기로 했고, 그 덕에 이중열은 일시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후의 부모님이 LCS 그룹에서 나오게 되면서, 시후의 부모님이 사망하게 되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이중열을 사냥하기 위해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보내 대대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다 추적이 잠시 중단된 이유는 바로 고선우가 시후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 일에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고선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고은서가 시후를 찾았다. 그래서 만약 고선우가 병이 낫지 않았다면 유가휘는 또 다시 협정을 어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중열은 아마도 상금을 노리는 킬러에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유가휘는 이제 ‘우회적으로’ 자신이 고선우와 했던 약속을 회피하려고 하자, 그 행동을 본 시후는 더욱 분노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의리를 저버린 유가휘의 품성에 대해 시후는 극도로 불쾌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즉시 고은서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고은서는 시후의 메시지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창재에게 건네며, 시후의
고은서는 놀라며 물었다. "창재 씨, 일어나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나에게 말해봐요."창재는 울면서 말했다. "삼촌이 경찰에 잡혀갔어요. 그들은 삼촌을 이민청에 넘기겠다고 했어요. 누군가 이민청에 삼촌이 불법 체류하고 있다고 신고했다는 거예요.. 경찰은 최대 5일 안에 삼촌을 홍콩으로 추방한다고 했어요..."고은서는 놀라서 물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그게 바로 그 홍콩 갑부라는 사람이 한 짓인가요?!"창재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마 맞을 거예요!" 그가 목이 메어 말을 이어갔다. "전에 경찰이 우리 가게에 와서 당신과 시후 형님에 대해 조사를 했어요. 삼촌은 정보를 노출시키는 게 두려워서 미리 CCTV의 하드디스크를 부숴서 경찰이 헛발질을 하게 만들었죠. 그 후, 삼촌은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가게를 저에게 맡기겠다고 했어요. 제 생각엔 삼촌이 미국 경찰이 홍콩 경찰에게 조사를 의뢰할 걸 예상했을 것이고, 유성이 그 때문에 삼촌의 행방을 파악한 것 같아요..."고은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유성이라는 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삼촌을 놓지 않으려고 하네..." 그녀는 곧바로 창재에게 말했다. "창재 씨, 너 지금 너무 초조해하지 마요. 아직 시간이 몇 일이 남았으니까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창재는 긴장하며 말했다. "누나, 제가 볼 때 경찰은 꽤 괜찮은 사람 같았어요. 하지만 지금 걱정되는 건 유성이 이미 뉴욕 경찰의 윗선을 매수한 게 아닐까 하는 거예요. 만약 특별한 절차를 밟아서 오늘 밤 삼촌을 바로 추방하면 어떡하죠?"고은서는 진지하게 말했다. "불법 체류 문제는 법적 절차가 있는 것이고, 명확한 법적 규정이 있어요. 오늘 잡았다고 해서 오늘 밤 바로 송환할 수는 없죠. 만약 뉴욕 경찰이 감히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처리한다면, 나는 뉴욕시 정부에 항의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 말이 끝나자 고은서는 김지우에게 말했다. "언니, 우리 측 미국 변호사에게
김지우는 계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비록 그녀의 평소 성격이 다소 괄괄하고 거친 면이 있었지만, 오늘과 같은 일은 그녀가 평생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녀는 두 눈으로 제이크 한의 시체를 목격했고, 시후의 외숙모가 독살당한 장면을 보았으며, 자신의 팀원들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멘탈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고은서는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었고, 자신은 팀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고은서를 만나는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버렸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은서는 김지우의 모습에 놀라며 급히 물었다. "VIP 구역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시후 오빠가 있는데, 무슨 큰일이 일어날 수 있겠어? 내가 듣기로 '호랑이 매니저'라는 별명이 붙은 언니가 이렇게 울고 있다니?!"김지우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넌 몰라... 공연 중에 괴한들이 들이닥쳐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심지어 제이크 한 경감도 죽었다고...""뭐?!" 고은서는 눈이 커지며 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시후 오빠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괜찮으셔?!"김지우는 급히 답했다. "그들은 괜찮아, 다만 Samson 그룹에서 한 여자가 독살 당했어..." 그 후, 김지우는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상황을 고은서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은서는 이를 듣고 놀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기의 공연 중에 이런 심각하고 끔찍한 공격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와 Samson 그룹 가족들이 대부분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은 고은서는 안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살당한 여자가 시후의 외숙모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그녀에게 든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묻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김지우가 알고 있는 것은 정말 일부
사실 김지우는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스태프들의 뒤처리를 계속하고 있었고, 기분이 매우 우울했다. 하지만 시후와 유나가 VIP 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그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작별을 하러 온 것이었으며, 임무를 마친 후에도 그녀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무대 뒤로 가서 고은서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한편, 공연장 밖에서는 창재가 보안 직원에게 간절히 부탁을 하고 있었다. "저는 혜리 씨를 정말로 알고 있어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급한 일입니다! 제발 혜리 씨에게 제 이름을 전해주세요. 저는 창재라고, 한인 타운의 삼겹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혜리 씨가 분명히 저를 알 거예요!"보안 직원은 그의 말을 비웃으며 불쾌하게 말했다. "됐어, 오늘 밤 얼마나 많은 팬들이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당신 이야기가 제일 별로야! 혜리가 어떻게 당신 같은 식당 직원이랑 알게 되겠어?"창재는 급하게 말했다. "저는 정말로 진실만 말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제가 하나라도 거짓말했다면 하늘이 제게 벌을 내릴 겁니다! 그러니 제발 전해주세요, 그냥 이름만 전해주시면 되는 겁니다!"보안 직원은 그를 밀쳐내며 짜증을 내며 말했다. "됐어,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마. 당신 말도 안 믿어. 설사 믿는다 해도, 나 역시도 혜리와 말을 할 자격도 없어. 당신 정말 날 너무 높게 보는 거라고!"창재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이제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혜리를 만날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가 이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지만, 여기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팀과 함께 차를 타고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그의 최선의 선택은 그녀의 차가 나오기를 기다려서, 그 차를 막아 세우는 것이었다. 차가 멈추면, 그는 그녀의 주의를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삼촌은 구출될 것이다! 생각이 떠오른 그는 곧바로 공연장 VIP 통로의 출구로
공연 현장에는 수만 명의 팬들이 모여 혜리의 글로벌 투어의 첫 번째 공연을 열광적으로 지켜보았다. 공연은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팬들은 완전히 몰입하며 그녀의 무대를 즐겼다.유나는 시작한 지 수십 분 정도의 공연을 놓쳤지만, 이후 1시간 넘게 이어진 흠잡을 데 없는 공연 덕분에 이전의 아쉬움을 완전히 잊었다. 공연은 예정된 종료 시간보다 30분 늦게 끝났다.그 이유는 현장에 있는 팬들이 끊임없이 ‘앵콜’을 외치며 추가 공연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혜리는 다섯 번이나 무대에 다시 올라와 다섯 곡을 더 불렀지만, 팬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앵콜을 외쳤다.하지만 공연이 팬들의 열정에 따라 계속해서 끝없이 이어질 수는 없었다. 다섯 번째 앵콜 무대 후, 혜리는 무대 아래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고, 이내 공연장의 조명이 모두 켜졌다. 스태프들은 음향 시스템을 통해 오늘 밤 공연이 종료되었으니 질서 있게 퇴장해달라고 공지했다.팬들은 조명이 모두 켜지고 종료 안내가 나오면 공연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팬들은 매우 질서 있게 퇴장을 시작했다.이때 시후는 유나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도 가요. 지금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나오기 전에 차를 뺄 수 있어서 편할 거예요. 조금만 더 있으면 수만 명이 다 밖으로 나올 텐데, 그럼 분명히 교통 체증으로 엉망일 될 거예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여보, 꼭 기억해요. 다음 공연도 나랑 같이 가줘야 해요....""알겠어요!"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 공연은 모레 보스턴에서 열리죠? 꼭 같이 가줄게요!"유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후의 팔을 잡으며 웃었다. "그럼 우리 먼저 가요."두 사람이 VIP 룸을 나섰을 때, VIP 구역에서는 이미 피의 흔적이나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유나의 눈에는, 이곳은 처음 왔을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엘리베이터 홀에 도착했을 때, 마침 김지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