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분의 말에 윤우선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장옥분의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장옥분은 굉장히 잔인한데다가, 조금 전 자신을 구타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보여줄 동정 따위는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장옥분이 자신의 뒤를 봐주는 것을 믿고, 윤우선을 걷어차며 말했다. "이 년아! 그래서 쓸 거야 안 쓸 거야?!”윤우선은 고통에 신음하며 소리쳤다. “아악!! 쓸.. 쓸게요!! 쓰면 되잖아요!!”장옥분은 또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이 병신 같은 게?! 대답을 제대로 안 하다가, 맞아야 결국 제대로 답하지?”윤우선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좋게 말을 해야지.. 조금 전에 날 때렸.. 악!!”장옥분은 이를 악물고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치며 소리쳤다. "누가 말대꾸 하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이번에 장옥분의 손바닥은 윤우선의 앞니 두 개를 함께 강타했다. 윤우선은 갑자기 윗입술이 탈락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곧 이어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앞니 두 개는 입 안으로 들어가 하마터면 삼킬 뻔했다. 그녀는 급히 이를 뱉어 내고, 피 묻은 앞니 두 개를 보고 울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 슬피 울었다. “그냥 날 죽여!! 더 이상 살기 싫으니까 그냥 죽이라고!!”장옥분은 그래도 윤우선의 뺨을 몇 대 더 때리며 욕을 했다. "무슨 개소리야? 구치소를 전부 시끄럽게 만들려고?”윤우선은 얼굴을 가리고 절망에 빠져 울었지만, 신 회장은 흥분하여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윤우선의 머리채를 있는 힘껏 쥐고 흔들며 욕을 해댔다. "왜 울어 이 년아? 청년재에 있을 때, 그렇게 잘 나간다고 나대더니? 이제 와서 왜 울고 난리야? 여기 구치소에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네가 평소에 하던 짓거리를 한 번 보여주란 말이야!!! 서울에서 하나도 무서울 것 없던 그 간 큰 년은 어디 갔어?!”김혜빈은 이때 서둘러 할머니의 말에 동의하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말을 마치자 윤우선은 손을 들어 또 윤우선의 뺨을 한 대 때린 후 차갑게 말했다. "상곤이 너와 결혼하려고 했던 날부터 나는 네가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네가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혀 왔으니, 나는 반드시 널 충분히 괴롭혀야 속이 풀릴 것 같다!”윤우선은 완전히 멘탈이 나갔다! 그녀는 신 회장이 이렇게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한 말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변덕스럽게 바꾸다니!! 하지만, 자신은 지금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장옥분이라는 여자까지 있어서, 자신은 지금 불평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윤우선은 슬픔이 극에 달해 이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잠시 뒤, 식사를 가지러 간 두 사람이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바구니 안에는 모두 동일한 규격의 알루미늄 도시락과 식기들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누군가 "자! 밥 먹자, 밥 먹자!"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도시락 하나를 먼저 가져간 뒤, 그것을 열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장옥분도 배가 고파서 잠시 윤우선을 놔두고 배부터 채우기로 계획했다.신 회장과 김혜빈 역시도 배가 고파서 도시락을 가지러 왔다. 혜빈이 도시락을 열자마자 눈 앞에 두 개의 칸으로 나뉜 도시락이 보였다. 한 곳에는 반찬이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쌀밥이 들어 있었다. 이 요리는 김혜빈의 눈에 좀 낯익어 보였다. 같은 방의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어머나, 오늘 양배추 볶음이랑 돼지고기 조림이네?!" 김혜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 음식이 왜 이렇게 낯익었는지 깨달았다.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구나..’ 그녀는 조금 전에 점심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메스껍고 고팠던 배가 갑자기 가득 찬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면서 혜빈에게 물었다. “혜빈아, 왜 안 먹고 있냐?" 혜빈은 울상을 지으며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집에서 해주던 거랑 뭐가 달라요..?” 라고 물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윤우선은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점심 때, 시후는 식사를 준비해 뒀지만 그녀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경찰에 체포되어 연행되었다. 게다가 오후 내내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체력 소모가 심했기에 그녀는 평소보다 더더욱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기어서, 플라스틱 광주리에서 도시락을 하나 꺼냈다. 그녀는 도시락을 품에 조심스럽게 안고 자신이 쪼그려 앉아 있던 모퉁이를 향해 다시 돌아갔다.구석에 앉아 도시락을 연 뒤, 밥을 먹으려던 찰나! 장옥분이 갑자기 윤우선을 불렀다. "어이, 너 뭐하는 거야!?!”그러자 윤우선은 다급하게 말했다. "저.. 큰....언니..? 저 밥 한 끼 먹고 싶어요...""밥을 먹어? 너 같이 시어머니에게 불효한 년이 무슨 낯짝으로 밥을 먹어?!! 진짜 뻔뻔하다!””"저.. 저는.." 윤우선은 갑자기 또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장옥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장옥분은 "저.. 저.. 뭐! 말 제대로 안 하냐!? 빨리 와!”윤우선은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 언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장옥분은 윤우선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홱 낚아챘다. "야, 너 같은 년은 이런 거 먹을 자격도 없어! 얼른 꺼져!”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절망에 눈물을 흘렸다. "언니, 오늘 아침에 밥을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배가 고파서 기절할 지경이에요.. 제발 저 좀 불쌍하게 생각해주세요..”"아이고.. 청년재 별장에 산다며, 그런데 이런 걸 먹어서 되겠어???”윤우선은 눈물 흘리며 말했다. "언니, 저 진짜 배고파 죽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자비 좀 베풀어 주세요.. 그냥 한 두 입만 먹으면 되는데.. 사람이 굶어 죽는데.. 이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장옥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사람이 말이야.. 2-3일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아. 그러니 걱정 마!""하지만.
"아니요?" 시후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 "왜 그래요? 장모님이 아직 집에 안 돌아오신 거예요?”"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친구분들과 모임에 간 줄 알았는데, 아까 전에 친구 분이 연락이 와서 엄마가 오후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다렸는데 엄마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또 아빠한테 물어봐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서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장모님께서는 어디 가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니까 점심 때 저에게 돈을 달라고 하시긴 하던데.. 친구들이랑 밥 먹겠다고 하셨고요.. 지금 아버님께서 돈 관리를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아버님의 동의를 얻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버님께서 주지 말라고 하셔서 아마 어머님께서 화가 나신 건가..?”그러자 유나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했다. “흐음.. 그럼 엄마가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어디로 간 거지..?"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니면 또 고스톱 칠 곳을 찾아가셨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휴대폰을 꺼 놓고 칠 정도는 아니잖아요..”"혹시 배터리가 없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걱정 마세요, 어머님은 이제 성인이세요. 그러니까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보실 것이 분명해요.”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당신도 잘 알잖아요? 우리 엄마는 비록 성인이지만, 행동은 어린아이보다 못하다는 걸요.. 그래서 지금 사고라도 쳤을까 봐 정말 두려워요.."여빈은 놀라서 물었다. "왜? 유나야? 아주머니께서 나가셨어? 아직 못 찾은 거야?""글쎄.. 휴대폰이 계속 꺼져 있어서 연락이 안 돼.. 수소문해 봤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이네..?”그때 김상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왔다. "너희들은 왜 돌아오자마자 부엌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거야? 내가 차 마시러 나오라고 했잖냐?"유나는 상곤에게 물었다. "아빠, 혹시 엄마가 아빠한테 연락하지 않으셨어요?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집에 안 와요?"상
저녁 식사 때 유나는 젓가락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휴대폰만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영상 통화를 반복해서 걸어봤지만 윤우선은 마치 바다에 가라앉은 것처럼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하지만 이 와중에 김상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에는 윤우선이 차라리 홍라연처럼 집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인생은 정말 자유롭게 해방될 것이 뻔하니까.유나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다급하게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은 옆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아이고.. 유나야 네 엄마는 어른이야..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알아서 연락하겠지! 뭘 걱정하니? 그리고 만약에 네 엄마가 진짜 진심으로 집을 나가고 싶었으면, 경찰이 오라고 해도 굳이 다시 오려고 하겠어?!”"엄마가 그럴 리가 없어요!” 유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는 오랫동안 청년재에 들어오기만 기다렸어요. 그리고 드디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요, 그러니까 엄마가 아무리 이 집을 떠나고 싶다고 해도.. 엄마의 성격상 절대 지금 당장 집을 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아빠는 엄마랑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아직도 엄마를 모르세요??”김상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딸의 말을 듣자 뭔가 새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윤우선은 누구인가? 그녀는 허영심이 폭발하는 여자이다. 그리고 이런 부유함을 즐기기를 늘 바라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이런 여자가 청년재로 이사한 직후에 바로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그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정말 이 여편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사실 김상곤은 윤우선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상대방이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그러니 그냥 집에 있으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무래도 좀 이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된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한 바퀴를 돌았지만 윤우선을 찾지 못하자 김상곤은 사위에게 말했다. "은 서방, 사람도 안 보이는데 그냥 돌아가거나 아니면 어디 가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조금 전에 너무 분위기가 무거워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 않냐?”시후는 싱긋 웃었다. "네 아버님, 그렇게 하시죠. 제가 여기 주변에 있는 고기집을 하나 아는데, 맛이 기가 막힙니다.”김상곤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가자, 고기도 굽고 맥주도 한 잔 하자고!”"저는 운전을 해야 해서 술은 못 마십니다 아버님.”김상곤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내가 대리운전 불러주면 되잖아~ 우리 둘이 술 한잔하기도 쉽지 않아! 평소에 네 장모가 얼마나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는지... 밖에서 돈 한 번 쓴다고 하면 하루 종~~~일 귀에 대고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얼마나 짜증나냐? 마침 네 장모가 없으니까 우리 술 한잔하자고! 알겠지?”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잔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하하!" 시후는 웃으며 삼겹살 집으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은 꼬치구이와 맥주 몇 병을 주문하고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신나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윤우선이 사라지자, 이 사건의 배후이자 장본인인 시후는 자연스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김상곤은 윤우선에게 너무 오래 시달린 탓에, 한순간에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막 식사를 시작하려던 찰나, 유나가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급히 장인어른에게 윙크를 한 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나 씨, 경찰에는 신고했어요?"유나는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경찰에는 신고했는데, 경찰서에서는 엄마가 성인이고 실종된 지 아직 10시간도 안 되어서 당장 경찰들을 보내서 찾을 수는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실종자 신고는 이미 했으니까 누군가 발견하면 연락한대요..”시후는 알겠다고 답했다. "알겠어요. 그런데 사실 경찰들 말은 맞는 말이에요. 지
시후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동안, 유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아빠랑은 어떻게 됐어요? 혹시 찾은 단서라도 있어요?""어....." 시후는 눈앞의 삼겹살과 맥주병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주변에 고스톱을 칠 수 있는 곳들을 계속 찾아다니면서 찾아봤는데, 아무것도 찾은 것이 없었어요..”유나는 한숨을 쉬며 "하아.. 어디로 간 거지..? 그럼 계속 찾아봐요.. 나랑 여빈도 계속 찾아 볼게요."라고 말했다."알겠어요 걱정 마요, 아버님과 열심히 찾아보죠!""좋아요. 그럼 이만 끊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오케이!" 시후가 전화를 끊자, 김상곤은 입맛을 다시며 고기들을 집어 자신의 쪽으로 가져갔다. 그는 맥주 한 잔을 비우고 시후에게도 한 잔을 따라주며 고기를 계속해서 먹었다. "아이구 은 서방, 오늘은 그 누구도 우리 둘의 흥을 깰 수 없어! 그니까 오늘 같은 날 즐겁게 먹고 마시자고!”시후는 속으로 계속 웃음이 났다. 윤우선이 없으니, 장인 어른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신이 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아버님, 적당히 드십시오. 술도 많이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김상곤은 웃음 지었다. "사람이 말이야, 이런 좋은 일이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 진다는 말이야..? 내 생각에는, 네 장모가 다단계에 잡혀 들어간 것 같아? 그리고.. 고생 좀 한다고 해도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네 장모가 한 3~5년만 갇혀 있으면 우리는 그동안 마음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거여! 크하하하!”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렇게 된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유나 씨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김상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맞아.. 유나는 정말 요즘 애들이랑 다르게 너무 효녀야! 정말 너무나도 그래! 그런데 말이야, 이게 참 바보 같은 게, 네 장모 같은 사람을 그렇게 생각해줄 필요가 있냐 이 말이야? 자네는 피가 안 섞이기는 했지만
"이 일을 어떻게 해명하나?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윤우선과 이미 일은 벌어져 버렸는데..? 미정이는 결벽증이 있었기 때문에, 사생활도 문란하지 않은 굉장히 깔끔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미정이도 내가 윤우선 때문에 술에 취해서 계략에 빠진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와 헤어지고 미국으로 떠나버렸어..”시후는 일부러 상곤에게 물었다. "그래도 지금도 그 분을 잊지 못하신 거 아니에요?”상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시후에게 말해버렸다. "그래, 맞다. 아직도 생각이 나.. 어떻게 생각이 안 날 수가 있겠어? 내 생애 첫사랑이자 내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휴대폰 비번을 어떻게 미정이의 생일로 지정했겠어..?”시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지금 그 분의 근황을 알아보셨습니까?""시도는 했었어..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고 들었는데.. 집안이 굉장히 좋은 걸로 알고 있지만, 더 세세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내 동창들도 미정이와 연락을 하던 친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연락이 끊겼거든.."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후는 속으로 한미정이라는 여성이 만약 지금 장인 어른의 이런 찌질한 모습을 본다면, 그 당시의 깊은 감정을 다시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상곤은 시후가 술을 마시지 않자 술을 권했다. “은 서방, 왜 이렇게 안 마셔?! 어서 한 잔 더 해!”시후는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하하하! 한 잔 하시죠!”술잔을 막 내려놓자, 갑자기 상곤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폰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하는 거야?" 상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한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실례합니다, 김상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