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침실에서 나와 쭉 기지개를 켠 뒤 시후에게 "여보, 오늘 일정 있어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아~ 오늘 점심에 친구네 집에서 생일 잔치가 있다고 해서 참석할 예정이에요."라고 답했다. 이야기를 한 뒤 시후는 "유나 씨는요, 무슨 일 없어요??"라고 물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쇼핑 좀 하려고요. 그런데 시후 씨가 일이 있다고 하니깐.. 그럼 여빈이랑 같이 가야겠어요.”라고 말했다."하아.. 미안하네요 여보. 그럼 오늘은 여빈 씨랑 가요.. 다음에 내가 같이 갈게요.""그래요. 훗!" 유나가 빙그레 웃었다.그런데 갑자기 장모 윤우선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두운 얼굴로 "야, 은 서방!! 자네가 서울에 친구가 있었어? 나이가 많겠네?"라고 물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80대 정도 되셨어요.”윤우선은 "하이고.. 이제는 이 얼빠진 놈이 노인들까지 속이기 시작했구나!!!"라며 비꼬았다. “뭐 이번에는 어떻게 속인 거야?! 묘자리를 봐준다고 했어?!”시후는 "저는 그 누구도 속인 적이 없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 아직도 거짓말을 하네?" 윤우선은 "서울에 자네에게 속아 넘어간 거물들이 얼마나 많아? 내가 자네에게 충고하는데 말이야, 자네의 장사속을 이미 난 다 꿰뚫어 보았다 이 말이야! 자네는 그냥 망할 놈의 무당들이랑 다를 바 없어! 그러니까 자네를 기다리는 결말은 오직 두 개 뿐이지~ 감옥에 가거나? 아니면 자네가 속인 거물들에게 쫓기는 거야!”윤우선은 요즘 시후를 보는 것이 매우 불쾌했다. 왜냐하면 시후가 하연과 홍라연에게 잃었던 고스톱 자금을 모두 기부 센터에 기부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우선은 지금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쓰려고 남겨둔 몇 년간의 생활비도 다 날려 먹었다. 윤우선은 매번 심심할 때마다 가서 머리를 볶던 단골 미용실의 선불 카드에 남아 있던 돈을 다 쓰고도 충전할 돈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만일에 남편과 유나가 이걸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
시후는 윤우선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났다. 그는 윤우선이 지금 돈이 몹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장모가 평소에 돈을 굉장히 헤프게 쓰던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한순간에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분명 마음이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장인 어른이 헤븐 스프링스에 가서 밥을 먹는다고 하니, 더욱 답답할 것이었다.역시, 시후의 생각처럼 윤우선은 김상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당신! 그렇게 돈을 아무데나 쓸 수 없다 이 말이야!! 그 밥값은 그냥 내게 맡겨! 당장 달라고!!"“뭔 헛소리야? 당신, 내가 경고한다? 자꾸 선 넘지 마!??? 돈은 다 당신이 쥐고 있으니까, 그냥 오늘 같은 날은 그 돈 안 주면 그만이지, 지금 와서 자꾸 돈을 넘기라고 하는 건 뭐야?" 김상곤도 지지 않았다.윤우선은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섣불리 말은 내뱉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아.. 아니!! 당신은 좀 싼 곳에서 밥 먹을 수 있잖아! 요즘 2만 원 정도해도 한 끼 식사로 괜찮게 먹을 수 있는데!!”김상곤은 화가 나서 말했다. "아니 당신이 가진 돈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한 끼 식사로 2-30만 원 쓰면 어때! 그리고 왜 자꾸 돈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돈 욕심을 내는 거야?! 당신은 왜 그렇게 남편 체면을 안 살려줘 체면을!!!!!?”"어쩌라고!! 나에게 그 돈 안 주면 오늘 식사는 못 가는 거야!! 내가 절대 못 가게 막을 거야! 오늘 한 발자국만 떼 봐?! 나한테 죽는 거야!!”"진짜 제대로 돌았구나!?" 김상곤은 젓가락을 탁자에 ‘탁’ 놓으며 윽박질렀다. "경고한다. 이 여편네야, 진짜 선 넘지 마?! 내가 겨우겨우 오늘 식사하자고 고위직 간부들이랑 약속 잡았는데, 장소까지 다 정해서 알렸다고. 그런데도 당신이 자꾸 나를 난처하게 만들면, 오늘 진짜 끝장 보는 거야!! 어?!!”"뭐!! 끝장 보자 그래!!” 윤우선도 급하기는 마찬 가지였다. 그녀는 정말 김상곤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했다. 왜냐하면
윤우선은 "아니, 내가 우리 집 생활비를 아끼려고 하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넉넉한 집안이야? 그냥 한 끼에 수십만 원 하는 식사를 그것도 남들에게 쏜다고 하는 게 정상이냐고?!!!”라며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 돈은 오늘 줘야지, 그리고 만약에 오늘 안 주면 내일이라도 줘야 해!!"라고 남편을 노려보았다.유나는 대체 자신의 엄마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엄마는 현재 재물에 정신이 팔려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아마도 오늘 아버지가 돈을 안 준다면 싸움이 끝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자 유나가 말했다. "엄마!!! 아빠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얼마가 필요하신데요? 내가 줄게요." "오호호!!! 좋아!" 그러자 윤우선은 "그럼 카톡으로 좀 보내줘~~!"라며 즐거운 듯 소리쳤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꺼내 윤우선에게 100만 원 정도를 보내주었다. 윤우선은 카톡을 열고 수금을 한 뒤 ‘헤헤헤’ 웃으며 친구들과 있는 카톡방에 바로 글을 올렸다. 그러자 는 질문이 나왔다. 윤우선은 라며 답을 보냈다.유나는 돈을 보자마자 싱글벙글한 엄마의 표정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유나는 지금 자신의 어머니가 집안에 있던 돈을 거의 다 탕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 때, 시후가 식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민정이었다.시후가 전화를 받자 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제가 10분 뒤에 도착할 것 같은데 언제쯤 내려오시겠어요?”"아,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식구들이 아침밥을 다 먹어서 설거지하고 바로 갈게요.”"네, 그럼 제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민정은 시후의 대답에 마음이 아팠다. 시후처럼 이렇게 완벽한
시후는 유나가 버티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부탁할게요. 나 먼저 나가요!"라고 말했다."가요." 유나는 대답하며 "생일 잔치에 간다면서 선물은 준비했어요?"라고 물었다."준비됐죠.”"무슨 선물을 준비했는데요? 설마 엄청 싼 건 아니죠?”"하하.. 내가 직접 만든 작은 선물을 준비했으니까, 그리고 그 분은 돈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이에요. 그래서 아마 좋아하실 거예요.”"그럼 다행이고요.."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럼 빨리 가요~!""그래요." 시후는 평범한 옷을 걸치고 유나와 장인 장모에게 인사를 한 뒤 곧장 집을 나섰다. 시후가 나가자마자, 윤우선은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심각한 얼굴로 유나에게 말했다. "김유나, 너 왜 점점 은 서방에게 익숙해지는 것 같니? 저 은시후 쓸모없는 놈!! 저거 저거 집안일 말고 무슨 쓸모가 있어? 나는 평소에 저 놈이 집안일을 좀 더 많이 하지 못하는 게 짜증날 정도야. 그러니까 집안일이라도 좀 하게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이야!""엄마, 시후 씨가 일이 있으면 보내줘야죠! 그릇이랑 젓가락 치우는 것쯤은, 내가 할 수 있는 건데! 그냥 간단한 일이잖아요?!”"야, 김유나! 너 말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남자라는 건 개를 키우는 것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하게 교육해야 하는 거야!! 집안에 똥, 오줌을 싸거나, 침대에 눕거나, 가구를 물어뜯거나, 꼬리를 흔드는 걸 그냥 보고 있으면 안 된다고!" 그러자 윤우선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에 네가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가르치면, 네 얼굴을 밟을 뿐만 아니라 언제 또 사고를 칠 줄 몰라요! 몇 년 동안 내가 네 아버지에게 가르쳤더니 이거 봐, 얼마나 말을 잘 들어?"김상곤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졌고, 그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고 이 여편네가 나를 개 취급해?!!”다만 김상곤은 아내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유나는 아버지를 동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엄마
시후는 빙긋 웃으며 "마중 나오느라 고생하셨네요.. 하하..”라고 말했다."저야말로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 참석해 주셔서 이룸 그룹의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걸요?" 민정은 황급히 두 걸음 정도 뒤로 가서 직접 조수석 문을 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시후에게 앉으라며 자세를 취한 뒤,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 그럼 타시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민정에게 사양하지 않고 그대로 차에 탔다. 누군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서울에서 이름 난 유명 대기업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 한 젊은 남자가 옆 좌석에 타라고 차 문을 직접 열어주는 것을 본다면 아마도 놀라 턱이 떨어질 것처럼 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민정이 직접 자신이 차에 타기 위해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실 신분에 있어서도, 자신은 LCS 그룹의 자제이고 그녀보다, 심지어 전체 이룸 그룹의 자제들보다 훨씬 더 낫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민정의 할아버지 조차도 공경하고 있으니, 당연히 민정이 차 문을 직접 열어주는 것은 당연했다.시후는 몰랐지만, 마침 유나의 눈에 이 장면이 훤히 들어왔다. 유나는 민정을 만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처음에 자신의 작업실을 개업할 때, 민정이 축하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번 마지막으로 민정을 만났을 때, 유나는 자신이 그녀와 상대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집안·얼굴·분위기·능력·재력 모든 방면에서 따져 본다면, 그 무엇도 민정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나는 마치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고, 자신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은 여성을 만나 조금 부끄럽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서울, 아니 전국에서 이름만 대도 모두가 알 수 있는 송민정 대표가 뜻밖에도 자신의 남편을 이렇게까지 공손하게 대할 줄은 몰랐다. 차를 몰고 집 앞까지 마중 나오고, 문까지 열어준다니..?? 왜 이렇게 자신의 남편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걸까? 유나는 갑자기 속이 좀 쓰렸다. 뜻
그 시각 롤스로이스.민정은 운전을 하면서 시후에게 "은 선생님, 할아버지께서 며칠 동안이나 혹시 오늘 생일 잔치에 선생님께서 참석할 시간이 없을까 봐 얼마나 걱정을 하셨던지...”라며 입을 열었다.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셨어요? 그런데 사람이 약속을 했는데, 어떻게 어길 수 있겠어요?""그쵸?!" 민정은 "오늘 할아버지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분은 선생님이실 것 같아요!"라며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민정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 그리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최제천 선생님을 만나신 후에.. 계속 은 선생님 이야기를 하시면서, 사석에서 이번 생일 잔치에 꼭 은 선생님을 모셔올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하셨어요~~"시후는 잠시 당황했다가 가볍게 웃었다. 그는 송 회장이 왜 그러시는지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최 선생이 회춘단을 복용한 후의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자신도 약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 것이다! 사실 송 회장만 회춘단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세상에 있는 모든 노인들이 회춘단을 복용한다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사실 오늘 행사에 초청을 받은 후, 시후는 송 회장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송 회장은 돈 따위에 신경 쓰실 분은 아니기에, 차라리 회춘단 한 알을 선물해 주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시후였다. 왜냐하면 회춘단은 자신에게 특별한 것도 아니며 가장 비싼 재료라면, 천종산삼 한 뿌리 정도가 될 것이었기 때문에.. 하물며 이제 화신 제약의 이학수 회장이 자신을 도와준 시후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집에서 대대로 물려준 엄청난 산삼을 선물해주었기에, 아마 그가 준 산삼으로 약을 만든다면 회춘단보다 약효가 훨씬 더 좋을 것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송 회장에게 회춘단을 한 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송 회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서도 큰 비용이 들지 않기에 일석이조
시후는 "사람을 해친 대가 아니겠어요?"라며 웃었다."그럼요!" 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인간들은 죄인이에요. 그러니 모두 자업자득이죠.” 말하는 동안 민정은 이미 이룸 그룹의 별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별장의 뜰에서는 임 대표, 진원호 대표, 이화룡, 이학수 회장, 이태리 부회장이 모여 있었다. 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모두 시후를 에워쌌다. 민정은 차를 세우고 시후에게 "선생님 잠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계세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아니에요. 나 혼자 내려가면 돼요."라며 재빨리 말했다.민정은 "안 돼, 안 돼요!!! 선생님, 오늘의 귀빈이셔서 제가 예의를 다하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서 절 굉장히 꾸짖으실 거예요!”라며 그녀는 얼른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돌아가 문을 열어 주었다.시후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민정이 오늘 좀 과하게 자신에게 예의를 차린다고 생각했지만, 민정은 오히려 은 선생님에게는 이렇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그렇게 시후를 각별하게 생각하는데 자신은 얼마나 더 예의를 다 해야 하겠는가?그 때, 별장 2층 테라스에서는 우신이 정원에 있는 민정과 시후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민정이 차를 몰고 나간 뒤부터 우신은 계속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대체 민정이 말하는 VVIP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그는 민정이 직접 데려오는 귀빈이 나이 든 여자이기를 바랐다. 그렇게 되면 분명 자신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민정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를 데려왔다! 게다가 민정은 직접 차에서 그가 내리도록 문을 열어주기까지 했다!!우신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정이 얼마나 상대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하지만.. 어떻게 저런 젊은 놈에게 직접 문을 열어주는 거야? 설마 혹시 저 자식이 민정이 좋아하는 남자란 말인가? 혹시 송 회장의 마음에 드는 손녀 사위란 말인가..? 분명 그 자식일 거야!’
2층을 오가던 일부 손님들은 갑자기 의문의 눈빛을 보내며, 왜 우신이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의아해했다."뭘 봐? 꺼져!” 우신은 사람들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더니 욕지거리를 날려댔다. 우신은 손님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더 이상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자 어두운 얼굴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류광호에게 손짓을 했다.류광호는 허둥지둥 달려와서는 "도련님, 무슨 분부라도 있으세요?"라고 물었다.우신은 마당에서 송민정과 함께 서 있는 시후를 가리키며 "저 새끼의 정체를 좀 알아봐 주세요.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좀 봐야겠습니다!" 류광호는 우신이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을 따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 저 자식? 은시후 아니야?!’ 저 놈은 자신이 재가 되어도 아는 놈이다! 애당초 자신이 아끼는 아들 류진이 이화룡의 칼을 맞고 이마에 ‘거러지’라는 글자를 새긴 것이 바로 은시후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다! 은시후가 아니었다면 이화룡도 자신의 아들을 다치게 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화룡은 행동대장일 뿐이었고, 범인은 바로 은시후였다! 아들의 이마에 글자가 새겨져 온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었는데, 이 일을 생각하면 그는 은시후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화룡을 차마 건드릴 수 없어서 참아야 했고, 복수는 꿈도 못 꾸고 있는 그였다. 그러자 류광호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도련님 저놈의 이름은 은시후입니다!"라고 했다.우신이 차갑게 물었다. "저 걸레 같은 놈이요? 감히 내가 반한 여자를 건드리는 게 아마 뒤지고 싶은 것 같은데?!" 류광호는 우신이 은시후에게 매우 불쾌한 감정을 가진 것을 보고, 갑자기 기뻐했다. 자신이 복수할 기회가 왔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류광호는 우신에게 "도련님, 저 은시후라는 놈은 WS 그룹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입니다. 이 WS 그룹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냥 별 볼일 없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 말을 들은 우신은 더욱 어두운 포정으로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후는 전화기 너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듣고 물었다. "유현 씨, 지금 비행기에 타고 계신 건가요?"배유현은 서둘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저는 원 선생님과 함께 홍콩으로 가고 있고 비행기는 2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중열 씨가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해서, 30분 늦었지만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시후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유현 씨,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까지 먼 길을 올 필요는 없었는데..”배유현은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일만 했을 뿐이에요. 그게 뭐 힘든 일이겠어요." 사실 배유현은 알고 있었다. 시후가 홍콩에 있으니, 이중열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배유현은 이중열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홍콩에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시후를 보고 싶어 온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은인이자, 또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시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홍콩으로 오는 이번 일이 시후를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때였다.시후는 배유현이 홍콩까지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면 이 일이 조금 더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시후는 유가휘를 보고,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그럼 유현 씨가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으니 저도 직접 공항에 나가서 맞이하도록 하죠. 오늘 오후에 공항에서 만나요."배유현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시후에게 문제를 일으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지만, 시후의 말을 듣고는 마음 속에 있던 큰 돌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시후가 자신을 마중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후가 오후에 이
시후의 말에 유가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의견을 들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분명 코웃음을 치며 상대가 단순히 위선적으로 자기 자신을 치켜세우려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홍콩에서는 돈이 조금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심지어 연예인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러나 시후는 엔터테인먼트계와 얽히는 것을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이것은 분명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가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홍콩에서는 연예인과 얽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재벌 2세들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대체로 엔터테인먼트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홍콩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다. 아들은 연예계의 유명 여배우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심지어 결혼까지 꿈꾼다. 하지만 집안의 가장은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고, 철저히 연예인을 내쫓는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재벌 2세의 아이까지 몇 명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문가에 시집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능력, 배포, 식견, 그리고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벌 2세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예계 스타들은, 재벌 1세의 눈에는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유가휘는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서, 시후의 위치가 재벌 2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벌 2세들이 열광하는 연예계조차도, 시후에게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유가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 진정한 성공한 인물이라면 연예계와 너무 가까워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
홍원산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양주성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내던지듯 넘기고는 명령했다. "이 놈을 잘 감시해! 나중에 나갈 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고."부하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후 두 명의 부하는 양주성을 좌우에서 부축하듯 끌고 나가, 유가휘의 사무실을 떠났다.이때, 시후는 설수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돌아가요. 오늘 본 것과 들은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설수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도 마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설수아는 이미 시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커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은 시후에 대한 공포심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를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여성이 떠난 뒤, 유가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주성은 오늘 나에게 신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 나름 호의적으로 왔을 텐데... 사무실에 올라왔다가 자기 회사를 홀랑 빼앗길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탄했다. ‘은 비서는 어제 블랙 드래곤의 리더인 성도민까지 클럽으로 불러냈고, 솔직히 홍원산 따위는 손쉽게 처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를 살려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홍원산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기에, 은 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는 이제 은 비서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개가 되었지. 이런 자를 홍콩에 남겨둔다? 이제 은 비서는 홍콩에 강력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유가휘는 다시 양주성을 떠올렸다. ‘양주성 저 놈도 정말...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스스로 장기말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아무래도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이때 시후는 유가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유
시후는 자신이 어릴 적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설수아가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설수아는 시후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학업을 마치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거니까."설수아는 이 말에 감명 깊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홍콩에 머물 필요는 없겠네요?"설수아는 대답했다. "네... 이미 도쿄대 입학 허가를 받았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 절차만 마치면 되고, 일본으로 가기 전에 비자만 갱신하면 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도쿄대에서 무슨 전공을 공부하고 있죠?"설수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습니다."시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경제학이구나. 그럼 이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중요할 텐데.. 책만 파는 것보다는 직접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턴쉽을 할 회사를 찾으려 했어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지금 당장 좋은 실습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고는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바로 홍 대표인데, 딱 봐도 공부를 많이 한 분은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지금 그 양 대표님이 회사를 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걱정되는 건, 홍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수아 씨가 개학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라도 그를 도와 회사 경영을 맡아보는 게 어때요?"홍원산은 이 말을 듣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은 이미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았다. 장운추 조차도 상대가 못 되는데, 자신은 어떻게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받아들이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할 필요 없어.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거든. 비록 당신이 오늘 나를 여러 번 모욕했지만, 난 당신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고, 당신 돈도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어. 오늘 이 일은 전부 당신과 홍원산 간의 사적인 문제라고. 그를 직접 부른 건 당신이고, 당신을 때린 것도 내가 아닌 홍원산이지. 지금 내가 당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팔라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당신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거지, 나랑은 일절 상관이 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 두 사람이 따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나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거든.”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말도 안 돼. 은시후 이 놈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잖아?! 고작 두 마디 말로 이 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쏙 빼버리다니?’양주성도 말문이 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비록 시후가 뻔뻔하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은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오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초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원산을 부른 것도, 자신이었고, 자신을 때린 것도 시후가 아닌 홍원산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역시 자신과 홍원산 사이의 문제일 뿐, 시후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시 말해, 오늘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후회하여 경찰에게 개입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시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직 홍원산 만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산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된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죽음 밖에 남지 않는 셈이지 않
"예?" 유가휘는 시후의 질문에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냥... 그냥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으니 말입니다..."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양주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직접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목숨을 살려주길 바라나?"양주성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이 개 같은 목숨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 선생님! 제 개 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회장님도 널 위해 나서주셨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개 같은 목숨’을 남겨줄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지. 불가능한 건 아닐 거야.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해결책을 알려주지." 이렇게 말한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잘 들어. 이건 단 하나뿐인 해결책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거절한다면 모든 걸 홍원산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양주성은 깜짝 놀라며 기쁨이 밀려왔다. 그는 급히 말했다. "선생님,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그러나 시후는 손을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섣불리 대답하지 마.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다시 결정하라고."양주성은 긴장하며 말했다. "부디 말씀하십시오!"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문서를 작성해. 당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단돈 1만 홍콩 달러에 홍원산에게 넘긴다고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뭐라고요?!" 양주성은 즉시 무너져 내리며 외쳤다. "그건 내 반평생의 피땀 어린 결실입니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거야?"이때 유가휘가 다급하게 나섰다. "양 대표,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그까짓 재산이 그렇게 중요해? 은 선생님은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만 넘기면 되는 거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