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300년 된 천종산삼을 따내면 아마 이번에 약을 만들 때 필요한 모든 약재를 다 갖추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약이 만들어 지게 되면, 형님의 병은 틀림없이 나을 겁니다!"말한 사람은 바로 이장명.. 며칠 전 빈까사노 클럽의 하 실장에게 화장실 바닥을 핥으라고 강요당한 그였다.그러자 김익수가 입을 열었다."아이고, 그건 정말 자네에게 미리 감사해야 할 일이야.. 만약 내 병이 낫기만 한다면 내가 꼭 자네 제약회사와 협력 관계를 훨씬 더 강화할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 그 때가 되면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 모두가 자네 집안을 도울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도록 하겠어. 그러면 우리 두 집안은 마치 하나처럼 될 것이고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게 될 거야!”그러자 이장명은 신이 나 말했다. "하하하!! 그럼 나도 형님에게 미리 감사를 전해야겠습니다?”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 시후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서부터 이장명과 김익수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몇 발자국 뒤에서 김혜빈이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김혜빈은 그날 화장실 바닥을 핥을 때 드러났던 비굴함과 절망스러움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오늘 한 손에는 에르메스 한정판 백을 들고 한 손에는 이장명의 팔짱을 낀 채 부잣집 사모님의 자태로 나타났다.세 사람 뒤에는 이장명과 생김새가 비슷한 또 한 사람이 뒤따르고 있었다. 시후는 그를 처음 봤는데, 그는 바로 이장명의 이복 동생 이학수였다.시후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시후를 발견했다.김익수, 이장명, 그리고 김혜빈 세 사람 모두는 시후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적이 있었기에 뼈에 사무치도록 혐오하고 원망하고 있었는데, 그를 보자마자 갑자기 눈에 가득 독기가 가득 찼다. 그리고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그를 본 이장명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순간 화장실 바닥의 지독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김혜빈 역시 한바탕 헛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웩웩’하며 구역질을 해
"야 건방지게 굴지 말라고 했지?!"김익수는 이를 악물고 "조만간 내가 회복될 날이 올 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지금까지 격은 일을 절대!! 그냥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라고 욕을 해댔다.그 때 갑자기 옆에서 최 선생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익수! 내가 이미 여러 차례 은 선생님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경고했는데!! 만약 네가 은 선생님에게 다시 헛짓거리를 하면, 내가 바로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김익수는 최제천이 오히려 시후를 위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자 화가 나서 머리가 지끈대는 것 같았다.자신의 어머니는 지난 번 최제천과 빨리 관계를 회복하라고 재촉하며 그녀의 생일 축하 잔치에 초대하라고 했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최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성격은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기 때문이다.게다가 하루 종일 은시후 놈과 같이 다니다니,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김익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최제천의 말을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짜증을 내며 말했다. "형님!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눈 좀 제대로 뜨세요, 요즘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 지 모르시죠? 이런 자식들은 모두 사회의 악입니다!! 어떤 놈들은 심지어 가짜 물건들을 사게 하고, 만병 통치약이라면서 가짜 약들을 팔아 댄다고요!! 아니 왜 사기꾼 놈에게 속아서 그렇게 바보처럼 행동하시는 거예요?"옆에 있던 이장명도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런 병신 같은 사기꾼의 말을 듣다니.. 서울처럼 이렇게 큰 곳에서 얼마 동안이나 버틸 수 있겠어?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야 저런 놈에게 속아 넘어가는 거지?!”그러자 시후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지난 번 화장실 바닥으로는 좀 자기 반성이 부족했나 보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걸 보니.. 아마도 이 코엑스는 화장실도 훨씬 더 넓고 바닥도 더 많을 텐데.. 한 번 더 즐거운 시간 보내 볼까?"그러자 이장명은 극도로 표정이 어두
발에 차인 이학수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배를 움켜쥐고 뒹굴었다. 굉장한 고통이 온 몸에 전해지는 듯했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는 듯 꾹 참았고, 그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졌다.조금 뒤 이학수는 감히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일어나 다시 이장명의 뒤에 섰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시후는 이학수를 보면서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렸다.멸시당하고 심지어 굴욕을 당하지만, 그저 참고 몸을 숨기면서 언젠가 잡을 기회를 묵묵하게 기다는 것이다.이 때 김혜빈은 이장명에게 "자기야, 저런 쓰레기나 멍청이에게 화내지 말고 어서 들어가요."라고 말했다.이장명은 고개를 끄덕였다.시후란 쓰레기도, 이학수란 잡종도 이장명의 눈에는 모두 천박한 쓰레기와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화장실 바닥을 핥는 큰 치욕을 한 번 당해 봤지만 그는 여전히 은시후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대신 그는 그저 시후에게 복수하여 한을 풀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사실 시후도 이장명 패거리들과 말 다툼하며 에너지를 쏟는 것이 너무나 귀찮았다. 자신이 박람회에 온 것은 그저 300년 된 최상급 천종산삼 때문이었기에..물론 김익수와 이장명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온다면, 자신도 그들을 조금씩 천천히 정리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그 자리를 떴기에 당장 손을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최 선생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저 김익수 녀석.. 정말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거지?!”진원호는 "은 선생님, 최 선생님, 저희도 한 번 둘러보시지요! 저 소인들 때문에 마음 흔들리지 마시고요!”시후는 "저런 광대 놀음에 놀아나지는 않습니다. 하하..”라며 웃음 지었다.시후를 포함한 세 사람이 전시장 중앙으로 들어서자, 전시장 내부는 이미 각종 한의약재의 부스로 가득 차 있었다. 부스마다 각양각색의 약재들과 전국에서 몸에 좋다는 식품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진원호는 먼저 시후를 자신의 부스에 초청하여 한 차례 시찰하도록 했는데
산삼은 수삼, 태극삼, 백삼, 홍삼, 흑삼 등이 있고 산삼은 야생종으로 햇수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천종산삼은 굉장히 귀하고 비싼 것으로 50년 이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에서 자란 산삼을 말하는 것이다.삼은 그 자체로 수명이 있고, 절대 다수는 백 년 정도까지 살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산삼은 캐는 사람이 없어도 100여 년을 살면 수명을 다해 죽기 마련이었다.2~300년 이상 살 수 있는 산삼은 모두 일품이지만, 500년 이상 살 수 있는 산삼은 거의 보기 드물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 동안 산삼을 캐러 다녀도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천 년 된 산삼은 그 값어치가 거의 전설 속에만 존재하기에 절대 내놓지 않는다.그래서 이 300년 된 천종산삼 역시 굉장히 귀한 것이었다.경매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대부분 전국 각지의 한의계·의약계·약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거물급 인물들로 넘쳐났다. 이 가운데 최 선생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축하 인사를 건네며 너도 나도 인사를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왜냐하면 최 선생은 얼마 전 전신 마비를 성공적으로 치료하여 의학사의 기적을 창조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 선생은 내심 부끄러워했다. 왜냐하면 사실 그 공로는 전적으로 시후의 것이며, 은 선생님은 자신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대신 축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최 선생을 둘러싸고 치료법을 묻자, 최 선생은 사실 치료는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우연히 얻은 일종의 환약이 큰 치료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누군가 물었다. “저.. 최 선생님! 그 환약의 처방전을 공개해주시면 안 됩니까? 만약 그 처방전이 발표되기만 한다면 전 인류에 엄청난 행운이 다가올 것인데요?""맞아요! 최 선생님!! 이 처방전을 발표하면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 이 말도 덧붙였다.하지만 최 선생은 난감해하며, "아닙니다.. 여기서 그만두는 게
고바야시 이치로의 노골적인 주장을 듣고 최 선생은 분노하며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당신들의 제약 회사에서 주로 글로벌 마케팅을 하고 있는 3개의 약은 소화제, 염증 치료제, 습진 로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약은 모두 『동의보감』에서 얻은 한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약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하지만 이치로는 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표정은 조금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네? 그게 무슨 웃기는 소리 하는 겁니까? 그 책은 엄청 옛날 것이 아닙니까? 실험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쓰레기인데, 우리 이치로 제약처럼 이렇게 큰 제약 회사가 어떻게 그런 걸 쓸 수 있습니까?”이치로가 한국 전통 의학서를 공공연하게 모욕하는 것을 듣고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한의사들 역시 속에서 분노가 싹트기 시작했다.최 선생은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침 내가 며칠 동안 할 일도 없는데.. 박람회가 끝나면 내가 직접 논문을 써서 그 세 종류의 약에 대한 약효와 상세한 내용들을 한국의 『동의보감』과 비교 대조하여 학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네. 그럼 내가 논문을 발표한 후에 당신이 어떻게 나오나 봅시다!”이치로의 낯빛이 갑자기 살짝 푸르게 질렸다.그는 고바야시 제약의 부회장으로 이 회사를 창립한 그의 아버지는 분명 세부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사실 고바야시 제약이 성장할 수 있었고 오늘까지 거대한 규모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고대 일본에게 전해준 한국 의학서 덕분이었다.하지만 일본은 제품 포장, 마케팅을 잘했고 서방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덕분에 시장을 우선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고바야시 제약은 자신들이 한국의 고대 의서를 표절해 약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꺼려했다. 최제천은 그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지만 항의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고바야시 이치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다니!이치
이치로는 말을 마치자 마자 몸을 돌려서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시후는 이때 최 선생에게 넌지시 말했다. "음.. 제 생각에 저 일본인.. 마음에 안 드네요.. 만약 그가 선생님께서 전신 마비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더욱 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결국, 마비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생산되기만 한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 모을 테니까요."제약 회사들은 국내외로 약품을 판매하여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코로나 19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이 돌게 될 경우 치료제를 개발하면 제약회사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바야시 제약도 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특수 약품 몇 가지만 특허를 내면 앞으로 그들은 먹고 사는 것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돈 되는 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최 선생이 가진 약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고바야시 이치로는 만약 전신 마비를 치료할 수 있다면 떼돈을 벌 수 있는 강력한 툴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비에 걸린 사람은 혼자서 평생 침대에서 내려오거나, 걷지 못하고, 심지어 스스로 대소변도 못 보는 상태가 된다. 그렇기에 전신 마비 환자 스스로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굉장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그렇기에 만약 억만장자가 전신 마비에 걸리게 된다면.. 아무리 비싼 약이라도 존재하기만 한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사지 않겠는가? 다만 돈이 없는 가난한 환자라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이치로는 돈이 없다면 그들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다. 이치로는 그런 인간들에게 자신의 약을 싸게 팔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왜냐고? 나 이치로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그러나 고바야시 이치로는 최제천이 이렇게 자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는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분명 그 최제천이란 한의사의 몸에는
인사환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약재들을 혼합해서 만들면 되기 때문이었다.경매장에서는 아직 바로 경매가 시작되지 않은 틈을 타서 시후는 진원호를 찾아가 수십 가지의 약재를 얻었다. 진원호는 즉시 시후가 약재를 모으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어 시후는 진원호가 준비해둔 대기실로 가서 혼자 네 알의 인사환을 정제하였다.어차피 환약은 모두 한약재로 만든 성분이기 때문에, 일단 달이게 되면 어떤 약재를 넣었든지 간에 색깔이 모두 흑갈색으로 나오기 때문에 눈으로는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이 인사환은 이전에 시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나눠준 환약과 굉장히 비슷한 데다 시후가 일부러 똑 같은 크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아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조금 뒤, 그는 모든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서 경매장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정제한 이 네 알의 환약을 최제천에게 넘겨준 다음, 원래 자신이 주었던 환약 한 알 반은 자신의 품에 보관해 두었다.이 모든 일을 끝내자, 경매 코너가 시작되었다.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좋은 오후입니다! 우리 행사의 마지막!!! 300년 된 천종산삼이 경매에 부쳐질 겁니다!!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최고급 산삼인데요?! 경매에 앞서 유명 한의사 최제천 선생님을 모시고 직접 산삼을 감정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다 함께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최 선생이 행사에 참가하기 전에 주최 측과 이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이미 조율을 마쳤다. 최제천은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서 의전 도우미에게서 산삼을 건네받았다.그는 산삼을 조심스럽게 감별한 뒤 입을 열었다.“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제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산삼의 실제 수명은, 응당 350년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산삼은 일품 중에서도 일품입니다!!”그러자 경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원래 이 산삼이 300년
이장명은 이 천종산삼의 가격을 계속 높여 12억 정도 까지는 올려 낙찰 받을 생각이었다. "네, 8억 5천 나왔습니다!” 그러자 장내의 한 중년이 피켓을 들고 소리쳤다. “9억!”이장명은 그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9억 5천!"이라며 피켓을 들었다.“10억!” 또 어떤 사람이 입을 열었다.그러자 “11억!!”이라며 이장명이 패를 들며 외쳤다. 그는 김익수를 돕기 위해 경매에 참가한 것이고 호가 역시도 김익수가 모두 부담할 예정이어서 그는 조금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11억이라는 가격이 불리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결국 포기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아무리 일품인 천종산삼이 좋지만 그 역할에는 한계가 있어 11억은 이미 매우 높은 가격이었다.그런데 별안간 중앙 쪽에서 "13억이요!"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사람들이 급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니, 그것은 바로 최 선생 옆에 앉아 있던 시후의 목소리였다.이장명과 김익수는 시후가 이 시점에서 그들의 산삼을 강탈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자 김익수는 이장명의 손에 들려 있던 팻말을 직접 들며 외쳤다. "11억 5천!"김익수는 은시후 녀석을 다루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저 자식과 붙게 되면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리고 은시후 놈은 분명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일품 천종산삼이 김익수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자신을 엿 먹이려고 값을 계속 올릴 생각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김익수는 조금씩 조금씩 돈을 더 높이 올려 시후가 산삼을 못 사도록 막을 생각이었다.그러나 시후는 이때 다시 숫자패를 들고 담담하게 "12억!"이라고 말했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지난 번에 민정이 준 100억 원짜리 수표가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번 이 수표를 장모에게 잘못 주는 바람에 하마터면 큰 화를 초래할 뻔했다. 그로 인해 그는 이 수표가 굉장히 거슬렸기 때문에, 일찌감치 기회를 봐서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