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리 카즈오와 일행들은 그 젊은 직원을 따라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연회장 안에는 직원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수리 작업이 진행되는 흔적도 없었다. 직원은 그들을 데리고 큰 연회장을 지나 몇 개의 빈 방을 통과한 뒤 문이 닫힌 방 앞에 멈췄다. 그 후, 그는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제임스 씨, 핫토리 씨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방 안에서 제임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직원은 즉시 문을 열고 핫토리 카즈오에게 말했다. “핫토리 씨, 들어가시죠.” 이때 핫토리 카즈오는 방 안에 있는 제임스를 볼 수 있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지금까지 제임스를 본 적이 없었고,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하지만 핫토리 카즈오는 그를 더 이상 살펴보지 않고 공손하게 말했다. “제임스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가 닌자 핫토리 한조의 아들입니다!” 제임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핫토리 씨, 이가 닌자의 명성을 익히 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제임스 씨!” 제임스는 미소를 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핫토리 씨, 격식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당신들을 뉴욕으로 초대한 이유는 한 사람을 납치해 주시길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즉시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씨 걱정 마십시오. 돈을 받았으면 아무리 어려운 재앙이라도 대신 없애 드리는 것이 우리 이가 닌자가 할 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목표 인물의 신원, 위치 등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조사와 작전 계획 수립을 미리 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는 웃으며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3일 후, 11일 밤 이곳에서 자선 만찬이 열릴 예정인데, 그 때 목표 인물은 이 방에서 대기할 것입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현장을 철저히 조사한 후, 이번 임무가 지나치게 간단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그들이 마츠모토 요시토를 도와 소지빈과 소민지를 납치하려 했을 때, 그 임무는 훨씬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는 엘에이치 그룹의 모든 수행원을 조용히 처리해야 했고, 엘에이치 그룹의 남매를 고층 건물에서 데리고 내려와야 했는데, 이번 임무는 그때에 비하면 훨씬 더 수월해 보였다. 당시 엘에이치 그룹 남매를 대상으로 한 작전에는 핫토리 카즈오도 참여했지만, 임무에 성공한 후 그는 남매를 교토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임무는 그에게 기술적인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게 느껴졌다. 현장을 전반적으로 탐색한 후, 핫토리 카즈오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제임스 씨, 이번 목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임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은 목표 인물에 대한 정보는 알 필요 없고, 11일이 되면 알려주도록 하죠.” 제임스의 계획에 따르면, 혜리의 자선 만찬 참석 건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했다. 왜냐하면 혜리와 소통할 때도 그녀가 ‘비밀 게스트’로 참석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 자선 만찬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혜리가 미디어와 팬들의 추적 없이 조용히 오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리가 도착하면 미리 준비된 직원이 그녀와 일행들을 직접 라운지로 안내할 것이고, 특별한 VIP 통로도 마련해 그녀의 차량이 연회장 뒷마당까지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자선 만찬에 참석할 뉴욕 한인회의 회원들조차 혜리가 그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제임스는 핫토리 카즈오에게 목표를 미리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제임스는 알지 못했지만, 핫토리 카즈오는 혜리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 팬이기도 했다. 더욱이 핫토리 카즈오는 예전에 구름산에서 혜리가 시후와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었다. 만약 그가 이번 임무의 목표가 혜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주저 없이 미국을 떠났을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현지 언론들은 한국 케이팝 스타가 미국에서 이토록 강력한 팬 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미국 가수들이야 말로 세계 대중음악의 선두주자라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감에 가득 찬 그들은 한국의 가수가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공항에서 그녀를 맞이한 팬들이 혜리의 소속사에서 돈을 주고 고용한 대행 배우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혜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러한 언론의 의심에 답했다. 혜리가 미국에 도착한 지 세 시간 뒤, 뉴욕과 보스턴 공연의 티켓 판매가 시작되었다. 두 공연의 티켓 9만 장은 단 1분 만에 매진되었으며,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공연 시장은 비록 매우 성숙하지만, 스타의 수가 워낙 많아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매진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매진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소식은 곧바로 미국의 모든 연예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심지어 혜리의 북미 투어 협력 파트너조차도 그녀의 티켓 파워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혜리는 단숨에 미국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 혜리는 소속사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며, 이는 그녀가 미국에 도착한 후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기자회견을 생중계했으며, TV와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동시 시청하며, 미국 사회는 다시 한 번 그녀의 강력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핫토리 카즈오는 이 뉴스를 TV로 보고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는 자신이 뉴욕에 남아 혜리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녀의 공연은 15일에 시작했지만, 그는 11일 밤에 임무를 완료하고 미국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 아쉬움을 안고 핫토리 카즈오는 7명의 부하와 함께, WF 호텔 연회장 총괄 매니저인 크리
그 순간, 크리스는 너무 두려워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는 안타깝게 죽은 가정부의 죽음에 애도할 틈도 없이, 화면을 향해 미친 듯이 애원했다. “제발! 제 가족을 해치지 말아 주십시오!! 어떤 조건을 걸든 다 따르겠습니다!!”상대방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지금 말한 것처럼 협조하기를 바란다. 우리와 장난치려고 한다면, 네 가족의 시체조차도 못 보게 될 거야!”그러자 크리스는 울먹이며 답했다. “반드시 협조하겠습니다..! 꼭 협조할게요! 그러니 제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세요!”상대방은 차분하게 말했다. “문을 열어. 우리 리더가 직접 너에게 얘기할 거다.”크리스는 잠시 당황했고, 곧 현관의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황급히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저... 그럼 지금 당장 나가서 문을 열겠습니다...”상대방은 냉정하게 말했다. “크리스, 내가 한 말을 잊지 마라. 만약 네가 속임수를 쓰려 한다면, 네 가족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 온몸이 힘없이 무너진 크리스는 굴러가듯 기어가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그곳에는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서 있었다.사실 핫토리 카즈오는 계속 크리스의 집 근처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가 집에 도착한 즉시 전화를 건 것은, 그가 경찰이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핫토리 카즈오는 이 자리에 오기 전 이미 얼굴을 변장한 뒤였다. 일본 닌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변장술을 연구해 왔고, 현대의 각종 기술과 재료를 사용하여 일반인이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변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핫토리 카즈오는 당당하게 크리스를 만나러 올 수 있었다.크리스는 핫토리 카즈오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으며 울먹였다. “제발 제 가족을 풀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핫토리 카즈오는 바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크리스를 부축하며 문을 닫고 그를 끌어 낸 뒤 소파 앞에 데려갔다. 그는 크리스를 소파에 던지
그 순간, 크리스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들이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면, 제가 당신들을 들여보내는 순간 그들은 저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요..”핫토리 카즈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네가 희생될지도 모르겠군.”크리스가 카즈오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당신들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당신들이 제 가족을 풀어줄 거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죠?!”핫토리 카즈오는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그냥 날 믿는 수밖에 없다. 약속 말고는 어떤 보장도 줄 수 없어.” 그러면서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다만, 네가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너의 가족은 틀림없이 죽게 될 거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는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크리스, 난 정신 나간 살인마가 아니야. 그저 내 임무를 완수하고 돈을 받아서 안전하게 미국을 떠나길 원해. 일이 잘 처리되면 네 가족을 죽일 필요가 없지.”크리스는 경계하며 말했다. “당신들이 일을 끝낸 후 저희 가족을 죽여서 입막음 하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죠? 대부분의 유괴 사건에서 범인들은 노출을 막기 위해 인질을 죽이잖아요!”“입막음?” 핫토리 카즈오는 경멸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생각을 좀 해 봐, 크리스. 내가 오늘 너를 이렇게 직접 만나러 왔고, 11일 저녁에 연회장에서도 이 얼굴로 나타날 거야. 연회장에 있는 모든 CCTV에 잡힐 것이고 이미 내 얼굴이 드러날 게 뻔한데 굳이 네 가족들을 죽여 입막음을 할 필요가 있겠어? 그건 자기 기만일 뿐이지.” 크리스는 이 말을 듣고 핫토리 카즈오의 말에 약간 믿음이 생겼다. 그가 아는 일반적인 범죄 상식대로라면 입막음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핫토리 카즈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미 드러날 것이 뻔하다면 입막음은 오히려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이 생각에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보며 말했다. “좋아! 동의하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다치게 하지 말아주세요!”“걱정 마.” 핫토
어느새 11일이 다가왔다. 뉴욕의 분주한 출근 시간, 도시에는 수상한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은 이미 1천 명이 넘게 뉴욕에 도착해 있었고, 도시 구석구석에 숨어 있었다. 제임스와 배호영 두 사람은 모두 들뜬 채로 빨리 만찬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아침 일찍, 배호영은 제임스를 서재로 불러들여 흥분하면서도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요 며칠 언론의 헤드라인은 거의 혜리의 소식뿐이야. 오늘 밤 그녀가 실종되면 즉시 전 세계적으로 큰 소란이 일 것 같은데, 이 일이 우리를 의심하게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나?”제임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련님, 이미 닌자 쪽에서는 크리스를 처리했습니다. 오늘 그들이 크리스의 도움을 받아 임시 서비스 직원으로 미리 호텔 연회장으로 입장할 겁니다. 크리스는 그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뒤에서 도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을 혜리가 쉬고 있는 라운지 근처에서 물러나게 할 것입니다. 필요한 모든 도구는 어젯밤 크리스의 도움으로 이미 연회장 내부에 모두 옮겼습니다. 오늘 밤 7시 20분경, 정확히 혜리를 납치할 겁니다.” 이어 제임스는 말했다. “우리의 계획에 따르면, 7시 20분 도련님께서는 연회장에서 연설을 하실 것이고, 혜리는 휴게실에서 7시 40분경 무대로 등장할 계획으로 전달했습니다. 이때 모든 사람이 연회장에 있을 것이고, 연회장의 소음이 완벽하게 은폐와 방벽이 되어 닌자들이 행동할 때 아무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작업이 끝나면 닌자들은 즉시 뒷문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7시 40분에 도련님의 비서가 혜리를 무대로 오를 수 있도록 데려가려고 할 때, 혜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미 죽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겁니다. 그때 현장은 자연스럽게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도련님께서 할 일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여 나머지 일들은 경찰에 맡기는 겁니다.” 여기서 제임스는 덧붙였다. “신고 후에는 크리스가 첫 번째 용의자가 될
고은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나 완전 프리해. 점심 같이 먹고, 오후에는 오빠랑 여기저기 구경할 예정이야. 식당도 이미 예약해 놓았어.” 고은서는 애교를 부리며 덧붙였다. “오빠, 짐 챙기고 있어~ 헬리콥터가 10분 후에 호텔 옥상에 도착할 거야.” 시후는 어쩔 수 없이 약속했다. “알겠어, 옷을 갈아 입을게.” 10분 후, 중형 헬기가 호텔 옥상의 헬리포트에 착륙했다. 시후가 탑승하자, 헬기는 빠르게 이륙하여 뉴욕을 향해 날아갔다. 프로비던스에서 뉴욕까지의 직선 거리는 230km가 조금 넘었고, 헬기는 단 1시간 만에 뉴욕 상공에 도착했다. 이후 헬기는 뉴욕에 있는 한 헬기 착륙장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막 착륙하자, 검은 선글라스를 쓴 한 여성이 다가와서 막 내린 시후에게 말했다. “은서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를 따라가시죠.” 시후는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이 고은서의 매니저인 김지우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생 많았어.” 김지우는 푸념하듯 말했다. “오빠, 그렇게 예의 갖춰 말하실 필요 없어요.” 말을 하며 김지우는 시후를 헬기 옆에 세워둔 캐딜락 승용차로 안내했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시후에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오빠 그럼 타세요.”“응 알겠어.” 시후는 몸을 숙여 차에 탔고, 김지우는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석에는 백인 남성이 앉아 있었고, 그는 근육질의 체격에 무표정한 얼굴로 검은 전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며,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 전문 보디가드 같은 모습이었다. 김지우가 차에 탑승한 후, 운전사에게 말했다. “출발해 주세요.” 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차를 몰고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최근 들어 뉴욕 한인타운은 매우 분주했고, 도로 양쪽 상점은 사람들이 몰려 장사가 잘 되고 있었으며,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캐딜락은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삼겹살 구이 가게 앞에 멈췄다. 김지우는 시후에게 말했다. “오빠,
시후는 눈앞의 중년 남성의 행동에 놀랐다. 그는 즉시 그를 부축하며 본능적으로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누구 십니까?” 중년 남성은 즉시 공손하게 답했다. “도련님, 저는 이중열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이미 고혼이 되어야 했겠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도련님의 아버님이신 은서준 상무님의 도움 덕분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이중열이 아버지의 지인이라는 말을 들은 시후는 매우 존경스럽게 그에게 손을 모아 인사하며 말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은시후라고 합니다!” 이중열은 매우 감격하여 눈이 붉어지며 말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당신이 분명히 시후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처음에는 제가 환각을 보는 줄 알았는데, 고은서 아가씨께서 저에게 놀라운 손님이 올 것이라고 말하셨을 때, 저는 분명히 은시후 도련님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고은서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내가 아저씨께 오빠가 온다고 말씀드리지 않았거든. 우리가 오빠를 찾았다고도 말하지 않았고.. 아저씨께 놀라움을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똑똑한 아저씨가 오빠의 정체를 금방 알아챌 줄은 몰랐어!” 이중열은 서둘러 말했다. “아가씨, 이건 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은시후 도련님과 당년의 상무님이 너무 닮으셔서 그렇습니다...” 시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르신, 제 아버지는 어떻게 아십니까?” 이중열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예전에, 제가 젊어서 경솔하게 행동하다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저를 죽이기 위해 추격령을 내렸고, 홍콩의 갱들이 저를 찾기 위해 나섰지요...” 그는 이어서 눈을 붉히며 말했다. “그때 상무님께서 저를 밤새 구출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주셨고, 직접 홍콩에 가서 협상까지 하시며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뒤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시후는 놀라며 말했다. “어르신, 당신이 제 아버지의 오래된 친구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후는 전화기 너머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듣고 물었다. "유현 씨, 지금 비행기에 타고 계신 건가요?"배유현은 서둘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저는 원 선생님과 함께 홍콩으로 가고 있고 비행기는 2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중열 씨가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해서, 30분 늦었지만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시후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유현 씨,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까지 먼 길을 올 필요는 없었는데..”배유현은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일만 했을 뿐이에요. 그게 뭐 힘든 일이겠어요." 사실 배유현은 알고 있었다. 시후가 홍콩에 있으니, 이중열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배유현은 이중열을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홍콩에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시후를 보고 싶어 온 것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은인이자, 또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시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홍콩으로 오는 이번 일이 시후를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때였다.시후는 배유현이 홍콩까지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면 이 일이 조금 더 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시후는 유가휘를 보고,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그럼 유현 씨가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으니 저도 직접 공항에 나가서 맞이하도록 하죠. 오늘 오후에 공항에서 만나요."배유현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시후에게 문제를 일으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지만, 시후의 말을 듣고는 마음 속에 있던 큰 돌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시후가 자신을 마중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후가 오후에 이
시후의 말에 유가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처음으로 이런 의견을 들었던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분명 코웃음을 치며 상대가 단순히 위선적으로 자기 자신을 치켜세우려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홍콩에서는 돈이 조금 있는 남자라면 누구나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심지어 연예인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그러나 시후는 엔터테인먼트계와 얽히는 것을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 이것은 분명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가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매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홍콩에서는 연예인과 얽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재벌 2세들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대체로 엔터테인먼트계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홍콩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다. 아들은 연예계의 유명 여배우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심지어 결혼까지 꿈꾼다. 하지만 집안의 가장은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고, 철저히 연예인을 내쫓는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은 재벌 2세의 아이까지 몇 명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문가에 시집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수성가한 재벌 1세들은 능력, 배포, 식견, 그리고 자기 위치에 대한 인식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재벌 2세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예계 스타들은, 재벌 1세의 눈에는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유가휘는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서, 시후의 위치가 재벌 2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벌 2세들이 열광하는 연예계조차도, 시후에게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유가휘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 진정한 성공한 인물이라면 연예계와 너무 가까워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
홍원산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양주성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내던지듯 넘기고는 명령했다. "이 놈을 잘 감시해! 나중에 나갈 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고."부하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 후 두 명의 부하는 양주성을 좌우에서 부축하듯 끌고 나가, 유가휘의 사무실을 떠났다.이때, 시후는 설수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에게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돌아가요. 오늘 본 것과 들은 것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설수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도 마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설수아는 이미 시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이 커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은 시후에 대한 공포심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를 화나게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여성이 떠난 뒤, 유가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주성은 오늘 나에게 신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으니, 나름 호의적으로 왔을 텐데... 사무실에 올라왔다가 자기 회사를 홀랑 빼앗길 줄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한탄했다. ‘은 비서는 어제 블랙 드래곤의 리더인 성도민까지 클럽으로 불러냈고, 솔직히 홍원산 따위는 손쉽게 처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를 살려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홍원산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기에, 은 비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는 이제 은 비서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개가 되었지. 이런 자를 홍콩에 남겨둔다? 이제 은 비서는 홍콩에 강력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유가휘는 다시 양주성을 떠올렸다. ‘양주성 저 놈도 정말...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스스로 장기말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아무래도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있고 싶다면, 조용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을 거야....’이때 시후는 유가휘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유
시후는 자신이 어릴 적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공부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설수아가 더 이상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설수아는 시후에게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은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학업을 마치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아요. 중요한 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거니까."설수아는 이 말에 감명 깊은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홍콩에 머물 필요는 없겠네요?"설수아는 대답했다. "네... 이미 도쿄대 입학 허가를 받았어요.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 절차만 마치면 되고, 일본으로 가기 전에 비자만 갱신하면 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도쿄대에서 무슨 전공을 공부하고 있죠?"설수아는 서둘러 대답했다.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있습니다."시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경제학이구나. 그럼 이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중요할 텐데.. 책만 파는 것보다는 직접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고요."설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턴쉽을 할 회사를 찾으려 했어요."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됐네. 지금 당장 좋은 실습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고는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바로 홍 대표인데, 딱 봐도 공부를 많이 한 분은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지금 그 양 대표님이 회사를 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내가 걱정되는 건, 홍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수아 씨가 개학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라도 그를 도와 회사 경영을 맡아보는 게 어때요?"홍원산은 이 말을 듣고
하지만 오늘 이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은 이미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았다. 장운추 조차도 상대가 못 되는데, 자신은 어떻게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 저... 받아들이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할 필요 없어.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거든. 비록 당신이 오늘 나를 여러 번 모욕했지만, 난 당신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고, 당신 돈도 한 푼도 요구한 적이 없어. 오늘 이 일은 전부 당신과 홍원산 간의 사적인 문제라고. 그를 직접 부른 건 당신이고, 당신을 때린 것도 내가 아닌 홍원산이지. 지금 내가 당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팔라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당신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거래하는 거지, 나랑은 일절 상관이 없는 거야. 그러니 당신 두 사람이 따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 나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거든.”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말도 안 돼. 은시후 이 놈은 정말 뻔뻔함의 극치잖아?! 고작 두 마디 말로 이 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쏙 빼버리다니?’양주성도 말문이 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비록 시후가 뻔뻔하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은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오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직접 초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홍원산을 부른 것도, 자신이었고, 자신을 때린 것도 시후가 아닌 홍원산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 역시 자신과 홍원산 사이의 문제일 뿐, 시후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시 말해, 오늘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후회하여 경찰에게 개입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시후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직 홍원산 만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산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된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죽음 밖에 남지 않는 셈이지 않
"예?" 유가휘는 시후의 질문에 순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그냥... 그냥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으니 말입니다..."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양주성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직접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목숨을 살려주길 바라나?"양주성은 망설임 없이 외쳤다. "이 개 같은 목숨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 선생님! 제 개 같은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회장님도 널 위해 나서주셨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개 같은 목숨’을 남겨줄 방법을 하나 제시해주지. 불가능한 건 아닐 거야.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해결책을 알려주지." 이렇게 말한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잘 들어. 이건 단 하나뿐인 해결책이다. 네가 받아들이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거절한다면 모든 걸 홍원산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양주성은 깜짝 놀라며 기쁨이 밀려왔다. 그는 급히 말했다. "선생님,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그러나 시후는 손을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 "섣불리 대답하지 마. 내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다시 결정하라고."양주성은 긴장하며 말했다. "부디 말씀하십시오!"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홍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문서를 작성해. 당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단돈 1만 홍콩 달러에 홍원산에게 넘긴다고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뭐라고요?!" 양주성은 즉시 무너져 내리며 외쳤다. "그건 내 반평생의 피땀 어린 결실입니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거야?"이때 유가휘가 다급하게 나섰다. "양 대표, 지금 죽게 생겼는데도 그까짓 재산이 그렇게 중요해? 은 선생님은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만 넘기면 되는 거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그가 이곳에서 나에게 그렇게 잘난 척을 해댔는데, 내가 그냥 봐주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유가휘는 급히 말했다. "은 비서님.... 제 말은 그저 그를 완전히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처벌 방식을 조금 바꿔 주셔서 최소한 목숨만 살려주셨으면 해서...."양주성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제발 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럼, 뭐든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선생님, 제가 원하시면 얼마든지 돈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시든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얕보는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관대한 처분을 바라며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신 수준은 나에게 조건을 걸 만한 깜냥이 안 돼." 그런 뒤 시후는 경멸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 시가총액이 얼마지?"양주성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대략 30억 홍콩 달러 정도입니다...."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해 봐야 겨우 4억 달러 남짓이군. 솔직히 말해서, 그건 먼지 정도로 적어. 게다가 당신의 전 재산을 다 합쳐 봐야 10억 달러가 최대일 텐데, 홍원산에게 물어봐. 어제 장운추가 나에게 용서를 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걸었는지.""장운추?!" 양주성은 경악하며 홍원산을 바라보았다.홍원산은 우월한 태도로 말했다. "잘 들어라, 양주성. 어제 장운추는 은 선생님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총 1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10년 동안 100억?! 그것도 미국 달러로?!" 양주성은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아니, 장운추도 총 자산이 100억 달러 남짓일 텐데.... 그가 어떻게 그런 거액을 내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짜악!” 홍원산은 양주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주성의 뺨을 후려쳤다.양주성은 눈앞이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