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리 카즈오는 현장을 철저히 조사한 후, 이번 임무가 지나치게 간단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그들이 마츠모토 요시토를 도와 소지빈과 소민지를 납치하려 했을 때, 그 임무는 훨씬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는 엘에이치 그룹의 모든 수행원을 조용히 처리해야 했고, 엘에이치 그룹의 남매를 고층 건물에서 데리고 내려와야 했는데, 이번 임무는 그때에 비하면 훨씬 더 수월해 보였다. 당시 엘에이치 그룹 남매를 대상으로 한 작전에는 핫토리 카즈오도 참여했지만, 임무에 성공한 후 그는 남매를 교토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임무는 그에게 기술적인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게 느껴졌다. 현장을 전반적으로 탐색한 후, 핫토리 카즈오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제임스 씨, 이번 목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임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은 목표 인물에 대한 정보는 알 필요 없고, 11일이 되면 알려주도록 하죠.” 제임스의 계획에 따르면, 혜리의 자선 만찬 참석 건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했다. 왜냐하면 혜리와 소통할 때도 그녀가 ‘비밀 게스트’로 참석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 자선 만찬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혜리가 미디어와 팬들의 추적 없이 조용히 오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리가 도착하면 미리 준비된 직원이 그녀와 일행들을 직접 라운지로 안내할 것이고, 특별한 VIP 통로도 마련해 그녀의 차량이 연회장 뒷마당까지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자선 만찬에 참석할 뉴욕 한인회의 회원들조차 혜리가 그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제임스는 핫토리 카즈오에게 목표를 미리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제임스는 알지 못했지만, 핫토리 카즈오는 혜리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 팬이기도 했다. 더욱이 핫토리 카즈오는 예전에 구름산에서 혜리가 시후와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었다. 만약 그가 이번 임무의 목표가 혜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주저 없이 미국을 떠났을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현지 언론들은 한국 케이팝 스타가 미국에서 이토록 강력한 팬 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미국 가수들이야 말로 세계 대중음악의 선두주자라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감에 가득 찬 그들은 한국의 가수가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공항에서 그녀를 맞이한 팬들이 혜리의 소속사에서 돈을 주고 고용한 대행 배우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혜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러한 언론의 의심에 답했다. 혜리가 미국에 도착한 지 세 시간 뒤, 뉴욕과 보스턴 공연의 티켓 판매가 시작되었다. 두 공연의 티켓 9만 장은 단 1분 만에 매진되었으며,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공연 시장은 비록 매우 성숙하지만, 스타의 수가 워낙 많아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매진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매진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소식은 곧바로 미국의 모든 연예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심지어 혜리의 북미 투어 협력 파트너조차도 그녀의 티켓 파워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혜리는 단숨에 미국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 혜리는 소속사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며, 이는 그녀가 미국에 도착한 후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기자회견을 생중계했으며, TV와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동시 시청하며, 미국 사회는 다시 한 번 그녀의 강력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핫토리 카즈오는 이 뉴스를 TV로 보고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는 자신이 뉴욕에 남아 혜리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녀의 공연은 15일에 시작했지만, 그는 11일 밤에 임무를 완료하고 미국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 아쉬움을 안고 핫토리 카즈오는 7명의 부하와 함께, WF 호텔 연회장 총괄 매니저인 크리
그 순간, 크리스는 너무 두려워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는 안타깝게 죽은 가정부의 죽음에 애도할 틈도 없이, 화면을 향해 미친 듯이 애원했다. “제발! 제 가족을 해치지 말아 주십시오!! 어떤 조건을 걸든 다 따르겠습니다!!”상대방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지금 말한 것처럼 협조하기를 바란다. 우리와 장난치려고 한다면, 네 가족의 시체조차도 못 보게 될 거야!”그러자 크리스는 울먹이며 답했다. “반드시 협조하겠습니다..! 꼭 협조할게요! 그러니 제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세요!”상대방은 차분하게 말했다. “문을 열어. 우리 리더가 직접 너에게 얘기할 거다.”크리스는 잠시 당황했고, 곧 현관의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황급히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저... 그럼 지금 당장 나가서 문을 열겠습니다...”상대방은 냉정하게 말했다. “크리스, 내가 한 말을 잊지 마라. 만약 네가 속임수를 쓰려 한다면, 네 가족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 온몸이 힘없이 무너진 크리스는 굴러가듯 기어가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그곳에는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서 있었다.사실 핫토리 카즈오는 계속 크리스의 집 근처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가 집에 도착한 즉시 전화를 건 것은, 그가 경찰이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핫토리 카즈오는 이 자리에 오기 전 이미 얼굴을 변장한 뒤였다. 일본 닌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변장술을 연구해 왔고, 현대의 각종 기술과 재료를 사용하여 일반인이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변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핫토리 카즈오는 당당하게 크리스를 만나러 올 수 있었다.크리스는 핫토리 카즈오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으며 울먹였다. “제발 제 가족을 풀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핫토리 카즈오는 바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크리스를 부축하며 문을 닫고 그를 끌어 낸 뒤 소파 앞에 데려갔다. 그는 크리스를 소파에 던지
그 순간, 크리스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들이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면, 제가 당신들을 들여보내는 순간 그들은 저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요..”핫토리 카즈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네가 희생될지도 모르겠군.”크리스가 카즈오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당신들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당신들이 제 가족을 풀어줄 거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죠?!”핫토리 카즈오는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그냥 날 믿는 수밖에 없다. 약속 말고는 어떤 보장도 줄 수 없어.” 그러면서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다만, 네가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너의 가족은 틀림없이 죽게 될 거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는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크리스, 난 정신 나간 살인마가 아니야. 그저 내 임무를 완수하고 돈을 받아서 안전하게 미국을 떠나길 원해. 일이 잘 처리되면 네 가족을 죽일 필요가 없지.”크리스는 경계하며 말했다. “당신들이 일을 끝낸 후 저희 가족을 죽여서 입막음 하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죠? 대부분의 유괴 사건에서 범인들은 노출을 막기 위해 인질을 죽이잖아요!”“입막음?” 핫토리 카즈오는 경멸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생각을 좀 해 봐, 크리스. 내가 오늘 너를 이렇게 직접 만나러 왔고, 11일 저녁에 연회장에서도 이 얼굴로 나타날 거야. 연회장에 있는 모든 CCTV에 잡힐 것이고 이미 내 얼굴이 드러날 게 뻔한데 굳이 네 가족들을 죽여 입막음을 할 필요가 있겠어? 그건 자기 기만일 뿐이지.” 크리스는 이 말을 듣고 핫토리 카즈오의 말에 약간 믿음이 생겼다. 그가 아는 일반적인 범죄 상식대로라면 입막음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핫토리 카즈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미 드러날 것이 뻔하다면 입막음은 오히려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이 생각에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보며 말했다. “좋아! 동의하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다치게 하지 말아주세요!”“걱정 마.” 핫토
어느새 11일이 다가왔다. 뉴욕의 분주한 출근 시간, 도시에는 수상한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은 이미 1천 명이 넘게 뉴욕에 도착해 있었고, 도시 구석구석에 숨어 있었다. 제임스와 배호영 두 사람은 모두 들뜬 채로 빨리 만찬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아침 일찍, 배호영은 제임스를 서재로 불러들여 흥분하면서도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 요 며칠 언론의 헤드라인은 거의 혜리의 소식뿐이야. 오늘 밤 그녀가 실종되면 즉시 전 세계적으로 큰 소란이 일 것 같은데, 이 일이 우리를 의심하게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나?”제임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련님, 이미 닌자 쪽에서는 크리스를 처리했습니다. 오늘 그들이 크리스의 도움을 받아 임시 서비스 직원으로 미리 호텔 연회장으로 입장할 겁니다. 크리스는 그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뒤에서 도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을 혜리가 쉬고 있는 라운지 근처에서 물러나게 할 것입니다. 필요한 모든 도구는 어젯밤 크리스의 도움으로 이미 연회장 내부에 모두 옮겼습니다. 오늘 밤 7시 20분경, 정확히 혜리를 납치할 겁니다.” 이어 제임스는 말했다. “우리의 계획에 따르면, 7시 20분 도련님께서는 연회장에서 연설을 하실 것이고, 혜리는 휴게실에서 7시 40분경 무대로 등장할 계획으로 전달했습니다. 이때 모든 사람이 연회장에 있을 것이고, 연회장의 소음이 완벽하게 은폐와 방벽이 되어 닌자들이 행동할 때 아무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작업이 끝나면 닌자들은 즉시 뒷문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7시 40분에 도련님의 비서가 혜리를 무대로 오를 수 있도록 데려가려고 할 때, 혜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미 죽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겁니다. 그때 현장은 자연스럽게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도련님께서 할 일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여 나머지 일들은 경찰에 맡기는 겁니다.” 여기서 제임스는 덧붙였다. “신고 후에는 크리스가 첫 번째 용의자가 될
고은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나 완전 프리해. 점심 같이 먹고, 오후에는 오빠랑 여기저기 구경할 예정이야. 식당도 이미 예약해 놓았어.” 고은서는 애교를 부리며 덧붙였다. “오빠, 짐 챙기고 있어~ 헬리콥터가 10분 후에 호텔 옥상에 도착할 거야.” 시후는 어쩔 수 없이 약속했다. “알겠어, 옷을 갈아 입을게.” 10분 후, 중형 헬기가 호텔 옥상의 헬리포트에 착륙했다. 시후가 탑승하자, 헬기는 빠르게 이륙하여 뉴욕을 향해 날아갔다. 프로비던스에서 뉴욕까지의 직선 거리는 230km가 조금 넘었고, 헬기는 단 1시간 만에 뉴욕 상공에 도착했다. 이후 헬기는 뉴욕에 있는 한 헬기 착륙장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막 착륙하자, 검은 선글라스를 쓴 한 여성이 다가와서 막 내린 시후에게 말했다. “은서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를 따라가시죠.” 시후는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이 고은서의 매니저인 김지우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생 많았어.” 김지우는 푸념하듯 말했다. “오빠, 그렇게 예의 갖춰 말하실 필요 없어요.” 말을 하며 김지우는 시후를 헬기 옆에 세워둔 캐딜락 승용차로 안내했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시후에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오빠 그럼 타세요.”“응 알겠어.” 시후는 몸을 숙여 차에 탔고, 김지우는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석에는 백인 남성이 앉아 있었고, 그는 근육질의 체격에 무표정한 얼굴로 검은 전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며,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 전문 보디가드 같은 모습이었다. 김지우가 차에 탑승한 후, 운전사에게 말했다. “출발해 주세요.” 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차를 몰고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최근 들어 뉴욕 한인타운은 매우 분주했고, 도로 양쪽 상점은 사람들이 몰려 장사가 잘 되고 있었으며,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캐딜락은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삼겹살 구이 가게 앞에 멈췄다. 김지우는 시후에게 말했다. “오빠,
시후는 눈앞의 중년 남성의 행동에 놀랐다. 그는 즉시 그를 부축하며 본능적으로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누구 십니까?” 중년 남성은 즉시 공손하게 답했다. “도련님, 저는 이중열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이미 고혼이 되어야 했겠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도련님의 아버님이신 은서준 상무님의 도움 덕분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이중열이 아버지의 지인이라는 말을 들은 시후는 매우 존경스럽게 그에게 손을 모아 인사하며 말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은시후라고 합니다!” 이중열은 매우 감격하여 눈이 붉어지며 말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당신이 분명히 시후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처음에는 제가 환각을 보는 줄 알았는데, 고은서 아가씨께서 저에게 놀라운 손님이 올 것이라고 말하셨을 때, 저는 분명히 은시후 도련님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고은서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내가 아저씨께 오빠가 온다고 말씀드리지 않았거든. 우리가 오빠를 찾았다고도 말하지 않았고.. 아저씨께 놀라움을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똑똑한 아저씨가 오빠의 정체를 금방 알아챌 줄은 몰랐어!” 이중열은 서둘러 말했다. “아가씨, 이건 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은시후 도련님과 당년의 상무님이 너무 닮으셔서 그렇습니다...” 시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르신, 제 아버지는 어떻게 아십니까?” 이중열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예전에, 제가 젊어서 경솔하게 행동하다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저를 죽이기 위해 추격령을 내렸고, 홍콩의 갱들이 저를 찾기 위해 나섰지요...” 그는 이어서 눈을 붉히며 말했다. “그때 상무님께서 저를 밤새 구출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주셨고, 직접 홍콩에 가서 협상까지 하시며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 뒤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시후는 놀라며 말했다. “어르신, 당신이 제 아버지의 오래된 친구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가운데, 예전의 얘기를 들은 시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르신, 이후에 어떻게 뉴욕에 오게 되셨습니까?"이중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상무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 저는 조용히 애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예전에 저를 죽이려 했던 놈들이 상무님의 불행한 소식을 듣고 다시 추격령을 내렸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미국에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미국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지금까지 어디에 계셨습니까? 당시 고선우 회장님이 도련님을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돌아다니신 걸로 알고 있고, 미국에도 여러 번 오셨는데.. 저도 함께 당신을 찾으러 다녔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옆에 있던 고은서가 재빨리 대답했다. "시후 오빠, 나도 아빠와 함께 예전 뉴욕에 왔었어. 그때 바로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주셨어.. 이 식당에서!" 그녀는 이중열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아저씨, 제가 처음 아빠와 여기 온 게 8살 때였는데, 마지막에 온 게 20살이었죠! 지금은 27살이 되었는데, 여기는 정말 하나도 변한 게 없네요."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원래 익숙하면 바꾸기가 어렵더라고요. 사실 말하자면 게으른 편이죠."고은서는 시후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시후 오빠, 예전 아빠와 함께 미국에 왔을 때 아저씨의 집이 첫 번째 거처였어. 아, 참! 아저씨의 삼겹살 구이는 정말 맛있어!"이중열은 겸손을 잃지 않고 물었다. "아가씨, 그런데 어떻게 도련님을 찾으셨나요? 어디서 찾으셨습니까?"시후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사실 저는 계속 한국에 있었어요."이중열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라며 외쳤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당시 고선우 회장님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당신을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소득이 없었습니다..."이 질문을 들은 시후는 당사자인 박상철이 자신을 보육원에 배치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이중열은
“이... 이...” 배해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회장직을 차지했는지 논의한다면, 그는 당당하게 합법적인 수단으로 얻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는 명분이 있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일을 하기 앞서 늘 명분이 필요했다. 심지어 극악무도한 침략자조차도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기 마련이니, 하물며 배해산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친아버지를 세계 곳곳에서 쫓아다니며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는 명분이 서지 않는 행위가 될 것이었다. 이런 추문이 드러나면 그는 회장직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을 것이었고, 자진 사퇴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를 생각한 그는 마지막으로 노력해보려 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만약 저와 제 아버지가 모두 오점을 남겨 가주로 적합하지 않다면, 제 아들 배한빈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배해산에게 있어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한다면, 반드시 아들에게 자리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후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차갑게 말했다. “뭐라고? 배호영의 일이 막 공개되려는 마당에 배호영의 아버지가 회장을 맡는다고? 당신의 생각엔 오점이 가장 큰 사람이 회장으로 적합하다는 말인가?”“저... 그건...” 배해산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가 오점에 대한 논란을 꺼낸 순간, 자신과 아버지뿐 아니라 큰아들 배한빈도 이미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이 기회에 둘째 아들을 회장에 제안하려 했으나, 문득 머릿속에서 시후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렇게까지 둘러대는 걸 보니 결국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유현이로 하려는 거군!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서 계속 반대 의견을 내다 은 선생님을 화나게 하면 내 처지가 더 나빠질 거다...’이를 깨달은 그는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다면 제가
그래서 배해산이 가장 두려운 것은 시후가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이 회장직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의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배원중 또한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그는 자신이 회장직을 되찾아 반격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후가 직접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자신은 그 말을 꺼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시후가 입장을 밝히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혼자, 그리고 손녀의 지원만으로는 회장직을 다시 차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이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가운데, 시후가 갑자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현직 회장이고, 다른 한 명은 전 회장인데, 배호영이 두 사람의 코앞에서 이렇게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어. 두 사람 모두 관리 부실의 책임이 있지.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배해산은 깜짝 놀라 황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저는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된 지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임이 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당합니다. 부디 명확히 판단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배원중을 힐끔 보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호영이가 살아 있던 20여 년 동안 거의 99%의 시간 동안 저희 아버지께서 회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아버지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다. 아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그를 분노하게 했고, 시후의 말뜻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호영의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져 온 일이었고, 그동안 자신은 회장직에 앉아 있었으면서도 배호영의 만행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분명 자신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아들의 말이 맞습니다. 이 일은 제가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신을 처벌하지는
시후의 생각에, 배호영과 같은 부류의 인간 말종들은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미국 사법기관에 맡기더라도 아무도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 사법기관의 느슨한 집행 태도와 암묵적 거래를 고려할 때,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들은 종신형을 선고받더라도 교도소 안에서 호화롭게 지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시후는 블랙 드래곤에게 이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한 명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이들의 정보를 모두 파악했습니다. 대부분 뉴욕에 머무르고 있으니, 즉시 인력을 배치하여 오늘 밤부터 이 짐승 같은 놈들을 사냥하겠습니다!”옆에 있던 배유현이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이 문제는 언제 공개하고, 영상 자료는 언제 공개할 계획이신가요?” 시후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의 파장이 클 적당한 때를 골라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게 할 겁니다. 배호영이 이전에 납치된 사건의 여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은 분명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때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법적 제재를 피하려고 가미국을 떠나려 할 것이고, 바로 그 틈을 타서 그들을 한꺼번에 잡아들일 계획이예요.” 말을 마친 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페이셔스 그룹은 사건이 공개된 후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페이셔스 그룹이 사건이 터진 뒤 위기 관리에 나섰다고 믿도록 해야 해요. 미리 준비한 흔적을 보이면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배유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주의하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성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케이. 성도민 씨, 여기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사람들을 데리고 작전을 펼치도록 하세요. 단, 어떠한 짐승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성도민은 즉시 대답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이번 일은
“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차갑게 말했다. “모두들 이의가 없다면, 내가 배호영을 보내주지!” 배호영은 이 말을 듣자마자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이 망할 인간들! 만약 내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도 절대 당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배한빈, 배해산, 배원중은 하나같이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미신을 믿는 편이라, 배호영이 죽고 나서 정말 귀신이 되어 원한을 갚기 위해 그들을 찾아올까 봐 두려워했다.그 때 시후가 배호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이 세상에 정말 귀신이 있다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넌 그들을 만나러 갈 때가 되었다!” 배호영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고,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시후가 이미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총성이 울리며 배호영의 뒷머리에서 피와 뇌수가 튀었고, 그는 그대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이마 한가운데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총상이 있었고, 그곳에서 붉고 흰 물질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고개를 돌렸고, 배호영을 더 이상 바라보지 못했다.배한빈과 배해산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으며, 배원중 역시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20년 넘게 키운 아들, 손자, 증손자인 만큼,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애틋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배한빈은 배호영의 시체 앞으로 달려가 그를 안고 울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사람을 시켜 호영이를 화장터에 보내도 되겠습니까...”“안 돼!”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그가 죽인 여성들은 시신조차 온전하지 못했는데, 저 놈이 땅에 묻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고 나서 그는 성도민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성도민 씨, 배호영의 시신을 치워서 화장시키고, 재는 그대로 바다에 뿌리도록 해요.” 성도민은 즉시 대답했다.
시후의 말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 각자에게 천둥처럼 울려 퍼지며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모두가 시후의 얼굴에 서려 있는 살기를 보며, 그가 절대 농담을 하거나 그들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배한빈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해도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음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또 다시 잘못된 말을 한다면, 아들이 죽은 뒤 자신의 운명 또한 비참할 것임을 직감한 그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대답은커녕 시후를 쳐다보지도 못했다.시후는 그를 그냥 두지 않고 다시 날카롭게 물었다. "배한빈! 내가 다시 묻지! 내가 네 아들을 죽이면, 받아들이겠나?!" 시후의 말에 배한빈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는 것 같았다. 시후의 공격적인 태도에 그는 도망칠 곳이 없었고, 마음이 완전히 무너진 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연신 절하며 절망 속에서 외쳤다.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여요!! 받아들이겠습니다!!!"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져 기절할 뻔했다. 강렬한 생존 욕구가 그를 자극해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절규했다. "아버지! 저를 구해주셔야 해요, 아버지! 두 눈 뜨고 제가 죽는 걸 지켜보실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 배한빈은 얼굴을 돌려 외면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나도 널 구할 수 없어..."배호영은 절규했다. "아버지! 이렇게 냉정하실 수는 없어요!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손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요. 만약 다들 제가 죽는 걸 지켜본다면, 남은 인생을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시후는 그의 가슴을 발로 세게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 "더 이상 헛소리를 지껄이면, 내가 널 확실히 생지옥에 던져 줄 것이다!"배호영은 온몸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했다. 최근 겪은 비인간적인 고문은 지옥보다 더 두려웠고, 그는 이미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 이때 시후가 다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조금 뒤 모든 영상을 공개할 거야. 그때 페이셔스 그룹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세계에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해. 만약 여러분들이 잘 처리하면 이후 더는 이 일에 대해 추궁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나는 먼저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죽이고 다음 회장에게 이 일을 계속 처리하게 할 것이다. 만약 차기 회장도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일을 처리한다면 그를 죽이고 또 다른 회장을 찾을 거야. 이 일이 완벽히 해결될 때까지 말이지!"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하나같이 몸을 떨었다. 시후는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성도민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성도민 씨, 데려와요.""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몇 분 후, 헬리콥터 한 대가 1층 로비 밖에 착륙했다. 블랙 드래곤의 대원 몇 명이 속옷만 걸친 배호영과 제임스를 끌고 들어왔다. 이때 두 사람은 이미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두 귀는 잘려 나갔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으며,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어 거의 반쯤 죽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배호영은 끌려오자마자 배한빈과 배해산을 보더니 곧바로 울며 소리쳤다. "아버지, 할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 고문을 받아 정말 죽을 것 같아요..."이전에 엎드려 있던 배한빈은 아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도 모르게 안쓰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자 그는 무심코 말했다. "호영아... 내 아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배해산이 그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멍청한 놈아! 이런 짐승을 아직도 아들이라고 부르는 거냐?!"배한빈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몸을 떨며 겁에 질렸다. 배호영은 배해산을 바라보며 충격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절 부정하시는 건가요, 할아버지..." 배해산은 분노에 차 외쳤다. "닥쳐라! 나 배해산은 너 같은 손자가 없다! 너 같은 짐승만도 못한
배유현의 말은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극도로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말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결백하지 않으며, 페이셔스 그룹 또한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그들은 이전에 배호영 한 명을 희생시켜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을 지키려 했던 일이 시후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과 다름없음을 인식했다.배해산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바라보며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당신이 호영이의 납치 사건을 전 세계적 이슈로 만든 이유가, 설마 페이셔스 그룹을 완전히 몰락시키려는 겁니까..?" 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배호영과 페이셔스 그룹이 이번 일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일 뿐. 배호영이 저지른 수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은 마땅히 완전히 폭로되어야 해." 그는 이어 배유현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배유현 씨, 페이셔스 그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심이 담긴 방안을 말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일을 덮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죠."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을 차례로 바라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근본적으로 이 일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조차 없다! 심지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니, 그럼 내가 하나 묻지. 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나?!"페이셔스 그룹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감히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시후는 배원중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전 회장님, 내가 기억하기로 당신은 올해 아흔이 넘으셨지요?" 배원중은 황급히 답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저는 올해로 96입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96세 라면 장수 중의 장수인데, 이 나이에 회춘단을 사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충분히 살지 못했다고 느끼시나 보죠?" 배원중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누구나 장수하고 싶어 하니까요...
배원중은 배유현에게 갑작스럽게 분노가 더욱 치밀었다. 원래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권력을 되찾으려 했지만, 가장 신뢰하던 손녀가 갑자기 자신의 판을 뒤흔들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분노와 질책이 담긴 눈길로 배유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배유현은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을 이런 눈빛으로 보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나를 오해하신 게 분명해...’ 이렇게 생각한 배유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페이셔스 그룹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배호영이 저지른 일이 너무 커서 단순히 그가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요.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의 죄를 모두 공개하며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동시에 피해자 가족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며 대중의 용서를 구해야 하기도 하고요.."성도민에게 뺨을 맞아 날아간 배한빈은 즉시 소리쳤다. "공개할 거라면 호영이를 사법부에 넘겨 연방 법원이 그의 죄를 심판하게 하면 된다!" 배해산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 맞아! 배유현! 너는 정말 독한 계집애야! 우리 증손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페이셔스 그룹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으려 하다니! 네 말 대로 모든 걸 공개할 거라면, 왜 호영이가 목숨으로 책임져야 해? 법에 맡기면 최대 종신형을 받고 가석방 없이 감옥에 갇히게 될 것 아니겠느냐!"배유현은 물었다.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만약 그 방법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은 선생님이 왜 이 영상을 미국 경찰에 넘기지 않고 굳이 페이셔스 그룹에 와서 우리에게 해결 방안을 묻는지에 대해서요?"모두 그녀의 말에 한순간 멍해졌다. 특히 배원중은 즉시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배유현의 말은 그에게 문제의 핵심을 일깨웠다.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째서 나는 이 점을 깨닫지 못했을까... 은 선생님께서 굳이 페이셔스 그룹을 찾아온 건 평범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분명하구나... 이 상황에서
"저요?" 배유현은 시후가 이런 순간에 자신의 의견을 물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배해산이나 배한빈은 물론, 배호영보다도 못한 위치였다. 비록 할아버지가 자신을 각별히 아끼긴 했지만, 집안에서의 서열을 따질 때면 그녀는 늘 뒤로 물러서야 했다. 게다가 오늘 밤 이 자리에 그녀의 부모가 없는 것을 보고, 큰아버지 배해산이 이미 자신의 부모를 페이셔스 그룹에서 내쫓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더욱 자신감이 떨어졌다.시후는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배유현 씨,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하세요.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책임질 테니." 그러자 배유현은 입술을 꾹 다물며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시후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니 그녀는 용기가 생겼고, 곧바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생각에 지금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호영이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목숨으로 책임지는 것입니다!"배한빈과 그의 아내는 이 말을 듣자마자 폭발했다. 그의 아내는 배유현을 손가락질하며 분노에 차서 욕설을 퍼부었다. "배유현!! 이 정도 없는 계집애야! 우리 호영이는 네 조카야! 네가 정말 그를 죽게 만들어야겠어?" 배한빈도 이를 갈며 소리쳤다. "배유현! 이 뱀처럼 독한 계집애! 네 부모를 우리가 내쫓았다고 이렇게 앙갚음하려는 거냐?"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두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어요." 그러자 성도민은 아무 말없이 다가가 배한빈의 따귀를 때리고 뒤로 날아가게 만든 뒤, 다시 배한빈 아내의 얼굴을 세게 내리쳐 그녀를 몇 바퀴 자리에서 돌게 만들고는 바로 기절시켜 버렸다.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요."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우리는 그의 모든 악행을 즉시 대중들에게 즉시 공개해야 하며 그의 잘못을 절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