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방문에 이씨 아주머니는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이소분에게 가게를 일찍 닫고, 시후와 함께 이소분, 클라우디아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구입했다. 시장에서 그녀는 요리에 자신 있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사며 꼭 풍성한 저녁 식사를 준비해 시후를 맞이하겠다고 다짐했다. 시후는 세 사람과 재료를 다 사고 나서, 이소분의 차를 타고 이씨 아주머니가 거주하는 집으로 향했다.이소분은 캐나다에 온 뒤 운전면허를 따고 중고 쉐보레 세단을 한 대 샀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이씨 아주머니와 클라우디아를 태우고 집과 코리아타운을 오갔다. 시후는 이소분이 이런 중고 저가형 차를 샀다는 사실에 놀라며 물었다. “소분아, 왜 좀 더 좋은 차를 사지 않았어?”이소분은 웃으며 말했다. “차는 그냥 이동 수단일 뿐이잖아. 굳이 좋은 차를 살 필요 없으니까..? 중고차는 가격도 싸고, 보험료도 저렴해. 유지비가 적게 들어서 여러모로 절약할 수 있거든. 그리고 작은 배기량 덕분에 연비도 좋고, 실용적이야.”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도 새 차는 사야지. 다음에 내가 한 대 사줄게.”이소분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시후 오빠, 필요 없어 절대 사주지 마! 내가 선물 받아도 나는 안 탈 거야. 나에 대해서 오빠도 잘 알잖아. 보육원에서 자라서 어릴 때부터 검소하게 생활하는 게 익숙하다는 거.. 물질적으로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지금 생활도 옛날에 보육원에서 지내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좋은데.. 충분히 만족해~” 그녀는 씩 웃으며 덧붙였다. “아마 나는 사치하면서 살 팔자는 아닌가 봐. 푸훗..”시후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시후 역시 이소분과 마찬가지로 물질적인 것에 별다른 욕심이 없었다. 혼자서 살았다면 의식주나 교통수단에 아무런 욕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가용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에게는 자신의 자가용은 없었고, 평소엔 유나나 장인 어른의 차를 타고 다녔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럭셔리 차량을 선물해줘도 전
시후는 원래 저녁 준비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이씨 아주머니는 그를 부엌에서 내쫓았다. 그녀는 시후가 먼 길을 온 손님이기에 부엌에 세우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씨 아주머니의 태도가 단호하자, 시후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이소분은 이 기회를 틈타 시후에게 집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구경시켰다.저녁 8시쯤, 이씨 아주머니는 클라우디아의 도움으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이소분은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우리 집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없으니, 음료는 주스로 대신하자!"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스를 받아 네 잔을 따랐다. 이씨 아주머니는 기분이 매우 좋아진 듯 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다 같이 한잔할까? 시후야, 캐나다에 온 걸 환영한다!"이소분도 박수를 치며 웃었다. "시후 오빠 환영해!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를 보러 밴쿠버에 자주 오면 좋겠어!"시후는 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따뜻한 환대에 감사드려요.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올게요."한편, 클라우디아는 마음속으로 약간 불안했다. 이미 밤은 깊었기에, 시후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소분과 함께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해도 이제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저녁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오늘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조용히 기도하고 있었다.그때, 이소분이 클라우디아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클라우디아, 오늘 시후 오빠를 처음 봤으니 함께 한 잔 해."클라우디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잔을 들고 시후에게 말했다. "은시후 선생님, 그럼 한 잔 드리겠습니다."이소분이 급히 말했다. "아니야, 은시후 선생님이라니 너무 딱딱하잖아~ 나처럼 그냥 시후 오빠라고 불러!" 그러면서 이소분은 다시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 오빠, 나는 클라우디아를 내 동생처럼 생각해. 그리고 나는 오빠의 동생이나 다름없으니 클라우디아도 오빠의 동생이나 마찬가지지? 그러니 앞으로 오
넷이 함께 즐겁게 저녁을 먹은 후, 클라우디아와 이소분이 이씨 아주머니를 도와 식탁과 주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클라우디아의 휴대폰으로 황석례의 전화가 걸려왔다.클라우디아가 전화를 받자 황석례가 말했다. "어이 동생, 나 지금 소분이네 집 앞에 도착했어. 그러니 어서 그 양반 데리고 나와."클라우디아는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말씀 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 클라우디아는 시후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시... 시후 오빠, 황석례가 이미 문 앞에 도착했대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소분에게 말했다. "소분아, 별 일 없으면 나랑 밖에 좀 나가서 좀 걸을까?"이소분은 시후가 황석례의 카지노로 가려는 걸 알고는 바로 말했다. "좋아, 시후 오빠. 잠깐만 기다려." 말을 마친 후, 이소분은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저 시후 오빠랑 잠깐 나갔다 올게요. 설거지는 클라우디아가 나중에 식기세척기에 넣으면 되니까 하지 마세요."이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할 일이 없어서 괜찮아. 그냥 셋 다 나가서 같이 산책해. 클라우디아도 같이 가는 게 좋겠다."클라우디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 저는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남아서 아줌마를 도울게요."이씨 아주머니는 상황을 모르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혼자 정리할 수 있어. 너도 같이 가렴. 퇴근하면 집에만 있지 말고."클라우디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주머니. 그럼 저도 소분 언니와 시후 오빠랑 같이 나가서 산책하다 올게요." 사실 클라우디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시후와 함께 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시후도 클라우디아가 따라가고 싶어 한다면 별 상관없다는 듯 받아들였다.그렇게 셋은 함께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보니, 이소분이 타고 다니는 중고 쉐보레 뒤에는 새롭게 구입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주차되어 있었다.운전석에 앉은 황석례는 중장발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며 멋있는 척 손을 흔들고는
황석례는 놀라며 물었다. "이 둘도 같이 갑니까?"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둘 다 데리고 가서 게임 좀 하려고요. 왜요? 안 됩니까?"황석례는 원래 오늘 밤 이소분을 납치하려고 계획을 세워 두었고, 이미 사람들도 다 배치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계획을 망치지 않으려고 그는 일부러 인심을 쓰는 척하며 말했다. "카지노 같은 곳은 여자들이 놀기엔 그다지 적합하지 않으니까요. 이 둘은 그냥 다른 곳으로 가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클라우디아에게 말했다. "클라우디아, 그럼 혹시 다른 카지노 아는 데 있어? 우리 다른 데서 할까..?"황석례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시후가 자신이 운영하는 카지노에 가지 않으면 오늘 밤의 수익을 놓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후가 이소분과 클라우디아를 데리고 다른 카지노에 가면, 이소분을 납치하려는 계획도 다 무산될 것이었다. 카지노는 대부분 사람들이 들어가면 밤새도록 놀기 때문에, 시후 같은 사람이 10만 달러를 들고 오면 다른 카지노에서는 더욱 잘 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도 묵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면 오늘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그러자 곰곰이 생각한 끝에, 황석례는 오늘 밤에는 이소분을 납치하지 않고, 우선 시후에게서 돈을 따낸 후 내일 밤에 다시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이소분은 도망갈 곳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자 황석례는 서둘러 말을 바꾸며 말했다. "에이! 형님, 기분 나빠 하지 마시요. 둘을 못 데리고 간다는 건 아니고, 그냥 친절하게 권유한 것뿐이지요. 형님이 고집하시면 당연히 같이 갈 수 있지~" 그렇게 말하고 그는 차 밖에 있는 이소분과 클라우디아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소분이, 사촌! 빨리 타. 우리 이제 출발할 거야!"이소분과 클라우디아는 서로 한 번 바라본 후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탔다.황석례는 차를 출발시키고 세 사람을 태우고 시 외곽으로 향했다. 황석례는 차량을 이탈리아 마피아가 장악한 지역으로 몰고 갔다. 그곳은 코리아타운의
시후와 두 여동생들은 황석례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고, 그곳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계단을 내려가자 약 150평 정도 되는 넓은 홀에 여러 가지 도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각 테이블마다 딜러가 있었지만,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후가 대충 살펴보니 이곳 카지노는 영업이 그다지 잘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절반 정도의 테이블은 손님이 없었고, 나머지 테이블도 손님이 적어야 한 명, 많아야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후는 약간 실망하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여기 손님들이 왜 이렇게 적어?"황석례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최근 카지노의 사업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손님도 점점 줄고 있었다. 하지만 시후 앞에서 기죽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조금 일찍 와서 그렇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늦게 와서 게임을 하니까요." 그러자 시후는 거침없이 말했다. "전 세계 여러 카지노를 다녀봤지만, 어느 나라든 카지노의 황금 시간대는 밤 8시에서 자정 사이야. 그런데 지금 9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없다는 건, 장사가 안 된다는 거지.."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투덜거렸다. "장사가 잘되는 카지노는 이 시간대에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찼어야 하는데... 여기엔 경비 보는 놈들이 손님보다 더 많군.."이 말을 들은 황석례는 더욱 당황했다. 그는 시후가 수십만 달러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시후가 갑자기 돈을 거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황석례가 건방지다 해도, 카지노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강탈할 수는 없었다. 그런 소문이 돌면 카지노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석례는 시후에게 말했다. "형님, 사실.. 우리는 주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합니다. 다른 조직의 카지노처럼 아무나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고요. 그래서 고액 자산가들에게 더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황석례는 더욱 아부를 떨어 대며 말했다. "형님,
곧 황석례는 친절하게 시후에게 다양한 색상의 칩 한 쟁반을 들고 왔다. 칩의 금액은 100 캐나다 달러부터 시작해 500, 1000짜리도 있었다. 그는 칩을 시후 앞에 내밀며 웃으며 말했다. "형님, 부탁하신 칩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네가 들고 있어.""제가...요?" 황석례는 순간 멍해지며, 또 한 번 모욕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시후는 거기서 천 캐나다 달러짜리 칩 다섯 개를 꺼내 황석례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말했다. "걱정 마, 공짜로 들고 있진 않게 할 테니까."황석례는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곧 시후가 확실히 노련한 도박꾼이며, 매우 통 큰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 번에 5000 캐나다 달러의 팁을 주는 손님은 지금껏 이 카지노에서 본 적이 없었다. 이에 황석례는 즉시 아부를 떨며 말했다. "아이고, 형님 감사합니다!" 돈을 받은 황석례는 시후에게 더욱 공손해졌고, 그를 계속 편하게 형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시후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대답한 뒤, 칩 몇 개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달그락 대며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어이, 재미있는 게임 좀 소개해봐. 여기 뭐가 있지?"황석례는 칩 쟁반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예! 형님, 저희 카지노에는 다양한 게임이 있습니다. 요즘 북미에서 유행하는 블랙잭, 룰렛, 텍사스 홀덤, 파이 가우, 그리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바카라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밴쿠버에서도 바카라가 인기가 있어서 외국인들도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덧붙였다. "혹시 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시면 제가 바로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바카라로 하자고. 난 그게 간단하고 머리 아프지 않아서 좋아."황석례는 즉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바카라 테이블에는 유럽인 딜러가 카지노 장을 맡고 있었고, 그 옆에는 세 명의 외국인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지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황석
이번 판 역시도 시후가 돈을 땄다. 두 번 연속 이기자, 시후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고, 100 달러짜리 칩을 한 움큼 황석례에게 던지며 말했다. "다 1000 달러짜리로 바꿔 와, 100 달러짜리는 금액이 너무 작아."황석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때, 시후는 테이블 위의 칩을 대충 세어보고는 바로 만 달러를 베팅하며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운이 좋네, 이번에도 딜러를 연속으로 이겨보겠어!"황석례는 시후가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을 보자, 즉시 딜러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번 판에서 시후는 좋은 패를 얻지 못했고, 딜러의 패도 좋지는 않았지만 시후보다 한 점 더 높았다. 결과적으로 딜러는 시후의 베팅을 가져갔고, 다른 두 명에게는 배당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의 베팅 금액은 하나는 100달러, 다른 하나는 200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에, 딜러는 이번 판에서 이전에 잃은 금액을 모두 회수하고도 돈이 남을 정도였다. 사실, 딜러가 카드를 섞을 때, 시후는 이미 그의 손놀림을 간파했다. 딜러들은 과거에 윤우선을 속였던 하연과 마찬가지로 모두 고도의 속임수 전문가였다. 이러한 속임수는 특수 능력이 아니라, 마술사들과 마찬가지로 빠른 손놀림과 눈속임,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여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시후 앞에 있는 이 딜러 역시도 속임수의 고수로, 카드를 섞을 때 자신이 원하는 패를 특정 위치에 숨겨놓고, 빠른 손놀림과 훈련된 기억력을 통해 카드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놀림은 일반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지만, 시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늘 밤 그는 마치 재물의 신처럼 돈을 뿌리기만 할 것이었고, 조금 뒤에 황석례의 조직을 통째로 요리하여 성도민에게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 잃은 돈은 시후에게 얼마 안 되는 처리비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시후는 일부러 조금 실망한 듯이 말했다. "젠장! 겨우 한 점 차이로 졌잖아..
황석례는 시후가 던진 현금을 받아 들고 속으로 기뻐하며, 서둘러 칩으로 교환하러 갔다. 이번에 황석례는 시후에게 100 달러짜리 칩을 주지 않고, 최소 1000 달러부터 2000, 5000, 10000 달러짜리 칩 들로만 준비했다. 그가 칩을 들고 돌아와 시후 앞에 공손하게 놓으며 말했다. "형님, 칩 가지고 왔습니다. 확인해보세요.""됐어 안 봐도 돼." 시후는 굳이 칩을 확인하지도 않고, 10000 달러짜리 칩 하나를 꺼내 황석례에게 던지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이거 가져가라고.""오우, 고맙습니다 형님! 정말로 통이 크시네요!" 황석례는 감격한 표정으로 칩을 받아 들고, 입으로는 감사의 말을 연발하면서 속으로는 이미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시후는 그를 무시하고 다시 10000 달러짜리 칩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탁자를 두드리며 딜러에게 말했다. "자, 카드 돌려."딜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석례의 눈치를 살폈다. 황석례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왼팔을 잡고 있는 것을 본 딜러는 이번에도 시후가 지게 만들라는 황석례의 신호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카드를 섞으면서 또 한 번 손을 썼다. 이제 황석례는 전체 도박판의 지휘자가 되었다. 황석례가 시후를 이기게 하고 싶으면 이기게 될 것이고, 지게 만들고자 하면 반드시 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시후는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더 많은 돈을 잃어도 시후는 돈을 잃는 것에 대한 불만이나 짜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황석례는 시후가 30만 캐나다 달러를 거의 다 잃었음에도 여전히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그가 돈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반인 같았으면 이 정도 돈을 잃었을 때 이미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시후는 테이블 위의 칩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을 보며, 마지막으로 5000 달러짜리 칩을 모두 걸고는 무심하게 말했다. "자, 마지막 판이다."딜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석례를 한 번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성도민이 한마디로 자신에게 배호영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배호영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기에 뉴욕에서 아무도 감히 자신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가 가차 없이 자신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하다니! 공포에 질린 배호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 배호영이다!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너희가 나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러자 성도민은 배호영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두지. 나는 성도민, 블랙 드래곤의 전주다. 네가 페이셔스 그룹 손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까지도 은 선생님의 명령이라면 다 없애 버릴 수 있다! 페이셔스 그룹을 송두리째 멸하는 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처리할 자신도 있고."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 "성도민?! 너... 네가 바로 성도민이라고?!" 그는 절망에 빠져 말했다. "성... 성도민 씨...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고, 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잔혹한 짓을 하죠?!" 그러면서 그는 불안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은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십니까? 난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성도민은 시간을 확인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곧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바라보며 바닥에 있는 칼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이 명령은 은 선생님께서 직접 내리신 거다. 나는 그저 명령을 전달할 뿐이야. 은 선생님이 곧 이곳에 오실 거니까, 그가 오시기 전에 이 일을 끝내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네 귀도 같이 잘릴 테니!" 핫토리 카즈오는 얼굴이 창백해졌
성도민은 남아 있는 두 명의 부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쓰레기차를 몰고 가서 처리해." 그 중 금발의 백인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이미 폐차장을 찾아 뒀습니다. 한 시간 후면 차를 완전히 분해하여, 부품을 수십 대의 차량과 함께 쇳덩이로 압축할 것입니다. 그럼 아무도 차량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좋아!" 성도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서둘러 처리하고, 시내에서 다시 만나자." "예 알겠습니다!" ....한편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은 쓰레기차에 대한 단서를 파악했다. 비록 핫토리 카즈오 일행이 호텔 내에서는 CCTV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밖의 시내 감시카메라까지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은 시내 감시카메라에 포착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쓰레기차가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 모두에게 동시에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 차량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뿐만 아니라, 뉴욕의 모든 조직원, 직업 킬러, 사설 탐정들이 상금을 위해 전부 나섰고, 뉴욕 거리는 순식간에 혼란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도민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롱비치에 하루 렌트비만 무려 8만 달러에 달하는 럭셔리 빌라를 빌렸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럭셔리 빌라는 롱비치에서 최고의 고급 주택 중 하나로, 주로 부호들이 뉴욕에 왔을 때 휴가를 즐기거나 영화 촬영을 위해 대여되곤 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명령을 받고 해외에서 온 영화 촬영팀을 가장해 이 빌라를 빌렸으며, 가난한 주인공이 뉴욕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의 촬영 준비를 한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게다가 가장 의외인 점은 성도민이 빌린 이 빌라가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과 불과 5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성도민의 부하들은 뉴욕 시내를 돌고 돌아 핫토리 카즈오를 포함한 닌자들과 의식을 잃은 배호영을 이 빌라로 데려왔다. 이때 뉴욕 전역에서 찾고 있는
이중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후가 닌자 몇 명을 시켜 배호영을 납치한 것이 자칫 시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접시 위의 요리에 불과했다. 이제 그들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후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배한빈이든 배해산이든, 시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시후에게는 블랙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해도 그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시후는 페이셔스 그룹의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배원중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배원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 뒤 블랙 드래곤의 힘으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배산해는 그가 차지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산해가 기회를 틈타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될 테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법적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후가 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기만 하면 배해산과 그의 아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후가 배호영을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그들은 감히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터였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 일을 다음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와 배호영을 한곳에 모아 두고, 이 인간 말종들을 제거해야겠죠?!" 이중열이 다시 물었다. "그들의 비열한 행각을 외부에 폭로하실 계획이십니까?" 시후는 말했다. "물론이죠! 배호영을 바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행동과 제임스의 소행을 모두 파헤쳐서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이 무리의 소행을 한 번에 폭로하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좋은
이중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있고 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자산 절반을 넘긴 뒤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도련님을 만나고도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일부러 흘린 소문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예요.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자산을 넘긴 적이 없고, 오히려 블랙 드래곤 전체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죠. 다만 LCS 그룹이 너무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소문을 낸 겁니다.” 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가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 명성이 자자한 블랙 드래곤이 이제 시후의 휘하에 있다니, 이는 LCS 그룹의 힘에 엄청난 보탬이 될 일이었다. 아무리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 많다고 해도 블랙 드래곤 같은 세력을 가진 용병 조직을 가질 수는 없었다.시후가 덧붙였다. “오늘 그 일본 닌자들은 제 일본 친구 집안의 세력입니다. 구름산에서 저를 본 적이 있어서 두려워했던 거예요.” 이중열은 한참 동안 시후의 말을 곱씹은 뒤 감탄했다. “도련님, 지금 당신의 힘으로 LCS 그룹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1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우디 왕가는 글로벌 강자로 로스차일드 가문 다음 가는 수준이죠. LCS 그룹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려면 사우디 왕가를 넘어야 하고, 세계 1위가 되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도련님의 실력이라면.. 아마도 LCS 그룹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 같네요.” 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한 빨리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군요.” 이중열은 시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후가 LCS 그룹을 세계 정상에 세우
제이크 한은 감시 기록이 조작된 부분이 호텔 내부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크리스와 일본 닌자들이 호텔 외부에서 접촉한 것은 시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호텔 외부에서 닌자들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만 하면, 제이크 한은 그들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제이크 한이 경찰력을 모아 크리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상 자료를 찾는 동안, 시후는 고은서, 김지우, 이중열과 함께 WF 호텔을 떠났다. 자선 행사가 망쳐지면서 저녁 식사가 무산되자 시후는 모두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는 이중열이 할 말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중열이 어떤 제안을 할지도 들어보고 싶었다.이중열 역시도 시후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오늘 시후가 일본 닌자들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아들을 납치하도록 한 일은 장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제안했다. "제 집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화하기엔 편할 텐데요." 시후는 흔쾌히 동의했고, 고은서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댁의 삼겹살 구이가 최고죠~ 질리지도 않고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한인타운으로 가자!" 네 사람은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이중열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중열은 시후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고 직접 요리를 준비하러 갔다.그때 시후는 성도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핫토리 카즈오와 그의 일행,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 모두 성도민의 통제 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후는 그들에게 절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시후는 성도민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사업체 근처에 인력을 더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제임스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셔스 그룹은 넓고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