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갑부가 4억 2천만 달러의 결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무대 앞으로 나아갔다. 죽음이 임박한 쇠약함이 그를 휘청거리게 했고, 말기 암이 주는 고통은 그를 극도로 괴롭히고 있었다. 원래 그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진통제를 맞아야 할 정도로 쇠약했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객실을 떠나기 전에도 그는 비서를 통해 주사를 맞았지만, 지금은 약효가 확연히 떨어졌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부자의 인내력은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는 한때 전쟁터에 파견되어 직접 전쟁터에 나가 본 적도 있었기에, 포화 속에서 단련된 그의 의지는 비범할 정도로 강했다. 그는 고통을 억누르며 한 걸음씩 무대 앞으로 다가갔다. 비록 몸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한 층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는 이것이 마치 불사조가 재탄생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와도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신에 퍼진 고통은 마치 불길과 같았고, 그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재탄생 시킬 것임을 그는 느꼈다. 그래서 그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고통을 통해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즐겼다. 무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곧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렸고, 그가 중국의 최정상 재벌가인 이호 그룹의 회장임을 알았다. 수 년 전, 언론에서는 이 중국의 전설적인 부자가 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었다. 얼마 전에 언론에서는 그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지금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이들이 왜 그가 4억 2천만 달러를 들여 마지막 4분의 1의 회춘단 조각을 낙찰 받기 위해 경매에 참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재력으로는 마지막 한 알의 회춘단 조각 전체를 낙찰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국 갑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경영하는 그룹은 대부분 반도
가볍게 눈물을 닦고 나서, 그의 눈빛은 점차 확고 해졌다. 바로 이 순간, 그는 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었다. 그는 문득 중국의 시인 이백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한순간에 큰 돈을 써버린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재산의 가장 큰 사명은 바로 생명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대 아래 있던 참가자들은, 바짝 말라서 누렇게 뜬 얼굴의 노인이 빠르게 혈색을 되찾고 온몸의 기운이 크게 회복되는 것을 직접 보면서 자연스럽게 질투에 휩싸였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쓰라렸다. 왜냐하면 오늘 밤의 네 조각의 회춘단은 이제 모두 다 낙찰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바로 온전한 한 알의 회춘단이 전부였다. 많은 사람들은 사등분으로 나뉜 한 조각의 회춘단도 이렇게 큰 효과가 있다면, 한 알의 회춘단은 도대체 어떤 효과를 보일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중국의 재벌은 조용히 무대에서 내려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송민정은 마이크를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번 경매는 이룸 그룹과 LCS 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한 것입니다. 회춘단의 소유자는 경매 전 저에게 특별히 당부를 하셨습니다. 이룸 그룹과 LCS 그룹에 깊은 감사를 표하라고요. 특히 LCS 그룹의 회장 은충환 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은충환 회장님께서는 이번 경매에 큰 도움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귀한 발걸음을 해주심으로써 VIP 자격으로 이 경매에 직접 자리하시어 이번 경매를 더욱 빛내 주셨습니다..”무대 아래 제일 앞줄에 앉아 있던 은충환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이미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 경매 전에 시후가 경매에서 자신에게 반 알의 회춘단을 줄 것이라고 말한 후, 그는 계속 이 순간을 고대해왔다. 다만 시후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에게 회춘단을 전달할지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시후가 어느 시점에 회춘단을 줄지 궁금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근대는 그 이야기들을, 은충환은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마음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격동했다. 그가 흥분한 이유는 단지 반 알의 회춘단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그 느낌이 그를 더욱 들뜨게 했다. 앞서 LCS 그룹은 외부 사람들에게, 블랙 드래곤에 집안의 절반 재산을 넘겼다는 인식 때문에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아왔다. 은충환은 이런 조롱을 받을 때마다 답답했지만,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절반의 재산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블랙 드래곤을 통째로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손자 시후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은 늘 굴뚝같았지만 절대로 외부에 밝힐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억울함과 괴로움이 이 순간에 와서야 비로소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레 매우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동시에, 2층의 개인 박스에 홀로 있던 배유현은 놀라움과 더불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은시후 씨가 단순히 경매를 도운 은충환 회장에게 감사하는 것이라면, 굳이 반 알의 회춘단을 줄 필요가 없지 않나..?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그냥 반 알의 회춘단을 경매에 올려도, 현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을 거고, 수십 억 달러는 쉽게 벌었을 텐데, 왜 반 알의 회춘단을 굳이 LCS 그룹에 대한 작은 답례로 줘야만 했을까..? 게다가, 이번 경매는 LCS 그룹이 은시후 씨를 도운 게 아니라, 은시후 씨가 LCS 그룹을 도운 것 같은데...... 결국 이번 경매로 LCS 그룹은 이렇게 많은 세계 최고 재벌들 앞에서 큰 명성을 얻게 된 것이나 다름없잖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부호들이 회춘단을 얻기 위해 LCS 그룹에게 아첨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봐도
머리카락이 검게 물드는 것과 함께 은충환의 피부에 깊이 패였던 주름도 순간적으로 옅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에 있던 검버섯마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이것은 정말 시간이 역행하는 것과 같았다. 단지 반 알의 회춘단만으로 은충환은 10년 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은발로 가득 찼던 80대 노인이 다시금 진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정정한 모습의 활기찬 노인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이 반 알의 회춘단이 발휘한 효과는 현장에 있던 400여 명의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회춘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무대 아래에서는 즉시 격렬한 논의가 터져 나왔다. “맙소사! 반 알의 회춘단이 효과가 이렇게 강력할 줄이야! 은충환 회장이 적어도 10살은 젊어진 것처럼 보여!” “믿을 수 없어! 이건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야! 반 알만으로도 이런 효과가 있다면, 한 알 전체를 먹으면 얼마나 대단한 효과가 있을까?!” “말해 뭐해! 한 알 전체를 복용하면 최소 20살은 젊어질 게 분명하지!” “신이시여...... 세상에 이런 신비한 약이 존재했다니! 이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약이야..! 나는 내가 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하군....” 네 조각의 회춘단은 양이 적어서 기본적으로 경매자들이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는 데만 사용되었고, 병증 개선 효과는 뚜렷했지만 사람을 젊어지게 하는 회춘단의 기적적인 측면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사람들은 회춘단의 가장 놀라운 효과, 즉 시간의 역행을 목격했다. 은충환의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고, 마지막 남은 한 알의 회춘단을 두고 경쟁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회춘단에 대한 신뢰와 갈망이 한층 더 강해졌다. 배원중은 회춘단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했지만, 이 경매가 부자들의 심리를 완벽히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매 규칙부터 사람들의 욕구를 단계적으로 자극하는 템포까지... 경매는 모두 이 부자들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마지막 이 한 알의 회춘단은 경매의 하이라이트이자 피날레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회춘단을 낙찰 받을 재력조차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이 회춘단을 손에 넣을 것인지 지켜보고 싶어 했다. 또한, 누군가 공개적으로 한 알의 회춘단을 복용했을 때 어떤 놀라운 효과가 나타날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곧 경매 진행 요원이 한 알의 회춘단을 가져왔다. 송민정은 그 회춘단을 가리키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 한 알의 회춘단, 시작가는 1천만 달러입니다. 한 번의 입찰 최소 인상 금액은 1천만 달러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입찰을 시작해 주십시오!” 말이 끝나자마자, 베르나르 아르노가 손을 들고 말했다. “4억 달러 입찰하겠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는 이미 네 조각 중 하나가 4억 2천만 달러에 팔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한 알의 회춘단의 최종 가격이 분명 4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그는 가볍게 4억 달러로 입찰을 시작했다. 밤새 기다렸던 회춘단 한 알이 마침내 등장하자, 배원중이 바로 응수했다. “4억 5천만 달러!” 베르나르 아르노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자신이 유럽에서 활동하며 자산과 기업이 모두 유럽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 미국 출신의 배원중이라는 숨겨진 부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노인이 바로 4억 5천만 달러를 부르자, 아르노는 절대 뒤지지 않겠다는 듯이 외쳤다. “5억 달러!” 배원중은 아르노가 한 번에 더 큰 금액을 올리며 자신과 맞붙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다소 미약한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5억 7천만 달러로 맞춰보지!” 베르나르 아르노는 이를 악물고 한 손을 주먹 쥐고 다른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6억 달러!” 배원중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응수했다. “그럼 7억 달러!” 배원중이 세 번 가격을 올리자, 베르나르 아르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가
모두가 035번과 099번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정체를 추측하고 있었다.이때 016번의 베르나르 아르노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오늘 밤 경쟁자들 중 자산 측면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진 부유한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회춘단 경매가 시작된 지 불과 1분 만에 자신이 경쟁에서 밀려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절망과 후회로 인해 아르노는 그 자리에서 당장 멘탈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만약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앞서 사등분 된 회춘단 조각이라도 낙찰 받았을 텐데... 지금 이 순간 경쟁에서 허무하게 탈락하게 될 줄이야.VIP석에 있던 배유현도 깜짝 놀랐다. 비록 최원정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당당한 기세로 보아 9억 달러는 그에게 별로 큰 금액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할아버지가 이 회춘단을 얻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배유현만 놀란 것이 아니라, 시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99번의 번호를 부여받은 최원정이 뭔가 대단한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는 최원정이 정확히 어떤 인물일지 더욱 더 궁금해졌다.이때 배원중은 지지 않고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9억 1천만!” 그는 오늘 이 경매에서의 경쟁이 생사를 다투는 싸움과 같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부자들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회춘단을 쟁취하려는 상황에서, 약의 가격은 하늘을 찌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배원중은 예상했던 예산으로는 낙찰을 받을 수 없을 것임을 깨닫고 사용 금액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이 약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포기하는 것은 곧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여러 차례 금액을 인상하는 경쟁자를 마주하게 되었다.최원정은 배원중의 태도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계속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9억 3천만!”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원래 오늘 경매에서 가장 큰 손은 바로
이 순간, 배원중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상대방이 자신이 이미 죽음에 임박한 사람임을 알면서도 왜 자신의 마지막 기회 앞에서 이렇게 자신과 경쟁하려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비록 깊은 우정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경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신은 아마도 죽음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인생의 끝이 다가오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겨우 50세에 불과한데, 왜 굳이 자신과 이렇게 대립하는 것인가? 정말 회춘단이 필요하다면, 내년까지 기다려도 될 텐데 말이다. 어느 순간, 배원중은 상대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최원정 역시 약간 난처했다. 그는 당연히 배원중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낙찰을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배원중은 자신이 이제 한계에 다다름을 느꼈고, 심리적으로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9억... 7천만..." 첫 줄에 앉아 거의 말이 없었던 박청운도 이때 감탄하며 말했다. "원중이의 재앙이 여기 있었군... 원중이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어..." 최원정은 곧 가격을 제시하려 했으나, 옆에 있던 비서가 조용히 말했다. "도련님, 그 문제를 먼저 확인한 후에 가격을 제시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최원정은 손을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 문제를 묻기 전에 먼저 배원중 회장을 제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울 거야.."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어쩔 수 없어.. 배원중 회장의 멘탈이 완전히 무너지도록 해야 해." 그렇게 말한 후, 그는 다시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흔들며 가볍게 말했다. "10억!" 그의 가벼운 세 마디가 마치 천둥처럼 모든 사람의 귀에 울려 퍼졌다.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회춘단 한 알의 가
이것은 곧 배원중이 이미 쓸 수 있는 현금이 더 이상 없으며, 더 이상 경매에 참여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배원중은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경매 낙찰 후 결제 시간은 30분이다.. 이 30분 동안 방법을 강구하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더 모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배원중은 다시 손을 들고 외쳤다. "10억 2천만!" 배원중은 이번이 오늘 밤 자신의 마지막 입찰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최원정이 계속해서 가격을 올린다면, 자신은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가 유언을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손녀가 회춘단의 소유자와 어느 정도 관계를 맺었지만, 회춘단의 가격이 이렇게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배원중은 더 이상 손녀에게만 기대를 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손녀가 결코 자신을 위해 회춘단을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최원정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말했다. "10억 4천만!" 이 순간 배원중의 표정은 즉시 굳어졌고, 그의 몸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멈췄다. 그는 마침내 이 경매가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진행되고 있는지 깨달았다. 왜냐하면 이 경매는 정말로 목숨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기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 지면, 아무리 세계 최고 부자라도 이 문을 나섰을 때 당신을 기다리는 건 오직 죽음뿐일 것이다. 만약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고, 1년 정도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다시 돌아와 회춘단을 놓고 낙찰을 받을 기회는 다시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배원중처럼 이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은, 이제 돌아가 유언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송민정은 이때 배원중을 바라보며 물었다. "035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시겠습니까?" 배원중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곧이어 얼굴이 창백 해지며 송민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이 이미 패배했음을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계속해서 가격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결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