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배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제니퍼 양, 당신은 우리 서화협회의 귀빈이십니다. 그러니 오늘 저녁 식사는 제가 꼭 대접하지요!"배유현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예의를 차릴 때는 차리고,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려 할 때 상대방이 단지 형식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라면 자신도 형식적으로 대답하면서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가 체면을 세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모두가 기분 좋게 대화를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진심으로 대접하고자 한다면, 굳이 과도하게 예의를 차리거나 누가 식사를 대접할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빠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수락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가장 크게 존중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배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겠습니다! 저녁 식사는 회장님께서 준비하시는 대로 제가 따르겠습니다!"배 회장은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요. 저녁에 서울에서 가장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하도록 하죠!" 그러고 그는 김상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곤 씨, 자네는 헤븐 스프링스의 이화룡 씨와 관계가 좋으니, 헤븐 스프링스의 룸을 하나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저녁에 헤븐 스프링스에서 제니퍼 양을 대접하자고!”김상곤은 당연히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이화룡은 그에게 굉장히 공손했기 때문에, 이화룡에게 룸을 하나 예약해달라고 하는 것은 그의 말 한마디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바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바로 이화룡 씨에게 전화해서 좋은 룸을 하나 준비해달라고 말하겠습니다!"배유현은 '헤븐 스프링스'라는 말을 듣고 살짝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녀는 급히 말했다. "부회장님, 잠시만요!" 그녀는 다시 배 회장에게 말했다. "배 회장님, 그렇게 고급스러운 식당은 가지 마시고, 그냥 특색 있는 작은 소규모 식당에서 소박하게 가정식을
그래서 배유현은 배 회장의 말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배 회장님, 너무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 회장님과 부회장님은 최근에 준비하고 계신 문화 교류에 집중하셔도 돼요. 전시회는 두 분이 중국에서 돌아오신 후에 다시 이야기해도 되거든요. 저는 이번에 서울에 오래 머물 예정이니까요.""오? 그래요?" 배 회장은 기쁜 듯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100억 대 예산의 예술 전시회라면 국내 협회에서 여는 것 치고는 꽤나 큰 규모가 될 텐데.. 이렇게 큰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분명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니까요.""맞아요!"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 회장님.. 제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오시고 싶어 하세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먼저 서울에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거처를 미리 마련하려고 해요. 그러면 할아버지께서도 안심하고 서울로 돌아오실 수 있죠."배 회장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제니퍼 양, 그러면 서울에 정착하시려는 건가요?"배유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별장을 하나 샀는데, 아직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두었어요. 저는 신뢰할 만한 풍수 전문가를 찾아서 이곳에 풍수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제 할아버지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확인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아요.”김상곤은 배유현의 말을 듣고는 눈이 반짝였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 없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제니퍼 양! 풍수 전문가를 찾고 계신다면, 오늘 정말 우리를 잘 찾아오셨습니다!"배유현이 이렇게 오랜 이야기를 나눈 것은 바로 김상곤을 이 말로 유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김상곤이 미끼를 덥석 물자 내심 흥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놀란 척 물었다. "부회장님, 혹시 유명한 풍수가를 아세요?"김상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는 풍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제 사위는 아주 잘 알거든요! 제 사위가 사람들의 풍수를 봐주는 전문가예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김상곤은 자신이 조금 전 의도치 않게 딸과 사위를 모두 팔아 넘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오히려 그는 오늘 딸과 사위를 위해서 각각 한 건씩 비즈니스를 성사시켰다고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했을 뿐이다. 그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 김상곤은 눈앞에 있는 '제니퍼'의 진짜 정체가 바로 배유현이라는 여성이며, 미국에서 최상위 재벌가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유현이 회춘단 경매 직전에 서울에 온 목적이 바로 시후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도 그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이 식사 자리를 통해 배유현은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자 그녀는 그 후에 식사 자리에서 풍수나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모두 예술 작품 전시회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누었다. 마치 아까 풍수와 인테리어는 우연히 나온 주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식사가 끝난 후, 서로 인사를 나눌 때에도 김상곤은 먼저 참지 못하고 배유현에게 물을 정도였다. "제니퍼 양, 아까 말씀하신 풍수와 인테리어 문제, 정말 필요하신 거죠? 필요하다면 집에 돌아가서 제가 바로 딸과 사위에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네, 필요합니다!" 배유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시죠, 부회장님. 먼저 사위 분께 시간을 내어 제 별장의 풍수를 봐 달라고 부탁드려주세요. 만약 제가 구입한 별장의 풍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그때 따님과 인테리어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만약 이 별장의 풍수가 별로 좋지 않다면, 그냥 다른 집을 구할 생각이예요. 어차피 돈을 조금 더 들이는 건 문제없으니까요." 배유현은 자신의 말을 통해 과시하거나 자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울내에서 수백 평 정도 규모의 주택을 사는 것은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배유현에게 이 정도 돈을 들이는 것은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배유현은 시후와 만날 때 그의 아내가 옆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이들 부부를 따로 만나고 싶었다. 만약 시후를
하지만 윤우선은 평생 동안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던 김상곤이 갑자기 황혼에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윤우선은 겉으로 김상곤의 서화 협회 부회장직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비아냥거렸지만, 실제로는 그 부회장직이 꽤나 높은 자리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문화계 협회의 간부들은 독특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기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우선은 평생 김상곤을 억누르며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김상곤이 자신을 넘어서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의로 윤우선은 김상곤을 더 비웃었던 것이다. 김상곤은 윤우선이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비웃는 것을 듣고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그 말은 조금 뒤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열등감과 민감한 곳에 비수를 내리꽂고 말았다. 오늘, 변태섭 앞에서 김상곤은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능력이 없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서화협회 부회장이 되기는 했지만, 결국 오롯이 진정한 자신의 힘으로 오른 자리는 아니었다. 윤우선의 비아냥거림 때문에 그의 자존심은 깊이 상처를 입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부회장 자리에서 놀고만 있는 건 아니야! 그 자리에 있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인맥을 늘리고 있다고!"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 해외에서 오랫동안 산 한국인 교포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얼마나 엄청난 부자인지! 그 사람의 가족이 우리 서화 협회에 수십 억 상당의 서화를 기부했고, 예술 전시회에 100억을 후원하겠다고 했어! 이런 인맥을 많이 만들면 나중에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윤우선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그 사람이 서화 협회에만 기부금 100억 원을 준다고? 난 누가 그런 자선 사업 같은 일을 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어!"김상곤이 말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이 세상에 부자가 얼마나 많은데! 많은 부자들이 여기저기 기부를 하고 후원을 한다고.
시후는 명함을 받아서 대충 한 번 살펴보았다. 명함에는 단지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이름은 '제니퍼'였고, 전화번호는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였다. 게다가 명함에서는 아직도 잉크 냄새가 희미하게 났는데, 마치 갓 인쇄된 것처럼 보였다. 시후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명함 사진을 찍은 뒤, 다시 김상곤에게 돌려주었다. 그는 내일 제니퍼와 연락해서 풍수를 한 번 봐주고 이 일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서 김상곤은 시후에게 상기시켰다. "은 서방, 제니퍼 양에게 전화하는 것을 잊지 말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인 어른, 제가 잠시 후에 유나 씨를 회사에 데려다 준 후에 제니퍼 양에게 연락을 해 볼게요."김상곤은 서둘러 말했다. "유나는 자네가 데려다 줄 필요 없어. 내가 차로 회사에 데려다 줄게. 나도 일찍 협회에 가야 하니까, 유나 차는 자네에게 주고. 제니퍼 양이 급하게 부르면 자네가 바로 차를 타고 나갈 수 있잖아."유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보, 제니퍼 양이 아빠의 서화 협회에 많은 돈을 기부했으니, 그녀는 협회의 VIP가 될 거예요. 그러니 이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만약 이 일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면, 돈을 받지 않아도 되고요."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말했다. "유나야, 그게 무슨 소리니? 친형제끼리도 돈 문제는 정확히 해야 하는데, 하물며 낯선 사람과는 더욱 정확하게 해야지. 은 서방, 유나의 말은 듣지 말고 받을 돈은 꼭 받아야 해. 우리는 체면 때문에 돈을 포기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시후는 유나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여보, 걱정하지 마요. 내가 잘 처리할게요."윤우선은 서둘러 말했다. "은 서방, 어리석게 굴지 마! 누구와 사이가 나빠져도 돈과는 사이가 나빠지지 말아야 해! 그리고 이건 작은 금액이 아닐 거야! 수천 만 원이, 그보다 더 많은 돈이 걸려 있을 수도 있어!"
윤우선은 부적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김상곤과 유나는 호신부를 받았지만 자신은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또한 자신이 시후에게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닌지 염려되어 불평을 한 마디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에게는 금괴 두 개를 주겠다고 하자, 마음속에 쌓였던 불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실 윤우선은 호신부 같은 것은 몇 푼 하지도 않는 물건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금괴가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크게 기뻐하며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세상에, 정말 너무 좋다! 어차피 내 다리는 아직 다 낫지도 않았고, 당분간 외출도 하지 않을 테니 호신부는 나에게 필요가 없을 거야. 금괴가 훨씬 실용적이야. 고마워, 은 서방!"유나는 엄마의 재물욕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시후가 준 호신부를 조심스럽게 간수했다. 그녀는 시후에게 조용히 말했다. "남편, 그럼 아빠와 저는 먼저 갈게요.""그래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상곤에게 말했다. "장인 어른, 호신부는 꼭 가지고 다니세요.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시고요."김상곤도 호신부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걱정 마,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두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나자, 시후는 정원에 서서 제니퍼, 즉 배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유현은 어젯밤부터 시후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고, 거의 잠도 자지 못했다. 이 전화번호는 그녀가 자신의 비서인 지수연에게 부탁해 새로 얻은 번호였고, 휴대폰도 새로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그녀는 흥분했다. 그녀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고 일부러 벨소리가 조금 울린 후에 전화를 받으며 매우 공손하게 답했다. "여보세요?"시후는 물었다. "안녕하세요, 제니퍼 씨 맞으신가요?" 시후의 목소리를 들은 배유현은 바로 그 목소리가 버킹엄 호텔에서 처음 시후를 만났을 때 들었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시후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지만,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 "누구시죠..?"시후는 대
시후가 수원산장에 도착했을 때, 배유현은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 않았다. 시후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아직 10분 정도 남았다는 말을 듣고는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주변에 진원호가 지내는 별장이 있었기 때문에 들러 인사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음을 생각하고는 굳이 그를 만나러 가지는 않기로 결정했다.10분 후, 한 대의 소박한 캐딜락 세단이 시후의 곁에 멈췄다.차가 멈추자마자 뒷좌석 문이 열렸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배유현을 처음 본 순간, 시후는 약간 놀랐다. 이 여성은 아름다운 외모와 섹시한 몸매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유현은 차 앞쪽에 서 있는 시후를 보고, 그가 며칠 전 자신이 버킹엄 호텔에서 본 은 선생님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시후의 앞에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시후 선생님이시죠?"시후는 살짝 미소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제니퍼 양인가요? 저는 은시후라고 합니다."배유현은 먼저 시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당당하게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제니퍼입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악수를 한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니퍼 양, 바로 별장을 보러 가시죠.""좋아요!" 배유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여깁니다."이때, 캐딜락의 앞좌석에서 한 남자와 한 여성이 내렸다. 남자는 바로 배유현의 보디가드였고, 여성은 그녀의 비서 지수연이었다.지수연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 저희가 같이 들어가겠습니다."배유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 둘은 차 안에서 기다려요. 은시후 선생님과 나만 들어갈게."보디가드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가씨, 아버님께서 외부에서는 늘 안전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같이 들어가도 방해되지 않을 겁니다."시후가 보디가드를 한 번 보았을 때, 그가 꽤나 높은 수준의 수련을 거친 무술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유일한 아쉬움은 시내와 거리가 조금 있어 출퇴근 시간대에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시후는 오늘 오전에 이곳에 왔기 때문에 출근하는 시간을 피해 다행히 괜찮았지만, 만약 퇴근 시간에 왔다면 이동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을 것이다.이 수원산장 내에서 가장 비싼 곳은 바로 저수지 옆에 있는 몇 채의 별장이었다. 총 다섯 채 중 두 채는 진원호가 사들였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개조했다.두 사람이 저수지 근처에 다가가자 시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니퍼 양이 산 별장은 호수 옆에 있는 곳인가요?""네." 배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여기서 가장 좋은 주택이 호수 옆에 있는 몇 채라고 들었거든요. 풍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지수연이 집을 산 후, 배유현은 정확한 위치를 알지도 못했다. 지수연이 보고했을 때도 그녀는 별장의 위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드디어 시후와 약속을 잡은 뒤, 어젯밤에 지수연에게 이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고는 수원산장의 내부와 자신의 별장 위치를 익혔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풍수학에서 산은 권세의 상징이고, 물은 재운의 상징이죠.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곳은 배산임수가 최고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재물운이, 뒤로는 의지할 산이 있어 최상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겠죠." 시후는 뒤이어 말했다. "그리고 수원산장의 구조도 매우 좋습니다. 호수 옆의 대저택은 앞쪽이 낮고 뒤가 높은 형태로,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있어 햇빛이 잘 들어오는 절묘한 풍수지리적 위치죠." 시후는 웃으며 덧붙였다. "제니퍼 양이 산 별장이 이곳 호수 옆인 줄 알았더라면, 제가 굳이 오지 않았을 겁니다. 풍수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을 테니까요."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선생님. 풍수 대가이시니 많은 독창적인 견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선생님께서 제가 구매한 집을 꼼꼼히 봐주길 바라요. 집의 내외 구조와 인테리어에서 더 개선할 점이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