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은 평범한 삶에 익숙해져, 딱히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며 살아온 지 어언 50여 년이 되었다. 인생에서 특별한 일을 해본 적이 없던 그는 이제 서화 협회의 부회장으로서 매일 각종 공식 회의에 참석하고, 다양한 지도자 및 엘리트 인사들을 만나면서 마치 자신도 엘리트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오늘 오후에도 서화 협회 대표단은 서울 시청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예술 협회, 작가 협회 및 노인 대학의 동료들과 함께 중국 난징과의 세부 교류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회의에는 서화 협회를 대표하는 김상곤 외에도, 김상곤의 첫사랑 한미정과 시후의 어머니의 옛 동료이자 변지현의 아버지인 변태섭도 참석했다.한미정과 변태섭은 모두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로, 한미정은 미국에서 법률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변태섭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경제학 전문가였다. 이들은 노인 대학에서 강의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뛰어난 능력 덕분에 노인 대학에서 가장 존경받는 객원 교수로 자리잡았다.반면, 김상곤은 그다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그는 서화 협회의 부회장이기는 했지만, 서화 분야에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붓을 잡아도 좋은 글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그저 아마추어 취미 활동가에 불과했다. 그는 처음 서화 협회에 일반 회원으로 가입할 때도 무리가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고, 지금 부회장의 자리에 오른 것도 배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배 회장은 헤븐 스프링스에서 이화룡이 김상곤에게 보였던 겸손과 공손을 목격한 이후, 김상곤을 매우 존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공개적인 자리에는 늘 김상곤을 데리고 다니며 경험을 쌓게 했다. 그러나 김상곤은 딱히 실력이라고 할 것이 없어 서화 분야에서 뭔가 의견을 제시하면 전문가들은 그가 아마추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래서 배 회장은 그를 데리고 활동에 참가할 때마다 김상곤에게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 김상곤도 자신의 실력이 부족
배 회장이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자, 김상곤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여전히 약간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뭐가 그렇게 기쁘십니까?”그러자 배 회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협회의 비서가 전화를 해왔어. 어떤 의뢰인이 집안 어르신의 부탁을 받아 우리 서화 협회에 청전 이상범의 서화 작품 8점을 기부하겠다고 하더라고!""이상범…이요?" 김상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명한 사람인가요?"배 회장은 이 말에 당황하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상곤 씨, 내가 말했지.. 자네가 서화 협회의 부회장으로서 서화에 대한 재능이 없더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지식은 알아야 한다고.. 그러니 동서고금의 서화 작품집을 자주 보라고 했는데, 자네는 아예 듣지도 않는군.. 이상범을 모르면 나중에 사람들에게 쉽게 무시당할 수 있어!" 그는 이어서 설명했다. "이상범은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야. 이건희 컬렉션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 전주에서 태어난 근현대 화가로, 한국적 산수화의 거장이라고!”김상곤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아, 말씀을 들으니 이제야 생각이 나네요... 조금 전에 말씀을 빨리 하시는 바람에 제가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김상곤은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이상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배 회장은 그에 대해 더는 신경 쓰지 않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다가 아니야. 더 중요한 건 오늘 연락을 해온 의뢰인의 집안이 한국의 근현대 서화 분야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싶어 해서, 우리에게 대규모 역사 서화 전시회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다니까! 한국의 역대 서화 명작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또 한국의 역사적 명작들을 찾아주는 것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는 김상곤의 어깨를 두드리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전시회가 성공하면, 우리 서화 협회는 유명해질 거야! 가자, 우리 협회로 돌아가서 그 의뢰인을 만나보자고."김상곤은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이 일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의뢰인이나 전시
배 회장은 김상곤과 한미정의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들 두 사람이 원래 아는 사이이며 옛 동창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김상곤이 이미 가정이 있다는 것을 배 회장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김상곤이 한미정과 변태섭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매우 화가 난 것처럼 보이자, 배 회장은 그의 마음을 조금 알아챘다.김상곤은 정말로 전형적인 소심한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는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즉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휴 아니에요, 배 회장님. 단순히 변태섭 교수가 미정이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배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곤 씨, 그렇다면 좋은 거지 뭐! 우리 서화 협회는 절반이 공적인 성격을 가진 곳이라, 문화 분야의 얼굴을 대표하고 있지 않겠어..? 자네는 이미 아내가 있는 사람인데, 이런 때에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나 두 사람 사이의 스캔들이라도 생기면, 그건 엄청난 문제가 될 거야.. 그런 일이 생기면 나는 자네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김상곤은 이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이 차갑게 식어 버렸고, 그의 머릿속에는 윤우선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는 윤우선이 한미정이 한국에 돌아왔고 자신과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또 다시 어떠한 격렬한 반응을 보일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때는 아마도 큰일이 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윤우선과 이혼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 윤우선은 이혼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했기 때문에, 자신이 일방적으로 이혼 소송을 해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양쪽 모두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이혼 소송을 하려면 우선 지정된 기간 동안 별거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해도 법원은 이혼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윤우선과 별거를 하게 된다면, 그동안 윤우선이 자신을 얼마나 괴롭힐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곧, 배 회장과 김상곤은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차례로 서화 협회로 돌아왔다. 배유현은 이미 이곳에서 두 사람이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배 회장이 다시 협회로 돌아오자 비서가 그와 김상곤을 회의실로 안내했고, 기다리고 있던 배유현에게 말했다. "쟌 플러 양, 이 두 분은 우리 협회의 회장님과 부회장님입니다!" 그녀는 뒤이어서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배 회장님, 김 부회장님, 이 분은 제가 전화로 말씀드렸던 프랑스 국적의 한국인, 쟌 플러 양입니다."배유현은 안전을 위해 자신의 진짜 신분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여러 나라에서 합법적인 신분이 몇 개 있었고, 프랑스 국적의 한국인 쟌 플러라는 신분은 그녀의 여러 신분 중 하나일 뿐이었다. 배유현은 김상곤을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며 속으로 안도했다. 김상곤과 접촉만 하면 그의 사위인 은시후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우 공손하게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의 명성이 자자하던데.. 드디어 두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배 회장은 이 한국인이 젊고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일 줄은 몰랐기에 잠시 놀랐으나 곧 웃으며 말했다. "쟌 플러 양, 굉장히 겸손하시네요. 해외 출신의 한 한국인이 서화를 기증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젊은 아가씨일 줄은 몰랐습니다. 쟌 플러 양은 원래 한국에서 태어났나요?”배유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제 뿌리는 한국이지만, 몇 세대는 해외에 정착한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어르신들은 한국에 대한 감정이 매우 깊으시죠. 다만, 어르신들이 나이가 많으셔서 한국에 쉽게 오기 어렵기 때문에 저를 통해 한국 서화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옆에 있던 지수연에게 말했다. "수연 씨, 준비한 서화를 가져와."지수연은 나무 상자를 가져와 회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상자를 열자, 총 여덟 개의 그림이 들어 있었다. 이 여덟 폭의 그림은 배유현 가족이 어젯밤 미국의 한 수집가에게
김상곤의 한 마디에 배유현은 이 노인이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부회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 작품은 정말 훌륭하죠. 전세계 최고의 서예가들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면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김상곤은 이때 배 회장에게 다가가면서 무심한 척 물었다. "회장님, 이 여덟 폭의 작품들은 얼마 정도 할까요?"배 회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청전 이상범의 작품은 많은 서예가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작품들의 경매가는 2억 이상은 됐어 그리고 컬렉션 업계에서는 알다시피, 작품이 세트로 묶여 있으면 더 비싸고, 한 세트의 작품 수가 많을수록 더 비싸지. 그래서 이 여덟 폭의 작품을 진짜 경매에 내놓으면 20억 정도는 될 거야.”김상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배유현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가씨는 분명히 아주 부자 집안에서 태어난 거야. 아니면 어떻게 20억짜리 작품을 그냥 쉽게 기부할 수 있겠어?’배 회장은 이미 여덟 폭의 작품을 하나씩 펼쳐보았고, 볼수록 입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배유현에게 물었다. "제니퍼 양, 이 여덟 폭의 작품을 정말로 우리 서화협회에 기증하시는 겁니까?"배유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배 회장님이 괜찮으시다면 언제든지 서류를 작성하여 서면으로 기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그러자 배 회장은 매우 감격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니퍼 양! 한국팔경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한국 서화계에 엄청난 사건이 될 것입니다. 우리 서화협회와 한국에 있는 모든 서예가들, 그리고 서예 작품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을 대표하여 당신의 관대한 기부에 감사드립니다!"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배 회장님, 과찬이십니다. 이 여덟 폭의 작품은 저희 집안 어르신의 마음을 대신한 것일 뿐, 저는 단지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배 회장은
밥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배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제니퍼 양, 당신은 우리 서화협회의 귀빈이십니다. 그러니 오늘 저녁 식사는 제가 꼭 대접하지요!"배유현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예의를 차릴 때는 차리고,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려 할 때 상대방이 단지 형식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라면 자신도 형식적으로 대답하면서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가 체면을 세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모두가 기분 좋게 대화를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진심으로 대접하고자 한다면, 굳이 과도하게 예의를 차리거나 누가 식사를 대접할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빠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수락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가장 크게 존중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배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겠습니다! 저녁 식사는 회장님께서 준비하시는 대로 제가 따르겠습니다!"배 회장은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요. 저녁에 서울에서 가장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하도록 하죠!" 그러고 그는 김상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곤 씨, 자네는 헤븐 스프링스의 이화룡 씨와 관계가 좋으니, 헤븐 스프링스의 룸을 하나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저녁에 헤븐 스프링스에서 제니퍼 양을 대접하자고!”김상곤은 당연히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이화룡은 그에게 굉장히 공손했기 때문에, 이화룡에게 룸을 하나 예약해달라고 하는 것은 그의 말 한마디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바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바로 이화룡 씨에게 전화해서 좋은 룸을 하나 준비해달라고 말하겠습니다!"배유현은 '헤븐 스프링스'라는 말을 듣고 살짝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녀는 급히 말했다. "부회장님, 잠시만요!" 그녀는 다시 배 회장에게 말했다. "배 회장님, 그렇게 고급스러운 식당은 가지 마시고, 그냥 특색 있는 작은 소규모 식당에서 소박하게 가정식을
그래서 배유현은 배 회장의 말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배 회장님, 너무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 회장님과 부회장님은 최근에 준비하고 계신 문화 교류에 집중하셔도 돼요. 전시회는 두 분이 중국에서 돌아오신 후에 다시 이야기해도 되거든요. 저는 이번에 서울에 오래 머물 예정이니까요.""오? 그래요?" 배 회장은 기쁜 듯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100억 대 예산의 예술 전시회라면 국내 협회에서 여는 것 치고는 꽤나 큰 규모가 될 텐데.. 이렇게 큰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분명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니까요.""맞아요!"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 회장님.. 제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오시고 싶어 하세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먼저 서울에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거처를 미리 마련하려고 해요. 그러면 할아버지께서도 안심하고 서울로 돌아오실 수 있죠."배 회장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제니퍼 양, 그러면 서울에 정착하시려는 건가요?"배유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별장을 하나 샀는데, 아직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두었어요. 저는 신뢰할 만한 풍수 전문가를 찾아서 이곳에 풍수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제 할아버지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확인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아요.”김상곤은 배유현의 말을 듣고는 눈이 반짝였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 없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제니퍼 양! 풍수 전문가를 찾고 계신다면, 오늘 정말 우리를 잘 찾아오셨습니다!"배유현이 이렇게 오랜 이야기를 나눈 것은 바로 김상곤을 이 말로 유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김상곤이 미끼를 덥석 물자 내심 흥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놀란 척 물었다. "부회장님, 혹시 유명한 풍수가를 아세요?"김상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는 풍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제 사위는 아주 잘 알거든요! 제 사위가 사람들의 풍수를 봐주는 전문가예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김상곤은 자신이 조금 전 의도치 않게 딸과 사위를 모두 팔아 넘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오히려 그는 오늘 딸과 사위를 위해서 각각 한 건씩 비즈니스를 성사시켰다고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했을 뿐이다. 그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 김상곤은 눈앞에 있는 '제니퍼'의 진짜 정체가 바로 배유현이라는 여성이며, 미국에서 최상위 재벌가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유현이 회춘단 경매 직전에 서울에 온 목적이 바로 시후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도 그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이 식사 자리를 통해 배유현은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자 그녀는 그 후에 식사 자리에서 풍수나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모두 예술 작품 전시회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누었다. 마치 아까 풍수와 인테리어는 우연히 나온 주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식사가 끝난 후, 서로 인사를 나눌 때에도 김상곤은 먼저 참지 못하고 배유현에게 물을 정도였다. "제니퍼 양, 아까 말씀하신 풍수와 인테리어 문제, 정말 필요하신 거죠? 필요하다면 집에 돌아가서 제가 바로 딸과 사위에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네, 필요합니다!" 배유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시죠, 부회장님. 먼저 사위 분께 시간을 내어 제 별장의 풍수를 봐 달라고 부탁드려주세요. 만약 제가 구입한 별장의 풍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 그때 따님과 인테리어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만약 이 별장의 풍수가 별로 좋지 않다면, 그냥 다른 집을 구할 생각이예요. 어차피 돈을 조금 더 들이는 건 문제없으니까요." 배유현은 자신의 말을 통해 과시하거나 자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울내에서 수백 평 정도 규모의 주택을 사는 것은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배유현에게 이 정도 돈을 들이는 것은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배유현은 시후와 만날 때 그의 아내가 옆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이들 부부를 따로 만나고 싶었다. 만약 시후를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